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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담을 돌아 살포시 작은 감나무 가지에 내려앉은 참새며, 지지배배 달려드는 제비들이 책장을 펼치는 순간 갑자기 그리움으로 살포시 내 가슴에 내려앉는 듯 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가슴속에도 그때 그 시절의 새들이 그리운 것은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의 속도로 사무치도록 그리운 그리움을 빈 허공에 흩뿌렸음이겠지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그렇게 아파하면서 책장을 넘긴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나가는 바람에 내 저민 속살이 살며시 드러나던 순간의 희열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겠습니까? 그렇게 한 쪽 페이지는 원만한 여백에 부끄러운 듯 작은 글씨로 무게감을 느낄 정도로만 말씀을 실어보내시고, 또 다른 한 전면에는 제법 무게가 가벼운 동자승의 모습을 내 보이시며
차마 못 다한 말씀을 하시려는 것 같아요.
미래의 독자님들, 그렇게 이 불교판화 모음집이란 이 책에 무거운 마음을 얹는다면 아마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숨이 가쁠 것이요,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작은 무게를 느낄 요량으로 읽으신다면 아마 새보다도 더 가벼워 지실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물론 요량이야 본인들이 하셔야 겠지만요.
실은 혼탁한 시절도 아닌데 그저 남들이 혼탁한 세월이라 하니깐 혼탁하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요? 아마 충분히 그럴 개연성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설사 혼탁한 세월이 맞다손 치더라도 우리 조용한 독자들이 꾸미는 세상은 그리 혼탁하지 않을 것 같아, 삼가 충분히 고려후 권하는 양서라 할까요? 그렇게 배와 물이 한결같은 방향으로 어우러져 흐르듯 한번뿐인 생에 한 번이라도 물결을 타야 되지 않을런지요?
구질구질 토를 달아 작자 논리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는 글보다는 생략의 묘미를 잔뜩 묻혀 허공으로 독자들의 심중에 파고든 작자의 의도가 한껏 신선함을 보인 것 같습니다. [인상깊은구절] 일주문2 늙은 나무를 보면서 해묵은 것이 대단한 줄 압니다. 동네 어귀에 큰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해지고 어둠 깊으면 높고 큰 모습이 더 의젓합니다. 임란, 동학, 한국전쟁... 큰 고비 작은 고비 참 많이 겪고 보았을 큰 나무는, 여전히 한 그루이면서 또 여전히 좋은 그늘입니다. 나무 한 그루 이루는 마디마다 사람의 살림살이가 스며 있는 듯 합니다. 용케 살아서 자자손손하는 이들에게는 뭐라 말하며 섰는 것일까? 그 문 지나야 청정한 뜨락에 들 수 있을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