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고학은 언뜻 이념과 무관한, 유물과 유적을 다루는 객관적 학문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정연의 『페미니즘과 젠더고고학』은 이 학문이 얼마나 오랫동안 남성 중심적 시선으로 과거를 재구성해왔는지를 정면으로 짚어낸다. 케임브리지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물질문화와 권력관계의 관계를 젠더 이론으로 풀어온 저자는, 소렌센의 『젠더고고학』을 국내에 번역·소개하기도 한 이 분야의 국내 대표 연구자다. 그런 저자가 쓴 이 책은 단순히 '여성도 있었다'는 식의 보완적 서술이 아니라, 고고학적 해석의 틀 자체가 어떻게 성별화되어 있었는지를 비판적으로 되짚는 작업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남성 사냥꾼 가설(Man the Hunter)'과 '여성 채집자 가설(Woman the Gatherer)'을 둘러싼 논쟁이다. 1960년대 이후 오랫동안 정설처럼 받아들여진 남성 사냥꾼 가설은 사냥을 인류 진화의 핵심 동력으로 놓고, 도구와 언어의 발달, 나아가 사회적 권력까지도 사냥하는 남성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해왔다. 반면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라는 제약 때문에 수동적으로 남성에게 의존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현장에 뛰어든 여성 인류학자들은 이 서사에 균열을 냈다. 실제 수렵채집 사회에서 열매와 뿌리, 곤충 등 채집을 통해 얻는 식량이 훨씬 안정적이고 일상적인 칼로리원이었으며, 뒤지개나 아기띠 같은 여성의 도구는 단지 고고학적 기록으로 잘 남지 않았을 뿐, 그 존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나아가 최근에는 안데스산맥에서 발견된 여성 사냥꾼의 매장 유적처럼, 여성이 사냥에서도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물증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 책이 갖는 힘은 이러한 사실들을 단순히 '여성도 강했다'는 식의 뒤집기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수렵과 채집이 애초에 위계적 권력관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분업관계였다는 점이다. 누가 더 우월한 노동을 했는가를 따지는 것 자체가 현대의 성별 위계 관념을 과거에 투사한 결과이며, 고고학이 그 투사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해온 것이다. 이는 단지 선사시대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서열화하는지를 되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물론 이 논쟁이 완전히 한쪽으로 정리된 것은 아니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여전히 큰 동물 사냥이 실제로 더 높은 열량과 지질·단백질을 제공했고, 사냥에 성공한 남성이 사회적 신뢰와 자원을 더 많이 얻었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책을 다 읽지 못한 입장에서 저자가 이런 반론까지 얼마나 균형 있게 다루는지는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이 책이 던지는 문제의식 - "해석의 틀 자체를 의심하라" - 은 그 자체로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역사 교사로서 이 책은 특히 뜻깊게 다가온다. 교과서 속 선사시대 삽화는 여전히 창을 든 남성과 아이를 안은 여성이라는 익숙한 구도를 반복한다.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에게 '과거의 여성은 늘 보조적 존재였다'는 이미지를 무의식중에 각인시키는 셈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논쟁을 수업에 가져온다면, 학생들이 하나의 가설을 정답처럼 암기하는 대신 '역사 해석은 누구의 시선으로 구성되는가'라는 질문 자체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통합사회와 역사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
고고학 서적을 읽으며 과거의 흔적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다. 유적과 유물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삶을 알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평소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고고학이 생각보다 흥미롭게 다가왔다. 작은 발견 하나가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과거를 연구하는 일이 현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역사 속 현장을 함께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고고학은 단순히 옛 물건을 찾는 학문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되었다.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고고학 관련 책도 읽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