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쎄, 단편 소설이란 적당히 마음이 심란하고 적당히 심심한 상태에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심한 무기력증에 시달릴때 이를 넘길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매개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오랜 시간과 높은 집중력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글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며, 또 깊이 함축된 의미와 여운을 남겨준다. 물론 잘된 작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 의미로 한국 근현대에 많이 쓰여져 여기저기 평단으로부터 높은 평을 받은 수많은 한국의 고전 단편 문학들은 고민없이 택할 수 있는 클래식이다. 특유의 냉소와 풍자로 1930년대 식민시대 한국 사회상을 풀어낸 것으로 유명한 채만식. 다들 한번씩 이름은 들어 알고 있는 그의 작품 <레디메이드 인생>은 청년실업으로 큰 위기를 맞은 현 세태에도 크게 부합하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처음에는 온전히 제목에서 풍기는 염세적 이미지 '이미 만들어진, 팔리지 않는 기성품의 인생'이라는 의미에 주목해서 보게되었지만 상업자본주의가 가져온 생의 피폐와 학벌주의로 양산된 초과 수요의 인텔리에 대한 냉소와 2000년대의 현실이 놀랍게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학벌주의 타파가 대한민국의 21세 대명제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나에게도 곧 닥쳐올 청년 실업의 문제나 진로는 그저 답답함만 불러일으킨다. 실제로나는 취업이나 취직의 인생같은 것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만 한치앞도 보이지 않고 그저 망연히 먼꿈을 쥐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고 있다. 정신 차리고 인생을 설계하지 않는다면 나역시도 이미 완성되었지만 팔리지 않는 기성품, 초과 수요의 인텔리 - 레디메이드 인생이 되지않으리란 법이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