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부녀와 유부남을 태운 2인승 비행기에서 경착륙을 하자, 여자는 응급대원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집이 어디인지,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불륜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이 여자는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본 기억상실증을 흉내냈지만, 잘 해내지 못했다. 루이스 캐럴은 앨리스의 두번째 모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여왕을 거꾸로 사는 것으로 상상했다. 의아해하는 앨리스에게 여왕은 거꾸로 사는 것의 이점은 기억이 양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기억이 뒤로만 작용한다면 그건 형편없는 기억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 속에서 여왕이 옳다고 말한다. ‘기억은 앞으로 또 뒤로,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선행기억은 앞으로 작용하며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이고, 역행기억은 뒤로 작용하며 과거의 기억을 유지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두 가지는 떼려야 뗄 수 없게 연결되어 있고,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도 잃는다(p112)’. 비행기 추락 후, 기억 상실증을 연기하는 그녀는 자기 이름은 몰라도, 나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자기 인식이 가능했고, 그로 인해 로퍼 박사님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 말이 산통을 깨고 만 것이다. 그러니 드라마에서 나오는 선택적 기억상실증은 의학적인 설명이 더 필요한 듯하다. 심장마비를 일으켜 심폐소생술에 의해 간신히 뇌손상을 입은채 살아난 한 환자는 중뇌 측두엽에 혈류가 낮아 생긴 역행 및 선행 기억상실로 영구적인 기억상실인 코르사코프 증후군에 맞닥뜨렸다. 그에게 시간은 영원히 1960년이었고, 30초 이상 기억을 간직하지 못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들이 작화증을 함께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코르사코프 증후군 환자들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지어냄으로써 기억의 간극을 메워서 보상한다. 넘어져서 실려온 한 환자는 진탕성 기억상실을 보였다. 환자의 의식은 상실되지 않았지만 그 이전 해의 기억 대부분과 과거 30년의 기억 중 일부가 사라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살아온 과거를 정확하게 이야기했으나 최근 그녀의 가족이 죽은 사실과 대부분의 1년전의 기억을 잃었다. 그녀 역시 30초 이상 의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름을 가르쳐 주면 매번 똑같이 대답할 뿐이다. 이런 류의 사람들은 운전 중 원형 로터리에 빠지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해 영원히 그곳을 돌다가 경찰이 주목한 후에야 그곳을 빠져나온다. 이 책을 쓴 앨런 로퍼 교수는 현재는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이며 보스톤에 위치한 브리검 여성병원의 신경의학부 최고 임상의이다.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의 알츠하이머 치료를 담당한 의사이기도 한 그가 낸 책은, 임상 기록에 가까운 책이다. 물론 그의 전공이 신경의학인 관계로 두뇌와 관련된 질병을 가진 환자들의 치료에 대한 기록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제목이 암시하는 <두뇌와의 대화>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현장의 올리버 색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제목에서 올리버 색스와 비슷한 톤의 목소리를 기대했다면 기대와는 다르다. 미국 드라마 ER이나 닥터 하우스(House M.D)에 더 가깝다. 병원은 항상 응급 환자들로 시끌 벅적하고 시간을 다투는 처치와 순간적이고도 직관적인 판단에 의해 생명까지도 좌우되는 수많은 사람들을 다룬다. 모든 병원의 의사가 한가하게 한 개인의 모든 사적인 영역을 조사하고 탐구하여 위대한 통찰에 이를 수는 없는 일이다. 많은 수의 환자를 미국의 의료제도 내에서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하여 가장 최적의 치료를 이루는 것이 대부분 임상의의 목표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앨런 로퍼 교수가 평생을 통해 보아온 환자들 최근의 환자 혹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환자들에 신경의학에 관련된 많은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즉, 환자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특정 질병을 가진 많은 환자들 중의 하나로서, 질병 자체와 그 치료에 관련된 병원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신경과의 수많은 질병들을 만난다. 그것은 뇌가 하는 일, ‘언어와 감각과 감정, 걷는 것과 넘어지는 것, 약함과 떨림, 신체 동작의 조화, 기억력과 정신능력, 발달지연, 불안과 고통, 스트레스, 심지어는 죽음(p15)’과도 연결되는 수많은 이상 증상들이다. 