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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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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 한 권을 가지고 산에 올라갔다. 산에 가려고 꼬박 한시간을 지하철을 타고 갔다. 사는 내내 시 한 편 보고 사람들 한 번 보고 시 한 편 보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를 반복했다. 내가 왜 지금 산에 가고 있는 걸까?를 동시에 반복해서 생각했다.미루고 미루던 산행이지만 산에 가려면 원체 멀기도 하고굳이 등산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기에 왜 내가 지금 산에 가려고아침부터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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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 한 권을 가지고 산에 올라갔다.
산에 가려고 꼬박 한시간을 지하철을 타고 갔다.
사는 내내 시 한 편 보고 사람들 한 번 보고
시 한 편 보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를 반복했다.

내가 왜 지금 산에 가고 있는 걸까?를 동시에 반복해서 생각했다.
미루고 미루던 산행이지만 산에 가려면 원체 멀기도 하고
굳이 등산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기에 왜 내가 지금 산에 가려고
아침부터 이러고 있는 건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나무에 기대어
                      도 종환

나무야 네게 기댄다
오늘도 너무 많은 곳을 헤맷고
많은 이들 사이를 지나왔으나
기댈사람 없었다
네 그림자에 몸을 숨기게 해다오
네 뒤에 잠시만 등을 기대게 해다오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왔다는 걸 안다
네 푸른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잠시만 눈을 감고 있게 해다오
나무야 이 넓은 세상에서
네게 기대야 하는 이 순간을 용서해다오
용서해다오 상처 많은 영혼을

---------------------------------------------------

나는 기댈 것을 찾아 산에 가고 있는 걸까 생각했다.
산에 오르는 동안에는 기댈 곳이 생긴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산에 오르고 있는걸까?
굳이 부르는 사람도 없고 가봐야 별 것 없는 것을 뻔히 아는 데도
산을 찾아가고 있는 걸까?
산에 도착하니 올라가는 곳곳에 사람이고 절이었다.

사람이 없는 곳은 없었고 나무가 없는 곳도 없었고 돌은 더 많았다.

산에 올라가니 사람이 더 많았다. 정상에서 바라본 부산은 사람은 안보이고
콘크리트의 무덤만 보였다. 사람은 산에 더 많고 돌은 아래에 더 많았다.


한 송이 꽃
                        도 종환

이른 봄에 핀
한 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냐고
묻는

-----------------------------------------------------

초가을의 산행은 아직 단풍도 없고 꽃도 없었다.
한 송이의 꽃 대신에 한 그루의 소나무를 발견했는 데
바위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는 작은 소나무였다.
그 소나무는
여름 향기가 채 가시지 않고 가을 향기도 채 오지 않은 피부로 느껴지는
그 냄새와 소나무 너머 보이는 콘크리트 무덤은
지나칠 그리고 지나친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 만날 사람들을 생각하게 했다.

결국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간 산은 사람에 대해서만 실컨 생각하게
만들었다.

돌아오면서도 계속 이 시집을 놓지 않고 있었는 데
다른 사람의 울음소리를 듣고 또 다른 사람을 보고 있었다.
여기는 나도 보이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지구에는 사람보다 다른 것들로 채워진 부분이 훨씬 많은 데
사람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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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 2011.11.08. 신고 공감 5 댓글 19
리뷰 총점 종이책
은은함이 물드는 사물들의 시간- 도종환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은은함이 물드는 사물들의 시간- 도종환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내용보기
은은함이 물드는 사물들의 시간 - 도종환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도종환은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창비, 2011)에서 ‘뜨거운 시간’을 노래한다. 뜨거운 시간은 뜨거운 불의 시대와 차가운 환멸의 시대를 차례차례 건너온 자가 이른 시적 순간을 의미한다. 그것은 「나무들」에서 “제가 사는 곳을 말없이 제 삶의 중심으로 바꿀 줄” 아는 나무들의 빛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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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함이 물드는 사물들의 시간

