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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풍이 불고 찰랑거리는 정도의 파도가 치는 날..조류에 몸을 맡긴 배위에 승선한 기분이랄까. 그저 작품속 내용이 흘러가는 대로 내 몸과 마음을 맡겼다. 작품이 극적으로 요동치지 않아 좋았고, 그렇다고 파도가 너무 잔잔하면 심심한 법인데, 그러지 않아서도 좋았다.
음식 평론가에게 한소리하다 해고된 셰프 칼 캐스퍼가 조리하는 요리를 눈요기하며 볼 수 있었다. 팬 위에서 지글지글대는 음식을 눈으로 포식하고 귀로 감상하는 이 오감만족의 즐거움이란. 한밤중이었는데도 포만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제 열살인 아들과 자신과 함께 하려고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따라 나선 동료 요리사. 이렇게 셋이서 푸드 트럭을 타고 전국을 누비는 칼 캐스퍼. 그의 쿠바식 샌드위치는 날개 돋힌 듯 팔리고 그와 그의 트럭은 트윗에서나 현장에서나 인기를 누렸다. 요리도 맛있어 보였지만 그 음식들을 맛있게 먹으면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까지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아마 요리사들도 그런데서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자신의 손으로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손님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는 것으로 모든 피곤이 싹 씻어질 것 같다. 생각해보면 천국이 뭐 별것인가 싶기도 했다. 배부르고 등 따시고 내 일이 있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으면 그곳이 천국인거지.
아메리칸 셰프는 따뜻하고 훈훈했다. 별거 중이지만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 부부가 아니라, 여전히 서로를 아끼며 이해하는 칼 캐스퍼와 그의 쿠바인 아내도 인상적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데 적극 협조하고 아들이 아버지의 트럭에서 함께 하는 것에도 찬성한다. 아버지와 잘 지내도록 지원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칼 캐스퍼는 자신이 부족한 남편이고 아버지라는 걸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아들에게 프로 요리사로서의 자존감과 자긍심을 알려준다. 누가 칼 캐스퍼 아니랄까봐.
여러 면에서 즐거웠다. 1차적으로는 음식을 보는 즐거움, 그리고 곁들여지는 음악들도. 그리고 가족 간의 사랑과 동료와의 의리를 지켜보는 것도. 특히 방학이 끝나서 더 이상 아버지의 푸드트럭과 함께 할 수 없게 되자 아들이 아버지를 꼭 끌어안는 장면, 칼 캐스퍼의 배가 많이 나와서 다 포옹하기에 벅찼을텐데 그 장면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을 떠올렸다. 나도 한번 만이라도 아버지를 저렇게 꼬옥 안아드려야 했던 건데..만시지탄의 심정에 젖어들었다.
이 작품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주제가 뭐지..뭘 상징하는 거지..영화를 분석하게 하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순풍에 돛단 배에 승선한 승객이 돼 , 순조롭게 흘러가는 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하면 된다. 그러다 가끔씩 앗! 하고 배우 얼굴 스캔에 들어가는 쾌감도 있다. 레스토랑 주인이 더스틴 호프만이네. 어..스칼렛 요한슨도! 에게 로버트 다우니 쥬니어는 겨우 저장면이 다야. 이러면서 몇 장면 나오지도 않는 유명 배우들의 면면을 감상하는 재미까지 덤이다.
행복하게 마무리 되는 엔딩..그렇게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과 춤추고 노래하고 환하게 웃을 수 있다면, 나도 '아메리칸 셰프'를 보는 관객 모두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아메리칸 셰프'는 화면 가득히 행복의 기운을 채운 뒤 그 긍정의 기운을 화면 밖으로 대거 방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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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전통의 번듯한 레스토랑 셰프 칼 캐스퍼(존 파브로)는 음식 평론가, 그리고 레스토랑 오너(더스틴 호프만)와 마찰을 겪고선 박차고 레스토랑을 나와 가족의 응원에 힘입어 어린 아들 등과 함께 오래전 폐차된 푸드트럭을 영차영차 청소, 개조하여 본격적으로 직접 자신만의 이색적인 패스트 푸드 요리, 푸드트럭 영업에 나선다, 美 남부지역을 돌며 영업하는데 특히 쿠바식 샌드위치가 불티나게 팔려 나가 성공적인 출발을 하고선 이런저런 애환끝에 춤을추며 행복한 결말로 끝을 맺는 해피엔딩까지 보는 내내 영상으로 먹음직 스럽게 비춰지는 음식들을 비롯하여 요리하면서 치지이익~거리는 리얼 음향효과들은 관객의 군침을 돌게 하기에 충분했었다, 보고 있기만 하여도 순조롭게 순차적으로 착착 진행되던 푸드 트럭 영업의 성장 과정과 이어지는 해피엔딩까지, 누구나 팍팍한 현실에서 한번쯤 훌훌 털어 버리고 훌쩍 떠나는 꿈을 꿈꾸어 봤음직한 부분인 만큼 보기만 해도 행복감에 젖어드는 작품이었다, (아이언 맨 감독이니 만큼 리얼리티 판타지(?)를 잘 아는 연출자로 느껴 졌었다) 덩치에 비해 초반에, 자신의 요리에 관한 한 칼같던 성격의 셰프 칼이 어째 셰프 칼 보다는 감독 존 파브로(특히 아이언 맨 감독으로서)로 자꾸만 보여서 약간의 혼동이 일었었지만(아이언 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까지 등장하니) 어쨋든 덩치 칼, 그의 얘기로 이입되기 시작하면서 그의 요리(실제 그가 직접 배워가면서 했다던데)와 함께 그의 먹방은 엄청 식욕을 돋구었다,꼬르륵, 꼬르륵~! 한편 셰프 칼의 여친으로 등장하는 스칼렛 요한슨의 먹방은 상큼한 팁, 여러모로 군침돌게 하며 결국 남녀노소불문 주방으로 들어가서 샌드위치라도 직접 만들어 먹어 보게 이끄는 힘을 가진 영화가 아닌가 싶었다, 자 여러분 모두들, 해피 해피 해피, 샌드위치, 치지지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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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평론가는 항상 갈등 관계에 놓인다.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는 이들이, 그저 말로 먹고 살며 남의 밥그릇을 깨는 크리틱들이지만, 대중이 심판을 원하나 어쩔 방도가 없다. 이 근원적 대립과 길항은 결국 대중이 무지한 데서 기인한다. 알아서 진미를 감상한다면 평론가라는 브로커가 개입할 여지가 애초에 없다. 존 파브로의 능청스런 연기, 그리고 아역(이름을 모르겠다)의 앙징맞은 표정이 영화를 내내 빛나게 하는 핵심 매력 요소겠다. 빈 속으로 봐도, 찬 속으로 봐도, 마음은 여전히 뿌듯해지는 잘 짜여진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