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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싱을 보았고 그 속에서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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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리던 수첩 한귀퉁이에서 조지기싱이란 이름을 발견했다. 어느 스산한 가을녘,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책이 이었던건 분명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가 버거울 정도로 아깝고 고통스런 책들이 있다. 그 많은 책들 가운데서, 마치 운명처럼 만난 단 한명의 연인처럼, 아끼고 사랑하고 감추고 싶도록 애잔한 이 책을 발견했다는건 축복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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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리던 수첩 한귀퉁이에서 조지기싱이란 이름을 발견했다. 어느 스산한 가을녘,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책이 <기싱의 고백="">이었던건 분명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가 버거울 정도로 아깝고 고통스런 책들이 있다. 그 많은 책들 가운데서, 마치 운명처럼 만난 단 한명의 연인처럼, 아끼고 사랑하고 감추고 싶도록 애잔한 이 책을 발견했다는건 축복이었다. 문득 생각했다. 150년이란 세월과 영국이란 나라, 다른 성별, 그런 사람이 어떻게 나와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동일한 취미를 가지고 있으며 동일한 인생을 살아가는지 그리고 꿈꿔가는지 도무지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치 <기싱의 고백="">은 '기싱'이 아닌 '나'로 바뀌어야 할 법한, 정말이지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원제가 <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인 이 책은, 비록 에세이적 소설일지언정 저자의 실제 고백록이라 해도 별반 차이는 없을 것이다. 밥값을 아껴가면서까지 원했던 헌책을 사거나 읽고 싶은 책은 도서관이 아닌 내 서재의 책꽃이에 있어야 한다는 지론 등은 실제 기싱의 모습이었으며 또한 내 모습이기도 했다. 사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이 있다. 그것은 눈으로는 비가시적인 모습, 쉽게 보여주거나 쉽게 이해될 수도 없는 내 안의 참된 모습이다. 그런 내 모습을 밝혀주고 함께해준 기싱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보내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만족하며 산다는 것이 기껏 체념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금지된 듯한 희망을 포기했음을 의미하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
m******0 2004.10.17.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책을 읽고난 후 나는 잃어가는 '나'를 찾아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았다!
"책을 읽고난 후 나는 잃어가는 '나'를 찾아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았다!" 내용보기
우리는 하루하루, 무심히, 늘 그렇듯이 잘 살아나간다. 하지만 신문에서 보는 여행란이나 멋진 자연이 담겨있는 사진만 봐도 설레이는 걸 보면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하고 싶은 일이 해야만 하는 일이 되면서 이건 어른이 돼가는 과정이다라고 어느정도는 포기하고 사는 내게 이 책은 내가 잊고 있었던 시간들과 꿈꾸고 싶은 시간들을 보여줬다. 대학 시절 용
"책을 읽고난 후 나는 잃어가는 '나'를 찾아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았다!" 내용보기
우리는 하루하루, 무심히, 늘 그렇듯이 잘 살아나간다. 하지만 신문에서 보는 여행란이나 멋진 자연이 담겨있는 사진만 봐도 설레이는 걸 보면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하고 싶은 일이 해야만 하는 일이 되면서 이건 어른이 돼가는 과정이다라고 어느정도는 포기하고 사는 내게 이 책은 내가 잊고 있었던 시간들과 꿈꾸고 싶은 시간들을 보여줬다. 대학 시절 용돈을 아껴가며 한권 두권 책을 사고 책에서 만나게 된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통해 책이 늘어가는 만큼 내 마음도 풍요로와 지는 것 같았다.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이루고 싶은 꿈에 반짝이는 내가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일상에 지쳐가고 있을 뿐이다. 그때 만큼은 힘들겠지만 다시 책과 함께 하면서 일상에 마모되어가는 나의 꿈을 되살리고 싶어졌다. 이 책은 또 자연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통해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선물들을 다시 생각케 한다. 아침의 맑은 공기속에서 산책을 하면서 작은 풀꽃 하나하나를 돌아보고 낙엽송의 연두빛이 여름철의 차분한 녹색으로 바뀌는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는 그 여유로움은 19세기 그 때에도 소란스럽기만 하던 도시에서 찌들었던 작가의 마음을 치료하고 나아가 삶에 대한 생각까지도 바꿔주었다. 돈을 벌고 그래야만 살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진 우리이지만 나는 너무 많은 것에 욕심을 내고 살지 않았나 싶다. 내가 조금만 욕심을 덜어내고 나의 시선을 자연으로 돌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살 수 있지 않을까. 19세기의 기싱의 고백에서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 그가 어려웠던 시절과 또 그 시절을 견뎌내고 갖게된 여유를 통해 많은 지혜를 얻게 됐다는 걸 알 수 있을것 같다. 물질에 대한 가치가 최고에 달한 지금 정신적인 것에 가치를 두고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려고 노력했던 기싱에게서 삶에 대한 다른 시각을 배울 수 있었다.

