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서평은 출판사 이벤트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주민자치', '지방분권'. 뉴스에서 자주 들리지만, 왠지 나와는 상관없는 행정가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내 집 앞의 쓰레기 문제, 아이들의 등하굣길 안전, 동네의 작은 도서관 운영까지,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모든 것은 결국 '자치'의 영역이다. 34년간 고양신문 기자이자 발행인으로 지역을 누벼온 이영아 저자의 신간 <이제부터 진짜 자치>는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다. 빚더미에 앉은 지역신문을 살려내고, 아이들과 숲을 거닐며, 시민들과 토론장을 만든 한 사람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자 '현장 보고서'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의 삶 자체가 '자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25세에 시민기자로 시작해 32세에 1억 5천만 원의 부채를 떠안고 신문사 경영을 맡게 된 저자. 그녀가 고양신문을 단순한 정보지가 아니라 '지역의 공론장'으로 키워낸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저자는 말한다. "자치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원리이자 사회가 성장하는 방식이다." 누군가 해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인이 되어 선택하고 책임지는 과정. 그 지난한 과정이 우리를 진짜 시민으로 성장시킨다는 통찰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책의 2장은 저자가 직접 기획한 공공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있다. 방학 때마다 5,000명의 아이들이 책을 읽게 만든 '스무고개 북클럽', 호수공원과 북한산을 잇는 '바람누리길 걷기 축제', 정치인과 기업인이 계급장 떼고 만나는 '고양경제포럼'까지 다양하다. 이 사례들은 자치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재미'와 '연결'에서 시작됨을 보여준다. 행정에 민원을 넣는 수동적인 주민에서, 내 아이와 이웃을 위해 직접 판을 깔고 즐기는 능동적인 시민으로의 변화. 이 책은 그 변화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저자는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를 향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 주민 1만 명이 참여하는 '고양만민공동회', 주민이 직접 동장을 추천하는 '개방형 동장 임명제', 그리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1인당 숲 면적 확대' 등이다. 이 제안들은 단순히 고양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모든 지자체가 고민해야 할 '진짜 자치'의 모델이다. 행정이 주도하는 도시가 아니라, 시민의 삶이 중심이 되는 도시. 그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며 나는 내가 사는 동네의 미래를 상상해보게 되었다. <이제부터 진짜 자치>는 정치가나 행정가들만 보는 책이 아니다. 내 아이가 살아갈 도시를 더 안전하고 따뜻하게 만들고 싶은 학부모, 지역 사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싶은 청년, 그리고 '살기 좋은 동네'를 꿈꾸는 모든 시민의 필독서이다. 행정을 비판하는 데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직접 도시의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 이 책은 우리에게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행동을 요청하고 있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제부터 진짜 자치』는 거창한 이론서가 아니다. 36년 동안 한 도시를 기록해온 지역신문 기자의 삶을 통해 ‘자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살아 있는 보고서다. 1991년 고양신문 삼송동 시민기자로 시작한 저자는 1억 5천만 원의 부채를 떠안고 신문을 인수한다. 지역신문의 생존조차 버거운 현실에서 그는 빚을 갚아가며 직원을 늘리고, 온라인 신문과 유튜브 채널까지 확장해 인구 100만 도시의 유일한 지역신문으로 성장시킨다. 이 여정은 단순한 언론사의 성공담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숨 쉬고 말하게 만드는 자치의 과정이었다. 고양신문은 중앙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을 뉴스의 주인공으로 세웠다. 동네의 작은 변화, 보이지 않는 시민들의 이야기, 묵묵히 살아가는 이웃의 목소리를 기록했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 시기 원당역 유치를 쟁점화해 계획에도 없던 역을 현실로 만들고, 경전철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해 주민 반대 여론을 형성한 사례는 지역 언론이 곧 민주주의의 실천 공간임을 보여준다. 기록은 곧 힘이었고, 공론장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저자는 신문을 넘어 다양한 공공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현했다. 어린이 책 읽기 운동, 경로당 어르신들과의 숲 활동, 지역 현안을 토론하는 고양포럼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자치의 토대였다. 도움을 ‘베푸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 변화할 힘을 갖도록 하는 일. 그것이 저자가 말하는 ‘삶의 자치’다. 특히 초고령사회 속 경로당의 역할을 다시 묻는 마을숲 활동은 돌봄을 넘어 관계와 역할을 재구성하는 실험처럼 다가온다. 책은 다른 지역의 사례도 함께 조명한다. 성동구의 통합돌봄국 신설과 ‘효사랑 건강주치의’ 사업은 행정이 주민의 삶 가까이로 다가간 모델이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을 직접 찾아가 진료하고, 치매·우울 진단, 의료비와 주거 지원까지 연계하는 촘촘한 돌봄은 자치가 곧 복지임을 증명한다. 은평구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활동도 인상적이다. 건강거점 공간 ‘다짐’, 서로돌봄카페, 살림건강이웃 사업은 주민이 돌봄의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만든다. 뜨개질과 반찬 만들기, 걷기와 독서 모임 같은 일상적 활동 속에서 공동체는 회복되고, 관계는 자산이 된다. 또한 정왕2동의 생태자치는 환경 실천을 통해 주체성을 키워낸다. 산소를 심는 숲 울타리 조성, 재활용품 수거 보상, 탄소가계부 운영, 청소년 제안으로 완성된 산책로 정비 사업 등은 마을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꾸는 공간’으로 바꿔 놓는다. 이 책이 말하는 자치는 거창한 정치 구호가 아니다. 경제, 교육, 문화가 생활 속에서 함께 움직이는 일상의 민주주의다. 언론이 기록하고, 주민이 토론하고, 행정이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 속에서 도시는 성장한다. 정책은 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아래에서부터 만들어진다. 『이제부터 진짜 자치』를 읽으며 나는 자치가 곧 ‘관계의 회복’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로를 아는 힘, 함께 말하는 힘, 작은 변화를 축적하는 힘이 모일 때 도시의 얼굴이 달라진다. 도움을 받는 시민이 아니라, 변화를 만드는 시민으로 서는 것. 이제부터의 자치는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고, 이 책은 단단하게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