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스토리의 시대입니다. 스토리의 힘이 스펙도 이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이야말로 이 시대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야기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도구거든요. 그래선지 요즘 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이 책도 이야기라는 것에 대해 좀더 다양하게 접해보고자 읽기 시작했습니다. 백가지 이야기 중에 열가지라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이 책은 우리 옛이야기 첫번째 책입니다. 어투가 말하는 듯해서 아이에게 읽어줄 때 그대로 읽어도 될 정도로 쉽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어릴적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인 듯하기도 하고, 어릴적 어느 책에서 본 이야기거나, 전설의고향 같은 TV프로에서 본 것같기도 한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그래선지 정겹고 친숙하고 부담없습니다. 짧막한 이야기 속에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가득해서 권선징악의 성격이 강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도 딱입니다. 제 아이가 말을 좀 알아들을 만큼 크면 열심히 읽어주고 싶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이야기 몇가지만 소개해볼까 합니다. 능텅감투 어릴적 책으로 읽은 듯한 내용입니다. 감투를 쓰면 투명인간이 되는 건데요,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한도 끝도 없다는 내용입니다. 투명인간이 되어 제삿상 음식들을 훔쳐먹던 그는 공짜로 훔쳐먹는 음식맛에 중독되어 그 일을 멈추지 못합니다. 어느날 아내가 이 감투를 발견하곤 지저분하다고 태워버렸는데, 음식 훔쳐먹는 맛을 포기하지 못한 그는 재를 온몸에 바르고 또 제삿집에 몰래 들어갑니다. 또 음식을 훔쳐먹는데, 손으로 집어먹으니 손에 묻어있던 재가 없어진 겁니다. 뭐, 그래서 들킨 것이지요. 잘못된 일을 하다가도 되돌아와야 하는데 사람 욕심이라는 게 그렇지가 않은가 봅니다. 천년 묵은 지네 어느 약초 캐는 사내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산골에 약초 캐는 남자가 살았는데 늦도록 결혼을 못 한 것입니다. 어느날 여자가 나타나서는 하룻밤 재워달라 해놓고는 아예 들어 앉습니다. 남자의 아내가 됩니다. 여자가 제시한 조건은 단 하나, 장날에 장에 가서 보고 들은 것을 얘기만 해달라는 것입니다. 어렵지도 않은 일이니 남자는 횡재한 것이지요. 삼년이 지난 어느날 장에 갔더니 한 초립동이가 나타났습니다. 장에서 돌아와 초립동이 본 얘기를 했더니 다음 장날엔 뒤를 밟아 어디 사는지 알아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 장날 뒤를 밟다가 들키고 맙니다. 초립동이는 남자에게 당신의 아내는 천년묵은 지네이니 죽이라고 합니다. 안 죽이면 잡아먹힐 거라고 해서 남자는 여자를 죽이려다가 그만 모든 얘기를 아내에게 말합니다. 그러자 아내가 초립동이는 천년묵은 지렁이라고 합니다. 결국 지네와 지렁이는 큰 싸움을 하고 남자의 도움으로 지네가 이깁니다. 지네는 한을 풀었다며 남자에게 돈 궤짝을 남기고 떠납니다. 원숭이가 준 보물 아들이 없는 부부에게 한 여자가 찾아왔는데 만삭입니다. 남편이 과거보러 가서는 연락이 두절되어 남편을 찾으러 다니다가 길을 잃은 것입니다. 부부는 불쌍하여 여자를 집에 들입니다. 여자는 그 집에서 아들을 낳는데 그만 아이를 낳고 한 주만에 죽습니다. 부부는 장사를 지내주고 아들을 친아들처럼 키웁니다. 그런데 갑자기 부부에게 태기가 생겨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습니다. 부부는 친아들이나 여자의 아들이나 똑같이 아들로 키웁니다. 나중에 이 부부고 죽을 때가 되어 재산을 물려주며 큰아들에게 사실 넌 친아들은 아니지만 친아들처럼 키웠으니 네가 첫째라며 재산을 물려주려 합니다. 그러자 첫째는 어떻게 친아들도 아닌 자신이 재산을 물려받겠느냐고 집을 떠납니다. 길을 가다가 위험에 처한 원숭이를 살려줬는데 이 원숭이가 보답이랍시고 보물을 줍니다. 그런데 이 보물은 훔친 것. 결국 첫째는 도둑으로 몰려 죽게 생겼는데, 그걸 부부가 발견합니다. 절대 남의 물건을 훔칠 사람이 아니라며 재산을 상속받기 싫어 집을 떠난 사람이 남의 물건을 탐낼 일이 있느냐고 살려달라고 사정합니다. 그러자 사또가 깜짝 놀라 그 여인을 만난 때 등을 묻고 자신의 아내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하여 첫째는 친아빠를 찾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가 교훈적이면서도 재미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100가지나 되니 다 읽어주기 전에는 질려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100가지가 모자라다면 2권도 사면 그만. ^^