- 도종환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도종환은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창비, 2011)에서 뜨거운 시간을 노래한다. 뜨거운 시간은 뜨거운 불의 시대와 차가운 환멸의 시대를 차례차례 건너온 자가 이른 시적 순간을 의미한다. 그것은 나무들에서 제가 사는 곳을 말없이 제 삶의 중심으로 바꿀 줄아는 나무들의 빛나는 시간으로 나타나며, 하현에서는 저물 날만 남았어도 환하다는 것이 고맙다고 감격하는 하현달의 환한 시간으로 표현된다. 온몸으로 우는 울음을 통해 차가운 시간의 너머를 갈망하는 귀뚜라미의 시간이나 소녀()들이 뿜어내는 저항의 시간 또한 이러한 뜨거운 시간의 계열에 속한다. 불의 시대의 뜨거움과는 다른 도종환 특유의 뜨거운 시간의 시학은 사막의 시대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있어야 할) (희망)을 꾸는 시간이기도 하다.

 

 

관엽 어린 싹이

손가락을 비틀며 올라온다

줄기와 뿌리 모두가

저거 하나를 밀어올리는 게

생의 전부였다는 듯

나무도 그쪽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제는 조봉암이 사형 오십이년 만에

무죄선고를 받았다는데

오늘 아침엔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묻던 소설가 돌아가셨다

꿈이 우리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었는지

얼마나 가혹한 형벌이었는지 알고 있지만

관엽이여

그래, 우리가 꿈꾸지 않으면

이 엄동에 누가 아름다운 꿈을 꾸겠는가

꿈의 어린 혀,

어둔 흙 속에서도 스러지지 않는 열망이여

연두여,

- 전문

 

 

꿈을 꾸는 것은 싹을 틔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줄기와 뿌리 모두가힘을 합쳐 밀어 올리면, 싹은 싹대로 손가락을 비틀며 올라온다”. 생명 하나를 만들기 위해 벌이는 나무의 고투는 생의 전부를 걸어야 할 만큼 숭고한 것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임을 알려준다. 싹 하나가 아니라, 싹은 이미 생의 전부이다. 싹 하나에 걸려 있는 화엄적 세상의 무게는 우리가 꿈꾸지 않으면안 될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꿈을 꾸지 않으면, 다시 말해 싹이 트지 않으면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절멸할 수밖에 없다. 인간만의 꿈이 더 이상 지구라는 생명체의 꿈으로 대치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인간만의 꿈은 말 그대로 인간만을 위한 세계를 꿈꾸는 것일 뿐이다. 생명의 인드라망은 수많은 ()존재들이 저마다의 싹을 틔움으로써 이루어진다. 거기에는 따라서 스러지지 않는 열망만이 여여하게 살아남아 있다. 시인의 말대로 초록의 신세계는 꿈의 어린 혀연두로부터 비롯된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어린 존재가 생의 전부를 걸고 피워내는 희망의 싹이 있기에 초록으로 물결치는 세계의 현실이 도래할 수 있는 것이다.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라는 시집의 제목에 드러나듯, 시인은 초록의 세계마저도 회색의 그늘 속으로 사라지려 하는 환절기를 살아가고 있다.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은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쓸쓸하게 다가온다.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를 참고한다면,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 시에서 한 시 사이는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 니체는 정오(Mittgas)를 디오니소스적인 시간의 재생으로 풀이했다. 해 저물녘에 날아오르는 미네르바 올빼미의 잿빛 시간과는 다르게, 정오의 시간은 살아 있는 ()존재들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넘쳐난다. 세시에서 다섯 시 사이는 그러므로 디오니소스적 시간과 잿빛 시간의 사이에 존재한다. 강인한 생명력은 수그러들었지만, 아직 잿빛으로 화하기에는 이른 시간이 도종환이 이야기하는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의 시간 관념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이미 나는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져 있지만 어두워지기 전까지 아직 몇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구름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번은 허락하시리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머지않아 겨울이 올 것이다 그때는 지구 북쪽 끝의 얼음이 녹아 가까운 바닷가 마을까지 얼음조각을 흘려보내는 날이 오리라 한다 그때도 숲은 내 저문 육신과 그림자를 내치지 않을 것을 믿는다 지난봄과 여름 내가 굴참나무와 다람쥐와 아이들과 제비꽃을 얼마나 좋아하였는지,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나 험했는지 꽃과 나무들이 알고 있으므로 대지가 고요한 손을 들어 증거해줄 것이다

