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나 출판마케터, 출판사 대표가 내는 책을 종종 읽는다. 내가 책을 만들고 파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느덧 여러 권의 책을 낸 저자이고, 책을 내고 난 다음에 ‘의미있는 책을 냈으니 만족해’하는 타입이라기보다 매일 인터넷 서점 판매지수에 일희일비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만드는 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책’, ‘잘 만든 책’의 조건에 대해 관심이 많다. 독자들과 만날 때 저자도 더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고, 이왕이면 판매가 많아진 덕분에 경제적 보상도 충분히 받고, 저자로서 경쟁력이나 생명이 길어질 수 있으니까. 10만부 책을 10종이나 만든 클레이하우스 윤성훈 대표가 쓴 ‘10만부 베스트셀러 만드는 법’을 그래서 집어들어 읽었다. 아마도 sbi 에서 강의한 내용이 아닌가 싶은데 얇은 문고본으로 깔끔하고 일목요연하게 편집자이자 출판사 대표로 10만부를 여럿 만들어본 출판인의 ‘잘 팔리는 책’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알려준다. 저자로써 뜨끔한 것은 먼저 이 부분,..
상업출판시스템에서 1만부 팔리고 손해인 책도 제법 있다. 1만부 팔리고 사라지는 책은 생애주기가 길지 않다. 차라리 마케팅 비용 안쓰고 3-5000부 파는 책이 낫다. 100만부는 사람의 힘으로 할 영역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10만부는 다르다.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1만부비해 초기 마케팅 비용이 더 드는 것도 아니다.
나는 아직 한 권 10만부를 가본 적 없다. 1만부를 넘어선 책은 꽤 있는 편. 그런데 대형출판사에서 1만부 판 결과물이 마케팅 비용을 생각하면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돌이켜보니 몇 권은 그와 비슷한 영역의 책이 있었다. 그런데, 거꾸로 마케팅 하고도 안팔린 책도 있으니, 1년안에 1만권 팔면 그래도 좋은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다음은 10만권 팔리는 책들의 특성, 기획할때 고민점들.
“모든 베스트셀러는 ‘그 다음으로 읽고 싶은 책’을 만든다. 시장이 있다는 의미, 트렌드가 살아있다는 의미.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고 나면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싶어진다. “ “‘익숙하면서 새로운 것’이 중요하다. 고객의 니즈가 강한 영역은 이미 많은 책이 나와있고, 니즈가 미충족된 상태로 남아있다면 없어도 괜찮아서 안나온 것이다. 니즈가 강한 영역은 시장이 크니까 2등도 괜찮다. 혼다 시빅의 시장에 현대는 아반테를 기획했다. ‘불편한 편의점’을 보고 같은 표지 그림 작가에게 의뢰하고, 힐링소설시장에 들어가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냈다.”
“ 성공적 컨셉트의 조건은 차별성, 일관성, 간결성(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는 친숙한 개념) ‘가제 만들기’, 적합성 (실제 컨텐츠와 내세운 컨셉트 사이가 벌어지지 않는), 수용성 (소비자 언어로 번역된 말) “
“좋은 제목의 조건: 타깃독자를 명확히 호명 (독자들이 이 책이 나를 위한 것임을 알아차리게 : 콰이어트, 엄마의 말공부), 의외성이 있으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미움받을 용기). 독자의 필요와 욕망을 자극 (부의 추월차선, 백년 허리), 명확한 솔루션 제공 (영어는 3단어로, 아주 작은 반복의 힘), 권위와 신뢰도 보자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사전마케팅의 목표: 대기독자 확보, 자발적 입소문 유도, 판매포인트 확보”
이런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초보 편집자들이 이미 검증된 저자를 잡기 어렵다고 푸념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저자 본인도 모르고 있던, 저자가 진짜 원하는 도서, 혹은 분야를 바꾼 아이템, 새로운 분야를 도전하고 싶게 하면 저자는 함께 일을 하고 싶어진다.”
나도 자주 받는 것이 처음 접하는 출판사 편집자들의 기획제안서다. 아쉽게도 99%는 이미 내가 몇 년전에 생각하고 접었던 내용들. 그러다가 아주 가끔..반짝이는 내용들을 만나는데, 위의 글과 같이 저자에게 도전의식을 주거나, 분야를 바꾸거나, ‘아 내가 왜 이걸 안했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번쩍이는 마음을 주는 기획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도 그 편집자가 궁금해지고 미팅을 잡고 긴 이야기를 나눠보게 된다. 그렇게 쓰게 된 책이 ‘어른을 키우는 어른을 위한 심리학’이었다. 여러 개의 제안서 중에 ‘아, 내가 여기저기서 매일 하는 이야기이고 지금 내 고민이기도 한데 왜 책으로 낼 생각을 안했지?’ 하는 마음이 들었던 내용이었다. 일사천리로 목차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책. 얇은 책이니 책을 쓸 생각이 있거나, 이번에는 좀 잘팔리는 책을 내고 싶은 저자, 혹은 출판사와 긴밀하게 협업을 해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미리 그 속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