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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영원히 쓰러져 잠이 든다..
"[44] 영원히 쓰러져 잠이 든다.." 내용보기
[ 마음 없는 내 마음 ]   마음속에 마음이 있는 줄 알았더니 내 마음 어디로 갔나   마음 없는 내 마음에 비가 오네 봄비가 오네   오늘도 마음은 봄비를 맞으며 내가 찾아가기도 전에 또 나를 찾아왔구나   오늘도 마음은 봄비 속으로 내가 떠나가기도 전에 또 나를 떠나갔구나   단 한번 사랑함으로써 평생을 사랑하는 경주 정해사지 천년 석탑처럼   마음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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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없는 내 마음 ]


 

마음속에 마음이 있는 줄 알았더니

내 마음 어디로 갔나

 

마음 없는 내 마음에 비가 오네

봄비가 오네

 

오늘도 마음은 봄비를 맞으며

내가 찾아가기도 전에

나를 찾아왔구나


 

오늘도 마음은 봄비 속으로

내가 떠나가기도 전에

나를 떠나갔구나

 

한번 사랑함으로써 평생을 사랑하는

경주 정해사지 천년 석탑처럼

 

마음 없는 내 마음

비를 맞고 서 있네

 

[ 곡기(穀氣) ]

당신이 곡기를 끊으셨다

그리고 나를 끊으셨다

창밖엔 비가 왔다

 

당신에게 도적이 든 것이다

당신의 도적을 잡으려고

날밤을 새웠으나

 

내가 잠깐 조는 사이

당신은 도적을 따라

빗속을 뚫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도 당신처럼

내 안에 도적이 들어

곡기를 끊는 날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으리

 

[ 시계를 볼 때마다 ]

 

시계를 볼 때마다

새 한마리가 창가로 날아와 눈물을 흘린다

시계를 보지 말고 시간을 보라고

새의 인생도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시계를 볼 때마다 시간을 보지 않는

내가 너무 불쌍해서

새 한마리가 내 늙은 창가로 날아와

눈물을 닦아준다

 

그동안 내가 시간을 놓지 않고 있는 줄 알았더니

시간이 나를 놓지 않고 있었다

시간은 항상 내게 신의를 다 지켰으나

나는 시간에게 신의를 지킨 적이 없었다


다시 시계를 본다

어느새 떠나야 할 시간이다

새 한마리가 마지막 시간의 잎사귀를 입에 물고

급히 창가로 날아온다

 

[ 버스 정류장 ]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을 때가 좋았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길게 줄을 서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함박눈을 맞으며 어머니가 기다리는 집에까지

눈사람이 되어 걸어갈 때가 좋았다

길 잃은 눈사람과 가난한 사랑도 나누다가

스스로 눈길이 될 수 있어서 좋았다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서지 않을 때가 좋았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길게 줄을 서는 것이

인생은 아니지만

이제 버스 정류장에서 차례로 줄을 서면

죽음의 승객을 싣고

버스가 금방 도착할까봐 두렵다

가야 할 길도 사라지고 집도 무너졌는데

기다리지 않는 당신이 문득 찾아올까봐 두렵다

 

[ 백송(白松)을 바라보며 ]

모든 기다림은 사라졌다

더이상 기다림에 길들여질 필요는 없다

잠 못 이루는 밤도 사라져야 한다

그 어딘가에 순결한 기다림이 있다고 생각 한 것은

나의 잘못이다

 

모든 희망은 사라졌다

더이상 희망에 길들여질 필요는 없다

절망 따위는 더더구나 필요 없다

그 어딘가에 성실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잘못이다

이제 봄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봄은 언제나 기다리지 않을 때 왔다

겨울은 봄을 준비하기 위하여 있는 게 아니라

겨울을 살기 위하여 있다

 

지금이라도 절벽 위에 희디흰 뿌리를 내려라

무심히 흰 눈송이가 솔가지 끝에 켜켜이 쌓여도 좋다

허옇게 속살까지 드러난 분노의 상처를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좋다

 

 

[ 오늘의 결심 ]


다시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리

진정 그럴 수만 있다면

밤마다 당신을 증오하며 잠이 들지 않으리

 

다시는 깨어진 그릇에 물을 담지 않으리

그 물을 먹으려고 기어가지 않으리

아무리 목이 말라도

깨어진 그릇을 다시 깨뜨리리

 

