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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101]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내용보기
아직은 시가 되기 전의 그저 하현일뿐입니다.  조금 더 서쪽으로 갔습니다. - 시인의 말 中 -    [ 서울 ]   무엇인가 일요일인데 왠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요일이어서 아무 일도 안 할  수는 없고 무엇인가 어디론가 걷는다   길가에 장미가 필 유월은 나를 데리고 걷는다 장미를 보는 순간은 비행기를 볼 수가 없고 구름 위에서 들려오는 비행기 소리를 들
"[101]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내용보기


아직은 시가 되기 전의 그저 하현일뿐입니다. 

조금 더 서쪽으로 갔습니다.

- 시인의 말 中 - 

 

[ 서울 ]

 

무엇인가 일요일인데 왠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요일이어서

아무 일도 안 할  수는 없고 무엇인가

어디론가 걷는다


 

길가에 장미가 필 유월은

나를 데리고 걷는다

장미를 보는 순간은 비행기를

볼 수가 없고 구름 위에서 들려오는

비행기 소리를 들으면 전화기 속의

당신을 들을 수 없어서 무엇인가 일요일인데

왠지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고

걷는다 걸으면서 눈앞의 신호등이 

서둘러 푸르게 변하기를 바라보며 나는

쓸쓸하지 않도록 걷는다

 

걷는다

걷는 동안 나는 나를 또

걷게 할 수는 없다

 


[ 행복 ]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보람찬 하루라고 말했다

창밖은 봄볕이 묽도록 맑고

그 속으로 피어오르는 삼월처럼 흔들리며

가물거리며 멀어지는 젊음에 대고

아니다 아니다 후회했다

 

 

매일이 보람차다면

힘겨워 살 수 있나

 

행복도 무거워질 때 있으니

 

맹물 마시듯

의미 없는 날도 있어야지

잘 살려고 애쓰지 않는 날도 있어야지



[ 창문의 발견_런던 ]

                                    

다락방의 창문은 내 방에 기대어 있어서

다양한 목소리로 비가 오지

아니, 그게 아니라 온다니까 내게로

양은 컵을 두드리며

때로는 막대기로 담장을 긁으며

새로 사 신은 구두를 아껴 걸으며

나를 만나러 오지

 

하지만 비는 언제나 창문 밖에 서서

다가오는 시늉을 거느리고서

읽을 수 있도록 흐릿한 표정만 짓지

빗소리를 보내지

첫사랑을 얼굴에 쓴 듯

이별의 날을 흉내 내는 듯


비는 내게 빗소리만 보내지

그런 줄로만 알았지

 

그러나 나는 이제 창문을  말하려네

빗소리는 비가 내는 것이 아니라

창문이 내는 아픈 소리

그러니까 내 방에 기대인 창문은

내 곁의 먼 곳이었네

 


[ 고장난 센서 ]

                      

어릴 때 먹던 고향 멍게보다

서울의 멍게는 잘 생겼다

그래 봤자 멍게는 멍게지만

장을 보고 마트를 나오려는데

출입구의 도난 방지 센서가 울린다

경비가 장바구니를 열어보란다

 

영수증에 적힌 대로

멍게 두알과 소주 한병

그리고 바다 냄새 조금


 

다시 한번 센서를 지나쳐보란다

이번에는 그분이 웬일로 먹통

수산물 코너에서 준 바다 냄새야 덤이지만

고향 봄 바다를 몰래 챙겨 가려는 도둑놈 심보를 

모르는 척해주는 거겠다

 

 


[ 뜻도 모르고 읽는 책 ]

                              

처음 가보는 바닷가였는데

해변의 여관방에 자리를 깔고 누웠더니

그곳에는 어두울수록 잘 읽히는 책이 있었다

밑줄을 칠 수도 없고

귀를 접을 수도 없는

사실은 읽어도 뜻을 알 수 없는 책

 