[인상깊은구절]
"인간의 삶이 일순간 동안만 지속될 뿐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라. 그리고 잘 익은 올리브 열매가 땅에 떨어지면서 자기를 있게 해준 대지를 찬양하고 자기를 맺게 해준 나무에게 감사하듯이." 내가 임종의 시간을 맞게 되면 나도 기꺼이 그렇게 생각하리라. 그런 기분은 치열한 노력을 요하겠지만 평온한 기분일 것이다. 그 기분은 공들여 다다른 무관심인간에게 이런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보다 더 낫고, 내세의 환희를 명상하며 현세의 고통을 경멸하는 종교적 황홀경보다도 더 낫다. 그러나 그 어떤 노력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다. 그것은 어떤 미지의 힘에서 흘러나오는 거싱며 인간의 영혼 위에 마치 저녁 이슬처럼 내리는 평화로움이기도 하다.
YES마니아 : 골드 j****n 2001.03.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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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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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기싱의 이 아름다운 책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사록 (私錄)"이 어쩌다 "기싱의 고백"이라는 황당한 제목이 되었단 말이냐. 오죽하면 모 친지는 이 제목을 듣자 '일본소설이야?'라고 할까나. 그저 편집자의 엄청난 센스를 탓할 밖에.   제목은 그렇다치고, 그래도 기싱의 이 책이 새로 나온 건 기쁜 일이다. 물론 출판 후 지금까지 몇년간 이 책이 화제에 오른 일도 없고, 잘 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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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기싱의 이 아름다운 책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사록 (私錄)"이 어쩌다 "기싱의 고백"이라는 황당한 제목이 되었단 말이냐. 오죽하면 모 친지는 이 제목을 듣자 '일본소설이야?'라고 할까나. 그저 편집자의 엄청난 센스를 탓할 밖에.

 

제목은 그렇다치고, 그래도 기싱의 이 책이 새로 나온 건 기쁜 일이다. 물론 출판 후 지금까지 몇년간 이 책이 화제에 오른 일도 없고, 잘 팔린 일도 없는 것 같으니 좀 아쉽긴 하다만.   

 

내용이야 아시는 대로 생활에 찌든 삶을 살고있던 '헨리'가 부유한 친구의 유산 덕으로 시골에 은퇴해서 한가롭게 지내며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펼쳐놓는 이야기. 계절에 따라 아름답게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산책하고 명상하며 자신의 내면을 충실하게 가꾸는 노신사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수상록이랄까.

  이렇게 말하면 아무것도 아닌 글이지만 이 작은 책 속에 들어있는 기싱의 개인적 추억과 사색, 책에 대한 애정, 자연에 대한 아름답고도 서정적이며 적확한 묘사 등은 정말 이 글을 맛있게 하는 요소다.  주인공 '헨리'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흥망사"를 헌책방에서 사기 위해 들였던 노력이나 황혼 무렵 "트리스트램 샌디"를 읽고 싶다는 감정은 정말 충분히 공감 가는 것이다.

 

 젊은 시절, 작은 문고판으로 이 책을 처음 접하고서 얼마나 이 책을 한 장 한 장 아끼며 맛있게 읽었는지. 나중에 '헨리'와 같은 삶을 살고싶다고 몇 번을 되뇌었는지.

  하지만 기싱은 자기가 만든 주인공 '헨리'와 같은 삶을 결코 살진 못했다.  나도 지금 그렇고(글쎄, 더 늙으면 될라나?)   기싱의 말년은 가난과 병에 시달린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본인이 책 속에서 꿈꾸었던 그 서정적이며 내적으로 충만한 전원생활은 그야말로 한갓 꿈이었으니....... 

  그럼에도 행복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을 때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아름다운 풍광을 떠올리며 황혼녘 오솔길을 산책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기뻐했으리라.

