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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옥 시인의 신작 시집을 받아 들고, 반갑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다. 시인은 재외동포문학상과 시드니문학상을 받은 호주에 거주하고 있다. 이 말에 의미를 찾는 건 그녀를 "한국 디아스포라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 때문이며, "이주민의 삶과 정체성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와 디아스포라, 이주민이라는 말이 나에게도 의미있는 말들이기에 더욱 시인의 시들이 가슴속 깊이 다가왔다. 한국이 IMF로 힘들 때, 나 역시 호주로 갔었고, 그곳에서 몇 년간, 이주민의 아픔을, (2026 현재와는 다른) 인종차별을, 정체성의 혼란과 부재를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며, 정착하며 수많은 시간의 내적 혼란도 경험해 보았다. 물론 시인의 시집이 전부 불행과 슬픈 모든 어둠 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며, 호주의 구체적 지역의 (아픔을 겪었던, 겪고 있는) 호주 원주민(애보리진)의 역사와 식민의 상처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백인들의. 그리고 이주민들의, 척박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프로티어로서의 개척적 몸부림과, 현재로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다층적 층위와 상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시인은 정체성을 노래한다. 모든 디아스포라가 끝없이 찾는 것이 '정체성'이라고 했던가? 시인은 그곳에서 한인 디아스포라를 찾는 중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 내면의 복잡한 심리와 감정을 섬세하고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시인의 시는 내면의 갈등과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탐구하고 있다. 이는 죽음과 새로운 변화 사이에 놓은 애매하고 깊은 순간을 포착하고, 상징한다. 책 제목의 '힐 엔드'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시드니에서 북서쪽으로 278km떨어져 산과 협곡으로 둘러싸여 있는 과거 금광 도시였다가, 골드 러시가 지나간, 현재는 유령 마을로 유명한 관광 도시가 되어 있는 장소이다. 여기는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장소처럼 여겨진다. 책의 시작과 끝을 광통하는 주제와 일맥 상통하고 있다. <아웃 백 일기 7 - 힐 엔드>의 "끝내기에 딱 알맞은/ 힐 엔드"는 이동을 끝내기 좋다는 것인지, 탐구를 끝내기 좋다는 것인지, 디아스포라의 고뇌를 끝내기 좋다는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시인이 여정을-방황을 끝내고 다다라 머무르고자 하는 모국 같은 곳일지, 방황하며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머무르려는 또 다른 이방의 그 어떤 예정된(?) 곳인지, 아니면 자신을 다그치는 그런 곳인지 독자를 생각하게 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곁이란 말은 여전히 낯설고/ 엄마 지갑 속 어린 박동처럼//... 부재가 배경이 될수록/ 경계 너머 나라는 뒷걸음 친다//..." '곁'이라는 경계, 즉 완전한 '끝'도 완전한 '시작'도 아닌 애매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대한 낯섦과 거리감이 과거로 남겨 놓은 희미한 박동처럼 나와의 어떤 선으로 그어 놓은 경계를 넘어선 나라가 '나'로부터 멀어져 간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언제나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존재의 내면의 불안과 낯설음, 정체성의 모호함을 상징하고, 경계로 나아갈 수 없는 '나'의 뒷걸음은 내면의 갈등과 자기 탐색, 그리고 자신과 출발점 사이에서의 분열과 멈춤 상태를 시적으로 보여주려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눈여겨 보고 곱씹어 보았던, <끝과 시작의 곁에서>은 '개'를 감각과 감정의 매개로하여 "일생을 부지런히/ 한 걸음 한 걸음 시작한 것 같지만/ 끝이 아니었기에 마음이 멈춰버린 곳/ 곁에 다다르기 위해 주변의 모든 것이 극한에 이르렀나/ 정해진 방향은 분명하지만/ 분명한 곁은 없다//", 여기서도 '곁'은 등장하고 <힐 엔드>의 대부분의 '곁'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이 향하고자 하는 방향은 있지만, 정확하고 뚜렷한 끝이나 시작의 명확한 자리는 없는 끝이고 경계이다. "선득한 진심을 앞에 두고/ 캄캄한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다친 데 없이 가슴에 박힌 별 하나 빼는 것뿐이었을 테니까"는 중심 시어인 개에게 중요한 정서적 순간을 드러내며, 어둠(?) 속에서 고통과 불안을 안고 있는 존재가 마주해야 하는,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자기 인식이나 진실의 순간일 수 있다. (이는 내면의 복잡한 어둠과 불확실함 가운데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본질적이고 정직한 마음, 감정, 혹은 깨달음을 상징한다.) 그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이 무겁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동시에 치유와 성장의 출발점이 되는 중요한 지점이라 하겠다. 이는 <끝과 시작의 곁에서> 끝과 시작은 단순한 시간적 경계가 아니라 심리적, 철학적 전환의 지점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별'은 깊은 슬픔과 허무함 속에서 변화와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외롭고 지친 존재의 치유 여정의 첫걸음일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은 타문화 공간을 독특하게 해석하고, 이중적 정체성과 언어 혼란을 시로 풀어냄으로써 '언어의 공간, 정체성'의 복합적 교차점을 모색, 단순한 향수에서 벗어나 역사적, 문화적 트라우마를 입체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시인은 '끝과 시작의 곁'에 서서, 현실과 기억, 몸과 언어 사이에서 분열되고 연결되는 존재의 심오한 고뇌와 희망을 담아내는 시적 여행 중이다. 이 시집의 이미지는 다층적이고 시적 공간은 저변에 깔린 역사와 개인의 트라우마가 어떻게 공간 속에 새겨지는 보여준다. 이는 독자인 우리는 단순한 정서적 공간을 넘어서, 이주와 식민 의 역사, 그리고 그 속에서 빚어지는 인간 내면의 복잡한 층위를 탐색하는 문학적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사람은 그 자리의 소중함을 안다. 그러나 때로는 스스로의 힘으로 그것을 되찾지 못할 때 사람은 좌절하곤 한다. 하지만 비록 현실은 암담할지라도 언제나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자 하는 열망을 늘 내면에 품고 살아가게 된다. 정신적 디아스포라 역시 마찬가지다. 언제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 떠나려 한다. 우리는 그것이 개인적 디아스포라이든, 정치적이든, 사회적 문제이든 간에 오래전부터 다양한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갖고 아직도 고국을 향하는 애타는 마음들을 보아왔다. 언제고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싶어하는 모습들도 지켜 보아왔다. 그들 모두에게 언제고 자신들의 염원이 이루어지길 바라 본다. 아마도 그것은 인간이 모국의-엄마의 따스한 품으로 돌아가려는 회귀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자유자리뷰, #힐엔드, #김인옥, #여우난골, #202602, #시인수첩시인선, #디아스포라문학, #시드니에서전하는디아스포라의목소리, #디아스포라너머의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