다시는 산 채로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리

지옥에 떨어져도 울지도 않으리

누가 지옥으로 손을 힘껏 내밀어도

놓아버린 그 손을 다시 놓아버리리


지옥에 절벽에 봄이 와도

다시는 기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으리

절벽에 핀 꽃잎마다 한아름 말려

절벽 끝에 홀로 앉아 차를 끓이리

 

[ 굴뚝이 보고 싶다 ]


 

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은데

그 많던 굴뚝들 다 어디로 갔나

배고픈 동네 사람들이 저녁이 되면

서로 밥이 되어주기 위해 저녁놀 사이로

밥 짓는 연기로 슬슬 피어오르던

그 많은 굴뚝들 다 어디 가서 만나나

찬 겨울바람에 얼어붙은 식구들이

누에처럼 몸을 눕힐 방구들이 뜨뜻해질 때까지

솔가지를 꺾어 어미니가 군불을 때면

매케한 흰 연기 사이로 오뚝하니

처마인 양 꼬리를 한껏 치켜들고

굴뚝새 한마리 앉아 있던 굴뚝이 보고 싶다

연탄재 버려진 종로 뒷골목을 걸어가다가

오늘은 따스한 굴뚝에 기대어

북쪽으로 날아가는기러기가 보고싶다

 

[ 당신을 찾아서 ]

잘린 내 머리를 두 손에 받쳐 들고

먼 산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만나고 싶었으나 평생 만날 수 없었던

당신을 향해

잘린 머리를 들고 다는 성인들처럼

걸어가다가 쓰러진다

따스하다

그래도 봄은 왔구나

먼 산에 꽃은 또 피는 데

도대체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어떤 성인은 들고 가던 자기 머리를

강물에 깨끗이 씻기도 했지만


나는 강가에 다다르지도 못하고

영원히 쓰러져 잠이 든다

평생 당신을 찾아다녔으나 찾지 못하고

 

나뒹구는 내머리를

땅바닥에 그래로 두고

 

...  소/라/향/기  ...

s******8 2021.02.10. 신고 공감 1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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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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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인간의 욕망과 덧없음을 이야기 한다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한다영안실 시신 안치실에 자신을 눕힌다시인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살아오면서 저지른 잘못을 고백한다시인은 저승에 가기 전 자신을 여러번 죽인다자신은 지옥을 더 사랑한다고 고백한다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그의 몸에 빙의해 본다오래 신은 구두처럼 편안함을 느낀다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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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덧없음을 이야기 한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한다

영안실 시신 안치실에 자신을 눕힌다

시인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살아오면서 저지른 잘못을 고백한다

시인은 저승에 가기 전 자신을 여러번 죽인다

자신은 지옥을 더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그의 몸에 빙의해 본다

오래 신은 구두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가치있는 삶을 생각한다


c******7 2020.11.2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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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찾아서 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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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찾아서 책을 읽고선당신을 찾아서 책을 읽으면서느끼는 점이다.당신을 찾아서 어디로가 헤매일쯤에난 어디에 있었을까그리고 시집 속에 있는 주인공처럼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가듯이해마다 바뀌고 또 반복되는 해가 돌아오고사람의 모습도 많이 바뀐 것과 다름 없다.그만큼 사람들의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니까.당신을 찾아서 책 보는 동안에책 속으로 푹 빠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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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찾아서 책을 읽고선



당신을 찾아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이다.

당신을 찾아서 어디로가 헤매일쯤에

난 어디에 있었을까

그리고 시집 속에 있는 주인공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가듯이

해마다 바뀌고 또 반복되는 해가 돌아오고

사람의 모습도 많이 바뀐 것과 다름 없다.

그만큼 사람들의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니까.

당신을 찾아서 책 보는 동안에

책 속으로 푹 빠지는 기분이 든다.

여행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20.02.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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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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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신작 시집이 나왔습니다.『당신을 찾아서』2020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지나온 세월을 모른 척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무엇을 위해서 살아왔나를 돌아보게 됩니다.시인은 <당신을 찾아서>라는 시에서 결연한 심정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잘린 내 머리를 두 손에 받쳐 들고먼 산을 바라보며 걸어간다만나고 싶었으나 평생 만날 수 없었던당
"당신을 찾아서" 내용보기

정호승 시인의 신작 시집이 나왔습니다.