 꼭 그렇길 빈다.

 

p.s. 영문학의 기서라 하는 로랜스 스턴의 "트리스트램 샌디"를 사놓고 아직까지 다 읽지 못했다. 기싱의 책을 읽고 이 책이 국내에 출판되기를 기다리다 드디어 20여년만에 손에 넣었건만 스턴의 요설과 그 영국식 유머에 1권 중반 이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조이스의 "율리시즈'와 더불어 죽기 전에 끝장을 내야지. 그래야 죽어서 기싱을 만나더라도 한 마디  할 수 있을 텐데.  

"정말 좋은 글이에요, 기싱"

리뷰 총점 종이책
기록에의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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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기억에도 없다) 사 놓고 읽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 스페인에서 읽게 된 책이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져 있다.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겨울부터 읽기 시작했다. 어느 곳을 펼쳐 읽더라도 관계 없는 짜임, 시작부터 좋았다. 왜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가, 이전에 읽었더라면 이런 좋은 느낌을 못 받았을지도 몰랐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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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기억에도 없다) 사 놓고 읽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 스페인에서 읽게 된 책이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져 있다.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겨울부터 읽기 시작했다. 어느 곳을 펼쳐 읽더라도 관계 없는 짜임, 시작부터 좋았다. 왜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가, 이전에 읽었더라면 이런 좋은 느낌을 못 받았을지도 몰랐을 것이라고 변명했다가, 지금이라도 읽을 수 있어 참 다행이구나 하면서.

 

작가는 특별한 입장을 취한다. 자신이 직접 말하는 게 아니라 가상의 인물 '헨리'를 내세워서 그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의 수필처럼. 그래서 이런 글을 수필이라고 해야 할지,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나는 단순하게 수필로 읽기로 했다. 작가가 내세운 인물을 작가로 대치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여기지 않으니까 더 진실되게 다가온다는 느낌으로.

 

읽다가 작가의 실제 경력을 보았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 한 가지. 대학생 때 매춘부에게 빠져 그녀를 구원하려다가 퇴학을 하고 그 이후의 일생이 끝내 본인의 의지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말았던 것. 참으로 학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자신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곳곳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 오래 전 사람이지만 그저 안타까웠다. 인간에게 삶의 어느 한 지점은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는 것, 무섭고 처량했다. 이렇게 좋은 글을 써 준 사람인데.

 

영국과 영국민을 엄청 사랑하고 걱정하고 아낀다. 또 그만큼 책을 좋아하고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그 안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예찬을 하고 있는 글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작가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더욱이 그 대상이 나도 좋아하는 것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정말 가난했던 작가. 말년에 가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처지에 놓여 다행스러웠다. 그래서 그랬던가. 가난까지 추억으로 만들어 주었다. 가난해서 겪은 고통은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그때 그렇게 가난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작가.

 

더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제 새로이 출판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21
인간의 정신이 빚어내는 창작품의 가치를 시험하는 방도는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가 어떻게 판정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30
인간의 우매함에 대해 격분한다는 것은 인간이 좀 덜 우매해졌으면 하고 바라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짓이다.

 

33
날마다 세상은 더 시끄러워지고 있다. 나 한 사람만이라도 소란을 더 악화시키는 데 참여하고 싶지 않다. 내가 다른 일은 그만두고 오직 잠자코 있기만 해도, 온 세상 사람들에게는 복을 베푸는 셈이 될 것이다.

 

79
인류의 발전이 이처럼 더딘 것은 바로 세계 만방의 백성들이 우매함과 야비함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인류가 조금이나마 발전할 수 있는 것 또한 개개인이 더 나은 일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86-87
나는 죽는 날까지 책을 읽을 것이며 또 읽은 내용을 잊어버릴 것이다. 아, 책을 읽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읽은 내용을 자꾸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내가 한때 습득했던 지식을 모두 마음껏 구사할 수만 있다면 나는 나 자신을 참으로 유식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기억력을 위해서는 오래 지속되는 걱정, 동요 및 공포만큼 해로운 것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나는 읽은 내용의 몇몇 문구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끈질기게 그리고 즐겁게 책을 읽을 것이다. 내가 혹시 장래의 삶을 위해서 지식을 모으고자 하는 것일까? 사실, 읽은 내용을 잊어버린다는 사실이 이제는 고통스럽지 않다. 나는 사라지는 순간 순간의 행복감을 맛보고 있으며, 언젠가는 죽을 목숨인 한 인간으로서 그 이상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 것인가?

