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문으로 이름이 높아서 궁금했으나 범우사에서 나온 수필집이 절판되어 구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열화당에서 근원 전집을 내놓아 반가운 마음에 통채로 덜컥 구입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수필은 1권 뿐이고 나머지는 조선회화연구, 고구려고분벽화 연구 등 내가 무지한 분야에 대한 전문서라 퍽 당황했지만 이 수필집 한 권 만으로도 기꺼히 살 만 한 전집이었다. 근원의 글은 대단히 감동적이었다. 잘 쓴 수필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었고. 수필에 담는 삶이 얼마나 솔직하고 얼마나 깊으면 보는 이가 글을 통해 글쓴이를 본다기 보다는 오히려 글쓴이가 글을 통해 나를 뚫어보는 듯 한 느낌이 들까. 국내로는 일제 시대와 6.25, 국외로는 세계 대전 시기를 거친 지식인들의 글을 보면 '과연 이 사람은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절로 떠오른다. 그 만한 사회의 충격을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심지어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때로 미소짓고 때로 싸해지는 가슴을 부여잡다가, 문득 월북이라는 근원의 선택에 대해 그를 마주보고 묻고 싶어진다. 그것이 당신의 길이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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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그저 편하게 줄거리를 이어갈 애씀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이 수필이라면, 그 으뜸으로 법정스님의 글을 권하고 싶다. 법정 스님의 글을 좋아한 뒤로 출간된 책은 거의 다 갖고 있고, 틈나는 대로 다시 한 번 읽기를 수 차례 책장은 누렇게 변색되고, 많이 닳았다. 최근 열화당에서 나온 근원 김용준선생의 수필은 우연히 구입하게 되었는데, 간결한 문구며 독자의 가슴을 찌르는 필력이 다시금 맛나는 글을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다. 간혹 한자용어가 많이 나와 애먹을 줄 알았으나 해석이 붙여져 있어 색다른 경험을 했다. 간간이 들어있는 근원 선생의 스케치며 명장들의 그림이 삽입되어 있어 읽는 사람의 흥을 돋구지 않았나 싶다. 청빈함과 예술을 사랑하고 호연지기가 있으며 때로는 괴팍스러운 일면까지 지닌 그의 예술혼이 살갗에 와 닿는 기분이다. 늦게나마 선생의 글을 접하게 된 것에 대해 열화당에 감사해야 할까. 한 번 읽고 치우는 글이 아니라 항상 손끝에 두고 애용할 만하다. 마음에 두고 있는 분께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장 군이 용건을 마치고 나서 X선생과 작별을 하고 일어서는데 선생의 테이블 밑에 그가 끔찍이 사랑하는 매화에다 두루뭉수리처럼 웬 이불 한 채를 둘둘 감아 붙인 것을 발견하고 나는 분반지경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도대체 매화에다 저게 웬일이요?"하고 물었더니 X선생은 의연 무표정한 얼굴로, "엊그제 어느 친구가 이불 한 채를 보냈습디다. 덕분에 어제 같은 추위에도 매화를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었소."하면서 연신 추워서 삼십 초가 멀다 하고 두 손을 호호 불고 있는 것이다. |
| 이러한 감정을 책을 통해 느끼고자 하신다면... 일상에서 가슴 먹먹해지는 슬픔과.. 담담한 충족과.. 따뜻하게 애처로운 위로를 얻고자 하신다면...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친구'의 생일에 그 친구가 '얄밉다'는 이유로 고의로 느즈막히 생일 선물을 건네겠다고 얘기하는 한 친구에게 차마 '맘보 좀 곱게 써라'라는 말은 못하고 '그래도 해줄 건 제대로 해줘야지'라는 말만 하고 괜히 혼자 속상하게 씁쓸해짐을 느끼신다면... 괜히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사회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내가 너무 세상을 모르나'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또한 세상이 그렇다는 게 한편으로는 서글프다고 느껴지신다면.. 그래서 어딘가에서 동질의 위로를 받고 싶으신다면... 그리고 어느새 너그러움과 따뜻함보다는 욕심과 화와 짜증이 커진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고 계신 분이라면.. 그런 분들께 읽기를 권해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비를 맞고 있는 제게 우산보다는 같이 비를 맞아주는 것과 같은 슬프지만 편안한 위로를 주는 서적입니다. 진실은 일상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중요한 것은 특별함이나 대단한 것에 있다는 허영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현실감과 허영심은 구분해야 하는 것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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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갖은 글을 만나는 즐거움 "댁의 매화가 구름같이 피었더군요. 가난한 살림도 때로는 운치가 있는 것입니다."로 시작하는 글 '매화梅花'을 읽었다. 글이 주는 매력에 읽기를 반복한다. 멀리서 매화 향기가 전해지는 듯하여 문득 고개를 들어본다. 글쓴이가 궁금하여 찾아보니 김용준이라는 사람이다.
