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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은 일상을 벗어나 바깥으로 나가 자연을 동무 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는 특별한 날이다. 유년시절부터 아동기까지 소풍은 단체로 가던 소풍을 제외하고는 가본 적이 없던 터라 국민학교 시절 소풍을 앞두고 설렘으로 갇그했던 기억이 더하다. 청소년 시절에는 엄마와 떨어져 지냈기에 가족 간의 단란한 나들이는 꿈 속에서나 가능했다. 소풍은 일상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입맛에 변화를 주는 날이기도 했다. 보시기에 담긴 김치, 닭장에서 꺼내온 계란찜이 주된 반찬이었던 시절 소풍날은 평상시 먹던 신 김치를 맛보지 않아도 좋을 유일한 날이었다. 김밥 싸기에 익숙하지 않던 시절 소풍날 먹는 밥은 팥과 차조를 넣어 찐 찰밥이 전부였지만 그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학창 시절의 한 조각으로 떠오른다. 소풍날이 결정되면 농사달력에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쳐두고 하루하루 그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며 당일 비라도 내리면 어쩌나! 하던 초조함과 가슴 설레던 기억은 추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성석제의 산문집 <소풍>은 시계 분침을 과거로 돌려 아련한 향수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단순한 음식점 기행이 아니라 함께 음식을 맛보며 삶의 동반자들과 함께 자리하여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고 서로 간의 정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 책 속에는 갖가지 빛깔로 녹아 있다. 그리하여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게 하는 글은 즐거움과 설렘, 그리움을 동반한다. 너비아니부터 묵밥까지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을 적당한 음식이 1부에 담겼고, 글쓴이가 특별히 좋아하는 냉면과 라면 같은 국수류가 2부에, 김치나 홍시․석화젓 등의 곁다리 음식과 국화차․소주 같은 마실 거리에 관한 이야기는 3․4부에 나눠 실렸다.
담양 남도 별미집 16호 갈비뼈에 붙어 있는 갈빗살과 발라낸 갈빗살을 다시 붙여 만든 떡갈비, 숭어의 알로 만든 어란(魚卵)을 맛보기까지 제조 과정에 들어간 정성과 노력은 진귀한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 중 하나로 떠오른다. 누구나 1,000원짜리 김밥, 양은냄비에 담겨 나오는 부대찌개, 클럽 앞 손수레에서 팔던 순두부, 겨울밤 이웃끼리 나누던 제삿밥, 도랑물을 받아 짚단에 불을 지펴 끓여 먹은 라면…. 음식이란 단순히 혀를 즐겁게 하고 살을 찌우는 것을 넘어서 사람과 장소에 얽힌 추억 한 자락이자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게 한다.
특히 겨울 눈 내리는 날에만 맛볼 수 있다는 군산 석화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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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석제의 <소풍>은 예상 밖의 수확이었다. 산문을 그냥 끄적거렸다 유명인이 되고 나서 출판하는 것으로만 보아, 별로 읽지 않았던 내게 어느 정도 선입견을 깨는 것이었다. 산문으로 쓴 성석제의 개인적인 이야기 맞다. 하지만 개인적인 성석제에서 다수의 공감을 끌어내 대중적인 성석제가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너도 성석제가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하면, 무척 재밌었다. 정말 그의 말대로 소풍을 떠나듯이 나도 함께 길을 나섰다. 맛있는 음식, 유명한 음식, 어쩌다 여행길에 만난 음식, 누군가에게 들었던 음식 얘기, 어릴 적 추억 속의 음식 등속을 나도 함께 듣고, 맛보는 음식 이야기였다. 