그 옛날 고향의 순긋 해변에 가면

무허가 소줏집에 가면

레코드판을 따라 돌아가던 노래

아껴 듣던 그 노래를 생각하는 밤이었는데

노래는 시들고 소줏집은 철거되고


그러다가 몸은 누워 잠이 들었는데

뜻도 모른 채 페이지만 절로 넘어가는 책

똑같은 소리가 밤새 계속되는 것 같아도

잘 들으면 매번 다른 소리를 내어서

잠들기 전에 소리를 세는 가련한 밤이었는데

나는 그 책을

버리지 못하고 들고 온 모양이라

오늘은 그 먼 바닷가가

곁에 와 함께 눕는 밤이다

뜻도 모르고 다만

사전에도 없는 그 순긋한 소리에 빠져

뜻도 모르고

 


[ 흉한 꿈을 꾸다 깬 저녁 ]

                                         

마루에 오후의 봄볕을 깔고 그 위에 담요 한장을 더 깔고

엎드려 턱 괴고 바깥을 보면서 잠이 든 모양이다

 

흉한 꿈을 꾸다가 깨어보니 어느덧 몸이 식은 저녁

돌아가시기 전에 속이 안 좋던 아버지

식은 밥을 뜨거운 물에 말아 드셨다


무엇을 할 수도 없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해 질 녘에는

내 등을 두툼하게 덮어주다가 기울다가

인사도 없이 떠난 햇살이 너무 멀고

흉한 꿈속의 사람은 노을 진 서편처럼 붉게 피었다 진다

 

삼월의 빈집은 겨울보다 더 추운 계절

동네 아이들 노는 소리가 왁자한 저녁에

차가워진 배를 문지르면 배는 이내

뜨신 물속의 식은 밥처럼 온기가 돌고

배 속 먼 곳은 손이 닿지 않아서 여전히 차고

자다 깬 저녁은 금새 어두워진다

 

 

[ 해변의 밤 ]

 

불을 끄고 누우니

파도는 없고 소리만 있는 거야

 

자꾸만 밀어내도 

바닷가의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거야

파도는 없고 소리만 가득한 이불

덮고 자야 하는 거야


 

잠시 나는 잠이 들기도 하였던 모양이지

잠의 바깥에서 파도는 기다렸던 모양이지

내가 잠 깨기만을 기다렸다가 이내

너는 지금도 캄캄한 해변이라고 어렴풋하게

온몸에 스며드는 소리만 있는 거야

 

꽃이 지던 창밖의 먼 과수원도

그날의 사랑도

이제는 소리만 있는 거야

해변의 밤이야

 

그런데 해변에는 밤낮

파도가 있는 한 걸까?

 

...  소/라/향/기  ...

s******8 2022.06.17. 신고 공감 1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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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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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친구와 울진을 걸쳐 강릉 여행을 다녀왔다. 강릉을 가기 전 시집을 한 권 구매했다. 그 시집이 바로 이 시집이다. 제목에 강릉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샀던 이 시집은 크게 세 곳을 배경으로 쓰여졌다. 서울, 런던 그리고 강릉. 시인이 나고 자란 곳이 강릉이라서 파도와 바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런던 이야기에 비가 자주 등장해 좋았다. 비 오는 날의 그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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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친구와 울진을 걸쳐 강릉 여행을 다녀왔다. 강릉을 가기 전 시집을 한 권 구매했다. 그 시집이 바로 이 시집이다. 제목에 강릉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샀던 이 시집은 크게 세 곳을 배경으로 쓰여졌다. 서울, 런던 그리고 강릉. 시인이 나고 자란 곳이 강릉이라서 파도와 바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런던 이야기에 비가 자주 등장해 좋았다. 비 오는 날의 그 분위기를 좋아하는 내게 시 너머로 비가 다가왔다. 강릉을 다녀온 후에 필사를 하는 순간에는 하얗게 부서지던 높은 파도가 선연히 그려졌다. 짧은 글에 다양한 분위기가 담기는 것이 시의 매력인가. 그렇다면 시집을 사랑해 보겠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j******m 2025.01.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