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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くるくるコンパス] 빙글빙글 나침반, 수학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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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양지의 그녀》 원작을 쓴 작가 고시가야 오사무越谷オサム의 작품은 대체로 순수하고 해맑은 느낌이다. 청춘물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이 저자의 소설만큼은 질리지도 않고 읽게 되는 건 바로 그런 상큼함 때문이지 않을까싶다. 10대들의 성장기를 깔끔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솜씨가 탁월한데다 감동 포인트를 한 스푼 첨가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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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양지의 그녀》 원작을 쓴 작가 고시가야 오사무越谷オサム의 작품은 대체로 순수하고 해맑은 느낌이다. 청춘물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이 저자의 소설만큼은 질리지도 않고 읽게 되는 건 바로 그런 상큼함 때문이지 않을까싶다. 10대들의 성장기를 깔끔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솜씨가 탁월한데다 감동 포인트를 한 스푼 첨가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청춘에 대한 어른의 감성을 자극하는 그리움이라는 향기가 은근히 묻어난다고나할까. 그렇다고 고리타분하다는 건 결코 아니고 충분히 아이들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발랄함이 돋보이는 가운데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맛보게 되는 공감 포인트가 문득 문득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수학여행을 떠난 중학생들의 귀여운 일탈을 그린 소설 《빙글빙글 나침반くるくるコンパス》은 특히 그러한 색채가 강하다. 시점 자체가 어른이 되어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전개라서 성인이 읽기에 호흡이 딱 좋다. 생애 단 한번밖에 없는 수학여행, 책장을 넘기노라니 그 때의 기억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아 저자의 표현과도 같이 가슴이 저릿한 듯한, 마음이 조급해지는 듯한, 지금이라도 무언가가 시작하려는 듯한,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근질근질한 느낌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다. 인생에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나침반처럼 방향을 딱 가리키는 어떤 순간이 찾아온다. 지나고 보면 그때야말로 얼마나 중요한 순간이었는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니 한순간 한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하는 건 물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결코 놓치지 말아야 생의 후회가 남지 않으리라.

 

니시중학교 3학년의 수학여행은 교토·나라의 2박3일간 코스로 정해졌다. 첫날은 나라에서 각소를 구경하고 둘째날은 조를 짜서 교토 자유여행, 마지막날은 단체 관광 후 돌아오는 여정인데, 장기부 동아리의 별 볼일 없이 평범한 남학생 3인조는 남몰래 특별한 계획을 세웠다. 오사카로 전학을 간 장기부의 여학생 친구 미즈타니 가오리를 만나러 간다는 것. 그러려면 교사들의 감시망을 뚫고 교토를 벗어나야한다는 문제 외에도, 남자셋 여자셋으로 이루어진 조별행동에서 여학생들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더 높은 벽을 넘어야 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오사카행 고속열차를 타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안경잡이 사토 가즈토도, 동안의 꼬마 오노데라 유이치도, 불룩한 아랫볼의 나카무라 신야도,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넓고 복잡한 우메다역에서의 방황을 필두로 난바 도톤보리에서는 불량 고교생들에게 걸려 혼쭐이 나는 등 그들의 계획은 크게 어긋나기 시작한다. 돌아가야 할 시간을 코앞에 두고 미흡했던 준비성에 반성하면서도 어떻게든 가오리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포기하지 못하는 3인조. 결단의 시간이 다가왔다. 초여름 뜨거운 태양에 빨갛게 탄 얼굴, 공복에 갈증까지, 지치고 엉망이 된 몰골이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단체행동을 지켜가며 정 코스로 여행해도 특별함이 있는 것이 수학여행이지만, 다른 길을 선택한 가즈토, 신야, 유이치의 삼총사는 이 날을 계기로 인생의 방향이 정해졌다. 물론 무단 돌출행동은 권장할만한 행위는 아니다. 또한 가공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특별한 운이 따랐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약 현실이었다면 으슥한 뒷골목에서 불량배들에게 돈도 소지품도 모두 빼앗기고 알몸사진까지 찍혀 한창 꽃피워야할 아이들의 미래는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용기와 지혜와 배짱과 우정과 올곧음에는 미소 짓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엄하지만 자상한 선생님의 존재가 더해지니 코끝은 시큰해지고, 그들과 함께 석양을 바라보고 싶다는 향수어린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든다. 동시에 교토에서 철학의 길을 하염없이 걷던 때가, 나라에서 사슴이 다리에 코를 디밀어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오사카 난바에서 미아가 될 뻔했던 추억이, 새삼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y*****p 2023.12.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