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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껌을 씹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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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동화를 읽다 보면, 때로는 백 마디 화려한 수식어보다 조용한 눈맞춤 한 번이 더 큰 울림을 줄 때가 있다. 박선혜 작가의 ‘이야기 껌을 씹으면’이 딱 그런 책이었다.우리는 흔히 말을 잘하는 아이를 '똑똑하다'고 치켜세우지만, 구석에서 묵묵히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이의 마음에는 무심하곤 한다. 주인공 선우는 발표 시
"이야기 껌을 씹으면"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동화를 읽다 보면, 때로는 백 마디 화려한 수식어보다 조용한 눈맞춤 한 번이 더 큰 울림을 줄 때가 있다. 박선혜 작가의 ‘이야기 껌을 씹으면’이 딱 그런 책이었다.

우리는 흔히 말을 잘하는 아이를 '똑똑하다'고 치켜세우지만, 구석에서 묵묵히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이의 마음에는 무심하곤 한다. 주인공 선우는 발표 시간만 되면 목소리가 잠기고 눈앞이 울렁거리는 아이다. 하지만 선우에게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상대의 이야기를 온 마음으로 '담아내는' 힘이다.

골목에 나타난 이야기 장수가 파란 껌을 잘근잘근 씹으며 이야기를 시작할 때, 선우의 눈은 누구보다 반짝인다. 이야기 장수는 그 빛을 알아본다. "너는 이야기를 들을 때 귀가 확 열려 있구나"라는 그 한마디가 선우의 세계를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지켜보며 코끝이 찡해졌다.
이 책에서 '껌'은 이야기를 상징하는 멋진 메타포다. 딱딱했던 껌이 입안의 온기로 녹아 달콤한 단물을 내고 말랑해지듯, 우리 마음속 이야기도 충분히 씹고 음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말을 내뱉지 못한다고 해서 속이 비어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남들보다 더 깊고 진한 이야기를 정성껏 씹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껴본 아이들, 혹은 "넌 왜 이렇게 말이 없니?"라는 말에 상처받아 본 어른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꼭 크게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들려주지 않아도 당신의 이야기는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다는 다정한 위로가 책장마다 가득하다.

달콤한 껌처럼 입안에 오래도록 남는 이야기. 아이의 입이 열리기를 조급하게 기다리는 부모님들이 먼저 읽어본다면, 아이의 침묵이 '비어있음'이 아니라 '채워짐'의 시간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h*******4 2026.02.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