인간의 모든 정신적 활동과 그와 수반되는 모든 신체적 활동이 뇌와 연결된 신경들이 작용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그가 다루는 임상의 범위는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속한 브리검 여성병원에 실려오는 환자들에 대해 의사들은 환자들의 증상 몇가지 인터뷰들을 통해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질병의 원인을 추리하고 빠른 판단으로 어떤 처치를 내릴지, 또 어떤 추가 검사를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결정 과정에는 물론 필연적으로 실수가 뒤따른다. 의사들은 그러한 실수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갑자기 다리에서 시작된 마비가 몇 일만에 온몸으로 퍼지는 경험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코너웨이의 가장 뚜렷한 증상은 갈랑바레증후군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고, 그에 따른 처치를 하고 있었지만, 열이 있고 백혈구가 높다는 사실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MRI 사진의 위쪽에 위치한 지름 3밀리미터의 작은 점들을 주목하지 못한 채 진짜 질병인 척수경막외농양의 진단을 놓쳤고, 그는 몇일 만에 죽었다. 어차피 알았어도 살지 못한 환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내게 그것은 변명처럼 들렸다. 이런 일은 인간이 하는 일인 이상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의사에게 바라는 것, 즉 공개적으로 실수를 인정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지금은 실수가 무엇이었는지 알지만, 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p313) 레지던트들이 병원에서 의료 행위를 하면서 가장 마지막에 익히는 기술은 많은 면에서 중요하고 또 가장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환자들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실행력이다. 전국 최고의 손 수술 전문의가 새벽 2시에 와서 환자의 손을 접합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자가 시력을 잃기 전에 시신경에서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면 전화를 걸어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p316). 신경과 의사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것들을 생동감있게 전해주는 이 책은, 간호학이나 의학 혹은 병원이나 요양 시설 등의 의료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도서라고 보여진다. House MD가 질병을 추적할 때 수많은 가능성에서 하나의 질병으로 마치 범인을 추적하듯 추적해나가는 것처럼, 실제 의료진들은 병원에 도착한 수많은 환자들의 증상을 바탕으로 몇가지 질문과 몇 가지 검사만으로 빠르게 어떤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어떤 처치가 필요한지를 결정한다. 이 결정과정 중에서 잘못된 진술, 잘못된 판단 하나가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기도 하고, 환자에게 영원한 장애를 갖게 하기도 한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그러나 환자인 개인에게 의사는 목숨을 맡긴 신이다. 때로 잔인하기도 한 의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는 이 책은 의료 현장에서 의사의 결정이 얼마나 절대적인 것인가를 잘 알려주었다. |
|
『두뇌와의 대화』를 읽고
우리는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 우는 당당한 인간이다. 인간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신과 신체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서 각자가 작용해야만 당당한 모습으로서 역할을 할 수가 있다. 이 세상에는 아니 우리나라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개개인들이 자신만의 모습에 대해서 얼마만큼 잘 알고서 행하는지는 정말 미지수이다. 내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잘 알고 있다 할 수가 없다. 나이가 환갑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망설여지는 때가 많고, 다른 생각들이 많은 것을 직접 느껴도 본다. 이것이 아쉬운 점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이왕이면 확실하게 그 원리 등을 알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도 내 자신에게 이 책은 우리 인간의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는 정신적인 측면에서 두뇌에 대한 확실한 것을 이해하고, 알고서,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 알게 된 아주 중요한 시간이었다. 오래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특히 학교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과 생활하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한 내 자신의 정신적인 육체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정말 민감하다. 