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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를 해야지 생각한 건 오래 전이지만 지금까지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생각으로만 그치고 있는 ‘하고 싶은 것’들은 필사뿐이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필사’에 대한 생각이 간절하다. 이렇게 하다가는 평생 시작도 못할 것 같다는 위기감에 여러 명이 함께 필사하는 모임에 들어가려다가 바쁜 상반기에는 자신이 없어서 포기하고 하반기에 시도해 볼 참이다. 본격적인 필사는 하반기로 미뤄졌지만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새봄출판사에서 출간한 ‘필사하며 읽는 한국현대문학 시리즈’를 만나게 되었다.
내 생의 첫 필사를 도와줄 『나의 첫 필사노트 : 메밀꽃 필 무렵, 날개, 봄봄(2015,새봄출판사)』은 한국현대문학 중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과 이상의 <날개> 그리고 김유정의 <봄봄>을 수록하였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빈 공간이 보였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지금껏 수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렇게 여백이 많은 책과 마주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여백을 내 글씨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비로소 ‘필사’의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첫 글자 쓰기가 그렇게 어려울 수 없었다. 글씨체도 마음에 걸렸다. 종이에 무언가를 적는 행위는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낙서 또는 메모 수준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밀꽃 필 무렵>의 필사를 시작하면서 첫 단어 ‘여름’을 쓸 때 가장 긴장했다. 처음 느꼈던 그 긴장감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졌지만 망설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의 첫 필사노트』에 수록된 세 편의 소설은 익숙하다. 그러나 ‘필사’하면서 눈으로 읽고 손으로 되짚으면서 두 번 읽으니 느낌이 달라졌다. 처음 ‘필사’하기 전에는 대충 줄거리를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필사’ 후에는 구석구석 머릿속에 또렷하게 각인되는 단어, 문장이 많아졌다. ‘눈으로 읽는 것과 필사하며 읽는 것에 엄청난 차이가 존재(서문에서)’한다고 했던 출판사 대표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필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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