-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2~3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가 무엇보다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지고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심의 시간은 비존재가 파괴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인간-존재만의 제한된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의 문맥을 따르면, 그 시간은 지구 북쪽 끝의 얼음이 녹아 가까운 바닷가 마을까지 얼음조각을 흘려보내는절멸의 시간과 다르지 않다. 여기서 묘한 전도의 상황이 발생한다. 시인은 중심의 시간에서 밀려났지만, 그 대가로 절멸의 시간을 피해갈 수 있는 계기를 얻는다. 3연에 표현되거니와, 그것은 물론 지난봄과 여름 내가 굴참나무와 다람쥐와 아이들과 제비꽃을지키기 위해 험한 시간을 보낸 대가로써 주어진다. 생명의 인드라망에 포섭되는 존재는 그 이유만으로도 절멸의 시간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 인류의 멸망이 운위되는 과학의 시대에 선언되는 시적 시간의 역학은 도종환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고요한 대지(자연)의 시적 맥락을 다시금 일깨워준다고 하겠다.

 

시인은 어두워지기까지 남아 있는 몇 시간의 여유를 기꺼운 마음으로 즐긴다. “찬란한 노을과 황홀이 오기 전에 펼쳐지는 고요한 대지의 시간은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를 살아가는 시인의 삶을 표상한다. 은은함에 대하여에 나타나듯 이 시간은 사랑하는 이의 손잡고 은은하게 물들어갈 수 있는 행복한 세계와 마주하고 있다. “은은한 것들 아래서는 짐승도 순한 얼굴로 돌아온다”. 은은한 세상은 이런 점에서 중심의 시간에서는 불가능한 물들임의 시간을 제공한다. 무언가에 물드는 일은 자기에 대한 아집을 버리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은은하게 핀 꽃은 화려함을 무기로 다른 꽃을 자극하지 않기에, 다른 꽃들이 피워낸 세상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는 바로 이러한 은은함이 물드는 사물들의 시간으로 정리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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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 2017.10.19. 신고 공감 2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내용보기
배창환님이 쓴 발문을 옮겨본다.지금까지 십여권에 달하는 그의 시집들이 하나같이 담긴 시들의 정신을 포괄하면서도인상 깊은 제목을 달고 나왔기 때문에 그가 시집 제목을 무엇으로 했을까 궁금했다.'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그가 오랜 시간 갈고닦아온 내공의 깊이를 새삼 확인했다.지금이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라면 우리가 만난 것은 언제쯤일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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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환님이 쓴 발문을 옮겨본다.
지금까지 십여권에 달하는 그의 시집들이 하나같이 담긴 시들의 정신을 포괄하면서도
인상 깊은 제목을 달고 나왔기 때문에 그가 시집 제목을 무엇으로 했을까 궁금했다.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그가 오랜 시간 갈고닦아온 내공의 깊이를 새삼 확인했다.
지금이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라면 우리가 만난 것은 언제쯤일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그는 1980년 광주항쟁 당시 그의 부대가 시민군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아 언덕숲에서 M16 자동소총 가늠자를 들여다보며
시민군이 오기를 기다렸던 비극적 경혐을 해야 했던 시각, 곧
"광주라는 갈림길에서" 그의 "인생은 광주 이전과 광주 이후로 갈라졌"다 했다.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맞고, 벽지로 좌천되고 해직, 구속으로 이어진,
고통과 절망의 극점에 섰던 때가 오후 한시쯤이리라.