조금만 이상이 보이면 먼저 알아보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기 때문에 더더욱 내 자신을 유지해나간다는데 정말 쉽지 않은 시간이었음을 고백해본다. 이제 2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늦게라도 내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정말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뇌와 관련한 모든 것을 알고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를 알게 해준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꼭 보아야 할 책이라는 확신을 해본다. 특히 최전선에서 직접 환자들을 대하면서 진료를 하고 있는 신경과 의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말 실감이 가게 만든다. 수많은 질병들이 있지만 우리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이 뇌에 관련한 질병으로 알고 있다. 뇌종양, 뇌졸중. 파킨슨병 등 쉽게 대하지 못하는 병 등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미국 하버드 의대생들의 훈련소이기도 한 보스턴 병원 단지 안에서 ‘의사들의 의사’로서 활약하고 있는 저자가 뇌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다. 좋은 책의 효과 말이다. 쉽게 대할 수 없는 것을 실제 전문가로부터 배우는 최고의 기회였다. 그래서 이 책은 당연히 사람이라면 직접 진지하게 자신의 모습을 냉철하게 점검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을 만난 것 자체가 내 자신의 앞으로 전개되는 건강한 후반부 인생에 힘이 되었다는 것을 진정 고백해본다. |
|
“오늘은 어떤 환자들이 있나?” 이 책, <두뇌와의 대화>는 하바드 의과대학 교수이면서 보스톤에 위치한 브리검 여성병원의 신경과학부 임상의인 ‘앨런 로피’와 저술가인 ‘브라이언 버렐’이 쓴 책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주로 앨런 로피의 임상 사례를 중심으로 하여 신경관련 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하고 있는가를 기록하고 있다. 토끼굴에서 꺼내오기 이 책의 원제는 <Reaching down the rabbit hole>인데, 이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온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첫 장의 소제목이 'Down the rabbit hole'인데 이 책의 저자는 그 말을 차용하여 이 책의 제목으로 정한 것이다. 그럼 이 책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서 이 책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토끼굴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 관련성은 저자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데서 찾을 수 있다. <우리 환자들 각각은 모두 사실상 구멍에 빠졌고, 그들을 다시 꺼내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33쪽) 조금 더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토끼 굴로 뛰어들어 모든 것이 겉보기와 다르고 모든 것이 바깥 세상과는 관련이 없는 이상한 영역으로 들어간다> 바로 그 ‘이상한 영역’이 위에서 말한 ‘토끼 굴’이다. <그 곳은,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말하듯이, 아침 식사 전 여섯 가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다고 각오를 하면 도움이 되는 곳이다.> 그러니 저자가 마주칠 환자들은 모두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의 토끼 굴에 들어간 것처럼 그러한 곳에 빠져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저자는 앨리스에게 말한 붉은 여왕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그것과는 다른 각오를 비치고 있다. <여왕과 달리 나는 아침 식사 전에 여섯 가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도 각오를 할 필요가 없다. 어느 날이든 점심 식사 전에 최소한 여섯 가지 믿기 힘든 일과 마주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33쪽) 이미 그런 일을 많이 보기 때문에 굳이 각오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대처할 자세가 되어 있다는 저자만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말이다. 그의 환자들 - 토끼 굴을 들여다 보니 이제 그 각각 사례별로 대응하는 것을 살펴보기로 하자. 횡설수설하기 시작한 야구선수, 빈센트 탈마. 갑자기 정신병자가 된 대학생, 신디 송. 이 케이스는 그녀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더욱 안타까웠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많은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어떻게 그런 증상에 대처하는가? 그는 담담하게 말한다. '아픈 뇌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그에 대한 유일한 해답은 환자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사례별로 대응하는 것이다.'(15쪽) 신디 송의 경우만 살펴보자. 그녀는 환시를 보고, 이에 대응하는 것처럼 몸부림치기 시작했으며 길길이 뛰는 증세를 보여 입원하게 되었다. 