읽다 보니 머릿속에 풍경이 그려지고, 맘속으로 분위기를 느끼고, 추억에 잠기고(겪었던, 또는 겪을 수도 있었던), 입안에 고소함이 느껴지곤 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음식에 대한 추억과 기억이 성석제의 글을 통해 내게까지 전해졌다. 함께 느끼고 함께 움직였다. 간혹은 너무 이야기꾼이라 늘 조금은 얄밉게도 느껴지는 성석제가 이 글에서는 그렇게 따스하고 정겨울 수가 없다. 개구쟁이 석제와 함께 자장면을 먹고 도망치다 잡혀 혼이 나고, 맛있는 국수를 얻어먹으러 석제 아저씨를 따라 함께 인천으로 향하고, 제대로 된 중국 음식을 먹겠다고 고집부리는 작가 성석제를 따라가 함께 배탈이 난다. 그러다 시골의 산사에서 얻어마신 국화차 맛을 정말 정말 궁금해하게 된다. 아름다운 글, 따스한 글이었다. 성석제만의 솜씨로 맛이 글로 살아나고 글이 맛으로 살아났다. 아... 맛있다. 누구야? 한국 음식이 세련되지 못하고 빈약하다고 한게? 다 둑었어~! 너네들이 한국 음식 맛을 제대로 알기나 해? 모르면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말이야. 자기들은 그런 음식맛을 못 느끼니, 질투도 나겠지... 나는 늘 뭘 먹느냐 하는 것보다 누구와 먹느냐 하는 것을 더 중요시 여긴다. 아무리 맛없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과 먹으면 맛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으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이제 나도 나 나름대로의 소풍을 떠나봐야겠다. *^^* |
| 누구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소풍 이야기. 어렸을 때 과자라도 한 봉지 사 먹으려면 백원만 달라고 신발을 신은 채 문간에 걸터앉아 엄마를 얼마나 졸라 댔던지. 그래서 이것저것 과자를 고르고, 달디단 카라멜과 젤리를 집어들고, 색색깔 캔 음료수도 두 개쯤 살 수 있었던 소풍 전날의 쇼핑은 황홀할 따름이었다. 이 책에는 소풍의 행복감이 가득하다. “음식을 먹는 것이 소풍이라면 음식이야기 역시 소풍이며, 무릇 이야기란 또한 우리 삶의 소풍과 같은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도 드러나듯이 이 책에는 음식과 사람, 추억, 삶에 대한 성찰이 들어 있다. 이전에 접했던 성석제의 산문집들에서는 배꼽이 달아날 듯한 유머 덕분에 강한 인상을 받았으므로, 이 책은 음식이야기라니 가볍고 다채로운 웃음을 담고 있을 거라 짐작했다. 작가 특유의 유머 감각과 경쾌한 묘사며 지적인 서술 등은 여전했다.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보며 끝이 약간 풀려 있는 모양이 마치 흰 피부의 여인이 한손을 땅에 집은 채 절은 하는 것처럼 요염했다고 표현한 부분은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사물을 남다르게 보는 소설가의 눈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싶었다. “이름이 한밭이라고 식당은 또 얼마나 넓은지 계산대를 찾는데 계산대에서 나를 ‘손님, 이쪽이요’ 하고 불러주기 전에는 나는 다만 하나의 찾는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하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냉면 신경정신과 환자’ 동지들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냉면 마니아로서 시종일관 공감과 찬탄을 금할 수 없었으며 실제로 최근에 점심 메뉴로 냉면을 선택하는 일이 더욱 늘어났다. 그리고 오랜 세월에 걸쳐 맛보고 깨달은 음식과 인생의 참맛이 깊이 있게 배어 있다. 자연스레 읽는 이의 추억 또한 더듬게 하고 사람을 그리워하게 한다. 특히 이런저런 음식에 얽힌 어린 날과 젊은 날의 추억담들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 이상의 감동과 여운을 전한다. 후한 인심과 소박한 성정으로 음식을 만들어 내던 주인네들에 대한 추억이나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어른들에 얽힌 여러 추억담들, 잊혀지거나 사라지는 음식점들에 대한 아쉬움 등이 한 시절이 저물고 나면 익숙한 한편 또 전혀 다른 새 시절로 발을 들여 놓아야만 하는 우리 인생을 곱씹어 보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그리고 슬펐다. “이 순간의 이 우주는 이 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때는 혼자 밥 먹기가 너무 싫어서 자취방으로 나를 데려가 계란 후라이와 구운 김으로 밥상을 차려줄 다정한 선배나 학생식당 밥을 같이 먹으러 갈 친구가 나타날 때까지 굶고 앉아 있곤 했다. 