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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원> 폴 데이비스의 <제5의 기적, 생명의 기원>을 사게 된 것은 순전히 작년에 읽었던 교양과학도서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라는 책 때문이었다.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는 위대한 과학자 37명을 인터뷰한 내용이었는데 그때 과학자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그들이 펴낸 교양과학도서에 대한 글이 짧게 언급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그래도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고른 책이 이 <생명의 기원>이었다. 이 책은 자연과학에 포함되는 책이어서 아침 출근하고 나서 아홉 시 업무 시작하기 전 자투리 시간에 야금야금 읽었는데 작년에 읽기 시작한 것이 결국 해를 넘겨 올 1월에 마무리하게 되었다. 교양과학도서라는 말만 믿고 야심차게 시작한 과학도서였지만 역시 전문적인 용어 앞에서 무식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관심은 있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영역이었다. 이럴 때 취할 수 있는 독서법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일일이 따지면서 찾아보며 읽지 않고 그냥 넘기면서 읽는 것이다. 물론 계속 반복해서 나오거나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개념이 나오면 인터넷의 힘을 빌리며 읽기를 이어갔다. 이 책은, 정확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생명이 어디서 왔는가, 하는 문제를 미생물학자의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이미 진화론이라는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이 과학적 대세로 굳어진 상태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하나의 질문, 그 진화론의 가설(몇 개의 원소가 어떤 특수한 환경에 함께 있게 되면 아주 우연히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다)을 믿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몇 개의 원소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화성에서의 생명체 가능성 등을 검토하며 다방면의 이론을 검증하려 노력하였다.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여겨졌던 곳에서의 생명체의 발견을 예로 들며, 어떤 극한 환경 속에서도 생명체는 살아남는다는 놀라운 박테리아의 신비를 알려준다. 정말 놀라운 것은 콘크리트를 갉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황화수소를 먹는 박테리아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콘크리트를 부식시키는 그 무시무시한 황을 먹으며 생존하는 박테리아가 있다니.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래서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생명의 기원은 뭐란 말인가. 그는 끝내 그걸 밝히지 못했다. 그건 사실 인간이 처음부터 밝힐 수 없는 영역이었다. 생명체가 탄생하는 그 순간에 우리가 함께 있지 않은 상태에서,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할 수 없는 이상, 우리는 사실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다. 그저 생각만, 가설만, 이론만 난무할 뿐인데, 그럼에도 이 책은 진화론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논리적 허점에 대해 알고 있으며 이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점이 높이 사줄 만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밝혀내질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걸 증명하고 그걸 책으로 펴냈다. 그는 고백한다. 고대세균령, 진전세균령, 진핵생물령의 세 영역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09쪽) NASA 탐사선 과학자인 테릴은 “지구에서 그런 성분들을 함께 두면 여러분은 십억 년 안에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라고 언론에 발표했다. (288쪽) 정말 지구가 이런 가설 속에서 태어났다고 믿어야 하는 걸까? 저자는 말한다. 아무리 많은 물과 환상적인 화학물질로 치장을 하더라도 시기적절하게 살아날 수는 없다. 따라서 지구의 생명체는 천문학적 불가능성 중의 요행수임에 틀림없다. (288쪽) 그는 연구를 하면 할수록 생명이란 것이 과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화학적인 필요를 회피함으로써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즉, 생명의 법칙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을 모두 회피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주장에 이상한 허점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는 “실제로 생명은 조건이 적당하면 언제나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우연히 만들어지는 생명이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굴드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상에서 생명의 역사는 승리자보다는 실패자가 훨씬 더 많은 어마어마한 복첨이었다. 그것에는 너무나 많은 운명의 우연, 너무나 많은 임의적 변덕이 들어 있어서 변화 유형은 필수적으로 무작위적이었다. 우리 자신의 진화 역사를 구성하는 수백만의 우연한 단계들은 두 번째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개략적으로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인간과 희미하게라도 비슷한 것을 포함하게 될 확률은 사실상 0%임에 틀림없다.” (321쪽) 저자는 지구에서 생명체가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다면 다른 우주에서도 동일하거나 비슷한 환경에서 충분히 생명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찾기 위한 노력들을 열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결국 아무것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단지 그 희망과 가능성만을 안고 책을 종결지었다. 기독교인으로서 진화론의 이론이 얼마나 허구적 상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저자의 이러한 지난한 탐구는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왜 이렇게까지 보여주는데도 신의 창조섭리를 받아들이지 못할까. 진화론의 가설을 인정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모든 연구는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모든 가설의 패배는 명확한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저자가 놀라워하며 내지른 탄성, 우연히 만들어진 생명체가 이렇게 정교한 법칙을 가지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구성할 수 있다니. 그게 바로 답 아닌가. 그래서 기뻤다. 세계의 대 과학자가 자신의 전문적이면서 광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결국 풀어내지 못한 생명의 기원. 그는 책에서 기존 가설들의 많은 허점을 지적하고 자신의 발견을 추가했다. 그것들은 모두 조금만 비틀어 보면 결국 신의 섭리를 증명해주는 것들이었다. 미생물학 분야에 크리스천 학자가 있어서 이 부분을 한번 더 명확히 증명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한 독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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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 창세기에 의하면 신은 첫째 날에 빛, 둘째 날에 하늘, 셋째 날에 땅과 바다 그리고 땅의 식물, 넷째 날에 별, 다섯째 날에 하늘과 바다의 생물, 여섯째 날에 땅의 동물과 인간을 창조하였다. 창조의 순서로 보자면 생명은 5번째이며, 심지어는 별보다도 먼저 창조되었다. 그리고 생명은 3일(셋째 날, 다섯째 날 및 여섯째 날)에 걸쳐 창조되었다. 신이 이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사용한 6일 중 절반이 생명의 창조에 쓰여진 것이다.