 

95
‘예술’이라는 말에 대해서 “삶의 묘미를 만족스럽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정의는 인간이 생각해낸 모든 형태의 예술에 적용될 수 있다. 왜냐하면 훌륭한 연극을 제작하든 아니면 나무에 한 조각의 잎을 새기든, 모든 예술가는 창작의 순간 자기 주변 세계의 특정한 양상을 최고로 향유함으로써 감동과 영감의 고취를 받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향유 자체는 다른 사람들이 체험하는 것보다 더 강렬한 것이며, 희귀한 생명력이 넘치는 정서를 듣거나 볼 수 있는 형태로 담아내는 능력-우리는 어떻게 예술가들이 그런 능력을 갖게 되는지를 모른다-에 의해 향유는 강화되고 또 확장된다.

 

100
우리는 즐거움을 위해서 그리고 위안과 강건함을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다.

 

135-136
사람이 함께 산다는 것은 그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니, 아무리 일시적으로나마, 심지어 가장 좋은 조건 아래서도, 사람들이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그늘을 짓지 않고 지낸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람들이든 둘이서 우연한 접촉 이상으로 사귀게 될 경우에는 으레 취미와 습관의 차이라든가 각자의 편견에 의한 갈등이라든가, 그리고 같은 말이지만 의견의 엇갈림 등이 드러나기 마련임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한두 시간 지나도록 함께 잘 지내고 있는 듯이 보일 경우에도 사실은 얼마나 많은 자기 억제가 은연중에 작용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동료들과 평화롭게 지내도록 창조되지 못했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자기 주장만 하고 흔히 공격적이며, 자기에게 낯설어 보이는 특성에 대해서는 다소 적대적인 비판을 가하기 마련이다. 인간에게는 깊은 애정을 베풀 능력이 있지만 이 능력도 간혹 그의 타고난 경쟁심을 조절하고 그것이 겉으로 표현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을 뿐이다. 가장 넓고 순수한 의미에서의 사랑마저도 인간의 천성에 내재하는 폭발할 듯한 분노와 신경질을 막아내지는 못한다. 그러니 습관의 강력한 연대라도 있어야지 그것마저 없다면 사랑인들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152
실제로는 아주 평범한 즐거움이었거나 혹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크게 훼손된 즐거움에 불과했던 것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돌아보면 짜릿한 즐거움이나 깊고도 고요한 행복으로 비치는 법이다.

 

154
우리 주변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같은 초원에 가서 나란히 선다고 해도, 내 눈은 여러분의 눈이 바라보고 있는 것을 결코 보지 못할 것이며 내 마음은 여러분이 느끼는 감동을 결코 느끼지 못할 것이다.

 

215
우리가 아무리 오래 살아도 우리 지식은 늘 불완전할 것이고, 책장을 넘길 힘과 책 읽을 마음이 남아 있는 한 늘 우리 지식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218-219
이 세상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각각 자기네 시인을 즐겨 읽도록 하자. 시인이야말로 그 나라 자체이고, 그 나라의 모든 위대함이요 감미로움이며, 다른 나라에서는 전수할 수 없는 유산이어서 사람들은 그 유산을 위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233-234
일부러 사색하려고 노력한다 해서 인간이 슬기로워지는 것이 아님은 확실하다. 삶과 관계되는 진실들은 애를 쓴다고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어떤 은혜로운 힘이 영혼을 감동시킴으로써 어떤 정서를 환기하면, 그 경위는 알 수 없으나, 우리의 마음이 그 정서를 사상으로 바꾸어놓는다. 이런 일은 감각이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순간, 즉 자신의 전 존재를 차분한 사색에 내맡길 때에 한해서 일어날 수 있다.

 

239
인간은 젊은 시절에 원하던 것을 노년기에 실컷 누린다.

