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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을 읽을 때는 작가가 작품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작품에 땨라서는 주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작가의 사상과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아는 것이 꼭 필요할 때도 있다. 춘원 이광수의 ''무명無明''을 읽을 때는 이러한 배경지식을 꼭 갖추기를 권한다.
[무명0은 1939년 동인지<문장> 창간호에 발표된 춘원 이광수의 단편소설이다. 제묵은 다분히 불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불교에서 말하는 근본번뇌-무지를 뜻한다. 일체 사물에 대한 도리를 밝게 알지 못한다는 의미이며, 진리에 대한 무지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춘원 이광수는 널리 알려지다시피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른 뒤 전향한 친일작가다. 춘원이 스스로 본격적인 제대로 쓴 소설이라고 평했듯이 초기의 기독교적 계몽주의에서 벗어나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을 묘사한 우리나라 근대 리얼리즘 소설의 시초가 되는 작품이다.
소설은 감옥 중에서도 병든 죄수들만 모인 ''병감''을 배경으로 하여 탐욕과 이기심 등 인간의 저속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중화자인 ''나''는 ''병감1방''에 오고 가는 죄수들의 저속한 인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인간의 본성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일제시대 병감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설정하여, 가장 기본적인 사적 영역까지 여과없이 까발려지는 인간존재의 앙상함을 더욱 도드라지게 드러내는데 효과적으로 성공한다. 나는 이 작품을 읽고 춘원이 병든 죄수들의 감옥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뼈대를 서로 개연성 있는 두 가지 관점에서 이해했다.
첫째는. 작품 전체를 받치고 있는 불교사상이다. 도장위조범 윤씨, 방화범 민씨, 사기꾼 정씨, 파렴치범 강씨와 죄목이 불분명하지만 이들과는 달리 모든 사건에서 관조적 입장에 있는 ''나'' 가 모여 있는 공간인 ''병감1방''은 불교에서 말하는 번뇌로 점철된 사바세계를 상징한다. ''인생이 괴로움의 바다요, 불붙은 집이라면, 감옥은 그 중에도 가장 괴로운 데다.'' 불교에서는 ''무지''를 죄라고 말한다. 알고 행하는 죄업은 참회와 수행을 통해 벗어날 수 있지만 알지 못하는 채 지은 죄업은 이생에서도 다음생에서도 소멸할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탐욕과 아상으로 병든 존재인 죄수들의 아귀다툼은 덧없는 인생의 무상함을 알지 못하고 계속된다. 그래서 그들은 미망의 공간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과는 달리 이 곳이 무명세계임을 자각하고 있는 ''나''는 새벽 산사의 종소리를 들으며 또는 불경구절을 마음에 되새기며 다른 이와의 충돌과 부조화에서 오는 번뇌를 벗어나려 애쓰는 종교적 노력을 하기도 한다.
다음은, 보일듯 말듯 깔려있는 친일적 계몽주의를 합리화하는 도구로서 감옥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알다시피 춘원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은 그의 초기 계몽주의 작품을 이루는 사상적 토대가 되고, 이 작품에서도 은근한 복선으로 예외없이 드러나고 있다. 폐쇄적이고 열악한 감옥은 식민지 상황에 있는 민족의 어두운 현실을 상징하고, 그 안에 갇힌 무기력하고 병든 등장인물들은 계몽의 대상인 무지몽매한 조선 민중을 상징한다. ''나''가 ''병감1방''에 들어갈 때 작중에서 가장 비열한 인간으로 묘사된 ''윤''은 ''옛날 조선식으로 내 팔목을 잡으며'' 아는 체를 하고, ''옛날 조선 선비들이 가짖던 자세와 태도로 대단히 점잖게'' 인사를 차리지만 ''나''는 ''윤''의 이러한 태도에 그의 본심을 앎으로 ''터지려는 웃음을 억제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쓰고 있다. 소설의 도입부에 짤막하게 표현된 조선에 대한 냉소와 비난은 춘원의 일본식 근대화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처해있는 열악한 상황은 그들의 자각이 없는 한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춘원은 그 곳에서도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를 통하여 일제의; 법을 준수하여 이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나자고 말한다.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우유부단한 지식인이 선택한 ''무명세계 극복법''이다.
<무명>은 춘원의 자평대로 우리나라 근대 소설의 태동기에 쓰여진 문학적 성취가 매우 높은 작품이다. 쉬운 문장으로 일반에 널리 읽혀졌고, 일제시대 민족의 현실과 불교적 관념을 적적하게 배치한 구조도 근대적 소설로서 완성도가 높다. 그러나 이 작품은 우리나라 근대문학사의 가치있는 소설로서 이해되기 전에, 짙게 배여있는 작가의 사상적 배경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특히 청소년 독자에게는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꼭 제공되어야 하고, 가능하다면 비판적인 토의나 토론이 꼭 필요한 작품이다. 독자가 소설의 주제에 잘 접근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무명>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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