그리고 결연한 의지로 밤을 낮 삼아 일하고 싸우다, 이번엔 그 자신이
과로와 심신쇠약으로 쓰러져 학교를 그만두고 입산하여 새로운 도를
만나던 때가 오후 2시.

다시금 몸을 일으켜 진보적 문학운동단체의 든든한 중심으로 매주 하산과
입산을 번갈아하면서 새로운 삶의 전기를 마련하기 시작한 때가 오후 세시 무렵...

보통사람으로선 하나같이 감당하기 어려운 난관과 시련을 돌파해온
시인은 자신이 걸어온 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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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 이전의 그의 시는 어떤 얼굴이었을까.
그의 시는 단정하다.
이는 그의 시가 그의 삶에 정확하게 조응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의 시는 치열하고 비장하다
아내를 멀리 보내고 독재정권의 탄압이 가중될수록
시의 비장미는 깊어졌다.
이번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에서 그는 지난 시간 걸어온 삶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명상하고 정리한다.
신발끈을 다시 매고 있는 것이다.
그중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어린날의 기억들이다.

그 체험들은 그의 삶과 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팔 할이 가난함과 외로움"이었던 어린시절 가운데서도
가장 원초적인 체험은 '꽃밭'의 기억이다.
초기시에서부터 지금까지 꽃에 대한 그의 애정은 대단하였고,
꽃들은 하신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
도종환은 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자신과 시대의 고통과 환희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녹여서 눈물처럼 깨끗하게 정제된 빛나는 언어로 노래해온, 이시대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중 한 사람이다.
겸손하면서도 온유하고, 불의 앞에서는 온몸으로 분노할 줄 아는 '청년'시인
도종환이 걸어온 순탄치 않았던 역정으로 인하여, 그의 시에는 아름다움에
폭과 깊이가 더해졌다.
그리고 사람과 사물을 향한 그의 사랑은 더욱 치열해졌다.
-------------------------------------------------------------
배 창환 님의 발문이 그의 지나온 문학 인생을 간단히 소개해주고 있어서
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시에서 한시 사이는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

이미 나는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져 있지만 어두워지기전까지 아직 몇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구름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번은 허락하시리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머지않아 겨울이 올 것이다 그때는 지구 북쪽 끝의 얼름이 녹아
가까운 바닷가 마을까지 얼음조각을 흘려보내는 날이 오리라 한다
그때도 숲은 내 저문 육신과 그림자를 내치지 않을 것을 믿는다
지난봄과 여름 내가 굴참나무와 다람쥐와 아이들과 제비꽃을 얼마나
좋아하였는지,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나 험했는지
꽃과 나무들이 알고 있으므로 대지가 고요한 손을 들어 증거해줄 것이다.

아직도 내게는 몇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은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평점을 이렇게 매겨본다.