 

256-257
체험이라는 이름의 매질을 당하지 않고도 분별력을 갖추게 된 사람들을 나는 얼마나 부러워하는가! 그런 사람들이 드물지 않게 있는 듯하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삶의 여러 가능성 속에서 이해득실만 냉혹하게 따지는 사람이 아니요, 많은 사람들의 왕래로 안전하게 다져진 길을 걸으면서 한번쯤 대담하게 그 길을 벗어나 볼 만큼의 상상력을 갖추고 있지도 못한 노력형의 바보도 아니다. 오히려 내가 말하는 사람은 명석하고 도량이 넓은 사람들로서 늘 상식을 따르는 듯하고, 삶의 단계를 꾸준히 거쳐 나가면서 늘 올바르고 분별 있게 행동하고, 변덕 부리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나아가면서도 남의 존경을 받고,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보다 오히려 남을 도우며 살고, 또 그 모든 과정을 통해서 늘 착하고 신중하고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나는 참으로 부러워한다.

 

263
우리는 우리의 운명이 어떠하든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뿐 아니라 환희와 찬양 속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이 세상에 말(馬)이며 포도덩굴이 있게 한 바로 그 이치 때문에 존재하면서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할당받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만물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한 만큼, 그 원리에 따라 우리 자신을 인도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인간의 의지가 환경을 지배하기엔 무력하지만 영혼의 습성은 자유로이 정할 수 있다. 인간의 첫 임무는 자기훈련이고, 그것에 상응하는 최초의 특전은 삶의 법칙을 타고나면서부터 알고 있다는 것이다.

 

324
어떤 일에 홀딱 빠지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엄습해 올 때 겁 없이 약간의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다.

 

325
가난은 남을 관대하게 대할 권리를 우리에게 전혀 남기지 않는다.

 

408
나로서는 자기 중심적으로 처신하는 것이 하나의 미덕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아도, 세상에 대한 걱정을 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 살고 있을 때 나는 더 보람 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 된다.

 

413
세월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삶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414
중년기가 지나고 나면 우리는 별로 배우는 것이 없고 또 별로 기대하지도 않는다. 오늘은 어제와 비슷하고 다가올 내일과도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한 시간 한 시간 구별하기조차 어려워지고 그나마 그 시간의 흐름을 지체시키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마음이나 몸으로 느끼는 고통뿐이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 보시라. 그러면 하루가 마치 한순간처럼 휙 지나가리라.  

기싱의 고백

 



YES마니아 : 로얄 j***6 2014.01.25. 신고 공감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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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라이크로포트 수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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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어느 덧 ‘봄’을 향해 질주한다. 거리에 불어오는 가녀린 봄바람은 벌써 공기의 질을 바꾸어 놓았다. 이따금씩 돌아보는 산위의 헐벗은 숲과 풀잎은 연약한 초록을 걷어 올리고 사람들의 마음도 봄날처럼 따뜻하다. 늘 그렇지만 산다는 것은, 견디는 것이다. 아니 견뎌 나가는 것이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가난한 작가는 늘 배고프다. 궁핍과 빈곤 때문에 언제나 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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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은 어느 덧 ‘봄’을 향해 질주한다. 거리에 불어오는 가녀린 봄바람은 벌써 공기의 질을 바꾸어 놓았다. 이따금씩 돌아보는 산위의 헐벗은 숲과 풀잎은 연약한 초록을 걷어 올리고 사람들의 마음도 봄날처럼 따뜻하다. 늘 그렇지만 산다는 것은, 견디는 것이다. 아니 견뎌 나가는 것이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가난한 작가는 늘 배고프다. 궁핍과 빈곤 때문에 언제나 퀭한 눈과 허약한 몸을 이끌고 런던 거리를 헤매었다. 먹고 살기 위한 처절한 형편은 매문(賣文)을 강요했고 작가는 날마다 끙끙거리며 최선을 다해 문맥을 이어 나갔다.

 늘 쪼들리며 사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살 수 있을 뿐이다. 도덕적 선을 베푸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물질적 궁핍 상태에서는 그런 선을 베풀 수 있는 여지나 희망이 별로 없다. ~~~중략~~~ 가난은 남을 관대하게 대할 권리를 우리에게 전혀 남기지 않는다. ~~~중략~~~ 하지만 욕망은 줄이고 욕망을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돈보다 약간 더 많은 돈을 가진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일까! 325~326p

  살아가는 형편은 초라하지만 계절 따라 변하는 자연(自然)의 모든 것들을 사랑했던 주인공이 미묘한 변화를 놓칠리 없다. 숲과 안개와 꽃들 속에서 강물과 계곡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안온(安穩)하면서도 부드럽게 빛난다. 