#nahabook |
![]()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1 삶의 꿈과 현실을 이으며 마음 깊은 울림을 주는 우리 옛이야기 글 서정오 / 그림 이우정 / 현암사 / 2015.04.20 / 페이지 530 어렸을 때 엄마에게 "또~ 또 해 줘" 하며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 편 끝나면 또~ 외치며 몇 편을 연속으로 들어야 잠을 잤던 것 같아요. 또~ 또~ 할 때마다 이야기 보따리에서 야금야금 이야기를 꺼내는 엄마를 보며 하염없이 외쳐도 계속 나올 것만 같더라고요. 물론 이야기를 어느 정도 듣다가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지만요. 잠자리에서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와의 추억이 있는 아이. 그 추억을 내 아이에게도 안겨주고 싶은데 이 엄마는 왜 그리도 옛이야기 풀어놓는 실력이 없을까요 ^^; 이런 엄마에게 보약 같은 책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
널리 알려진 이야기도 있고, 생소하다가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싶은 이야기도 있고,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도 있고. 무려 백 가지나 있어요. 총 2권짜리 책인데 각각 어느 권을 읽어도 전혀 문제없고요, 1권과 2권의 줄기는 비슷합니다. 저는 2015년 개정 2판 책으로 읽었어요. 1, 2권 합쳐서 이백 가지 옛이야기를 하루 한 편씩 들려주면... 겨우 1년 치도 안 되는데? 싶겠지만 우리 아이들... 무한반복 좋아합니다. 절대 부족하지 않은 양이랍니다.
![]()
옛이야기를 통해 옛날 풍습, 생활방식도 자연스레 알 수 있네요. 옛날에는 딸만 낳으면 소박맞는다는 걸 옛이야기를 통해 듣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아마 짐작조차 못 할걸요.
![]()
옛날 옛적에~ 했더래~ 하며 입말 그대로 옮겨둔 글이 정겹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유난히 전래동화에 폭 끌리는 시기가 있는데, 그림과 함께하는 전래동화책 보는 것 외에도 이렇게 귀로 듣고 오로지 머리로 상상하는 '이야기'의 매력을 우리 아이들에게 꼭 선사해주세요.
![]()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에 실린 옛이야기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재밌고 건전한 이야기, 전승력이 강하고 구성이 탄탄한 이야기, 우리 정서가 잘 나타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신화와 전설은 제외하고 민담만 실려있어요. 그래서 너무 허황하지 않으면서 보통 사람의 친근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물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신비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도 있습니다. 옛이야기의 매력이 바로 '대신 겪기'이기 때문이라네요. 꾸며낸 옛이야기는 현실에서 꽉 막혀 풀 수 없는 일을 한풀이하듯 꿈을 펼치지요.
![]()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1권에서 우리 아이도 깔깔댔던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방귀 안 뀌는 사람 있나' 편이었는데요. 이 책이 매력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야기 시작 부분이 감질납니다. 딱 궁금하게 만듭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어, 놀랍지? 들어볼래?' 하는 식으로요.
