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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다큐멘터리나 시사 프로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영상이 아닌 책을 통해 보는 다큐멘터리에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요. 그런데 고희영 작가가 쓴 다큐멘터리 책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모두 제 마음을 흔들어 놓았거든요.
<다큐멘터리 차이나>로 처음 접했던 저자는 <그것이 알고 싶다>, <뉴스추적>의 작가로, 그리고 <수요기획>, <KBS스페셜> 등의 PD로 활동하며 10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베이징에서 '숨비'라는 영화사를 만들고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물숨>은 그녀가 무려 6년 동안 베이징과 제주 우도를 오가며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작기이자 해녀들의 삶을 통해 투영한 인간의 욕망과 삶에 대한 성찰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해녀들의 삶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가까이에서 접해본 적이 없으니 뭐 그럴 수밖에 없었겠죠. 고향이 제주도인 저자에게는 바다와 해녀가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었을 겁니다. 우연히, 그러나 운명처럼 해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저자. 처음엔 촬영을 극도로 경계하고 꺼리는 해녀들 때문에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었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언제나 진심은 통하는 법! 아마도 그녀는 정말 진정성 있게 해녀들을 대했을 겁니다. 그것은 그녀가 쓴 책들을 보면 느낄 수 있어요. 항상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가득 차 있거든요.
가진 것 하나 없이 몸뚱어리 하나로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은 그녀들에게 바다가 유일했다고 합니다. 바다는 생계를 유지해주는 일터였고, 슬픔을 달래주는 친정엄마 같은 존재였고, 또 그녀들의 모든 것을 묻어버린 청춘의 무덤이기도 하다고. 언제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기에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녀들에게는 언제나 고맙고 또 그리운 곳이 바로 바다인가 봅니다. 비록 그 바다가 자신의 딸을 삼키고, 자신의 어머니를 삼키고, 또 동료를 잃게 했더라도 말이죠...
저자는 해녀들의 삶을 보며 우리들의 삶을 투영합니다. 망망대해, 오직 홀로 외로움을 견디며 절대적 고독을 마주하게 되면서, 그러나 그런 감정을 느낄 틈도 없이 오직 편안히 마치 그녀들의 삶을 치유하듯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는 바다.
타고난 숨이 긴 해녀들은 상군이라 불리며 더 깊은 곳에서 오래 물질할 수 있지만, 타고난 숨이 짧은 해녀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하군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기 고유의 '숨'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그리고 해녀들에게는 '물숨'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죽음의 다른 이름 '물숨'. 해녀들이 죽게 되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눈앞의 좋은 물건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숨'의 한계를 잊고 그만 욕심을 내서 더 머무르게 되다가 사람이 아닌 물의 숨을 쉬어버리게 되어서라고 하네요. 저자는 물숨을 보며 자신의 능력을 초과해 웃자라 버린 욕망의 모습들을 봅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끊임없이 욕망하고 능력 이상의 것을 탐하고 있는지요. 그러다 그만 그 욕망에 집어삼켜버려지고 마는 것. 해녀들은 자신의 숨을 참으며 욕망을 다스리고 그렇게 바다와 함께 생활해 나가는 법을 배워 나갑니다. 그러지 않으면 목숨 줄의 근원이었던 바다가 곧 죽음의 장소로 변하게 될 테니까요.
80이 넘은 나이에도 파도와 싸우며 해녀 생활을 지속하는 해녀들. 사실 제주도 해녀의 70%가 65세 이상이라고 하네요. 젊음을 바닷속에서 보내고, 지금까지 바다에서 삶을 견디는 그녀들의 한평생을 보면서 경건함마저 들었습니다. 힘들고 무섭다고 하시면서도 바다를 버리지 못하고 바다에 가지 않으면 외려 병이 난다는 그녀들. 어쩌면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인생이라는 바다를 헤쳐나가며 우리도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결코 놓을 수 없는. 모든 삶의 고통도 살아내기 위해서는 그대로 껴안을 수밖에 없고, 욕망에 눈멀어 물숨 쉬지 않도록 한계를 인정하며, 삶이란 그런 것이란 것을 깨닫는 것.