*.*.*.*.*. 라일락꽃 *.*.*.*.*[내가 좋아하는 꽃에 대한 아주 적절한 표현이 압권이다]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빗방울 무게도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연보라 여린 빛이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w******0 2011.10.1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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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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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은 1977년에 청주에서 교직을 시작하고 86년에 낸 사별한 아내에 대한 사랑을 쓴 시집 ‘접시꽃 당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시인으로서 유명해졌다. 이 후 89년도에 전국교직원노조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게 되면서 교사직에서 해고당하고 투옥되었지만 98년도에 복직되어서 다시 중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는 정계에 진출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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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은 1977년에 청주에서 교직을 시작하고 86년에 낸 사별한 아내에 대한 사랑을 쓴 시집 ‘접시꽃 당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시인으로서 유명해졌다. 이 후 89년도에 전국교직원노조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게 되면서 교사직에서 해고당하고 투옥되었지만 98년도에 복직되어서 다시 중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는 정계에 진출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하고 있는 도종환 시인은 순수하고 어렵지 않은 시어들을 사용하여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이 이 시집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나간다. 따라서 시 자체의 내용이 크게 어렵지 않지만 이 시집을 읽다보면 아내와의 사별, 노조활동으로 어려웠던 시절 등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그의 삶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도종환 시인은 우리가 평소에 많이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들을 통해 어떤 순간에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어린 시절을 동경하고,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떤 순간에는 미래에 대한 다짐을 쓰며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가지게 해준다. 이 ‘세 시에서 다섯 시까지’는 도종환 시인이 자신의 인생 중후반에 바라본 자신의 인생을 그린 시집이기 때문에 비슷한 연령층인 중장년층에게 어릴 적 향토적인 정서와 시시각각 달라지는 현실에 대한 표현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집의 제목이자 가장 처음에 실려 있는 시,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는 치열하게 살아왔던 2, 30대를 지나 인생의 중후반에 맞이한 그들에게 아직 당신 인생은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밖에 안되었고, 아직 석양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알려준다. 또한 나는 개인적으로 꽃밭이라는 시에서 도종환 시인이 순수했던 어릴 적 모습을 여러 꽃들에 비유해 어렸을 떄 자신이 이것들과 함께 성장한 것처럼 표현한 부분이 독특하다고 느꼈는데, 이런 자연친화적이고 시골적인 표현들이 중장년층에게로 향토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들에게 이 시집을 추천한다.

l*********0 2019.11.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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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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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의 표지의 약간의 누런색과 옛날 사진 느낌이 나는 꽃의 사진이 주로 깔끔한 그림이 들어가거나 제목만 간단하게 써져있는 최근 시집들과는 다르게 읽기 전에도 시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것이 눈길을 끌어 읽게 되었습니다. 도종환 시인님은 1955년 9월 출생하셨고,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에 「고두미 마을에서」 외 5편의 시를, 1985년 《실천문학》에 「마늘밭에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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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의 표지의 약간의 누런색과 옛날 사진 느낌이 나는 꽃의 사진이 주로 깔끔한 그림이 들어가거나 제목만 간단하게 써져있는 최근 시집들과는 다르게 읽기 전에도 시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것이 눈길을 끌어 읽게 되었습니다. 도종환 시인님은 1955년 9월 출생하셨고,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에 「고두미 마을에서」 외 5편의 시를, 1985년 《실천문학》에 「마늘밭에서」를 발표하며 등단하셨고, 2018년 7월부터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방위원회 위원을 하신 정치인이십니다. 하지만 정치인이라는 직업이 무색하게 이 책의 시들에서는 정치적 느낌을 하나도 받지 못하였고 정치와 관련된 시 자체도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시인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사람들이 일상에서도 공감할수 있는 시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앞과는 다르게 시인 개인이 경험한 아내가 숨을 거두셨을때의 감정이나 상황, 아니면 그 이후의 자신의 모습 등을 담은 시들이 가장 많았는데 이 때문인지 서정적인 분위기와 사랑과 관련된 아련하고도 쓸쓸한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묻어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를 추천한다면 누군가를 그리워한다거나 소중히 한다라는 감정을 느끼고 싶거나 현재 그러한 사람,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감정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이 시를 읽음으로써 간접적으로 경험을 할수 있을것이고, 현재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에겐 그 감정이 더 깊어지는 계기를 만들어줄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겐 공감하며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 꼭 이러한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아까 말했듯 일상을 공감할수 있는 시들도 많기 때문에 현재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거나 또는 시를 읽으며 ‘~했었을때도 있었지’ 같이 추억을 떠올리실수 있는 계기를 만드실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이 시의 가장 큰 장점은 분위기가 무거워지거나 서정적인 감정이 너무 과해질수도 있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시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그렇게 무겁거나 감정이 과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집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공감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s****1 2019.11.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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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저미는 노래 한 곡으로 남을 수 있다면"
""가슴 저미는 노래 한 곡으로 남을 수 있다면"" 내용보기
풍경 이름 없는 언덕에 기대어 한 세월 살았네 한 해에 절반쯤은 황량한 풍경과 살았네 꽃은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리고 특별할 게 없는 날이 오래 곁에 있었네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풍경을 견딜 수 있었을까 특별하지 않은 세월을 특별히 사랑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많은 들꽃 중에 한 송이 꽃일 뿐인 너를 깊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시인은 자신의
""가슴 저미는 노래 한 곡으로 남을 수 있다면"" 내용보기