![]()
"저어기 바닷속에 꽁하고 엎드려 있는 밴댕이가 너희 아버지다." 라는 장면에서 배꼽 잡아버렸어요. 방귀 좀 뀌었다고 신부를 소박 맞힌 속 좁은 신랑 이야기인데 저 문장 하나로 뭔가 해소되는 시원한 느낌이!
![]()
이 책에는 모험과 기적 이야기, 인과응보나 권선징악, 보은과 인연을 주제로 한 이야기도 있고, 뜻하지 않은 고난을 이겨내는 이야기, 뒤틀린 현실을 비꼬거나 교훈을 주는 이야기, 슬기와 재치를 다룬 이야기, 풍자와 해학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의 옛이야기를 열심히 모아 온 서정오 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림형제나 안데르센이 그렇게 모은 옛이야기 덕분에 우리가 손쉽게 책으로 만날 수 있는 거잖아요.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다 보니 전승되지 못하면 어느 순간 죽어버리죠. 옛이야기의 전승은 우리들 몫이랍니다.
![]()
![]()
서정오 님의 옛이야기 해석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널리 알려진 이야기임에도 그 속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모티프를 콕콕 짚어주셨거든요. 못된 계모가 종종 등장하는 것은 부당한 관리를 꼬집는 것이기도 했고, 못 오를 나무도 쳐다볼 수 있는 세상이 옛이야기 속에는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현실은 현실이라는 허무함이 담긴 이야기도 있어요. 주로 하늘나라에 오르는 결말이지요. 이 땅에서는 도저히 가능성이 없기에 하늘 세상으로 보내버리는 거죠. 웃음 속에 숨어 있는 진실과 가르침이 옛이야기에 담겨 있습니다. 옛이야기는 어른도, 아이도 동시에 즐겁게 만드네요. 오로지 입말로 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에 빠져듭니다. 이왕이면 부모님이 먼저 읽고 아이에게 들려주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옛이야기의 매력을 소중한 우리 아이 삶에 콕 박아두자고요. 우리 아이가 커서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날이 올 겁니다.
|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전래동화책들은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창작동화나 외국의 동화들이 점점 더 다양한 형태로 자리를 차지하면서 전래동화의 인기는 예전만 못한 것 같지만, 나는 여전히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에 더 큰 흥미를 느낀다.
이 책【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는 전래동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볍게 책장을 훌훌 넘기며 기분 좋게 읽어 나갈 수 있는 책이다. 이미 알고 있던 전래동화는 물론 지금껏 들어보지도 못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말 그대로 책 한 권에 백가지의 전래동화가 들어 있으니 웬만한 이야기는 다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책의 첫 번째 특징은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들을 바로 앞에 앉혀 놓고 직접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처럼 편안한 이야기체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옛날 옛날 오랜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고 까막까치 말할 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들 속에서 저자는 이야기 보따리 할아버지가 되어 능청스럽게 옛날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그런 편안한 어투 덕분에 이야기에 쉽게 흥미를 가지고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되는 듯 하다.
이 책의 두 번째 특징은 독자의 편의를 위해 성격이 비슷한 이야기들을 6가지 주제(1 모험과 기적, 2 인연과 응보, 3 우연한 행운, 4 세태와 교훈, 5 슬기와 재치, 6 풍자와 해학)로 분류하여 묶어 놓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 덕분에 전래동화를 하나씩 읽을 때마다 그 동화에서 어떤 점을 취할 수 있을지를 판단할 때 방향키와 같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점이 좋다.
주로 권선징악적인 주제를 많이 다루는 전래동화의 특성상 이야기마다 전하려는 메시지와 가르침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메시지들을 파악하는 데 저자의 분류가 유용하다. 처음부터 주제를 분류해서 이야기를 담아놓았기 때문에 아직은 이해가 부족한 아이들이라도 동화를 읽으면서 헤매지 않아도 되고, 더 쉽게 동화 내용을 기억할 수 있을 듯 하다.
