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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에 불타다』가장 신선한 말은 아직 태어나지 않는 말입니다.
"『그림자에 불타다』가장 신선한 말은 아직 태어나지 않는 말입니다." 내용보기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라는 시는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아주 짧은 시다.이 짧은 시에서 나는 아주 통렬한 감정을 느꼈었다. 짧은 시에서 드러나는 명쾌하고도 짜릿한 감동. 이에 나는 정현종이라는 시인의 이름을 깊이 새겼다. 섬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늘 아련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그 짧은 시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모든 말들이 숨어 있었다. 그리
"『그림자에 불타다』가장 신선한 말은 아직 태어나지 않는 말입니다." 내용보기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라는 시는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아주 짧은 시다.

이 짧은 시에서 나는 아주 통렬한 감정을 느꼈었다. 짧은 시에서 드러나는 명쾌하고도 짜릿한 감동. 이에 나는 정현종이라는 시인의 이름을 깊이 새겼다. 섬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늘 아련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그 짧은 시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모든 말들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구입한 작가의 시집과 산문. 책정리하면서 이 시집을 구입해놓고 읽지 않았구나 싶어 책장의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있다가 며칠전 우연히 이 시집을 꺼내놓았다. 읽고 싶어 꺼내놓았다가, 보름날 지인으로부터 점심식사 초대를 받고는 시집을 좋아하는 그 분에게 이 시집을 선물하면 좋겠다 생각하고 들춰보았다가 이내 읽게 되었다. 시집을 다시 구입하고 정현종 시인의 시를 읽었다. 전에 읽은 시가 아무래도 작가의 손글씨의 필체, 그림들이 곁들어 있는 시선집이어서, 약간 밋밋하지만 시인의 감성을 더 오롯이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시를 읽는다는 건 어쩌면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

마음을 비우는 작업은 또다른 마음을 담을 준비를 하는 일이며, 그 속에 짧은 감성들의 모음을 차곡차곡 쟁여 넣는 일이기도 하다. 작가의 감성에 다가가고자 하는 일이며 작가의 감성을 조용히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시인의 감성에 다가가는 시를 읽어보자.

 

지난 발자국

 

지난 하루를 되짚어

내 발자국을 따라가노라면

사고(思考)의 힘줄이 길을 열고

느낌은 깊어져 강을 이룬다 - 깊어지지 않으면

시간이 아니고, 마음이 아니니.

되돌아보는 일의 귀중함이여

마음은 싹튼다 조용한 시간이여.   

 

엊그제 라디오에서 디제이가 하는 말 중에, 때로는 조용히 앉아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필요가 있는데 우리는 너무도 많은 일을 하거나 스마트폰에 집중해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때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는 말은 우리의 뇌를 쉬어주는 일이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일, 즉 사색의 시간이 아닐까 한다. 그 말을 듣던 중에 나는 책을 읽는 일도 어쩌면 무슨 일인가를 하는 시간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조용한 시간을 갖는 일, 지난 하루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말하는 시인의 감성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여행의 마약

 

여행을 가면

가는 곳마다 거기서

나는 사라졌는니,

얼마나 많은 나는

여행지에서 사라졌느냐.

거기

풍경의 마약

집들과 골목의 마약

다른 하늘의 마약,

그 낯선 시간과 공간

그 모든 처음의 마약에 취해

나는 사라졌느냐.

얼마나 많은 나는

그 첫사랑 속으로

사라졌느냐.

 

지난 1월에 친구들 둘과 함께 짧은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하루는 등산을 하고 하루는 하루종일 비가 내려 우산을 쓰고 두세 군데를 돌았다. 기차를 타고 가는 곳에서 낯선 풍경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시간을 즐겼다.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고, 함께 낯선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에 대한 설렘을 느꼈다. 어쩌면 시인의 말처럼 여행지의 풍경은 마약과도 같은 것. 낯선 풍경에 서 있는 우리는 그 낯선 시간과 공간에서 첫사랑을 마주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말은요

마치 그 말이 전부인 듯이

마치 그 말이 실상인 듯이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게 본질적인 약점입니다.

말은 어떻든

끊어져야 하니까 그렇기도 하겠지요만......