풍경


이름 없는 언덕에 기대어 한 세월 살았네

한 해에 절반쯤은 황량한 풍경과 살았네

꽃은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리고

특별할 게 없는 날이 오래 곁에 있었네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풍경을 견딜 수 있었을까

특별하지 않은 세월을 특별히 사랑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많은 들꽃 중에 한 송이 꽃일 뿐인

너를 깊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시인은 자신의 인생 나이를 “오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에 와 있다”고 여긴다. 그것도 오후 다섯 시 근처라고 여기니 시인에게 여름의 인생이 주어진다면 아직 낮의 시간이 남아 있을 테지만 겨울의 인생이 주어진다면 어둠이 멀지 않을 테다. 이제 어둠의 시간만 남아 있다고 여기며 쓸쓸한 저녁의 노래를 부를 수도 있겠으나 시인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져 있지만 어두워지기 전까지는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구름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번은 허락하시리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세시에서 다섯시 사이」)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인의 생각은 어쩔 수 없이 쓸쓸한 인생의 오후 시간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한 발짝 나아가 “쓸쓸해서 고맙다” (「구인산」), “저물 날만 남았어도 환하다는 것이 고맙다”(「하현」) 같은 넉넉한 긍정으로 나아간다.


라일락꽃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빗방울 무게도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 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씻기면 연보라 여린 빛이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인생의 시간에 대한 넉넉한 긍정이 곧바로 세상의 긍정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만의 향기와 빛깔을 더 필요로 하는 세상이다. 그리하여 “목민을 위해 고뇌하고 싸운 시간만이 운동하는 역사” (「새벽 초당」)이고 , “값진 것은 전선에 있던 시절이었다고”(「쏭바) 되새긴다. 시인은 인생의 늦은 오후 시간을 살면서도 여전히 세상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자신만의 향기와 빛깔로 싸우면서 “내 나머지 생이 / 가슴 저미는 노래 한 곡으로 남을 수 있다면 / 내 생이 여기서 거덜나도 좋겠다”(「바이올린 켜는 여자」)고 노래한다. 이러한 시인의 의식은 앞으로도 역사를 비껴가지 않는 빛나는 서정시를 기대하게 한다. 시인은 우리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터 “처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 거기 어머니와 꽃밭이 있었다”(「꽃밭」)는 고백도 시인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켜 준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2.01.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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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도 지구별을 좋아한다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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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51   해님도 지구별을 좋아한다―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도종환 글 창비 펴냄, 2011.7.18.     새벽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는 재미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새벽을 여는 배달 일꾼이 아니고는 이무렵에 일어나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새벽 한두 시부터 자전거에 신문을 그득 싣고 바지런히 골목을 누비며 신문을 돌리면 3분쯤 지날 무렵부터 땀이 흐릅니다. 삼십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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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51

 


해님도 지구별을 좋아한다
―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도종환 글
 창비 펴냄, 2011.7.18.

