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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문대작>, 조선 미식선비의 음식 노트’라는 부제의 이 책은 허균의 저작인 <도문대작>의 해석과 더불어,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음식에 대한 관련 기록들과 함께 저자 자신의 미식에 대한 체험을 덧붙여 소개하는 내용이다. ‘도문(屠門)’이란 동물을 도살하여 고기를 파는 푸줏간을 뜻하며, ‘대작(大嚼)’은 입을 크게 벌려 음식물을 씹는 행위를 일컫는다. 따라서 <도문대작>이란 책의 제목에는 ‘푸줏간 앞에서 크게 입을 벌리고 음식을 씹는 시늉을 한다’는 표현으로, 음식을 실제로 먹을 수는 없으나 상상으로나마 먹는 체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즉 그 제목을 통해서 허균이 상상력으로 다양한 음식과 식재료들을 떠올렸으며, 그와 관련된 음식들에 대한 내용들을 기록으로 남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허균이 과거 시험관으로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유배형에 처해져, 전라도 함열에 머물러 있을 때 이 문헌을 저술했다고 알려져 있다. 죄를 짓고 유배형을 당한 처지에서, 먹을 것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하여 ‘귀양의 현실을 극복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는 무언가에 몰두하는 것’이었고, 그동안 자신이 먹었던 음식들을 떠올리며 그에 관해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을 것이다. 아마도 그가 평소에 다양한 음식을 먹어본 경험이 있던 미식가였기에, 당장 먹을 수는 없을지라도 상상으로나마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자 하는 행위라고 이해된다.
저자 역시 <도문대작>의 저술 동기를 “힘들고 지쳐 있을 때 그리운 고향을 생각하면 그 때 먹었던 음식이 떠오르기 마련”이고, “음식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유배지에서 과거에 맛보았던 음식들을 떠올려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을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실상 <도문대작>의 원문은 그리 길지 않고, 이 책의 말미에 첨부된 원문이 불과 10면 정도에 불과함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도문대작>에 소개된 음식이나 식재료들을 하나의 표제로 제시하고, 원문에 대한 소개와 함께 해당 음식에 관한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다양한 기록들과 저자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내용을 풍부하게 채우고 있다. 모두 65개 항목에 걸쳐 소개된 식재료와 음식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은 온전하게 오늘날의 미식가들에게도 충분히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도문대작>이라는 문헌과 그 내용을 나 역시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특히 해당 문헌에 “차 : 순천(順天)에서 나는 작설차(雀舌茶)가 가장 좋고, 변산(邊山)의 것이 그 다음이다.”라는 구절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직장을 순천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견한 이 구절로 인해, 차 생산지로 잘 알려진 인근 지역 보성의 차가 아니라 순천의 작설차를 최고로 꼽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에 관한 내용 외에 다른 항목들도 그저 해당 음식과 식재료들에 대한 단편적인 기록임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단편적인 기록들을 토대로 해당 항목에 관한 다양한 기록들을 찾아서 덧붙이고, 해당 음식에 관한 자신의 미식 경력을 풀어내면서 다채로운 내용으로 풀어내고 있다. 책의 뒷부분에는 <도문대작>의 번역과 원문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흥미로운 내용으로 채워진 이 책이 음식에 대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이자, 이 분야에 관심을 지닌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 https://cafe.daum.net/Allwithbooks )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