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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는 것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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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는 밤 깊은 하늘 아래서 한 폭의 옛날 이야기를 그려나가듯 쓰여졌다. 80년대 서울 태생인 나에겐 너무도 멀게만 느껴지는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익숙한 그리움을 풍긴다. 직접 경험치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이야기로부터 친근감을 맛 보았다. 그건 단지 맵거나 짠 무언가가 아니었다. 말로 표현할 순 없었지만 책을 덮은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입안에 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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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는 밤 깊은 하늘 아래서 한 폭의 옛날 이야기를 그려나가듯 쓰여졌다. 80년대 서울 태생인 나에겐 너무도 멀게만 느껴지는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익숙한 그리움을 풍긴다. 직접 경험치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이야기로부터 친근감을 맛 보았다. 그건 단지 맵거나 짠 무언가가 아니었다. 말로 표현할 순 없었지만 책을 덮은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입안에 맴도는, 아마도 나는 그 어떤 단어로도 그 맛이 무엇인지 표현치 못할 듯 하다. 그녀에게 어린 시절은 그 기억의 희미함으로 인해 너무도 오래된 밤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 세상에 존재치 않는 할머니, 할머니의 어머니, 할머니의 할머니의 모습을 자기 안에서 발견하면서 그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면을 아슬아슬하게 오가고 있다. 그렇게 그녀가 그리워하는 존재들은 이미 소멸한지 오래된 것들이다. 마당 어딘가에서 영원히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 더 이상 어떠한 숨결도 느껴지지 않는 고목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그 안에는 무한한 추억들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또 다른 이름의 삶이며, 또 다른 느낌의 생명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시집 올 때 해왔다던 오동나무 장롱은 미리 먼 길을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그 낡은 물건을 통해 자신이 온 곳을 바라보는 여유를 배운다. 그리고 그녀는 깨닫는다. 그 방향이 앞으로 그녀가 떠나갈 방향이라는 사실을… 그녀의 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러한 그리움은 어느 순간 형상화 되어 하나의 가족을 그려낸다. 그 가족 안에는 직접적으로 그려지는 대상으로서의 남성이 부재하며, 끊이지 않는 가난과 고달픈 하루하루에 길들여진 여성들만이 존재한다. 그 가족 안에는 이제 막 태어나 배설의 경험에 눈 뜨는 갓난 아기가 존재함과 동시에 삶의 고통과 괴로움 앞에서 자신을 파괴하는 고흐가 존재한다. 얼마나 오래된 이야기일까. 그녀가 보낸 지난 밤들은 얼마나 길었을까. 자기 안에 잠재되어 있는 부재하는 대상을 하나하나 발견하는 과정이 그녀에겐 아마도 너무도 오랜 밤처럼 느껴졌나 보다. ‘나’라는 자아를 알기 위해 그녀는 어둡고도 차가운, 하지만 그녀를 가능케 했던 물 속으로 침잠하고자 했나 보다.
이달의 사락 q*****2 2004.01.11.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싹뚝싹뚝 가윗소리가 들리는 시집
"싹뚝싹뚝 가윗소리가 들리는 시집" 내용보기
김수영이라는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같지 않은가? "풀이 눕는다",라고 말했던 의 시인 김수영! 그러나 그 김수영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김수영은 다른 김수영이니까 말이다. 예전 그녀를 만났던 것은 의 김수영을 찾다가, 잘못 찾아 시집을 한 권 샀던 일 때문이었다. 신춘문예에 '남행시초'라는 작품으로 등단한 젊은 여성 시인! 그 시에서 보여주었던 빛나는 표현은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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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이라는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같지 않은가? "풀이 눕는다",라고 말했던 <풀>의 시인 김수영! 그러나 그 김수영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김수영은 다른 김수영이니까 말이다. 예전 그녀를 만났던 것은 <풀>의 김수영을 찾다가, 잘못 찾아 시집을 한 권 샀던 일 때문이었다. 신춘문예에 '남행시초'라는 작품으로 등단한 젊은 여성 시인! 그 시에서 보여주었던 빛나는 표현은 보이지 않지만, <오랜 밤 이야기>도 나름대로 시힘이 담긴 시집이다. 이 시집은 제목처럼 정말 '오랜 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다. 그 옛날 할머니를 주류로 펼쳐지는 이야기들 속에는 싹뚝싹뚝 가윗소리가 담겨져 있다. 무엇인가를 자르고 있는 듯한 느낌과 환청이 뇌를 복잡하게 만드는 그런 시들이 자리잡고 있는 책. 정말 오랜 밤에 들려지는 이야기같은, 싹뚝거리는 가위질소리... 시집 전체가 어떤 뚜렷한 구조를 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약한 구조를 뛰어넘는 구조가 또한 있는 책이기도 하다. 어떤 이미지와 은유를 넘어서서, 가끔씩 들리는 '가윗소리'가 삶의 팽팽함과 느슨함을 동시에 전해주기 때문이다. 처음 시집에서 톡톡 튀던 열정은 없어진 듯하지만, 이번 두 번째 시집은 연륜에서 묻어나는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이가 들어 있다고나 할까.
m*****1 2003.06.1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