길지 않은 휴학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짧은 점심 시간 동안 가게 한켠 캄캄한 창고에서 다 식은 김밥이나 햄버거를 먹어야 했던 기억이 끔찍하도록 서글퍼서였던 것같다. 그리고 한때는 혼자 먹는 밥도 너무 맛있어서 밥공기를 닥닥 긁어 먹는 내 모습이 스스로에게 창피하기도 했다. 서툰 솜씨로 지지고 볶아서 남자친구에게 처음 차려줬던 밥상이며 룸메이트와 소꿉놀이 하듯이 국수를 삶고 수제비를 끓이고 야매 김밥을 말던 소소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소풍』을 다 읽고 나서 나도 소풍을 다녀왔다. 새벽 길을 나서는 와중에도 잡곡밥을 짓고 치즈를 넣은 계란말이를 만들어서 아침을 굶지 않게 해 준 동행 친구 덕분에 군것질 없이도 반나절 내내 든든했다. 모두 그 순간 지나가 버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일들이다. 하지만 이젠 모두 씁쓸하고, 달콤하고, 구수한 갖가지 맛으로 남아 있다. 삶에 감사할 일이다. 그리고『소풍』의 감동 또한 오래 남을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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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참 많이 사고 읽기는 하지만, 나름대로는 참 까다롭게 책을 고르는 편이다. 그런데 신간이 나오면 무턱대고 일단 사고 볼 만큼 신뢰하는 작가들이 몇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성석제'이다. [소풍]은 성석제가 쓴 글 중 음식을 테마로 한 것들을 묶은 산문집이다. 창비에서 나왔다. '성석제'와 '창비'에 대한 신뢰로 의심 없이 샀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좀 실망이 큰 책이다. '음식'이라는 건 그 사회와 문화의 단편을 엿볼 수 있는 것 중 하나이기 때문에 성석제의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 놓는 삶과 인생의 이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야 말로 단순히 '음식' 이야기에 지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적이고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음식과 그 음식에 대한 작가의 추억에 관한 것들이다 보니 내용이 겹치는 부분도 참 많았다. '그래. 작가도 먹고 살아야지. 그리고 타자가 타석에서 항상 안타를 치는 것도 아니고...' 뭐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인내심 있게 책을 읽고 있다가... 이런 찝찝함을 단번에 상쇄시킬 부분을 발견했다.
------- 국숫집을 나와 L 선생에게 방금 먹은 국수 맛에 대해 품평을 청하자 그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렇듯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성석제, 2006, 소풍, 창비. 161-163쪽 -------
나는 밀가루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한다. 라면도 국수도 1년에 1-2번이나 먹을까? 그런데 우리 남편은 국수를 정말 좋아해서 결혼해서 가장 많이 먹은 음식 중 하나가 국수인 거 같다. 국수를 먹을 때마다 우리 남편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어릴 때는 집에 차가 없어서 제주 시내에서 시골집에 갈 때 버스를 타고 갔다. 표선면에 내려서 가시리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버스정류장에서 항상 국수를 먹었는데, 그 국수가 너무 맛있어서 잊을 수가 없다. 우리 남편 기억 속의 그 국수가 성석제가 말하는 '춘자국수'일까? 제주도 내려갈 일 있으면 꼭 한번 가봐야겠다. 육수 맛을 전수받아서 울 남편한테 '제대로 된' 멸치국수를 해줘야지.