해녀들과 바다를 통해 인간의 숨과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다니! 읽으면서 내내 새삼 놀랍고 감탄하게 되었다는. 나에게 바다는, 그리고 내가 혹 거기서 덜어내지 못한 욕심은 무엇일까... 기회가 되면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된 '물숨' 역시 만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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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우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뭘까? 쪽빛 바다의 풍요로움과 한가로움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일상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는 휴양지 같은 느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렇지만 제주 바다가 삶의 터전인 점차 사라져가는 해녀들에게 바다는 어떤 의미로 다가 올까? 제주출신의 저자가 뒤늦게 제주 해녀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6년간의 촬영과 그에 대한 기록에 더하여 제주 해녀들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되었네요. 깊이있게 속속들이 알게되지 못하겠지만 여지껏 너무나 관광객의 관점에서 겉모습만 바라보는데서 벗어난 다른 시각에서 볼수 있게되었으며, 나 자신의 삶도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네요. 다큐멘터리 영화를 위해서 그런것인지 친숙한 제주바다 이야기라서 그런지 아니면 책속에 상황에 맞는 사진들이 많아서 그런까닭인지 책을 읽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마음의 울림을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우도 해녀들에게 제주바다는 말그대로 삶의 터전이다. 자식들의 학비요, 서방님의 술값이요, 집안의 살림을 일구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힘들고 위험하여도 자신의 능력만큼 노력만큼 거짓없이 거두어 들일 수 있는 곳 또한 바다인 것이다.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힘든 곳이지만 해녀들에게는 바다속에 있을때 세상의 고민거리를 잊을 수 있고 마음의 힐링을 받을 수 있는 곳 또한 바다인 것이다. 도심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먹고살기 위한 직장이라기보다는 농부들의 집앞의 농지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엄마도 해녀고 딸도 해녀인데, 바다에서 딸을 잃거나 엄마를 잃어도 또 그곳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해녀들의 모습이다. 그들인들 어찌 그 바다가 원망스럽고 무섭고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살아있는 또다른 가족들을 위해서 그들은 그 곳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녀들이 오히려 물질을 하는 동안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60년 70년을 넘게 물질을 해온 그들에게 다가오는 바다의 의미를 어찌 쉽사리 짐작을 할 수 있을까? 단지 그럴것 같은 느낌만 있을뿐... 자연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평등할것만 같은 해녀들도 숨을 얼마나 견딜수 있는가에 따라서 상군,중군,하군으로 나뉜다고 한다. 숨의 길이에 따라 더 깊은 바다로 갈수 있기에 당연히 상군들이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더 깊이 내려가야 하는 까닭에 더 위험한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상군,중군,하군은 노력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난다고 한다. 그러기에 자신이 가진 범위를 넘어서고자 노력하면 할수록 위험만 하다는 것을 해녀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만을 가지는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삶의 터전에서 하나라도 더 얻으려는 노력은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전복하나 더 따겠다고 조금더 지체하는 순간 자신의 숨의 길이를 넘어서는 순간 물숨을 들여마시게되고 바다는 삶의 터전에서 죽음의 장이 되는 것이다. "조금 더"라는 그 욕심이 화를 자초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해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욕심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관광객의 눈이 아니라 한꺼풀 벗고 들여다 본 그들의 삶에서 배워야 할점은 많은 것 같다. 더불어 저자가 겪었던 것처럼 친해지기까지 참으로 어렵지만 그 담장을 넘어 들어가면 또다른 따스한 마음이 있는 것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람의 믿음을 얻기까지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 깊은 마음속에서 우리의 부모님의 마음을 보는것 같다. 책을 덮고 나서 머리속에 그려본 우도 앞바다의 쪽빛 바다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슬픔과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낸 마음들이 담겨 있기 때문인것 같다. 그 바다로 지금 달려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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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라는 '업'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불행하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자신이 선택한 것도 아닌 고된 삶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는 그들에게 어떤 희망이 있을까?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늘 사나운 바다와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그러면서 그 고통의 대가로 번 돈에 의해 자신의 가치가 평가될 때 얼마나 마음이 쓰라릴까?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영화, 노래는 이러한 그들의 고달픈 삶에 대해 다루었지만 정작 해녀 본인들은 침묵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상화될 뿐 적극적으로 자신의 내면의 진심을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금기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회의 동정 어린 시선에 맞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저자는 제주 출신 여성이라는 공감대와 다큐감독의 세심함으로 그들에게 다가서려고 했으나 그 벽은 높고 단단했다. 그렇게 부딪치고 부서진 세월이 6년. 그 6년간 해녀들의 바다에서 건져올린 삶의 진실이 이 책이다.