예전에는 '배추도사 무도사'나 '은비 까비의 옛날 옛적에' 등 우리의 전래동화를 소재로 한 TV 만화도 나오곤 했지만, 요즘엔 어린이 만화도 정체 모를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만 가득한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전래동화는 오랜 시간을 두고 구전되고 글로 다듬어지면서 내려온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정제되고 교훈적이며 해학적인 내용들이 많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부모가 이 책을 매일 먼저 읽고 하루에 하나씩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 정서적으로나 교육적으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나 많은 전래동화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펴내 준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
어린시절 잠자리에 누우면 엄마가 옛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습니다. 엄마는 우리 남매가 잠이 들때까지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는데,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늘 새로웠고 재미있었지요. 자라면서 잊혀졌던 엄마의 옛이야기는 내 아이가 태어나면서 다시금 생각났습니다. 엄마가 들려주었던 옛이야기가 내게 큰 즐거움이었고 추억이었음을 비로소 느끼게 된 것이지요. 그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많은 것을 배웠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도 엄마가 그랬듯이, 내 아이에게 이런 즐거움과 추억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내 엄마가 그랬듯이 재미있고 신나게 이야기를 들려주기가 어렵더군요. 매일 똑같은 이야기에 아이도 흥미를 잃는 듯 했지요. 그래서 옛이야기를 수록한 책들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들려주곤 했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부족해 아쉬움이 많았는데 드디어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네요. 바로 옛사람들의 생각이 녹아들어 있는 것을 가려 뽑아 감칠맛 나는 입말을 살려 다시 쓰거나 고쳐 쓴 이야기 백가지가 들어 있는 현암사에서 출간된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입니다.
삶의 꿈과 현실을 이으며 마음 깊은 울림을 주는 우리 옛이야기 우리 옛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데 묶는 끈이었고 꿈과 현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였다. 또한 일상의 고단함을 풀어주는 청량제이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세태가 변하고 각박해졌지만 우리 옛이야기는 오늘의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 다시 일어설 용기, 삶을 통찰하는 여유를 전해준다. (표지 中)
1권에는 모험과 기적, 인연과 응보, 우연한 행운, 세태와 교훈, 슬기와 재치, 풍자와 해학이라는 주제로 담긴 백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감칠맛 나는 말투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글말이 아닌 입말로, 이야기의 친근한 분위기를 위해 높임말 대신 예사말로, 말맛을 살리기 위해 사투리를 살린 이야기는 예전에 엄마가 들려주던 그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신비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 제1부 [모험과 기적]에는 영웅이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끝내 바라는 것을 얻게 된다는 줄거리가 많고, 저승이나 딴 세상, 신비한 물건에 얽힌 이야기가 많지요. 제2부 [인연과 응보]에서는 인과응보나 권선징악을 다룬 이야기 또는 보은과 인연을 주제로 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이 빤히 내다보이는 것이 많지만, 선과 악이 맞서면서 펼쳐지는 비장한 아름다움이 있지요.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 뜻하지 않은 행운이나 남의 도움으로 잘 살게 된다는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 제3부 [우연한 행운]에서는 뜻하지 않은 고난을 의지로 이겨낸다는 이야기와 맞서는 구조를 가진 것인데, 무게는 가볍지만 '대신 겪기'의 시원한 즐거움을 주지요. (초판 머리말 참조)
