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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보다 이별 이야기가 더 끈질기다. 이별의 순간은 '잘 지내' '행복해'라는 인사로 끝나지만 이별의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온전히 스스로 끝내야 하는 이야기인지라 그 끝은 한없이 늘어진다. 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이야기의 특징을 시작과 끝이 명확한 점이라고 꼽았다. 그렇다면 시작됐으나 끝을 모르는 내 이별은 아직 이야기가 되지 못한 무엇이니, 이승과 저승 사이를 떠다니는 유령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 이별은 하나이나 이별 이야기는 두 개다. 나와 그녀의 것은 다를테고, 내 것도 갈무리하지 못한 채로 오늘 같은 저녁이면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알아봐야 소용없는 것이 궁금한 이유는 끝내 버리지 못한 미련 탓이려나. -p, 170
겨울에 읽고 글귀만 정리해서 저장해둔 글을 불러냈다. 이 책에 대해 소개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오랜만에 어떠한 책이든 상관없이, 아무 책이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적고 싶어진게 이유, 그럴땐 보통 일상 사진들을 붙여 이야기하곤 하는데 붙일 일상 사진이 없다.... 《파리 로망스》를 추천받아 읽었을 그 당시엔,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나서 별 감흥이 없어 당장 이런저런 이야기를 내뱉지 못했었다. 마음에 쏙 드는 책, 읽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적고싶어지는 책, 아니면 정 반대로 아주 마음에 안들어서 불만을 쏟아낼 수 있는 책보다 이렇게 별 감흥이 없는 책은 여전히 어렵다. 특히 읽은 책은 모조리 다 기록해두어야 직성에 풀리는 나같은 사람에겐 더더욱.
요즘은 개인의 취향에 따르기 보다는 책도 유행에 따라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안좋다. 한 권의 책이 유행하면 소위 '인스타그램의 피드'에는 그 유행하는 책의 사진이 넘쳐나는 걸 자주 목격한다. 추천받아 읽은 책이었지만, 이 책도 유행을 탔던 책이었다. 너도나도 괜찮다길래 읽은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감흥이 없었던건 어쩌면 이 책은 내 마음 속 유행에는 맞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고, 내 감정이 이 책의 감성을 받아들이기엔 퍽퍽해져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별보다 이별 이야기가 더 끈질기다. 이별의 순간은 '잘 지내' '행복해'라는 인사로 끝나지만 이별의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온전히 스스로 끝내야 하는 이야기인지라 그 끝은 한없이 늘어진다. 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이야기의 특징을 시작과 끝이 명확한 점이라고 꼽았다. 그렇다면 시작됐으나 끝을 모르는 내 이별은 아직 이야기가 되지 못한 무엇이니, 이승과 저승 사이를 떠다니는 유령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 이별은 하나이나 이별 이야기는 두 개다. 나와 그녀의 것은 다를테고, 내 것도 갈무리하지 못한 채로 오늘 같은 저녁이면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알아봐야 소용없는 것이 궁금한 이유는 끝내 버리지 못한 미련 탓이려나. -p, 170 다만, 이 부분엔 마음이 많이 끌리더라. 많은 사랑을 해본건 아니지만, '사랑을 했던 순간들보다는 그 사람들과의 이별 후에 내 모습이 더 기억에 남아있는게 이런 이유였구나..' 했다. 나는 '온전히 스스로 끝내야 하는 이야기'를 단호하게 끊어내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내 이별 이야기는 끈질긴거구나. 내 이별 이야기는 내가 하도 곱씹고 또 곱씹어서 외울 정도인데 상대방의 이별 이야기는 어떤지 궁금해질때도 가끔 있고, 그렇다고 막상 그 이야기를 알려주겠다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 이야기를 알고싶진 않을 것 같다. 아닌가? 은근 말해주기를 기대하려나. "난 정말 듣기 싫었는데 그쪽이 말해주니 어쩔 수 없이 듣는거예요." 하며. 결론은! 요즘은 이런 이별 이야기보다는, 힘든 에피소드도 생기지만 그럼에도 일상을 부지런하게, 스스로 부여한 가치대로 즐겁게 살아내는 이야기들을 보는게 좋다. 그런 의미에서 곧 내 품에 안기게 될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이 많이많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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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파리는 청춘의 10여 년을 보낸 집이었으나, 우리에게 파리는 완성하지 못한 문장이었다. 마침표를 찍지 못한 행복이 낭만romance이다. 그녀와의 이별을 끝내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프롤로그 중)
?우리는 왜 헤어졌을까? 사랑에 빠진 우리는 섬에 유배된 듯 은밀했다. 말을 마친 그녀는 빈 물 잔에 시선을 고정했고, 나는 그녀의 싱싱한 속눈썹을 노려보았다. 나는 긴 침묵으로 대답했고, 그녀는 청량한 식물 향을 남기고 떠났다. 주변의 시선이 그녀의 뒷모습을 좇았다. 출입문이 열렸다 닫혔고, 그 사이 밀려든 한여름의 소음은 눅눅했다. 그녀가 마셨던 커피 잔 주위에는 물이 흥건했다. 검지 끝으로 건드렸다. 차가웠다. 이별은 현실이었으나 실감나지 않았다. 안경을 바꾸고, 여름용 신발 한 켤레를 샀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차도 팔았다. 일상에 완벽하게 무책임해짐으로써 나에게 벌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연애 1주년 기념으로 함께 가자고 약속했던 파리에 혼자 가기로 결심했다. 내 청춘의 10년을 보냈던 그곳은 서울에서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도시였다. 만약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언젠가 함께 파리에 갈 수 있었을까?