 


  새벽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는 재미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새벽을 여는 배달 일꾼이 아니고는 이무렵에 일어나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새벽 한두 시부터 자전거에 신문을 그득 싣고 바지런히 골목을 누비며 신문을 돌리면 3분쯤 지날 무렵부터 땀이 흐릅니다. 삼십 분이 지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고, 한 시간이 지나면 땀내음이 멀리까지 퍼지면서 볼을 타고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자칫 신문종이에 땀이 묻을까 봐 팔뚝으로 이마와 볼에 흐르는 땀을 훔칩니다. 신문을 쥐기 앞서 옷으로 땀을 닦습니다. 1990년대로 접어든 뒤부터 배달 오토바이가 차츰 퍼졌는데, 예전에는 으레 자전거나 두 다리로 신문을 돌렸어요. 두 시간쯤 신문을 돌리다 보면 손에 낀 실장갑까지 땀으로 옴팡 젖습니다. 세 시간쯤 신문을 돌리면 손에 묻은 땀을 옷에 닦아 신문을 넣자는 생각이 흐려집니다. 대문 안쪽에 놓인 신문에 엄지 자국이나 물기가 묻었다면, 이는 모두 배달 일꾼이 흘린 땀입니다.


.. 바람이 사소하게 불어도 흔들릴 풍치의 나날과 / 둘 다 연금도 퇴직금도 없이 견뎌야 할 불안한 / 노후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  (발치)


  시골에서 맞이하는 새벽 세 시는 아주 고요합니다. 멧새도 모두 잠든 때입니다. 여름으로 접어들면 개구리 노랫소리가 막바지에 이르는데, 여름날 새벽 네 시로 넘어설 즈음 개구리 노랫소리도 잦아듭니다. 그렇지만 풀벌레 노랫소리는 그대로 있어요. 시골에서 한여름 새벽 네 시 반 즈음부터 멧새 노랫소리가 퍼지고, 이제 풀벌레 노랫소리는 사라집니다. 멧새가 깨어나 돌아다닐 적에 풀벌레가 노래한다면, 멧새더러 나 잡아 드시오 하는 꼴이 될 테니까요.


.. 나무야 네게 기댄다 / 오늘도 너무 많은 곳을 헤맸고 / 많은 이들 사이를 지나왔으나 / 기댈 사람은 없었다 ..  (나무에 기대어)


  어린 두 아이와 지내는 낮 세 시는 무척 고단합니다. 아이도 고단하고 어른도 고단합니다. 아침부터 신나게 놀던 아이는 낮 두 시 즈음부터 살짝 졸음이 찾아오고 낮 세 시에는 그예 졸음덩어리입니다. 낮잠을 자지 않으면 몸이 힘든 나머지 골부림이 하늘까지 닿아요.


  세 시 즈음에는 어떻게든 아이들을 달래어 토닥토닥 안고 자리에 눕히려 합니다. 일곱 살 큰아이는 낮잠을 안 자려고 끝까지 버티고, 네 살 작은아이는 이내 곯아떨어집니다. 작은아이를 재우려고 눕히고 토닥이다 보면 나도 작은아이 곁에서 곯아떨어지기 일쑤입니다. 이때 큰아이는 혼자 슬그머니 일어나서 만화책을 펼치거나 혼자 소꿉놀이를 합니다.


.. 내가 분꽃씨만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 처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 거기 어머니와 꽃밭이 있었다 / 내가 아장아장 걸음을 떼기 시작할 때 / 내 발걸음마다 채송화가 기우뚱거리며 따라왔고 / 무엇을 잡으려고 푸른 단풍잎 같은 손가락을 / 햇살 속에 내밀 때면 / 분꽃이 입을 열어 나팔소리를 들려주었다 ..  (꽃밭)


  봄이면 낮 다섯 시까지 빨래를 마당에 내놓을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낮 세 시를 지날 무렵 빨래를 집안으로 들입니다. 여름에는 낮 다섯 시를 지나고 여섯 시가 되어도 마당에 빨래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가을에는 낮 네 시까지 빨래를 마당에 내놓고, 다섯 시가 되기 앞서 집안으로 들여요.