분명 구약성서 창세기로부터 책의 제목을 따왔음에 틀림없는 폴 데이비스의 <제5의 기적 - 생명의 기원>은 성경에서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생명의 기원이 지구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으며 또한 신이 그토록 공을 들였을 정도로 생명의 탄생이 고도의 복잡성을 요하는 쉽지 않은 일임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과학은 기적을 배척한다’라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책의 표제로는 ‘기적’을 내세운 것이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우리에게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것은 생명의 발생이 확률적으로 거의 ‘기적’에 가까운 사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적’을 다루는 폴 데이비스의 자세는 물리학자로서의 굳건한 과학적 접근방법에서 조금도 벗어나 있지 않아 놀랍다. 실제로 그는 이 책에서 열역학 제2법칙(물리학)과 다윈의 진화론(생물학)을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전개하는 두 기둥 이론으로 삼고 있다.
생명의 기원과 관련하여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두 가지 문제, 즉 ‘어디에서’ 생명이 시작되었는가 그리고 ‘어떻게’ 생명이 시작되었는가에 대한 그 동안의 연구 성과를 담고 있는 이 책이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또한 시험하는 매우 흥미로운 관점들과 새로운 견해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과학적 추론을 통해 생물학적 정보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우리가 도달하게 되는 곳이 저 캄캄한 우주의 중력장이라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놀라게 된다. 초극미의 DNA 분자가 저 광대한 우주를 담고 있다는 역설은 ‘겨자씨 한 알에 온 우주가 담겨있다’는 불교의 오랜 가르침을 떠오르게 만든다.
생물학적 정보의 복잡성을 무작위성과 정보 함량의 관점에서 살펴본 대목도 매우 흥미롭다. 여기에서도 역설이 존재한다. 즉 게놈은 핵산 분자의 마구잡이 서열에 의해서만 고도의 복잡한 생물학적 유전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반면 그것이 생물학적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마구잡이가 아닌 매우 특별한 서열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율배반적 모순이 ‘물리학 법칙과 모순이 되지 않지만 물리학 법칙으로 환원될 수는 없는 새로운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하리라 믿고 있으며 요즘 한창 연구중인 복잡성 이론에서 그 실마리를 찾고 있다.
지구의 남극에서 발견된 화성 운석 ALH84001의 연구 성과와 관련하여 화성에 생명이 존재하였을 가능성을 하나하나 짚어 본 부분은 ‘우주에서 우리는 홀로가 아니다’라는 믿음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믿음이 가지고 있는 철학적 의미는 만만치 않으며 그것은 또다른 책 한 권을 요구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를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생물학과 물리학 뿐만 아니라 천문학과 화학, 수학, 지질학, 전산학 등 제반과학의 폭넓은 지식으로 생명의 기원을 탐색해 나가는 저자의 지적 모험을 따라 나서는 것은 어느 정도의 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이는 소화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다소 매끄럽지 못한 번역과 사소한 편집 실수들도 우리의 이해를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며 또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우리는 인간의 게놈 지도를 해독해낸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인상깊은구절] 무엇이 생명을 그렇게 독특하게 만드는가, 무엇이 무생물로부터 생물을 구별하게 만드는가 하는 것은 생명체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가가 아니라 그것들이 어떻게 함께 모여서 전체로서의 기능을 가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것이다. 비록 생기론이 인정을 받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개념은 옳은 것이다. 생명체 내부에는 물질이 아닌 독특한 무엇인가가 존재하며 이는 문자 그대로 생명의 작동에 필수적이다. 이는 본질적인 것, 힘 또는 활기를 가진 원자는 아니다. 이 특별한 무엇은 어떤 유형의 정보이다. 요즈음 말로 하면 소프트웨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