해녀들은 저자와 함께 먹고 자면서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될 때서야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 책에 담긴 해녀들의 이야기는 우선 '깊다.' 해녀들의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마음에 출렁이는 것은 슬픔과 한만은 아니었다. 늘 자신들을 안아주는 바다에 대한 동경과 설레임, 매일매일 물속에서 느끼는 공포과 경외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한평생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가게 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
이 책에 담긴 해녀들의 이야기는 또한 '넓다.' 저자는 우도의 수많은 해녀들의 각기 다른 '사연'을 담고 있다. 같은 해녀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물질에 대한 생각, 꿈, 인생경로는 모두 다르다. 어머니를 묻은 바다에 다시 들어가는 딸 해녀 이야기, 일본으로 출가물질을 다니는 스타 포크레인 해녀 이야기, '최하위 계급' 해녀지만 바다에서 '힐링'했다며 웃는 '똥군' 해녀 이야기 그리고 해녀 사회를 지배하는 '룰'과 '계급' 이야기.
그들은 비록 자신이 선택하여 해녀가 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며 매일매일 자신들의 바다에 뛰어들고 있었다.
책을 덮고 나의 삶의 바다를 생각해 보았다. 해녀의 바다가 그렇듯 나의 바다의 모습도 하나가 아니다.
푸른 꿈이 출렁대는 듯하지만 깊은 곳에는 검은 두려움이 깔려 있고,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듯하다가도 따사로운 평화가 흐르기도 한다.
이 책은 나에게 그 바다에 뛰어들고 헤엄쳐 갈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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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출신 PD로 우도의 해녀들을 6년 동안 취재한 기록을 담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은 아마 조만간 다큐멘터리 영화로 공개될 예정인가보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몇 년 전에 제주도에 업무출장을 수십 차례 다녀온 기억으로 해녀들의 모습을 떠올렸지만, 역시 그 푸른 바다 밑의 삶의 현장은 가혹하기만 했다. 현재 60세 이상 노인이 82퍼센트를 차지하고 40대가 마지막 해녀라는 이야기와 함께 이 책에 등장하는 해녀들의 삶은 그야 말로 퍽퍽하다. 아침 8시부터 바다에 들어가 오후 4시까지 아침과 점심을 굶고 꼬박 일하며, 수압으로 인한 두통을 견디기 위해 빈 속에 진통제를 삼키며, 어선들이 해녀들을 못보고 지나가다 혹은 줄이 발에 감겨, 너울파도에 떠내려가거나 연철의 무게 때문에 떠오르지 못해, 그리고 상어에게 잡아 먹힐 위험을 감수하면서 목숨 걸고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현실을 말해준다. 그래도 태어나 글도 깨우치기 전에 수영을 먼저 배우고, 어릴 때부터 학교를 빼먹고 물질하는데 동원되고, 만삭의 몸으로도 잠수하면서 한 평생을 보냈으니 물에 있을 때가 그나마 마음이 편하고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한다.
특히 젊은 날 대상군, 상군으로 이름을 날렸던 해녀들도 대부분 나이가 들수록 점점 얕은 바다로 옮겨가게 된다면서 마을마다 경로우대 차원에서 수심이 낮은 바다를 할망바당으로 정해서 할머니 해녀들이 작업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물숨"을 영어로 "A Little Bit More"로 표기한 이유는 바로 욕심과 관계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일하는 해녀들은 자신의 숨의 한계를 알고 있고 숨의 마지막에 이르기 전에 바다를 벗어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그 한계를 잊도록 만들고 바다에 잡아 두는 것이 욕심이란 말이다. 그렇게 한계를 지나 버린 숨을 물숨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른바 과호흡 상태인데, 아직도 호흡이 남아 있다고 착각하다가 수면으로 올라올 때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실신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물숨을 먹으면 도로 나오지 말고 그 자리에 또 들어갔다 나오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트라우마 때문에 영영 그 바다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 한다. 겉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해녀의 일과 삶에도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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