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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소개부터 하고자 한다. 내가 책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을 풀어나가는 열쇠가 될 터이니까. 지은이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論吉)는 1834년에 태어나 1901년에 돌아간 사람이다. 한학을 공부하고 1858년에 네덜란드어 학교를 개설하고 독학으로 영어를 배워 미국과 유럽을 순방한 뒤 1868년에 게이오의숙(학교)을 세웠다. 눈에 띄는 것은 조선의 갑신정변을 도왔다는 것이며, 이후 탈아론(脫亞論)을 주창했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지은이가 19세기와 20세기의 격동기, 즉 일본에서 근대화의 바람이 휘몰아치던 때에 살았던 사람이며, 메이지유신의 전후, 곧 봉건시대와 근대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책의 원래 제목은 “학문을 권함”이다. 책이 많이 팔려서 ‘속편’을 많이 냈다는 사정이 있어서 옮긴이는 제목을 “학문의 향기”라고 한 모양이지만, 학문과 관련한 책인 것은 틀림없다. 요즘같이 모든 것이 서양것으로 도색되어버린 느낌이 드는 때가 또 있을까. 학문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생학문이랄 것은 거의 없고, 학문을 하는 태도마저 외식으로 물들어 있는 느낌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왜 학자들이 아귀다툼을 할까. 또 왜 학생들은 ‘터지는 새우등’이 되어야 할까.
책을 보면 지금의 우리 현실과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서 지은이가 살았던 일본의 현실, 즉 100년 전 일본의 현실이 지금의 우리 현실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100년 전 일본 역시 메이지 유신 후 근대화의 격랑이 일었고, 지금 우리나라는 그 전철(前轍)을 밟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세계화라는 시류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역사가 일본 역사의 수레바퀴 자국을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다른 것이 있다. 지은이가 살았던 때의 일본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지금 온통 서양것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해 있지만, 그것을 제 것으로 다듬는 데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철학이니 법학이니 사회학이니 하는 학문마다 모두 서양의 경험을 언급하고 있다. 즉 고대는 어떻고 중세(봉건시대)는 어떻고 근대는 어떻고 현대는 어떻고 하는 식으로 나열을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는 봉건제의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르네상스 이후 학문이 신학으로부터 벗어나서 융성함으로써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래서 봉건시대와 견주고 맞대보는 작업이 중요하지만 우리는 봉건제를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메이지 유신 이전만 해도 막부시대로서 바로 봉건제를 시행한 봉건시대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일본은 서양 학문을 체화(體化)하는 것이 손쉽고 수월하겠지만, 우리는 그보다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결과가 보여주지 않는가.
어느 학문이고 어느 책이든간에 하나같이 봉건제를 언급하고 있다. 우리는 봉건제를 했던 적이 결코 없는데 말이다. 무슨 말일까. 우리 학자들이 들떨어졌다는 말이라도 될까? 아니면 마냥 자기학대일 뿐일까? 우리 학자들은 무엇을 연구하는 것일까? 딱하다. 아무튼 봉건시대에서 근대로 전환하는 격동기에 살았던 일본 지식인에게는 나라를 걱정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쓰고 고민하는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다는 아니겠지만, 우리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 책은 학문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학문할 것을 권하며 학문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소양, 그리고 버려야 할 것들을 격동기 지식인의 시각에서 당시 근대화한 서양과 서양의 문물과 견주어 언급하고 있다. 오늘날 서양은 우월하고 동양은 미개하다는 식의 사고는 극복되었지만, 현대문명에 서양학문이 기여한 것만은 사실이다. 지은이도 이런 생각에 빠졌다가 다시 이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21세기의 학자에게 19세기의 사람에게 배우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이 책은 1872년 2월부터 1876년 11월까지 지은이가 근 5년에 걸쳐서 저술했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이 사료(史料)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의 시대상과 그것을 바라보는 지식인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당시 급변하는 시대상에 대한 동시대인의 인식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갑신정변이라는 우리나라의 근대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학문을 하려 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인상깊은구절] '인생'이라고 하는 '장사'는 누구라도 철이 드는 나이부터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