『당신을 찾아서』

2020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지나온 세월을 모른 척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위해서 살아왔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시인은 <당신을 찾아서>라는 시에서 결연한 심정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잘린 내 머리를 두 손에 받쳐 들고

먼 산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만나고 싶었으나 평생 만날 수 없었던

당신을 향해

잘린 머리를 들고 다닌 성인들처럼

걸어가다가 쓰러진다

따스하다

그래도 봄은 왔구나

먼 산에 꽃은 또 피는데

도대체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26p)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무언가를 찾으며 살고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어떻게 살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므로 그 지향점을 향하여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출발할 때는 앞만 보기 때문에 좀더 빨리, 좀더 멀리 갈 생각뿐이지만,

어느 정도 걷다보면 자신이 걸어 온 길을 돌아보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문득 부끄러움이 밀려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기에 고개를 들고 다시 일어섭니다.

당신,

네, 저 역시 당신을 향해, 당신을 찾아서...

따스한 봄이 오듯이 희망을 품어봅니다.


"신작 시집으로는 열세번째, '창비시선'으로는 열번째 시집을 낸다.

이십대 때 첫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를 낼 때 

이렇게 창비에서 열권의 시집을 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창비에게 아들의 심정으로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그러고 보니 창비에서 열권의 시집을 내는 동안 이십대였던 나는

이제 칠십대가 되었다.

...

이 시집은 불가해한 인간과 인생을 이해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

즉 사랑과 고통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과정 속에 쓰인 시집이다."  (183p)


시인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은 일흔이 된 시인에게 이 시집이 갖는 의미가 남다를 것이며, 그것을 임의대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 같아서입니다.

참으로 인생이란 얄궂게도 딱 제 나이만큼 깨닫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늘 부족하고 철없이 살아온 사람인지라 시에 담긴 깊이를 다 헤아릴 수는 없으나 제 분수껏 마음에 담았습니다.

<해미읍성 회화나무의 기도>의 마지막 시구를 조용히 읊조리며...


"... 그동안 내리지 못한 함박눈은 다 내리게 하소서

피어나지 못한 꽃들은 다 피어나게 하소서."   (161p)




YES마니아 : 로얄 a*****7 2020.02.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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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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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 : 겨울 산사/ 마당에 쌓인/ 눈을 다 쓸고 나서/ 해우소 가는 길 옆/ 소나무에 기대어/ 부처님처럼 고요하다/ 오목눈이 동고비 직박구리/ 멀리 눈밭은 날아와/ 뭘 먹을 게 있다고/ 몽당빗자루를 쪼아대다가/ 빗자루 옆에 앉아/ 눈을 감고/ 고요하다       삽 : 감나무에 기대어/ 삽이 쉬고 있다/ 평생의 할 일을 다하고/ 삽은 이제 고요하다/ 새벽같이 일어나/ 논두렁에 물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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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 : 겨울 산사/ 마당에 쌓인/ 눈을 다 쓸고 나서/ 해우소 가는 길 옆/ 소나무에 기대어/ 부처님처럼 고요하다/ 오목눈이 동고비 직박구리/ 멀리 눈밭은 날아와/ 뭘 먹을 게 있다고/ 몽당빗자루를 쪼아대다가/ 빗자루 옆에 앉아/ 눈을 감고/ 고요하다      

: 감나무에 기대어/ 삽이 쉬고 있다/ 평생의 할 일을 다하고/ 삽은 이제 고요하다/ 새벽같이 일어나/ 논두렁에 물꼬를 틀 때/ … …./ 아버지가 늘 들고 다니시던/ 그 삽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말없이 편히 쉬고 있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지/ 아버지가 보고 싶지도 않은지/ 비바람에 간혹 녹이 슬면서/ 햇살과 웃고 있다      

당신 : 내 마음에 그리움의 불을 지른 뒤/ 불꽃 속에 연꽃 한 송이 피어난 줄을/ 연꽃 속에 그리움의 불꽃이 타올라/ 별들이 떼 지어  움직인 줄을/ 연꽃 속으로 노새를 타고/ 딸랑딸랑 방울 소리 울리며/ 당신이 히말라야 설산을 향해 떠난 줄을/ 연꽃잎에 고인 이슬 속에 비친/ 안나푸르나 산정에 홀로 앉아/ 영원히 나를 기다린 줄을    

창가에서 : 새 한 마리가/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포르르 날아가는 그 짧은 시간이/ 바로 인생이라는 시간이라고/ 사람의 입이/ 새의 입으로 말하지 마시게/ 새의 입은/ 부처님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아침 공양을 할 수 있지만/ 사람의 입은/ 부처님과 함께 기도도 올리지 못하고/ 차 한잔도 나눌 수 없다네

k****6 2020.04.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