그런 환자를 보고 저자는 다음과 같이 레지던트에게 질문한다. “광견병에 걸린 것처럼 침을 흘리고 있나요?” 답은 이렇다. “네, 마치 개처럼요” 그런 대답을 듣고 저자는 난소성 기형종인 것으로 판단하고 난소를 제거한다. 그로부터 며칠 안에 그녀의 병은 치유되었다. (41쪽) ‘질서를 잃은 뇌’를 다시 질서의 세계로 ‘질서를 잃은 뇌’(374쪽)라고 그는 증상들을 표현한다. 그는 그러한 무질서의 세계로 편입된 많은 환자들의 뇌를 다시 질서의 세계로 이동시키기 위하여 애를 쓴다. 그런 결과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어떻게 끝나는가?’ 그 말은 자기의 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 자문하는 것이다. 이 질문을 듣는 - 실제로 독자들은 이 질문을 ‘읽는다’ - 독자들은 무엇을 기대할까 의사로서 어느 만큼의 일을 해 왔으니, 중간 결산 정도는 하겠거니, 그래서 거기에다가 어떤 다짐도 덧붙일만도 한데, 그렇게 하는 대신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끝나지 않는다.”(23쪽) 그의 일은 끊임이 없이 진행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토끼 굴에 빠질 것이니 그의 일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앞에 오는 환자들을 그는 이렇게 진단할 것이다. 연이어서! “ 당신의 뇌에 종양이 있어요.” “ 당신은 운동 뉴런증이예요.” “ 당신은 파킨슨 병이예요.” “ 당신은 방금 회복될 수 없는 뇌졸중을 일으켰습니다.” 우리 문외한들이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진단이 되는 신경 관련 병들이 무섭고 힘들 것 같지만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나, 그의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환자들을 안심시키는 말이 될 것이다. “오늘은 어떤 환자들이 있나?” 그 말 속에는 환자들의 가장 깊은 걱정을 보살펴주는 그의 든든한 손(374쪽)길이 들어있음이 분명하다. |
|
앨런 로퍼와 브라이언 버렐이 공저자로 되어 있지만, 책
속의
목소리와
행동은
모두
앨런
로퍼라는
신경의학자의
것이다. 이 책을 직접 쓴 건 브라이언 버렐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독자는
이
책을
앨런
로퍼의
것으로
알고
읽어야
하는
것일까, 브라이언 버렐의 것으로 알고 읽어야 하는 것일까? 혹은 (아주 무난하게) 둘의
공동
작업으로
알고
읽어야
하는
것일까? 사실 이런 경우는 많다. 최근에
읽은
책만
해도
『뇌는
탄력적이다』도
그렇고, 『초협력자』 같은 책도 그렇다. 이런
경우
나는
글을
쓴
사람이
아니라, 화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었었다. 그게
책의
의도라고
생각하니까.
굳이 이런 뻔한 얘기를 하느냐 하면, 이
책에
대한
광고에
앨런
로퍼를
‘현장의 올리버 색스’로
평가받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뇌신경학계에서는 올리버 색스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독서계에서 올리버 색스는 작가다. 그는
자신의
전공
분야, 혹은 거기서 확장되어 나간 분야의 일, 특히
자신의
환자를
대상으로
글을
썼다. 어쩌면 임상보고서 같은 내용이지만, 그게
울림이
있다. 그래서 그는 인정을 받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올리버
색스의
책에선
분명
올리버
색스의
느낌을
받는다.
『두뇌와의 대화』로 돌아오자. 여기에 실린 다양한 환자들과 의사들의 얘기는 감동적인 면도 있고, 시사적인
면도
있다. 충분히 읽을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득문득
이게
누구
목소리지? 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렇게
매끄러운
생각은
과연
누구의
것이지? 사실 너무 매끄러운 글이 자꾸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앨런
로퍼라는
의사의
생각이
아닌, 브라이언 버렐이라는 작가(?)를
통해
윤색된
생각은
아닌지. 그렇다면 나는 누구의 생각이라고 읽어야 하는지.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내
생각은
다르다. 현장에서의 생각과 그것을 제삼자가 다시 가공한 생각이 같은 깊이와 같은 울림을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경학이라는
의학
분야에
대한
저자의
자부, 뇌졸중 환자에 대한 다양한 경험, 루게릭병
환자에
대한
저자의
경험, 미스터리한 히스테리에 대한 생각, 자신의
실수에
대한
깊은
고뇌, 뇌사에 대한 시각 등은 분명 앨런 로퍼의 것임에 분명하겠지만,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고, 여러 깨달음을 주지만, 자꾸
의심하게
되고, 집중이 되지 않는 이유는 분명히 있는 셈이다.
이렇게 쓰기는 하지만, 이
책
자체가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수준이
낮은
책이란
건
아니다. 다만 전적으로 독서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누구의 목소리로 듣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는 걸 생각해 봤단 얘기다.
예전에 제롬 그루프먼의 『닥터스 씽킹』이란 책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에 들어가는 친구(몇 년 전 내가 상담 교수였다)가 찾아왔을 때 선물한 적이 있다. 이 책도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찾아온 친구가 신경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난 책 선물은 즐기지 않는다) (실수로 올렸던 리뷰를 다 날리고, 이전에 썼던 리뷰를 다시 올립니다.)
