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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공동체학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있다. 돈을 한 푼도 받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먹고 자고 공부하고 일한다. 공부와 놀이와 일이 다르지 않다. 멀리서 온 학생들은 부모와 떨어져 지낸다. 자연스럽게 진학한 아이들도 있지만 공립이나 사립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사고를 치고 온 아이들도 있다. 게임에 중독되어 생활이 불가능한 아이도 온다. 제 발로 걸어온 아이도 처음에는 너무 새로운 곳이라 낯설어하는 게 당연하지만 몇 개월만 지나면 어떠한 아이들도 학교에 적응하며 얼굴빛이 밝아진다. 몸동작도 커지고 젊음의 기운이 넘쳐 난다. 아이들을 존중하는 학교 덕분이겠지만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까닭이 가장 클 것이다.
자연 속에서 스스로 치유하며 자기를 찾아가는 아이가 있다. 이름은 보미다. 2학년이고 동생 재영이는 1학년이다. 남매는 서울에서 시골 할아버지 집으로 살러 왔다. 아빠는 남매를 내려놓고 서울로 갔다. 할아버지 집 마루 위 사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보미 재영이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걸려 있다. 왜 엄마가 시골에 아빠랑 함께 오지 않았는지, 왜 아빠가 남매를 할아버지 집에 맡겨 두고 떠났는지 어떤 설명도 없다. 독자는 그저 짐작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다. 그렇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남매가 시골 할아버지 집에 살게 된 것이 중요하다.
시골 밤은 캄캄하다. 반면에 아침은 산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집은 작다. 마당가에는 소가 있다. 동네 집들이 띄엄띄엄 있다. 학교도 작다. 보미네 반은 네 명밖에 없다. 선생님은 아빠 이름을 알고 있다. 아빠도 가르친 선생님이다. 보미는 집 둘레 골짜기와 논과 밭, 풀과 울며 날아가는 새가 낯설다. 그러나 점차 오동 꽃이 보라색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풀숲에 동물이 산다는 것도 알게 되며, 밤에 둥근 달을 보고 가만히 달이라고 말해 보기도 하고, 소를 발음해 보기도 하며, 「참깨」라는 시도 쓰고, 여치와 메뚜기를 구별하기도 하며, 거미줄에 걸린 여치가 거미줄에서 탈출하기를 기도한다. 어느덧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보미는 하나뿐인 우산을 재영이에게 줄 만큼 의젓하게 자란다. 그리하여 보미가 재영이와 개와 함께 산을 바라보는 마지막 화면은 이전 화면의 비 오는 날 풍경과 함께 맞물려 묵직한 감동을 준다. 이제 보미는 스스로 얼굴을 보고 자기를 호명할 만큼 성장했다.
비가 내렸다. 풀잎에 빗방울들이 맺혀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내 얼굴이 들어 있었다. 내가 "야"하고 가만히 나를 불렀다. 빗방울이 뚝 떨어졌다. 내 얼굴이 사라졌다.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