?함께 늙어가지 못한다 이별이란 함께했던 과거가 아닌, 함께하지 못할 미래의 상실이다. 며칠 전 일이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찾다가 방금 전 뒤 칸에서 본 할머니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떻게 나보다 빨리 왔지? 순간 이동이라도 한 건가? 정말 이상했다. 내가 착각했나? 하지만 할머니를 관찰할수록 분명 조금 전에 내가 본 그 할머니가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순간, 서늘하니 무서웠다. 몇 정거장 후, 할머니가 내리기에 따라 내렸다. 할머니는 뒤 칸에서 내린 할아버지와 나란히 걸어갔다. 키가 비슷한 그들은 적어도 50년쯤은 함께 산 부부처럼 보였다. 그들은 다르게 생겼으나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그 분위기 때문에 그들을 같은 사람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저들이 그렇게 되기까지 함께 건너온 시간이 부러웠다. 그날 밤, 침대 모퉁이에 앉아 양말을 벗는데 눈물이 났다. 텔레비전은 켜두었다.
?마음의 가시 그 아이가 내 가슴에 피었다 진 자리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오늘은 그늘로만 다녔다. 왜 나는 그 아이를 만났을까. 예쁜 외모와 독특한 성격도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이는 내게 여자 이상의 존재였다. (........) 내 앞에서 크리스틴은 언제나 크리스틴답게 말하고행동했다. 나는 그녀의 대나무 숲이었고, 가능하다면 그 무엇으로도 대체되지 않는 아름다운 대나무 숲이 되고 싶었다. 그냥 밋밋하게 살아지는 대로 살던 내게 처음으로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 왜 나는 그 아이와 사귀었을까, 라는 질문의 답은 내가 처한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달라졌으나, 그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녀는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대한 첫 사람이었고 비로소 나는 나를 직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내 삶의 이유이자 근거였다.
선물은 독을 품는다 바람이 물을 건너가는 모습이 물결이다. 사랑이 시간을 견뎌내고 남은 모습이 추억이다. 그날 호숫가에서 크리스틴이 내게 안겼을 때, 그녀의 몸은 평소와 다른 냄새를 풍겼다. 비릿하면서도 달콤했던 그 냄새는 저 멀리 어딘가에서 그녀의 몸을 통해 내게 흘러온 듯 아득했다. 그날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머니에 넣어 와 책상에 두었다. 밤이면 돌 속으로 그날 밤이 흘렀고, 근원을 알 수 없는 냄새가 방안에 가득했다. 그 아이와 지나왔던 시간의 향기는 결국 추억의 맛이다. 지금 기억하는 그 아이의 향들이 사라진다면 나는 그 아이와의 추억을 모두 잊게 될까.
?왜 내게 프로포즈 안 해? 그녀가 몹시 미웠고, 미치게 그리웠다.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한 나이와 세상에 더 이상 기대를 품지 않는 나이에 우린 만났다. 나이로 사랑하지 않고 사랑을 나이게 묶어두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연애를 꿈꾸는 나이와 그런 사랑은 없다고 믿은 나이에 만났지만 그것이 문제였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나이 차를 핑계로 나는 자꾸만 뒤로 물러섰다. 우리는 왜 헤어졌을까? 도무지 그 이유를 몰라서 답답했다. 전화를 걸어 묻고 싶었다. (.......) 내가 더 잘해주지 못했고, 내가 더 사랑해주지 않았고, 내가 더 아껴주지 못해서 우리는 헤어진 것이어야 했다. 내 그릇이 작아서 그 아이를 제대로 품지 못했고, 사랑하는 여자를 제대로 사랑할 줄 몰랐다. 자신에게 무자비하게 정직할 용기가 있다면, 문제의 답은 쉽게 찾아지는 법이다.