|
|
하루 종일 로터리를 빙빙 도는 영업사원,고등학교 때의 작전밖에 기억나지 않는 쿠터백, 머리에 구멍을 뚫어야 살 수 있는 여자 등,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을 하루에 여섯 번은 만나야 하는 신경학과 병원. 우리가 알고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온갖 부조리가 가득하며 판타지를 넘어 터무니없기까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신경학을 간단 명료하게 인간의 두뇌를 이 동화속 토끼 굴과 같다고 비유한다.
p200. 신경학은 엉망이 된 뇌를 연구한다. 또 다른 현명한 신경과 전문의가 일찍이 나에게 말했다. "신장병 전문의나 비뇨기과 전문의가 되고 싶다고? 이봐, 신장? 그것은 소변을 만들지.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이제 뇌를 생각해봐. 뇌는 시를 만든다고."
p19. 들어주는 행위 자체가 치로다. 제대로 들을 때 우리는 자세한 사항을 알아서 다음 환자에게 더 나은 의사 노릇을 할 수 있다...레지던트들은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을 수 있다. 그들은 진단과 치료,기술,척도,농도,복용량,비율,증가와 감소에 초점을 맞춘다.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그것들도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듣는 것을 잊지마라. 고도의 숙련된 의학적 기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것이 신경학이라는 것이다. 그가 도운것은 병을 낫게하거나 또는 상태악화를 늦추는데 그치지않고 진정으로 환자가 원하는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환자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저자의 가장 주된 목적이었다.
p234. 죽을 찰나의 사람은 보면 안다.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혈관이 수축되고 무릎은 푸르스름하게 된다. 루이스는 몇 번 조용하게 기침을 했다. 그 다음 나는 소리, 쉬익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속삭였다. "사랑해요. 여보. 안녕." 앨런 로퍼 박사는 스스로 산호호흡기 떼기를 결정하고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삶을 마무리 할 수 있기를 바라는 환자에게 마지막 시간을 만들어주며 기꺼이 환자의 바람을 도왔다. 환자의 끔찍할 고통앞에 부자연스러운 생명연장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주 부질없고 의미없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p270. 행복은 선택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내가 알 바 아니다. 살고 시도하라. -마이클 J.폭스-의 책 「럭키맨」에서 인용한 것.
p223. 모든 ALS환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죽는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다. 얼마만큼의 고통까지 참을 의향이 있는가? 얼마만큼의 신체 능력을 잃어도 견딜 수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짐을 지워도 될 것인가? 병이란 환자 개인뿐 아니라 온 가족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잊지말아야 한다. 환자가 겪는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이 타인에게도 영향을 주는 만큼 우리는 이러한 질병들의 증상과 치료방법.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상당 수 무지할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모두가 병에 이미 병에 걸려있는 환자거나. 결국 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는 잠재적 환자다.
얼마전 나는 아버지께서 이름도 낯선 교모세포종이라는 원인불명의 악성 종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나셨다. 한번의 수술로서 완벽히 제거해내지 못한 종양으로 아빠는 서서히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신체마비등의 우여곡절을 겪다 결국 폐렴에 다다랐다. 그동안 현대 의료과학 기술의 마지막까지 시도를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가장 슬프게 만들었던건 의사도 손을 놓은 병앞에 가족이 도울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고통과 마음을 얼마나 헤아렸던가. 안타까움과 아쉬움 그리고 후회는 오롯이 남은 가족들의 몫이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루게릭이나 파키슨, 뇌종양, 뇌졸증 등 많은 뇌관련 질병들에대한 이해를 돕도록 실제 저자가 담당했던 환자들의 사례를 실었다. 그의 치료과정과 경험으로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환자들의 심리상태와 가족들이 겪는 심리적 물질적 고통까지도 자세히 이야기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사연 각각은 감동적이고도 진정한 의사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한다. 의학적 저서로서 딱딱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서술은 부담없이 누구나 쉽게 읽어 볼 수 있도록 잘쓰여졌으며 그의 위트도 살아있으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책은 보석이다."라는 추천글이 가장 공감되는 바다.
