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스칼지의 『괴수 보존 협회』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괴수 SF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본질은 현대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해부한 사회학적 보고서에 가깝다. 특히 이 작품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 7』(영화명 『미키 17』)과 함께 읽을 때, SF 장르가 어떻게 현대의 '필수노동'과 '위험 부담의 양극화'를 폭로하는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두 작품은 모두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위험하고 아무도 원치 않는 일"을 전면에 내세운다. 『미키 17』이 소모품처럼 쓰이다 죽으면 복제되는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노동자의 도구화와 목숨의 가치마저 차등 지급하는 디스토피아적 자본주의를 폭로한다면, 『괴수 보존 협회』는 보호와 관리라는 그럴듯한 명목 아래 교묘하게 은폐된 노동의 불평등을 포착한다.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이 어떻게 정당화되고 다른 이름으로 포장되는지, 그 과정에서 시스템의 윤리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 소설의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하는 것은 단연 압도적인 괴수 묘사다. 거대 생명체들이 가득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과정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주라기 공원』이 주는 경이로움과 스릴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존 스칼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차별점을 구축한다. 작가는 작품 속 괴수를 체내에 '생물학적 원자로'를 품고 살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설정한다. 괴수는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라, 방사능과 핵분열 메커니즘으로 호흡하고 작동하는 걸어 다니는 자연 상태의 원자력 발전소인 셈이다. 이러한 독특한 설정은 주인공이 위기를 돌파하는 엔지니어링적 생존 방식과 맞물리며 폭발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주인공은 괴수를 육체적인 힘이나 화력으로 제압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괴수가 가진 원자로 생태계의 작동 규칙을 철저히 분석하고, 시스템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과학적 재치를 발휘한다. 핵분열의 임계점을 조절하거나 생태학적 매개변수를 역이용하는 등, 일종의 '생물학적 엔지니어링'에 가까운 주인공만의 영리한 문제 해결 방식은 독자에게 지적 쾌감과 현장감 넘치는 스릴을 동시에 전한다. 이처럼 정교한 과학적 설정과 심각한 사회적 메시지를 다루면서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존 스칼지 특유의 ‘유머’는 흡인력을 잃지 않게 만든다. 목숨이 오가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인물들이 주고받는 찰진 티키타카와 재치 있는 농담은 자칫 비장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경쾌하게 환기하며 독자를 순식간에 매료시킨다. 구픽에서 출간된 전작 『스타터 빌런』이 자본주의의 빌런 구조를 비틀었다면, 이 작품은 팬데믹이라는 공동의 경험 위에서 "세상이 굴러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들"을 정면에서 다룬다. 로커스상, 알렉스상, 일본 성운상 수상과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기록이 증명하듯, 대중적 흡인력과 비평적 성취를 동시에 거머쥔 근래 발표작 중 가장 분명한 대표작이다. 노동과 안전, 시스템의 윤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장르적 쾌감 그 이상을 발견하게 될, 지금 이 시대의 현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담아낸 SF 선언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