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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먹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옷이 깨끗하길 바라면 안 된다. 하는 일과 다른 바람을 가지기는 어렵기 때문. 마찬가지로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끝까지 운 좋게 잘 살기를 바라서도 안 될 것이다. 죄는 지은 대로 가고, 복은 뿌린 대로 거둔다. 이런 세상이 좋은 세상일테니까...
옛날 나쁜 짓을 많이 했지만 이젠 손을 씻고 깨끗이 살고픈 사람의 바람은 이루어질까? 한 번 발을 담그면 끝까지 그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어우적거리게 될까? 아니면 바람대로 빠져나올까?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1993년에 만든 <칼리토 Carlito's Way>는 이런 물음의 답을 보여준다. 이 감독이 열 해 앞서 만든 <스카페이스 Scarface>가 쿠바에서 건너와 뒷골목을 주름잡던 사내 얘기라면, 이 영화는 푸에르토 리코에서 뉴욕으로 건너온 사내의 뒷골목 삶을 다룬 이야기다.
2. 몰래 사람을 죽였다고 30년 형을 받았지만 운이 좋게도 변호사의 도움으로 5년 만에 큰집에서 나온 칼리토 브리간테(알 파치노)는 이제 나쁜 짓을 하지 않고 깨끗하게 살려고 한다. "제 뒷골목 삶은 끝이 났습니다...5년 만에 제 병은 다 나았어요...저는 이제 착한 사람이 될 겁니다" 판사 앞에서도 당당하게 외쳤다. 그 말을 듣고도 판사와 검사는 코웃음을 쳤지만.
칼리토는 저를 큰집에서 빼내준 변호사 데이빗 클레인펠드(숀 펜)한테 제 꿈을 밝힌다. "난 말이야...바하마로 집을 옮겨 가서 구경온 사람들한테 차를 빌려주며 살 거야..." 그렇게 하려면 75,000 달러는 있어야 한다. 그 돈은 어떻게 마련하지?
바깥 세상은 칼리토가 큰집에 들어갈 때와 다르다. 뒷골목은 이제 더 젊은 사내들의 손에 넘어갔고, 마약을 팔지 않는 다음에는 먹고 살기가 쉽지 않다.
변호사지만 뒷골목을 봐주며 돈을 버는 데이빗이 칼리토한테 말한다. "클럽이 하나 있는데 꾸려가는 사람이 마음이 안 들거든. 노름을 하는지 돈이 안 돼. 믿을만한 자네가 가서 맡아주면 안 될까?"
칼리토는 주먹패들이 우굴거리고 나쁜 짓과 가깝게 지내게 되기 쉬운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촌 아우와 엮인 일로 어쩔 수 없이 클럽을 맡아 장사를 하게 된다. '75,000 달러만 생기면 미련없이 나는 여길 떠날 거야. 천국같은 바하마로.'
3. 담배나 술을 끊으려면 괜시리 불지르는 사람이 곁에 없어야 하고 제가 하는 일이 잘 풀려야 하듯이, 나쁜 짓에서 손을 깨끗이 씻고 착하게 살려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꾸려가던 클럽은 나름대로 잘 되니까 돈은 곧 마련할 수 있을 듯하다. 칼리토에 앞서 클럽을 맡았던 쏘쏘가 칼리토가 꿍쳐둔 돈을 훔쳐가지만 않는다면.
큰집에 가기 앞서 미리 헤어졌던 게일(페네로페 앤 밀러)도 다시 만났다. 비록 게일이 젖가슴을 다 드러내고 춤을 추면서 돈을 벌고 있지만, 본디 착한 아가씨라 칼리토는 좋아한다. 이제 바하마로 같이 갈 사람도 생겼다. 꿈이 착착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늘 믿고 사건을 맡겼던 변호사 데이빗이 마음에 걸린다. 저를 감옥에서 빼주었으니 칼리토는 데이빗한테 늘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데, 그 빚을 갚는 일이 생긴다. 다른 감옥에 갇혀있는 이탈리아 핏줄의 마피아 우두머리 토니 탈리아루치가 달아나도록 도와주자는 것. "이 세상에서 내가 믿을 사람은 자네뿐이야..." 하며 같이 가자고 하는 데이빗을 뿌리칠 수가 없다.
또 브롱크스의 뒷골목을 주름 잡고 있으며 칼리토한테 한 수 배우겠다며 클럽에 나타나 깝죽거리는 베니 블랑코(존 레귀자모)도 눈에 거슬린다. '이런 놈들만 안 보면 좋을텐데...' 젊었을 때의 칼리토와 같아 보이지만, 칼리토의 눈에는 시건방진 햇병아리로 보일 뿐이다.
4. 144분짜리 영화라 긴 듯하지만, 어느 장면 하나 버릴 게 없어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다. 별 다섯은 아닐 듯하고, 별 넷은 조금 모자라고...컬러 영화이지만 처음에는 흑백으로 나온다. 칼리토가 일어난 일을 영화 밖에서 담담하게 옛날 일을 되짚어 말해주는데, 나중에 보너스에서 감독도 말하지만 영화 <선셋대로 Sunset Blvd.>에서 나오는 장면과 닮았다.
감독의 솜씨가 드러나는 장면으로 세 곳을 들고 싶다. 첫째는 게일을 만나 바하마로 가려는 칼리토와 마피아 무리들의 쫓고 쫓기는 센트럴 역 장면이고, 둘째는 마약을 사러 사촌 아우와 같이 간 당구장에서 벌어지는 싸움 장면이며, 셋째는 병원에 있는 데이빗을 만나는 장면으로 "친구를 배신하는 게 아니야..." 하며 칼리토가 앙갚음을 하는 장면이다. 이런 대목들은 가슴을 졸이게 하므로 아무 감독이나 보여줄 수 없다.
옛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이젠 바르게 살려고 바둥거리는 칼리토를 맡은 알 파치노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다. 사촌 아우가 가깝게 지낸다던 친구한테 코카인을 사러 갔다가 혼쭐이 난 뒤에 칼리토는 말없는 아우한테 혼잣말로 가르친다. "이런 일에는 친구가 없어..."
뒷골목을 주름잡는 사내들의 삶이 마냥 좋은 건 아니라는 걸 감독은 잘 드러내 놓는다. "사람을 죽여봤어?" 게일이 짖궂게 물을 때도, 칼리토는 "내가 살아남기 위해 죽일 뿐이야..." 하며,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어서 굳어진 제 모습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영화를 맛깔스럽게 만든 건 변호사를 맡아 어울리지 않을 듯하게 나온 숀 펜이다. 70년대 우리네 아주머니들마냥 머리를 보글보글 볶은 탓에 딴 사람으로 보이고, "마을 건달 주제에 거물인양 설치고 다녀..." 하며 간덩이가 부은 짓을 할 때는 간이 조마조마 해진다.
5. 벌써 열일곱 해나 지난 영화지만, 디브이디는 화면이나 소리는 좋다. 형사 사건을 다루는 판사인 에드윈 토레스가 쓴 책을 알 파치노가 가져왔는데, 감독은 뿌리쳤다고 한다. "이젠 라틴 갱들의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아" 그러다 알 파치노가 끈질기게 달라붙는 바람에 영화로 만들었는데, 뜻밖에도 뛰어난 작품이 되었다며 감독과 원작자, 각색자들이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놓는 보너스가 좋다.
이 디브이디를 2007년 3월에 8,900원을 주고 샀는데, 세월이 가면 늘 내리기만 하는 영화 디브이디가 이제는 9,900원이라 값이 올랐다. 어쩐 일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