On July 1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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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음식과 그 곳에 사는 사람이야기거니 했지요.
웬걸로
그런 것들은 기본 메뉴였구요.
성석제씨의 문장에는 혀에 오래 남고 자꾸 페이지를 넘기도록 땡기는 글맛이 소반 가득 들어있네요.
특히 좋았던 몇개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국수 살롱 싸롱 국시>에서는 하루키의 우동탐험기를 떠올리게 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더 진한 멸치국물맛이 탐나게 담겨있어요. 제주도 그 국수맛을 좌우하는 새끼 물고기는 무얼까요 ? 바닷물이 일렁일때 물결과 함께 움직여서 보일 듯 말듯하는 작은 물고기들을 낚아 채어 문장속에 담아놓은 듯한 성석제씨의 글맛이 국수맛을 확 끌어당겼답니다.
<죽여주는 맛 살맛>을 읽고는 저도 모르게 돼지 뼈에 붙은 살점, 그 살점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배인 국물을 쪽쪽 빨아먹는 그 맛이 떠올라 팍팍 살고 싶습니다. 이런 맛으로 산다면 인생이 얼마나 찰지고 쫀득쫀득 하겠어요? 입안에 가득 도는 침으로 식욕을 되찾 듯 이 문장들이 제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국화차는 없다>
저도 국화차를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국화가 핀 가을 하늘 보다, 그윽한 국화차 향내 보다 더 푸르고 더 아련하고 더 천천히 제 가슴에 안긴 성석제씨의 문장은 바로 이것입니다. "내가 찾던 국화차는 아니었다. 그 국화차는 어쩌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같은 국화는 없다. 같은 시간은 없다. 같은 공간의 같은 침묵, 같은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 국화차를 만난 이후 달라졌다. 따지고 보면 모든 국화차, 모든 사람, 모든 순간이 그렇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 국화차, 그 순간, 그 사람을 맛보았다는 느낌으로 행복하다. 슬프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 함께 했던 식사, 함께 나누었던 대화들 그리고 공중에 흩어진 시간들, 그수많은 기억들은 단연코 존재했지만,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또 그렇게 과거에 실재했던 사건들 모두 가 내 머리속에 내 가슴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지 않는 것 자체가 행복이기도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지나온 날들로 인해 더 애잔한 그 모든 마음의 편린들이 고스란이 문장속에 살아서 오래 오래 국화차를 마신 듯 남아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소풍을 떠나고 싶었는데, 다시 살가운 사람들에게로 돌려놓아 준 성석제씨의 글들로 오후 내내 살 맛이 납니다. 행복합니다. [인상깊은구절] 내가 찾던 국화차는 아니었다. 그 국화차는 어쩌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같은 국화는 없다. 같은 시간은 없다. 같은 공간의 같은 침묵, 같은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 국화차를 만난 이후 달라졌다. 따지고 보면 모든 국화차, 모든 사람, 모든 순간이 그렇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 국화차, 그 순간, 그 사람을 맛보았다는 느낌으로 행복하다. 슬프다." |
| 이런 말은 우습지만, 음식은 사람을 겸손하게 해준다. 재료와 물과 불과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먹는 이의 마음가짐, 이 모든 것들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제 맛을 찾는다고 하니 도무지 음식이란 녀석을 쉽게만 바라볼 수는 없다. 음식이 자기 나름의 역사와 운명을 가지기에,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어딘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닮았다. 자기의 터전에서 자기 방식대로, 자기 맛대로 살아도 좋을 것을 기어이 전국에서 유통되는 상품이 되기 위해 살균의 과정을 거쳐, 되려 자신의 존재 중 큰 의미인 유산균을 죽여버리는 막걸리의 모습, 농약을 치고 착색제를 바르고 햇빛을 가리는 잎을 잘라내 그저 예쁘고 윤기나게만 모양이 잡혀 자라면 잘 팔리는 사과의 모습, 맛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와중에도 왠지 마음이 칼칼해진다. 