 오전 내내 공기는 불길한 정적 속에 사로잡혀 있었다. ~~~중략~~~ 언덕에서 불어오는 숨결은 부드러웠고, 천천히 떠도는 구름 사이로 맑은 하늘이 파랗게 빛나며 봄을 기약하고 있는 듯했다. 어둠이 들 무렵 난롯가에서 빈둥거리며 나는 밝고 따뜻한 날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중략~~~ 이게 블라이스 강 계곡이 아닌가. 햇볕으로 더워진 갈색 하상(河床) 위로 강물이 잔물결을 이루며 넘실거린다. 강둑에서는 녹색 깃발들이 나부끼며 펄럭이고 주위 풀밭에서는 온통 순금빛의 미나리아재비 꽃이 빛난다. 400~401p

  산업혁명 이후의 중상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판치던 당시 사회를 정면에서 비판하고 영국인들의 도덕적 타락을 경고했던 기싱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비관적 성찰을 통해 삶의 본질을 꿰뚫는 주옥같은 글들을 썼다. 그러나 그는 너무 가난했고 불운했다. 항상 다락방과 지하실방에서 굳어버린 시체처럼 나뒹굴어야 했다.

  주인공(조지 기싱의 분신인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고백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 아픈 독백을 들을 수 있다. 주머니속의 돈을 만지작거리며 책을 살 것인가, 요기를 할 것인가를 놓고 적지 않은 시간을 고민하던 그는, 결국 책을 사지만 저녁은 굳어 버린 빵으로 때워야만 했던 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아끼던 책 한 권을 고서점에 팔고 받은 얼마간의 돈, 그 돈 만큼 더 가난해졌음을 고백하는 문장을 읽으면서 어찌 감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만물을 지배하는 보편적 섭리가 각 개체에게 보내는 것이 그 개체를 위해서는 최선의 것이다. 그리고 그 섭리가 그것을 보내는 시기 또한 최선의 시기다.” 이것은 필연성에 대한 낙관론이고, 아마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지혜일 것이다. “기꺼이 그리고 자유로이 굴종할 수 있는 것도 오직 이성적인 창조물에게만 허용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이 고귀한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고 있음을 나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구절은 내 귀에 노래소리처럼 들리고, 마치 저기 떨어지고 있는 가을 해처럼 부드러운 광휘로 삶을 비춘다.

 “인간의 삶이 일순간 동안만 지속될 뿐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라. 그리고 온유하고 흡족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나라. 마치 잘 익은 올리브 열매가 땅에 떨어지면서 자기를 있게 해준 대지를 찬양하고 자기를 맺게 해준 나무에게 감사하듯이.” 내가 임종의 시간을 맞게 되면 나도 기꺼이 그렇게 생각하리라. 그런 기분은 치열한 노력을 요하겠지만 평온한 기분일 것이다. 그 기분은 공들여 다다른 무관심인간에게 이런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 보다 더 낫고, 내세의 환희를 명상하며 현세의 고통을 경멸하는 종교적 황홀경보다도 더 낫다. 그러나 그 어떤 노력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다. 그것은 어떤 미지의 힘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며 인간의 영혼 위에 마치 저녁 이슬처럼 내리는 평화로움이기도 하다. 266~268p

  런던 서던헤이의 거리를 지나가다 어느 저택 아래층에서 새어나오는 쇼팽의 ‘야상곡’에 걸음을 멈춰선 채 듣는 주인공의 내면은 환희로 가득했고 황홀경에 젖어 전율했다. 얼마나 들어보고 싶던 ‘야상곡’이었던가? 피아노 소리가 멎자 그는 기다렸다. 또 한 곡을 듣고 싶어……

  이 책은 19C 말의 영국 작가였던 조지 기싱이 ‘헨리 라이크로프트’란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짧게 쓴 100여 편의 글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로 묶어 출판한 책이다. 딱히 계절에 어울리는 글을 쓴게 아니라 소설 쓰듯(실제로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를 비롯한 유수의 출판사에서 펴낸 문학사전에서는 이 책을 소설로 분류한단다.) 7주에 걸쳐 잡지에 연재한 글을 1903년 1월에 단행본으로 묶어 출판했다.

