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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1일, 원주 치악산 깊은 산골에 있는 강원도자연학습원이었다. 스님들이 마음공부를 해도 좋을 만큼 깊고 전망 좋은 곳이다. 2박 3일 동안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여름 연수를 하는 날 중간이다. 점심을 먹고 모둠끼리 나들이를 했다. 우리 모둠은 학습원 둘레 산책을 했는데 워낙 깊은 산속에 있어서 골짜기도 깊었다. 중간 중간 웅덩이도 깊었다. 한창 무더울 때였지만 골짜기 깊은 웅덩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서늘했다. 그런데 깊은 웅덩이의 유혹이 거셌는지 선생님 두 분이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두 분 선생님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즐거웠다. 웅덩이에서 수영을 하는 두 선생님이야 가장 시원하고 즐거웠겠지만 지켜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시원하고 즐거웠다. 두 분 선생님 중 한 분이 윤일호 선생님이다. 윤일호 선생님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다. 선생님을 처음 본 것은 그 이전이지만 그때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고, 맑고 깊은 웅덩이의 유혹이 있더라도, 어른들은 잘 뛰어들지 않는다. 혹시 나를 우습게 보는 눈을 없을까. 수영을 한 뒤 옷은 어떻게 말리지. 걱정이 먼저 앞서는 까닭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앞뒤 재지 않고 웅덩이에 곧바로 뛰어들었다. 웅덩이에서 경쾌하게 수영을 하며 하하하하 큰 소리로 웃고 즐거워했다. 마치 어린이가 수영을 하며 즐거워하는 듯했다. 그러니 지켜보는 사람들 또한 유쾌할 수밖에. 선생님은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무모하리만치 곧바로 몸으로 옮겼다. 자신은 물론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선생님이 폐교 위기에 몰린 진안의 장승초등학교에서 작은학교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실제로 당시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학생 수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사라져야 할 학교를 무엇 때문에 억지로 살리느냐, 국가 예산 낭비가 아니냐, 전주에서 가까우니까 교사들이 자기들 편하라고 하는 것 아니냐, 면 단위에 초등학교가 하나만 있으면 되지 두 개까지 뭐 필요하냐 같은 분위기였다. 전주 아이들을 진안에 데려다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느냐는 조롱까지 있었다고 한다. 혁신학교로 지정되었을 때는 지역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혁신학교 지정이 자의적이라느니, 사전에 내정되었다느니, 선거 보은이라느니 하는 근거도 없는 이야기들이 사실인 것처럼 기사화되었다. 그러나 장승초등학교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러한 비난은 없어졌다. 잠 강예림(장승초 6학년) 어제 분명 일찍 자고 꽤 늦게 일어났는데 눈 감고 일분 후에 일어난 것 같다. 요즘은 추워서 더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고 더 일어나기 싫은 것 같다. 그래도 학교 갈 생각만 하면 빨리 나가고 싶다. 장승초등학교는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되었다. 2011년 2월이면 전교생이 9명밖에 되지 않아 폐교될 운명이었다. 10년 가까이 시설 투자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내 화장실도 없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건물 바깥 벽 쪽에 있는 아주 낡은 학교였다. 적은 수의 교사들이 많은 업무를 감당해야 했다. 자연 환경만 좋았다. 지금은 누리집에 소개한 교직원만 해도 16명, 학생 수는 92명으로 늘었다. 장승초등학교 둘레에 얼마 없던 가구도 30가구로 늘어났다. 귀농귀촌을 하면서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해 둘레에 자리를 잡은 집이 25가구다.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되면서 교사 학부모가 행복한 것은 물론 마을도 살아났다. 그 과정은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거니와 많은 교사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리라 생각한다. 혼자서 또는 동료들과 함께 눈물 꽤나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에게는 마음을 나누는 동료가 있었다. 후배지만 스승이나 다름없는 이우주 선생,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벗인 이선희 선생과 유미리 선생, 이명근 교장 선생님 같은 분들이다. 그리고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에 기꺼이 아이들을 보낸 학부모가 있었다. 아이의 앞날을 위해 아예 삶터를 바꾼 학부모도 있었다. 이러한 교사와 학부모의 믿음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이 눈으로 수업 보기’ 같은 교육 실천이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언제나 아이를 중심에 두는 교육 철학이 있어야 한다. 장승초등학교에는 바로 그것이 있었기에 오늘의 장승이 있게 되었다. 중심에 무모하리만치 우직한, 그렇지만 바로 우리 이웃에 있는 평범한, 어린이 같은 마음의 윤일호 선생님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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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돌아왔다 - 윤일호 지음, 내일을 여는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