  빨래는 시계를 살펴 내놓거나 들이지 않습니다. 햇볕을 살피고 바람을 느낍니다.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쬘 적에 빨래를 말립니다. 햇볕이 구름 뒤로 숨거나 멧등성이 너머로 사라지기 앞서 빨래를 걷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먼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해와 바람을 살펴 때를 읽었어요. 해시계가 있어 시계가 아니라 해가 고스란히 시계입니다. 바람시계가 따로 있어 시계가 아니라 바람이 언제나 시계예요.


.. 폭발물 덩어리를 바닷가마다 세워놓고 저것을 녹색의 따뜻한 에너지라 믿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이들은 스텔스 전폭기가 영변을 폭격하고 주전자 물이 다 끓기도 전에 대포동 미사일이 고리 원자로에 떨어져 사방 오십리 잿더미가고 방사능이 황사처럼 반도를 덮는 절멸의 날이 오면 어디에 잠자리를 정하고 어디서 어린 자식들을 키울 것인가 ..  (천변지이)


  도종환 님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창비,2011)를 읽습니다. 도종환 님 마음자리에 가장 애틋하게 다가오는 한때를 그리는 싯말을 읽습니다. 세 시는 어떤 때인지 그리고, 다섯 시는 어떤 하루인가 헤아립니다. 그러고 보니, 낮 세 시부터 다섯 시 사이는 사진을 찍기에 좋은 햇살이기도 합니다. 새벽 세 시부터 다섯 시 사이는 마음을 가다듬거나 글을 쓰거나 밥을 짓기에 좋은 때입니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나 글을 쓰면 맑은 마음이 되면서 무척 즐거워요. 예전에 새벽 세 시에 신문배달을 하면서 날마다 맑은 마음이 되었어요. 오늘 이 시골집에서 새벽 세 시에 아이들과 달콤하게 잠들다가 다섯 시 언저리에 일어나 조용히 아침밥 차리려고 부산을 떨면 새삼스레 마음이 맑습니다.


  그렇다고 새벽 여섯 시에 마음이 안 맑지 않습니다. 아침 여덟 시나 저녁 일곱 시에 마음이 안 맑을 까닭이 없습니다. 다만, 새벽과 낮에 맞이하는 세 시와 다섯 시 사이는 하루 가운데 가장 고요하면서 차분한 때가 아닐까 싶어요.


.. 초록은 연두가 얼마나 예쁠까? / 모든 새끼들이 예쁜 크기와 보드라운 솜털과 / 동그란 머리와 반짝이는 눈 / 쉼 없이 재잘대는 부리를 지니고 있듯 / 갓 태어난 연두들도 그런 것을 지니고 있다 ..  (연두)


  나무도 겨울눈을 좋아합니다. 풀도 새싹을 좋아합니다. 할머니도 아기를 좋아합니다. 해님도 지구별을 좋아하고, 우주도 태양계를 좋아합니다. 나이든 이들은 나어린 이를 좋아하고, 스승은 새내기를 좋아해요. 겨우내 시든 풀잎은 봄에 새로 돋아 피어나는 꽃송이를 좋아합니다.


  시는 무르익은 마음으로 쓰기 마련인데, 무르익은 마음이란 풋풋하며 싱그러운 빛을 읽고 아끼는 넋이지 싶어요. 시는 튼튼히 뿌리내린 나무와 같은 숨결로 쓰기 마련인데, 튼튼히 뿌리내린 나무는 늘 새잎을 틔우고 새 가지를 뻗으면서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시를 씁니다. 새롭게 거듭나는 마음으로 시를 읽습니다. 봄을 맞이하는 즐거움으로 시를 씁니다. 겨울을 새삼스레 누리면서 고요히 쉬는 몸가짐으로 시를 읽습니다. 4347.3.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집 읽기)

 

 

 

이달의 사락 h*******e 2014.03.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