알렌 로퍼 박사는 하버드 의과대학의 교수이며 영화배우 마이클 J.폭스의 알츠하이며 치료를 담당하기도 했다. 브라이언 버렐은 <뇌 박물관에서 온 엽서>의 저자다. 버렐은 저술 활동을 하며 신경과학응용에 대한 통계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
|
의학 기술이 점차적으로 발달하게 됨으로 신경 정신과의 발전으로 점차 병의 범위가 확대되어가고 예전에는 병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병명이 규명되어 치료에 이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자는 신경과 치료의 기술과 각각의 환자 사례와 함께 한 번에 하나씩 발전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실제 일어난 일과 대화도 실제 일어난 대화이며, 신경과 전문의가 직면하는 도전과 문제들에 대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경 정신과에서는 언제나 있을 법하지 않은 질병을 앓는 사람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매일 환자들은 예측 가능한 징후, 증상, 질병을 보이며 의사 앞에 나타납니다. 실제 환자들을 보는 측면에서는 매일매일 다르다고 합니다. 환자를 보고 난 후에는 혈전증이 갑자기 이름이 생기고, 신경교종이 아내와 자녀를 두고 있고, 수두증은 유명한 비즈니스 저널에 칼럼을 씁니다. 그 말은 환자의 이름 대신에 그 병명으로 얘기하기도 하고 주변에 알게 모르게 신경 정신에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뇌졸중은 뇌의 정확히 한정된 곳에 손상을 주므로 다른 질병과 달리 뇌기능을 이해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뇌졸중을 읽어내면 신경게에 대한 어마어마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간단한 일만은 아닙니다. 뇌졸중의 원인은 유전적 요소와 섭취하는 음식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뇌졸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지는데 혈관 막힘, 뇌출혈, 불룩하게 팽창한 혈관이 터지는 동맥류가 있으며 치료 방법도 완전히 다르다고 합니다.
착란이 의학에서 가장 큰 혼란을 주는 증후군이기도 합니다. 착란에 빠진 사람은 평범한 일도 너무나 이상하게 하기 때문에 전문가인 의사조차 불안해질 때가 있고 그것은 존재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기 합니다. 착란에 대한 이해는 아직 뇌졸중이나 신경 장애나 파킨슨병에 대한 이해에 미치지 못합니다. 착란은 엄밀히 말해 질병이 아니라 증후군, 문제들의 집합입니다. 임상적으로 착란은 평소의 또렷한 의식, 일관성, 생각의 속도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많은 신경 질병과 마찬가지로 착란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는 테스트는 아직 없습니다.
그 외에 다양한 병명들이 있고 그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심리적인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대표적인 질병의 근원이 스트레스인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뇌에 대해 더욱 깊은 연구를 통해 알아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입니다. |
|
현장의 올리버 삭스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직업 의식이 투철하고, 환자를 대하는 모습에 진심이 담겨 있어 읽는 동안 푸근함과 놀라움이 상존했다. 뇌 속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시각적으로 알기 어렵기 때문에 책에서 저자가 보여준 방식처럼 대화와 외연적 증상의 연구를 통해 해법을 모색한다. 두뇌와의 대화라고 할 만한 이유다. 일단, 환자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뇌의 아픈 곳을 알아가는 과정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 과정에 개입되는 오류가 곧 치명적 결과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뇌의 기작을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문화적 용인 수준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접근해야 한다. 미국 사회는 신경 분야에 대해 열린 태도를 견지하지만, 의학적 해법에 대해 법률적으로 환자의 권리를 지키는 면이 강해 조심성도 요구된다. 복잡한 성인의 뇌는 이미 사회적 소속감으로 뉴런의 회로가 완성된 상태라 단박에 환자를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책에서 반드시 살펴볼 점은 각종 증상뿐만이 아니라 저자의 접근 방법과 순차적 해결 방안 도출 전략이다. 갑자기 말을 더듬거나 침을 과도하게 흘리며 개와 비슷한 행동 유형을 보이는 환자 등이 이 책뿐만 아니라 여러 방송 매체와 자료를 통해 우리에게 소개된 바 있다. 게다나, 뇌의 신비로움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서 새로운 사실이 연일 언론에 제공되고 있다. 이 책은 뇌의 질환을 가볍게 볼 것이 아니라 정신적 오류를 보이는 신경 질환을 뇌가 아파서 보이는 것으로 보라는 시각을 제공하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히 깊다. 정신과 마음, 두뇌는 과거와는 다른 관계를 보인다. 신경 질환은 여전히 치유가 쉽지 않는 상황이지만, 저자처럼 현장에서 환자를 존중하고 따뜻하게 대하며 차근차근 다양한 질환의 인과관계와 뇌의 각 부분과 호르몬의 기작을 새롭게 연결하며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밝은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는 뇌 질환은 저자와 같은 노력이 누적될수록 개인적 피해를 최소화해 사회의 건강도 한층 드높일 수 있다. 세상은 토끼 굴과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말도 안되는 뇌 질환의 증상을 매일 다루는 저자의 이야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무용담처럼 신비롭다.