  조지 기싱의 또 다른 자아인 ‘헨리 라이크로프트’를 내세워 자신의 자전적인 얘기를 풀어나간 이 책은 우선 문장이 너무 아름답고 감미롭다. 한 편의 시(詩)를 감상하듯 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탐독할 만한 책이다. 신화와 고전, 당대의 지식을 아우르는 해박함을 바탕으로 풍경화를 그리듯 아름답게 채색해 놓았다. 더군다나 번역이 너무 잘 되었다. 지금까지 읽어 보았던 생경스런 글투의 번역서적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이국적이면서 한국화된 문장을 읽는 행복은 아무 책에서나 누리는 것이 아니다. 정말 읽는 내내 한국인이 쓴 책을 읽는 듯 감미로웠다. 물론 몇 편의 글에선 이 작가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지만(196p의 글 같은 경우) 100년 전의 시대가 아닌가? 정말 번역이 너무 잘 되었다.(대학의 교양영어 교재로 사용한다고 한다.) 

  장래의 고전학자(古典學者)로 촉망받던 조지 기싱은 매우 평판 나쁜 매춘녀에게 매혹당한 나머지 그녀를 구원하기 위해 사소한 절도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갇힌다. 이 일로 맨체스터(당시는 오웬스) 대학을 퇴학당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한 평생 가난을 등에 지고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글 쓰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런던으로 돌아 온 그는 두 번의 결혼을 하지만 모두 실패로 끝나고, 겨우 몇 권의 책을 자비출판 했을 뿐 상업적 성공도 거두지 못했다. 1897년(40세) 유럽으로 건너와 작품 활동을 하던 중 자신의 작품을 불어로 번역하길 원했던 가브리엘 플뢰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1899년(42세) 동거를 시작한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몇 년의 세월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책을 출판한 그 해(1903년; 46세) 12월 28일 사망했다. 그는 21권의 책을 출판했고 사후에 2권의 소설이 더 나왔다.
 

 

리뷰 총점 종이책
어느 괴팍한 고립주의자의 예찬, 회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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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들고 책장을 넘기는 순간,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19세기 말 영국 어느 한적한 시골의 소박한 저택, 서재 안 벽난로 곁으로 옮겨 간다. 그리고 지독한 개인주의자이면서 시대착오적 보수주의자이고, 심미적 예찬론자이면서 동시대에 대한 비관적 비판론자인 기싱의 나직한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게 된다. 헨리 라이크로포트라는 은퇴한 지식인의 입을 통해 기싱은 자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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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들고 책장을 넘기는 순간,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19세기 말 영국 어느 한적한 시골의 소박한 저택, 서재 안 벽난로 곁으로 옮겨 간다. 그리고 지독한 개인주의자이면서 시대착오적 보수주의자이고, 심미적 예찬론자이면서 동시대에 대한 비관적 비판론자인 기싱의 나직한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게 된다. 헨리 라이크로포트라는 은퇴한 지식인의 입을 통해 기싱은 자연에 대한 예찬, 책과 문학에 대한 사랑, 영국의 미래에 대한 비판과 비관, 젊은 날 문필업에 종사했을 때의 고난과 가난, 그런 것들을 우리에게 얘기한다. 그의 얘기를 따라 그의 서재에서 데번의 산책길로, 런던으로, 이탈리아로 옮겨가다 보면 젊은 날 갖은 고생을 하다가 기대하지 않은 우연으로 은퇴 생활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날 문필업에 종사하면서 겪은 그의 고생담을 듣고 있노라면, 정리해고다 구조조정이다 하는 험악한 시대에 헉헉대며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화이트 칼라의 모습이 그 위에 겹쳐진다. 그래도 그 시대에는 지식인으로서의 긍지라도 있었지, 지금의 화이트 칼라에게는 엄준한 밥벌이의 노고만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과의 인연이 40년이 넘었다는, 스스로 이 책의 애독자기도 한 역자에 의해서 번역되어 참으로 잘 나온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관심있으신 분들의 일독을 감히 권해 본다.

