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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대했을 때에는 이 책이 온통 페미니즘을 설명하는 책일 것으로만 생각했다. 물론 책 속에 페미니즘 요소는 많다. 다만 페미니즘을 강의하는 유의 글이 아니라 글쓴이의 여행(?) 여정을 통해 ‘이게 타당하고 당연하잖아.’라고 페미니즘의 합리성을 냉철하게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의 세계로 인도하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책의 본질은 그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죽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그들에 대한 글쓴이의 이해를 통해 세상을 향한 사고思考를 드러내는데 있다. 이것이 옳다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본다는 관점을 투사하는 것이다. 페미니즘 요소는 그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글을 쓴 제사 크리스핀은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로 삶에 지친 상태에서 시카고를 떠나 유럽으로 향한다. 전혀 계획이 없지는 않으나 철저하게 준비해서 가는 여행은 아니다. 수트 케이스에 들어갈 만큼만 챙겨서 떠난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 노트북 PC를 포함해서이다. 그는 떠나는 이유를 “내게는 살 이유와 계획이 필요하고 그게 내 안에서 나와야 한다.”고 피력한다. 책은 아홉 곳의 도시와 아홉 명의 인물이 각각 묶여 한 장씩을 구성한다. 에필로그 격인 마지막 장까지 하면 모두 열 개의 장인 셈이다. 베를린에서는 윌리엄 제임스(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형인 철학자)를, 트리에스테에서는 노라 바너클(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사실혼 아내)을, 사라예보에서는 영국의 작가인 리베카 웨스트를, 남프랑스에서는 편집자인 마거릿 앤더슨을, 골웨이에서는 혁명가이지 여성참정권 운동가인 모드 곤을, 로잔에서는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를, 상트 뻬쩨르부르크에서는 소설가 서머싯 몸을, 런던에서는 소설가 진 리스를, 저지 섬에서는 사진가이자 작가였던 클로드 카엉을 각각 만난다. 그들은 먼 과거의 인물들이 아니며 20세기 초반을 살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각 장의 맨 앞에는 해당 장에서 다룰 인물의 사진과 간략한 소개 설명이 붙어있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 그 이름을 들어서 알고 있던 인물이 네 명으로 모르던 인물들이 더 많다. 그리고 여성들만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글쓴이는 각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물사를 상세히 다루지 않는다. 그들이 나오는 도시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상황을 설명하고 그들이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을 어떻게 위치시켰는지 관계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런 얘기들은 글쓴이가 자신을 말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할 뿐이다. 글쓴이는 그 인물들의 삶을 속속들이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래도 각각의 글들에서 묘사되는 그들의 모습은 분명한 인상을 남긴다. 어찌 보면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인식을 정돈함으로써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각각의 장에서는 글쓴이의 생각과 각 인물들의 모습이 파편처럼 나뉘어져 등장하다가 어느 순간 서로 엮인다. 상세하게 설명하는 친절한 글쓰기는 아니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글쓰기라고 평가하게 된다.
제사의 생각을 통해 깨달음이 다가온다. 내 사고의 한계를 깨우치게 하는 문장들이 무겁게 떨어진다. 여성들이 감당해야했던 시대의 압박이 새삼 새롭게 느껴지고 개인이 부담해야했던 상황의 압력이 무섭다. 그렇다고 그가 무슨 유명한 설교가처럼 듣기 좋게 당장 마음을 두드리는 글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냉철하지만 진솔함을 느낄 수 있는 글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외로움과 절망에서 나를, 또 내가 아닌 누군가를 구해줄 유일한 수단은 공동체와 사회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다(p.356). 그가 세상을 찾아 나선 이야기에 함께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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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했던 책의 흐름은 이렇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저명한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에 대한 술회가 이어지는 글을 생각했다. * 그러나 이 글은 작가 자신을 증명해내기 위한 글 같다. 언뜻 전혜린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결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 특히 속으로 욕하거나 험담할 때가 매력적이다. 애인의 거친면들이 떠오른다. 내가 보는 세상의 매력들은 애인으로 통한다. 애인 너무 좋다 애인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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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완독하려고 계속 도전했지만, 계속 실패했던 책이다. 한번에 쭉 읽으려니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이번달에는 끊어서 하루에 한 단원씩 읽었는데, 결국 다 읽었다..... 단편집처럼 여러번 나누어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느낌을 받았다. 여행기 같기도하고, 예술과 인문학 같기도 하고, 여성들의 역사에 관한 책 같기도 했다. 책을 읽는 동안 예전에 '알쓸신잡' 에서 유시민 선생님의 말씀이 계속 떠올랐다. 훌륭한 예술가, 시인, 화가가 될수 있는 여성들이 단지 그당시의 가치관, 사회상으로 인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빛나지 못하고 묻혀간게 아깝다는 말. 그들이 자신을 알아볼 수 없는 하나의 각도를 찾아서, 처음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처럼 혐오가 아닌 다른 렌즈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보도록 하고 싶다.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래, 그것도 괜찮아,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어. (340p) 왜 남성들의 투정이나 히스테리, 광기 등은 작품 활동, 혹은 예술가의 필수품이 되고, 여성들이 똑같이 하면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가? 이것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들에게 더 좋은 영감이나 활력소, 감동 등을 느낄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짖밟아버린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들이 계속 쌓이고 쌓여서 지금 현재에 와서야 풀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나한테는 어려운 분야라서 읽는게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은책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