|
|
아픈 뇌를 이해하는 생생한 현장 보고[두뇌와의 대화]
로봇 청소기가 사람이 없는 집안에서 혼자 돌아다니며 집안을 청소하고 인공지능 세탁기가 알아서 빨래를 마쳐 주며 집 밖에서도 개인 휴대폰으로 보일러와 연결하여 집의 온도를 맞춰놓는 게 가능한 세상이다. 약한 인공지능들이 인간 대신 활동하면서 인간은 편한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의 전망에 따르면 30년 내에 사물인터넷이 보급되면 인간은 점점 할 일이 없어지고 여가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물론 모든 인간이 똑같이 그런 환경을 누릴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디스토피아적 세계에 대한 우려 또한 몇몇 SF소설이나 영화에서 이미 피력된 바 있다.)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해주면 미래에는 인간의 직업 중 대부분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결코 기계 또는 로봇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흥미로운 조사를 통하여 얻은 결론에 의하면 예술가, 작가, 심리치료사 등 의 직업은 여전히 남게 될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인간의 뇌와 관련된 영역은 로봇이나 기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로봇이나 기계가 절대 따라오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상상력" 부분이다. 또한 쉽게 파헤쳐지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 아직도 남아 있으며 몸의 어떤 부분처럼 절개하여 열어보아도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는 바로 그 부분의 미스터리 때문에 인간은 계속해서 만물의 영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바로 그 인간의 뇌가 아플 경우, 우리는 어디에 의존하는가? 신경과 전문의 즉 뇌신경과학자들을 찾아가야 한다. 이미 올리버 삭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고, 이 분야를 다루는 의사의 애환과 고충, 다양한 증상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두뇌와의 대화] 저자들은 좀 더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명 미국 드라마 [닥터 하우스]에서는 까칠하지만 진단에 있어서만큼은 천재적인 의사가 나온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하우스만큼 까칠하지는 않으며 더할나위 없는 센스를 가진 사람들이다. 더불어 차분한 관찰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히스테리', '심신증', '가성발작'은 유행이 지난 용어다. (...)사람들은 이들 단어를 '미쳤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히스테리 대신 '전환장애', '심신증' 대신 '기능적인, '가성발작' 대신 'P-NES(피네스, 남성의 생식기를 뜻하는 '페니스'와 발음이 비슷하다)'라고 쓰인다. 이것이 이제 기술 용어다. 이것은 매우 짓궂은 유머 감각을 가진 사람 또는 전혀 센스가 없는 사람이 만들었다. -135
의학분야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우아하다는 신경학. 신경학은 의학 중에서도 개개의 환자 사례에 따라 살피고 진단을 내리는 노력이 가치를 더하는 유일한 곳이라는 신념을 가진 이들은 증상과 신호를 환자와 신경계 구조라는 더 넓은 틀 안에서 결합하고자 한다. 손목 터널 증후군에서부터 뇌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우에서 테스트는 단지 확인하려는 것일 뿐, 이들은 환자 사례와 함께 한 번에 하나씩 기술이 발전해 나간다고 애기한다.
혼란에 빠진 볼링장 관리인, 횡설수설하기 시작한 우익수, 갑자기 정신병 환자가 된 대학생, 빙글빙글 돌며 로터리를 빠져 나오지 못하는 판매원, 똑같은 플레이만 계속하는 대학 풋볼팀 쿼터백, 정신 장애자를 돕다가 새끼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한 사회복지사, 새로 태어난 딸의 기저귀에서 벨크로 부분을 잡지 못하는 전직 운동 선수, 얼음에 미끄러져 머리를 다친 아일랜드 사람...-2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말하듯이, 아침 식사 전 여섯 가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다고 각오하면 도움이 되는 곳에서 환자들을 대하며 구멍에 빠진 그들을 다시 꺼내주는 일을 해내는 그들의 현장 보고는 읽으면 읽을수록 놀랍다.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뇌 자체에 귀 기울이는 것이 스스로의 동기 부여가 되어 주었다는 이들의 말에서 진짜 의사의 마음가짐을 얻어 들은 기분이다.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뇌에 한발짝 다가가는 연구를 하는 동시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 준 이 이야기들은 대체로 감동을 준다.