제4부 [세태와 교훈]은 뒤틀린 현실을 은근히 비꼬거나 준엄한 진실을 가르치거나 사람답게 사는 길을 보여주려고 만든 이야기라고 합니다. 무릎을 칠 만큼 날카로운 풍자가 숨어 있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잔소리 대신 들려줄 만한 교훈이 들어 있기도 하지요. 제5부 [슬기와 재치]에서는 주인공이 눈앞에 닥친 어려움을 번뜩이는 슬기로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주인공은 힘없고 권세 없고 돈 없는 약자이고, 극복할 대상은 힘세고 권세 있고 돈 많은 강자이지요. 약자가 강자와 싸우려면 꾀를 쓸 수 밖에 없네요. 그저 한바탕 웃어보자고 만든 이야기 제6부 [풍자와 해학]에서는 분수 모르는 사람이나 어수룩한 사람을 조롱하지만, 놀리는 쪽이나 놀림을 받는 쪽이나 그리 심각하게 무게를 잡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답답한 삶 속에서 시원한 찬물 한 모금과 같은 구실을 한답니다. (초판 머리말 참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버리덕이 이야기, 둔갑한 쥐, 빨간 부채 파란 부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나무꾼과 선녀 등도 있지만, 반쪼가리 아들, 두고도거지, 샛별 머슴, 정신없는 도깨비 등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도 많이 수록되어 있네요. 입말로 쓰여진 이야기는 아이의 잠자리에 읽어주기에 제격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마치 엄마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잠들기 전에 하루에 한 가지씩 들려주기에도 적당한 글밥도 마음에 듭니다. 우리 옛이야기에는 이 땅을 딛고 살아온 사람들의 숨소리와 맥박, 삶의 여유와 지혜가 담겨져 있습니다. 옛사람들의 가르침과 사람의 지혜가 담긴 재미난 옛이야기를 엄마가 들려주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옛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살았는데'로 시작해서 '그래서 잘 살았더라는 이야기래' 라는 끝맺는 친근함이 있는 구성은 이야기를 읽어주는 엄마인 저도 신이납니다. 훗날 우리 아이도 제가 그랬듯이 엄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추억하고, 그 속에서 배운 많은 교훈들을 되새겨보게 되겠지요. 이것이 옛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싶네요.
삶이 고달프고 바쁠수록 구수한 이야기판을 벌여놓고 옛사람들의 숨겸을 느끼며 삶의 여유를 되찾고 싶어 하는 이 땅의 주인들에게 선사하는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는 웃음 속에 스며놓은 삶의 지혜와 여유를 통해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선물할 것입니다.
(이미지출처: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1' 본문,표지에서 발췌) |
아이들이 이제 제법 커서 초등 고학년, 중학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전집이 몇 질 있다. 그 중에서 80권이 넘는 옛 이야기 그림책 전집은 내가 특히 아끼는 책이다. 가끔씩 펼쳐 볼 때마다 의미를 되새기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며 오래된 것이 참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옛이야기 책은 글을 모르는 아이부터 지긋한 나이의 분들에게까지 나이와 상관없이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흥을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현암사에서 출간된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는 1996년 초판이 나온 이후로 어느덧 개정 2판이다. 특별히 이번에는 2권에도 100가지 이야기를 담아서 질적으로 양적으로 균형을 맞추기도 했다니 우리는 200편의 재미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볼 수 있게 되었다.
구전으로 떠돌다 사라질 수도 있었을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다듬고 모양새를 정돈하여 우리의 손에 책으로 남겨준 것에 독자로서 감사하게 된다. 또한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를 글로 써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자니 한계가 없을 수 없다. 그런 한계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에서, 이야기를 글로 쓸 때 될수 있는대로 입으로 전해온 맛을 그대로 살리려고 애를 썼다.(10쪽)"는 초판 머리말의 말처럼 감칠맛 나는 입말체는 이 책의 두드러지는 특징이자 장점이다.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고, 처음 만나보는 이야기도 있다. 이전부터 알고 있던 이야기가 새로운 입말체로 펼쳐지는 것을 읽으며 마치 이야기 마당의 현장 한가운데에 귀를 쫑긋하고 앉아있는 기분이 든다. 처음으로 알게 된 이야기는 신기하고도 흥미진진하다.