?사랑의 고통이 두렵다면 나는 그 아이를 생각하고 생각했다. 내겐 생각이 그리움이다. -미안해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그 말은 참담하다. 그 말은 더이상 우리가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키기 때문이다. 눈물이 끝까지 차올라, 나는 필사적으로 어떤 표정을 지어야 속마음을 들키지 않을까 초조했다. (.......) -아저씨, 나 밉지? -응. -그래도 내 곁에 있어줘. 대답하지 못했다. 크리스틴의 말은 모순되었으나 내게는 그 모순을 거절할 힘이 없었다. ‘나도 너 미워. 그래도 내 곁에 있어줘.’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나중에 후회할까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더 이상 나는 그 아이의 일상을 물을 수 없었다.
?너를 파리에 묻는다 사랑으로 행복했고 이별로 성장한다. 그녀와의 이별로 나는 사랑이 감정놀음이 아니라, 나를 가장 밑바닥부터 뒤흔들어 깨우는 경험임을 깨달았다. 사랑은 행복과 불행, 만족과 불만족, 기쁨과 슬픔 등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총체적인 ‘무엇’이었다. 나라는 존재가 만들어지기 전에 인류가 몸에서 몸으로 전달해온 원초적인 감정의 질감과도 같았다. 나는 크리스틴을 사랑했었다. 많은 생각들과 여운을 남겨준 책. 가슴 먹먹한 이별 얘기를 예쁘게 이별이란 포장으로 꾹꾹 담아 그래서 더 마음 아픈 책. 나도 누군가에게는 크리스틴같은 존재였을테니. 공감이 많이 갔던 책. 감정이입이 되어 우울해져 손이 자주 가지는 못했던 책. 노란이 빈 공간 @ 네이버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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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지 중에 하나가 파리 였는데 그 후 파리에 대해서 한껏 너그러워지고 관심 많아지고 다녀왔음에도 더욱 더 환상을 품게 된 나는!!! 파리하면 일단 설레고 마는데... 그래서 이번에 도서 구입 목록에도 파리가 들어간 책이 두 권이나!!! 어떤 책일지... 굉장히 기대가 된다. 사랑해요 파리. 사랑해요 에펠탑!! 남들ㅇ ㅣ다 에펠탑을 칭송할 때 나는 너무 발해가 되어서 기대가 안 된다고 햇는데 내 오산이었어 에펠탑은 진짜 그 존재만으로 가슴이 심쿵해요 사랑해요 에펠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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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로 이별여행을 떠난 이야기가 있다. 헤어짐에 그녀를 잊기 위해 떠난 남자의 파리여행기.
윤진서의 <파리 빌라>와는 다르게 여기선 주인공이 확실하다. 글쓴이 '이동섭'자신의 이야기!
잊기위함의 여행보다는 이별의 끝을 위한 여행...
남자의 이야기 이면서... <파리 빌라>만큼의 몰입은 없었다.
비슷한 이야기를 연달아 읽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미 마음속 상처가 치유됐기에 덤덤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사랑'... 그리고 '이별'...
사랑으로 행복했고 이별로 성장했다는 남자의 고백...
남자의 이별과 여자의 이별...
이동섭의 글이 담담한건 아마도 남자의 이야기 이기에... 궁굼함도... 공감도 없었다...
새벽에 푹빠졌던 생각들은 이미 정리가 되었고. '사랑'이란 역시 다시한번 그 감정을 느끼기 전까지는 새로움이란 없으며... '사랑'또한 관계속에 이어가는 것이기에... 어떤 사람과 함께하느냐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는 것을 이젠 안다...
그럼에도 <파리 빌라>는 '그녀'의 이야기 였기에 잠시나마 궁굼했고, 잠깐이나마 기억들을 돌아보며 추억으로 남겼지만...
'나'의 이별은 '이동섭'의 이별과는 다르기에 그의 문장들이 담담하게 지나 갔다.
파리 로망스는... '이동섭'자신을 위한 로망스... 스스로 이별했음을 확인하기 위한 그만의 방법... 아마도 그가 사랑 했던 그녀만이 이 글을 읽고선 조금이나마 생각했을 것 같다.
이별이란 함께 하지 못할 미래의 상실이란말이 남는다...
만남이란... 함께할 미래의 획득이려나?.ㅎㅎㅎ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지... 시간이 더 지나다 보면 죽는 순간까지 함께할 누군가를 만나게 되겠지.