김용준(金瑢俊, 1904-1967), 동양화가이자 미술평론가, 한국미술사학자로, 호는 근원(近園), 선부(善夫), 검려(黔驢), 우산(牛山), 노시산방주인(老枾山房主人)이다.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교수, 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1950년 9월 월북해 평양미술대학 교수, 조선미술가동맹 조선화분과위원장, 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근원수필’(1948), ‘조선미술대요’(1949),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1958) 등이 있으며, 회화작품으로는 수묵채색화 〈춤〉(1957)이 있다.
‘새 근원수필近圓隨筆’은 2001년에 발간된 근원 김용준 전집 1권으로 이미 1948년에 발간된 근원수필에 스물세 편을 더해 엮은 김용준 수필 완결판이라고 한다. 기존에 발간된 형식을 유지하며 화인전과 같은 미술관련 글을 구분하여 엮었다.
“툭 튀어나온 눈깔과 떡 버티고 앉은 사지四肢며 아무런 굴곡이 없는 몸뚱어리―그리고 그 입은 바보처럼 ‘헤―’하는 표정으로 벌린 데다가 입속에는 파리도 아니요 벌레도 아닌 무언지 알지 못할 구멍 뚫린 물건을 물렸다. 콧구멍은 금방이라도 벌름벌름할 것처럼 못나게 뚫어졌고 등허리는 꽁무니에 이르기까지 석 줄로 두드러기가 솟은 듯 쪽 내려 얽게 만들었다.”
‘두꺼비 연적硯滴을 산 이야기’다. 이디서 읽었을까. 읽어가는 내내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교과서에 수록된 글이었다. 뿐만 아니라 '노시산방기老枾山房記'에 나오는 문장이다. 감나무 예찬으로 이보다 더 감성적인 글이 또 있을까 싶다.
김용준의 글의 영역은 제한이 없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아주 익숙한 것들이 중심이면서도 전혀 새로운 시각을 선보인다. 친근하여 거부감이 없고 세심하여 새로움을 전해준다. 또한 활동하던 시기의 문화상을 그대로 담고 있어 후대 사람이 글을 통해 시대상을 엿보기에도 충분하다. 또한, 2부에서 접하는 미술과 관련된 글 역시도 수필에서 느끼는 자유스러운 사유의 영역을 확인하게 된다.
“남에게 해만은 끼치지 않을 테니 나를 자유스럽게 해달라.”
근원수필의 발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무엇보다도 자유스러운 심경’으로 살고자 했던 김용준의 마음이 담긴 글을 통해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힘을 가진 글이 주는 혜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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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은 화가이자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사학자이며 수필가이다. 1904년생으로 일제 강점기 미술평론가와 미술사학자로 주로 활동을 하였다. (김용준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월북하여 평양미술대학 교수가 된 이후 1967년 사망하기까지 조선미술가동맹 조선화분과위원장, 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활동하였다) 1967년 사망하기까지 또한 1948년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된 <근원수필>은 해방을 전후한 시기의 작품들 중 가장 빼어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열화당에서 나온 <새 근원수필>은 1948년 출간된 <근원수필>의 내용에 1939년에서 1950년 사이에 발표된 김용준의 다른 글들을 묶고, 일부의 문장 표현을 다듬어서 다시 출간된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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