"옛날 옛날 오랜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고 까막까치 말할 적에,(26쪽)" "부인이 시름에 잠겨 짓느니 눈물이요 나오느니 한숨이지.(27쪽)" "이게 그 이야기니 어디 들어봐.(41쪽)" "어저께는 우리 집에 밥 얻어먹으로 와서 한 그릇 줘 보냈지.(49쪽)"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하는 구절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하며 친근한 말투는 정겨움이 가득하다. 또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배경지식이 쌓이고 지혜를 얻게 된다. 아름다운 우리 말과 속담들, 풍성하고 멋진 비유, 재치있는 말놀이로 버무려진 부분 등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껏 체험하게 된다. 우리의 전통이나 옛 것에 대한 가치를 깨닫고 자부심을 가지는 기회도 된다. 하나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같은 내용을 그림책으로 그림을 보며 다시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을 들고서 아이들의 잠자리 배겟머리에서 하루에 몇 편이라도 읽어주고 싶다. 스마트폰에게 빼앗긴 아이들의 시간을 보석같은 우리 이야기로 되찾아 와야겠다.
|
다 읽지 못해서, 아이도 관심을 가지고 해서 구매를 해야지 해 놓고 지금까지 잊고 있었다.
초등학생이 된 지금은 밤에 이야기를 들려줄 일이 없지만, 유치원 다닐 때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해서 토끼와 거북이나 나뭇꾼과 선녀 이야기 등, 학교 다닐때 배운 이야기나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들려 주었는데, 들은 이야기가 별로 없어, 말해 줄 이야기가 없을 때는 지어서 들려주는라 혼이 난 생각이 난다. 그때 이 책을 봤었더라면 아이에게 아주 재미있는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텐데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조금만 일찍 내 눈에 띄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드는 책이다. 비록 그 시절은 지났지만 이제는 스스로 책을 찾아 읽게 되고 책 읽는 재미를 알게 해 주는 책이라 이것으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해 본다.
서정오의 우리 옛 이야기 백가지 1 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읽기에도 적당하고 부모님들이 읽어본 후, 기억해 두었다가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들려주기에도 적당한 정도의 분량이다. 특히 저자가 주제별로 나누었듯이 각각의 이야기 모두 생각할 꺼리를 주는 내용이라 다 읽고 난 후 아이와 함께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에도 좋은 것 같다.
옛 이야기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도 세월이 흐르다 보면 옛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 후손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둘려주는 선조가 되길 바래봅니다.
|
[인문 서평] 서정오의 우리 옛 이야기 백가지 - 우리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삶의 지혜를 느껴보자 1996년 초판이 나온 이래 새로운 개정판 57쇄를 거쳐 개정 2판까지 나오게 된 것만 보더라도 정말 축하할만한 책이다. 사실 척박한 출판계의 현실에서 이렇게 개정판을 낸다는 것 자체가 독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겠다. 특히 우리의 것을 경시하는 풍조가 많은 상황에서 우리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책이 이렇게 개정2판까지 가고 있다는 자체를 축하할만하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삶의 지혜와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장이라 더 반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저작을 쓴 저자만이 아니라 출판사도 매우 기뻐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1권과 2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1권만 보더라도 그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의 흥미성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기회가 되면 2권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권이 모험과 기척, 인연과 응보, 우연한 행운, 세태와 교훈, 슬기와 재치, 풍자와 해학이라는 6가지 주제로 꾸며져 있다. 물론 우리의 이야기 속에 어느 한 주제로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주제를 설정하니 조금 더 명확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우리의 이야기를 보면서 어떤 철학적 주제를 고민하는 것보다는 흥미를 가지고 읽는 것이 더 당연하겠지만 독자는 글의 내용을 따라가면서 그 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의미를 천천히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들의 이야기의 목적은 벡성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자화상의 모습인 동시에 백성들의 마음 속에 담겨 있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이야기의 주인공은 무언가 특별한 사람이기보다는 순박한 백성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인공이 고난을 겪으면서 성장을 하고 백성들이 영웅의 모습으로 다시 그려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글의 배후는 그만큼 우리에게 영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모험과 기적을 통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는 영웅의 모습은 사회적 약자인 백성들에게 이야기로나마 위로받을 수 있는 이야기인 동시에 사회적 강자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것은 슬기와 재치 편에서 더욱 확실해진다. 