(그 말 바깥의 빛과 그리고

그림자는

무간지옥과

배꼽-수미산을 중심으로

대천세계에 두루 미쳐 있는데 말이지요) ( 「모든 말은요」 중에서)

 

시집의 뒷편에 시인의 산문이 실려있다. 시로 표현하지 못한 감성을 산문으로 쓴 것인데, 역시나 시인의 산문에서 좋은 글들을 발견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놀라운 성찰을 이야기 한다. 릴케가 언급한 편지 중 '실은 자기의 최상의 말 앞에서는 스스로를 걸어 잠그고 고속 속으로 들어가야 해요. 말은 신선해져야 하니까요. 그게 세계의 비밀입니다.' 라는 글을 인용하며 최상의 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자기의 최상의 말'은 아직 발설하지 않은 말이라고 했다. 발설하는데 마음이 급해 입 밖에 내고나면 '진짜 최상의 말'을 스스로 조기에 박탈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에 시인은 새로 태어난 말보다 더 신선한 건 아직 태어나지 않는 말일 것입니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말, 미래의 말. 이라고 했다. 입 밖에 내고 싶은 것을 참는 일, 가장 고유한 말, 아직 생성되지 않은 말, 가장 신선한 말을 표현했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산문의 말미에 아직 발표되지 않은 시를 실어 우리를 기쁘게 해주었다.

 

한없이 맑은 친밀감

 - 사제지간을 기리는 노래

 

어젯밤 꿈에는

시심(詩心)이 활발하였다.

잘 익은 것도 있고

설익은 듯한 것도 있다.

잘 익은 것 중 하나가

지금 나오는 노래이다.

사제지간을 기리는 노래.

귀중한 것일 수록

오래 발효한다

 

살아본 사람은 알듯이

사람의 일생에서

제일 소중한 것이

흠 없는 사귐이다.

사람 사귀는 일에 어쩌

흠이 없을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한껏 그럼 사귐이 있다.

선생과 제자.

그 사귐 속에는

알 수 없는 무슨

신비가 들어 있다.

느낌으로만 있고

꼭 집어 말할 수 없으니

신비이다.

 

(중략)

 

나는 사제지간을 기리느니

인간관계에서

평생 이런 자산이 어디 있느냐.

 

평생을 살아가면서 공동체 중 우정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사제지간의 한없이 맑은 친밀감을 말하는 시였다.

 

혼자 있는 조용한 시간. 시를 읽으며 나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 우리 마음을 비워 정화시킬 수 있는 시간을 갖는 일. 시를 읽는 일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6.02.19. 신고 공감 7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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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버리며 다시 소생하는 기쁨의 시
"불타버리며 다시 소생하는 기쁨의 시" 내용보기
인사   모든 인사는 시이다 그것이 반갑고 정답고 맑은 것이라면.   실은 시가 세상일들과 사물과 마음들에 인사를 건네는 것이라면 모든 시는 인사이다.   인사 없이는 마음이 없고 뜻도 정다움도 없듯이 시 없이는 뜻하는 바 아무런 눈짓도 없고 맑은 진행도 없다. 세상일들 꽃피지 않는다.   -----------------------------------------   모든 것을 불태
"불타버리며 다시 소생하는 기쁨의 시" 내용보기

인사

 

모든 인사는 시이다

그것이

반갑고

정답고

맑은 것이라면.

 

실은

시가

세상일들과

사물과

마음들에

인사를 건네는 것이라면

모든 시는 인사이다.

 

인사 없이는

마음이 없고

뜻도 정다움도 없듯이

시 없이는

뜻하는 바

아무런 눈짓도 없고

맑은 진행도 없다.

세상일들

꽃피지 않는다.

 

-----------------------------------------

 

모든 것을 불태웠어도

다시 부활하는 기쁨의 언어

무언가를 초월해버린 것 같은

가볍고 순정한 말

 

미사여구 하나 없이

흐드러지게 세상 가득 꽃 피우는 시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간이 되지 않았어도 자꾸 손이 가는 그 맛

무얼로 이 시를 표현할 수 있을까

무슨 상으로 이 시인을 추켜세울 수 있을까

 

좋다

그저 마냥 좋다

k*****7 2015.07.3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