그때가 되면 '사랑'을 알 수 있게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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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로망스
'이별'은 하나지만 '이별 이야기'는 둘이다. '우리는 왜 헤어졌을까'라는 부제를 달고 한 남자가 이별 후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이별 여행 글이다. 사랑했던 추억들 그리고 이별 후에 뒤따르는 감정들과 다시 재해석되는 감정들.
확실히 저자 이동섭의 글을 보면 그만의 분위기, 문체가 느껴진다. 책을 읽다보면 중간중간 들어가있는 타 도서들의 인용구들이 몇몇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문구들이 좋았다. 이틀테면, 본문 중 언급되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일부가 그것이다. '우리가 알았던 장소들은 단지 우리가 편의상 배치한 공간의 세계에만 속하지 않는다. 그 장소들은 당시 우리 삶을 이루었던 여러 인접한 인상들 가운데 가느다란 한 편린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에 대한 추억은 어느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다. 아! 집도 길도 거리도 세월처럼 덧없다.' 이렇게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타 도서들의 인용구가 희한하게도 이 저자의 문체와 잘 어우러지고 비슷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이 저자가 이런 류의 글을 좋아하고 또 쓰고싶어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솔직히 저자의 감정, 추억 이야기를 떠나 한참 어린 상대와의 사랑이야기 라는 팩트는 변하지 않으므로, 그 점에 대해 반감을 사고 읽었을 독자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찍힌 필름에 다시 찍은 사진들 같이 독특한 사진들이나 그에 어울리는 그만의 어투에 한번 쯤은 가볍게 읽기에는 괜찮은 '로망스' 도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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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그중에서도 파리는 전세계 여행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곳이다. 낭만과 예술의 도시로 여겨지는 파리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 더 잘 어울릴것 같은데 흥미롭게도 『파리 로망스』는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욱이 두 남녀가 파리에서 이별하는 것이 아니라 한 여자와 이별한 한 남자가 파리에 가서 ‘우리는 왜 헤어졌을까?(1부)’라는 의문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모든 사랑이 아름답지 않은것처럼 모든 이별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함께 사랑했지만 이별할 때 서로의 마음이 같아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보다는 어느 한 사람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로 끝나는 사랑이 대부분이니 이별을 통보받은 인물은 자신이 왜 이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때로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혼자 그 아픔을 감당해내야 하는데 이 책속의 한 남자 역시도 그러하다.
남자는 파리에서 10년 동안 예술을 공부하다 한국에 와서 일하다가 주변인의 부탁으로 그녀의 딸의 문학 수업을 개인지도 하게 된다. 외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남자보다 16살이 어렸고, 지나치게 당돌하고 또 지나치게 아름답고 매력적이였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남자는 그녀를 통해서 세상에 다시 없을 행복을 느끼지만 동시에 한편으로는 불안해 한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자신을 크리스틴이라 불러달라는 그녀와 자신만의 크리스틴을 갖게 된 남자.
둘은 연애 1주년을 기념해서 파리를 가자고 약속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도 전에 둘은 헤어진다. 그리고 남자는 홀로 파리에 와서 그녀가 왜 자신에게 헤어지자고 했는지를 생각한다. 파리의 풍경에서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결국 그가 깨달은 이유는 크리스틴이 보여주는 사랑에 자신은 솔직하지 못했고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순간부터 남자는 그녀와의 이별을 염두에 두었고 자신이 덜 상처받고자 그녀와의 거리를 둔 채 온전히 사랑하지 않았고 그런 관계에 크리스틴은 스스로 지쳐갔던 것이다.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이별이 두려워 더 많이, 더 솔직히 사랑하지 못한 한 남자의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여기까지가 1부라면, 2부에서는 남자가 크리스틴과 함께 파리에 왔을 때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파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생쉴피스 성, 파리 국립 고등 미술 학교 정원, 셰익스피어 서점, 센 강,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 에펠탑몽파르나스 묘지, 미라보 다리에 이르기까지 파리의 명소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이 장소들은 저자의 10년이라는 파리 생활에서 큰 영감을 주거나 큰 의미를 지니는 곳들이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만의 감상과 추억이 어린 곳들을 그녀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엔 그곳을 혼자서 가야했던 그 마음이 아련하게 느껴진다.
사실 이 책은 실제 경험(fact)과 허구(fiction)가 느슨하게 어우러진 ‘팩션(Faction)’이라고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과연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진짜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솔직하게 쓰여있어서 만약 크리스틴이라고 불린 그녀가 이 책을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싶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감상적으로 다가오는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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