분명한 약자의 모습이지만 사회적 강자와의 겨루기에서 좋은 꾀를 통해 승리를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우리에게 통쾌함을 들려주고 있다. 우리는 우리들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고난의 극복을 통해 새로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사실 우리는 이야기 속의 설화와 같은 역사를 살아온 민족이다. 굴곡과 복종의 역사 속에서도 자신의 것을 지켜내었던 것은 물론 더 큰 이상을 만들어내는 민족이 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우리들의 역사 속 운명을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수천년을 통해 겪었던 역사의 느낌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이야기 책인 동시에 우리 삶의 표현양식이라고 생각한다. |
저자 - 서정오 그림 - 이우정
제목을 보는 순간 처음에는 놀랐다. 우리 옛이야기가 백 개나 되던가? 그렇게 많았나? 그러다가 삼국유사라든지 실록에 기록된 이야기를 따지면 백 개는 훨씬 넘을 것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그런 기록물에 적힌 이야기를 제외하고 전해 내려오는 동화들 백 개가 실린 것이다. 헐, 대박! 그러다 예전에 방영했던 ‘전설의 고향’같은 드라마도 백 편이 넘게 했으니까 많은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내 예상은 빗나갔다. 그런 무서운 이야기는 하나도 실리지 않았다. 그렇다. 내가 무식하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내가 편식하는 건 음식만이 아니었다.
이야기들은 총 여섯 개의 소주제로 분류되었다. 『모험과 기적』,『인연과 응보』,『우연한 행운』,『세태와 교훈』,『슬기와 재치』 그리고 『풍자와 해학』이다. 어떤 이야기들은 어디선가 보기도 했고, 또 어떤 이야기들은 내 기억과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하기도 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그리 길지 않은 분량으로,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슬기롭게 고비를 넘기거나, 착하게 살던 주인공이 결국 보답을 받기도 하고, 영리한 주인공이 자신을 무시하던 상대(양반을 포함해서)를 골탕 먹이는 내용이 많았다.
주인공들은 일반 평민이 많았고, 간혹 몰락 양반도 있었다. 농민들의 삶은 무척이나 고달팠다. 일 년 내내 뼈 빠지게 일을 해도,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착하고 성실하게 살면 하늘에서 도와준다는 얘기는, 어떻게 보면 희망을 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별이 일꾼이 되어 농사를 도와준다거나, 선녀보다 예쁜 부인을 얻는다거나,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물건을 얻는 등등. 어쩌면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잠깐이나마 현실의 괴로움을 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짜로 도깨비나 신령이 도와줄 리는 없지만, 하늘이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선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나쁘게 보면 희망 고문이겠지만…….
거기에 자기보다 지체 높은 양반을 우스개의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느꼈을 수도 있다. ‘땅벌군수’처럼 대놓고 매관매직하는 관리를 풍자하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양반을 놀리기만 하지, 죽인다거나 신분 계급 제를 뒤엎겠다는 발상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체제 유지용으로 적합한 용도로도 보였다. 비뚤어진 시선으로 보면 복을 받지 못한 것은 덜 성실하고 덜 착했기 때문이니, 더 노력하라는 뉘앙스도 느껴졌다. 이건 내가 비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네 장사의 모험’이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Munchhausen, 1993’이 떠올랐다. 네 장사의 기이한 능력이 남작이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가진 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구렁덩덩 신선비’는 어딘지 모르게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프시케 이야기’와 흡사했다. 어차피 비슷한 조상을 두고 각각 발전해온 문화이기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어디나 다 비슷한 걸까?
이 책을 몇 년 더 일찍 알았다면, 막내 조카에게 자기 전에 들려줄 이야기를 고르느라 고심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젠 자기 전에 동화를 읽어달라고 할 나이는 지났으니까. 아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