[인상깊은구절]
책을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포장지를 젖히고 책의 장정을 처음으로 보게 될 때의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처음으로 코에 와 닿는 책들의 냄새! 처음 눈에 번쩍이는 표지의 금박 제목! 반평생 동안 제명을 알고 있었는데도 아직껏 본 적이 없던 작품이 내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나는 경외심을 가지고 책을 집어들고는 살며시 펼쳐 본다. 목차의 장별 제목을 훑어보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책읽기의 즐거움을 예상할 때면 흥분되어 내 눈은 침침해진다. [예수를 본받아서]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나보다 더 절실히 느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나는 어디서나 안식을 찾아보았지만, 책을 들고 한쪽 구석에 앉아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아무 곳에도 없었다."
YES마니아 : 로얄 s******i 2003.12.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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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책에 둘러싸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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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고 경쟁적인 사회에서 완전히 물러나서 사랑하는 자연과 책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삶, 이 책의 주인공이 누리는 삶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마 꿈-이룰 수 없어서 그립거나, 아니면 시시하고 바보 같이 여겨지는-일 것이다. 마음껏 좋아하는 책들에 둘러싸여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주인공은 완전히 매력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늙고 지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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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고 경쟁적인 사회에서 완전히 물러나서 사랑하는 자연과 책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삶, 이 책의 주인공이 누리는 삶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마 꿈-이룰 수 없어서 그립거나, 아니면 시시하고 바보 같이 여겨지는-일 것이다. 마음껏 좋아하는 책들에 둘러싸여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주인공은 완전히 매력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늙고 지쳤고, 무엇보다 아무 의문없이 계급과 성에 대한 편견을-귀족계급의 덕성을 들먹이거나 영국의 소녀들은 다른 교육보다는 빵 굽는 교육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말을 태연히 하고 있다-읊조릴 때는 다소 화가 날 정도였다(100년 전 사람이니 이해하자 할 수 밖에). 그러나 그에게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책에 대한 절절한 사랑의 고백이었다. 책을 사기 위해 한 끼 식사를 포기하거나, 등에 책을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먼 거리를 왕복하던 과거의 일화를 얘기하고 있을 때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현재 주문한 책의 포장을 뜯으면서 들떠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가 시대를 앞선 선각자가 못 되었다는 사실을 용서하고도 남게 만든다. 돈은 책을 사기 위해 필요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그의 말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인상깊은구절]
책꽂이에 꽉 차 있는 다른 많은 책들도 각각 이런 사연이 있다. 책을 뽑아 들 때면 그것을 사려고 싸우다시피 했던 일이라든가 읽으며 뿌듯했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시에 돈은 책을 사기 위해서나 필요한 것이었을 뿐 다른 아무것도, 즉 내가 생각하고 싶은 그 어느것도 의미하지 않았다. 내가 간절히 필요로 했던 책이 있고, 그런 책을 갖는 것은 육체적 영양분은 섭취하는 것보다 더 필요했다. 물론 그런 책을 대영박물관에 가서 읽을 수는 있다. 그러나 도서관 책을 읽는 것은 내가 사서 책꽂이에 꽂아 두고 읽는 것과 아른 법이다. 이따금 나는 꼴사납게 누더기가 된 책을 사기도 했으며, 그 책에 누군가가 바보 같은 소기를 끄적여서 더럽혀 놓았거나 책장이 찢어지고 얼룩지기도 했지만 그런 것을 상관하지 않았다. 빌려온 책보다는 헐어빠진 것이나마 내 책을 읽는 편이 더 즐거웠다.
t*****a 2001.06.2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한 장 한 장 읽기가 아까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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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사는게 힘들어져서 누군가의 고백이나 수상록 같은 책들에 손이 가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어찌어찌 알게 된 기싱의 고백이란 책은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시골 마을에서 야생화의 이름을 알아가며 즐거워하고 행복하는 삶, 한 구석에 앉아 책 한권을 읽으며 그 속에서 위안을 느끼는 은퇴한 노 작가의 아름다운 삶이 그려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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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사는게 힘들어져서 누군가의 고백이나 수상록 같은 책들에 손이 가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어찌어찌 알게 된 기싱의 고백이란 책은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시골 마을에서 야생화의 이름을 알아가며 즐거워하고 행복하는 삶, 한 구석에 앉아 책 한권을 읽으며 그 속에서 위안을 느끼는 은퇴한 노 작가의 아름다운 삶이 그려진 책입니다. 그렇다고 그의 책이 그저 유유자적하는 한갓진 전원시풍은 아닙니다. 그의 생각과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곁들여져 있어 책의 무게를 더해줍니다. 한 장 한 장 읽어가는 것이 아까운 책입니다.
e****t 2001.10.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