|
|
한 편의 메디컬 드라마를 본 것 같다. 앨런 로퍼가 들려주는 병원 이야기는 생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 자신이 하버드 의대 교수이며 보스톤에 있는 브리검 여성병원 레이먼드아담스신경과학부 최고 임상의이기 때문에 신경과 전문의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환자들을 치료하는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병원에 입원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병원에 대한 이야기가 썩 유쾌한 주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궁금한 것 또한 병원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두뇌와의 대화>는 다양한 신경과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의사 입장에서 쓴 다른 책과 비교하자면 꽤 인간적인 느낌이 든다. 병원에서는 신과 같은 존재인 의사가 자신의 실수나 약점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는다. 의사로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치료할 수 있는 것만을 할뿐이다. 가끔은 상황에 맞지 않는 농담으로 주위를 썰렁하게 하는 모습이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병원이라는 곳은 아픈 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유쾌하고 즐거운 상황보다는 긴장감이 흐를 때가 더 많다. 그런 긴장과 불안을 풀어주면서 최상의 치료를 해준다면 환자로서 그보다 더 나은 환경은 없을 것이다. 실제 환자들이 입원하고 치료받는 내용들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인상적이다. 일반인들은 발작이나 착란과 같은 환자의 증상만으로는 어떤 상태인지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병원을 들어선 순간, 신경과적 검사를 통해서 정신병과 신경과적 증상을 가려내고, 꾀병까지 알아낸다. 물론 치료는 훌륭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도 있다. 모든 환자가 완벽하게 원래의 건강한 상태로 회복되기를 원하지만 병원의 의사들이 전지전능의 신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긴급을 요하는 환자의 경우에도 환자 자신이 치료를 원하지 않으면 의사는 아무런 손을 쓸 수가 없다. 반대로 의사를 믿고 치료를 받았지만 환자가 마치 실험의 도구로 활용되는 부당한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주장할 수 없다. 병원은 건강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살다보면 환자가 될 수 있고, 병원이라는 세상에서는 특정 질환을 가진 환자일뿐이다. 특히 신경과 환자의 경우는 뇌의 손상이 영구적인 손상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질환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질환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등. 비록 책으로 본 단편적인 내용들이지만 신경과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아주 조금은 알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만약 저 환자였다면, 혹은 저 환자의 가족이었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라는 상상은 평소에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일부러 안 좋은 상황에 대한 상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막연한 두려움을 접고 신경과 의사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병원을 바라본 것 같다. |
|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이 책 <두뇌와의 대화>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두뇌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해보는 기회를 만들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 책은 하버드 의대의 교수인 '앨런 로퍼'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실화들이 정말 공감이 많이 가고 기억에도 오래 남았어요.
특히, 주변의 사랑하는 지인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서 죽음을 결심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깊이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었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그러한 고민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특히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에 한참을 머물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네요.
그리고 각 장을 넘어설 때마다 환자들과 의사의 교감을 더 깊이있게 느껴볼 수 있어서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이 책에서 주는 메시지처럼 '진정한 의사란 환자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라는 것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네요!
또, 책에서 루게릭병을 앓으며 힘겨워하는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는데 뇌와 관련한 이야기를 더 실감나게 느끼게 되더라고요.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들은 병의 상황에서 근육 기능의 점차적인 상실을 처음에 맞이하게 되고 이어서는 음식 소화 기능의 상실, 그리고는 호흡이 곤란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해요. 그런데 마지막까지 뇌의 기능은 생생하게 살아서 자신의 다른 기능들이 사라지는 것을 잔인하게 목격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습니다. 그리고 뇌의 기능에 대해서도 더 집중하여 살펴볼 수 있었고요. 특히, 마지막까지 남는 뇌기능으로 루게릭병 환자는 결국 선택을 해야 하는데 생명연장만을 위한 보조장치를 그대로 유지하여 삶을 이어가야할 지, 또는 존엄한 선택으로 치료를 중단해야할 지에 대해서 스스로 선택을 해야 하는 것, 그것에 대해서 의사는 환자가 가장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노력하고 환자를 꾸준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에도 오래 머물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