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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한번째 여름은 숨은그림찾기 달인의 필독서. 밤에 잠이 안 와서 숨은 그림찾기를 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또 다른 세상으로 간 느낌. 백 한 살은 우수리 같고, 잉여 같고, 쌀이 아닌 피 같지만 이 곡식도 아닌 피는 누군가에겐 血(피)같은 존재로 혈맥을 이어가게 한다. 보고밀은 이름부터가 중세로 거슬러 올라가야하는, 어떤 세상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름. 그래서 그는 자기도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백살까지 아귀 맞추어 잘 살아보려고 밥도 죽도 아닌 쪽으로 가고 있다. 결국 밥에 더 가까운. 그러나 은아의 뱀이 안 되는 순수한 세계는 존재감이 없는 듯하지만 결코 그 세계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독특한 메타포로 뭉쳐있다. 비록 죽 같은 희멀건 존재일망정 죽은 우리의 속을 편하게 해준다. 중성미자같은 미미한 존재면서도 그게 꼭 필요한 세상. 얼음에도 계급이 있지만 가장 등급이 낮은 얼음이라도 있어야 생선 썩은 내가 진동하지 않는 세상이 된다. 그까짓 커피나 와인에는 고급 얼음이 없은들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백한번째는(돈 백만원에 일만원이 더 있는 것 같아 풀빵도 사먹을수 있는 돈) 얼핏 덤인 듯하지만, 기분 좋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끝난 것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 그것도 새 생명의 왕성, 무성한 여름. 너털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여름. 다알리아와 오미자는 출발은 같았는지 몰라도 오미자는 정체성을 찾을 수 없었지만 이파리만 가지고는 알쏭달쏭할 수 있는 것을 다알리아는 꽃으로 확연하게 존재와 정체성을 드러내게 되느니라. 비록 거울 속이라 슬프지만. 박건호는 현실적으로는 주변인, 경계인에 지나지 않는 오미자이다. 근사한 졸업장이나 인맥이나 자격증 하나 없는. 그러나 거울 속에서는 다알리아꽃이다. 한국의 오미자가 알제리의 오미자가 되는 데는 화려함이나 능력이 필요치 않다. 화려한 다알리아는 거울 속에만 존재한다. 박건호의 뛰어남은 현실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보통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치매할매의 순수한 눈에서만 피는 꽃이다. 거울 속은 비현실적이지만 먼 알제리이거나 사하라 사막일 수도 있다. 다알리아가 열정과 화려함의 상징일진대 불가능의 사막에서 박건호의 열정과 능력이라면 우아하고도 화려한 꽃을 생생하게 피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려운 공간과 시간을 마치 경험한 듯이 쓸 수 있는 역량. 작가의 공간과 시간을 탈각하는 범상치 않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