또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연관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인류가 살아온 이래,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까의 문제는 언제나 커다란 관심거리이자 고민거리가 아니었던가. 음식에 대한 이야기라고 어딘가 낭만만 가득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작은 음식점을 경영할 때는 그저 얌전하고 착하던 사람이 음식점이 번창하면서 음식의 맛을 잊고 어느새 ''사장님''이 되어버린 이야기. 맛있는 집이라고 찾아갔더니만 밀려드는 손님과 사장의 등살에 밀려 먹는지 삼키는지 모르고 자리를 비워주고 나왔다는 일화, 음식이 꼭 향내나고 달콤한 것만은 아닌 것처럼 우리의 삶도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들로 가득차있다. 성석제씨는 음식과 사람을 단순히 미화하지 않고, 그렇다고해서 철저히 맛을 미화하고 고증하는 미식가로서의 태도만을 유지하지고 있지도 않다. 음식과 삶, 그 짜고 달고 온화하며 때로는 눈물나게 후회로운 재료들은 <소풍>이라는 책 속에서 담백하고 재치있는 요리로 다시 태어난다. 비록 그가 언급한 많은 요리들은 나와의 ''연배 차이'' 때문에 생소하고 낯설지만, 그가 풀어내는 세간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친숙하고 때로는 가슴 아프다. 요리와 사람이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숙명적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요리도 변하고 요리를 만드는 사람도 변하고 요리를 먹는 사람도 변한다. 어떤 변화는 행복하지만, 어떤 변화는 감당하기 힘든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어쨌든 변하지 않는 것, 사람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 아니 사람은 음식을 만나야 한다는 것. 사람에게도 적절한 인연과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의 손을 떠나 다른 이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음식에게도 적절한 맛과 자기만의 존재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선조들은 음식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그리도 타박했나보다 하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더불어, 나의 음식, 우리 어머니의 음식,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음식, 그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
| 아득할 수록 기억은 아름다워진다. 감상적인 미덕때문인가. 부끄러움, 원망, 고통조차도 추억이 되곤 했다. 인간에 대한 그리움, 향수에 옭아 매지는 것은 현실의 불만, 미래의 불안이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것, 그것은 일종의 보상으로 이어진다. 성석제의 산문집 ‘소풍’은 감각적인 기억을 반추하게 한다. 마치 거대한 바가지에 각각의 맛이 살아있는 온갖 나물을 쓱쓱싹싹 버무려 놓은 것처럼 다양하면서도 일정한 법칙을 따른다. 그 법칙은 맛이다. 사는 맛, 어울리는 맛, 인생의 한 컷을 장식하게 된 그 맛들… 1부에서 4부까지 이어지는 맛의 퍼레이드는 ‘이 사람이 먹을 것만 찾아 다녔나’ 싶을 정도의 집착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언뜻 든다. ‘먹는다’라는 것은 가장 본연적인 행위이고, 그것을 함께 한다는 것(만드는 것, 먹어주는 것)은 소통의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새끼를 낳은 어미의 첫번째 행위로 젖을 물리듯 ‘맛을 찾는다’는 것은 인간 최초의 경험을 욕망하는 것이 아닐까. 과거일 수 밖에 없다. 기억의 흔적을 모아야 한다. 옛 집의 마루, 문, 창, 지붕, 기둥에서 나는 냄새들처럼 이야기는 역사를 담고 있어야 한다. 사람이 묻힌, 사람에게 묻어나야 ‘진국’인 것이다. 그런데 매체의 영향으로 숨어있던 ‘맛집’들이 곳곳에 등장하셨다. 동네마다 있다. 어느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다는 광고판에 기댄 강력한 전시효과는 위압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그 집의 맛을 의심케 한다. 흔해빠진 ‘맛집’일 뿐이다. 우리가 찾는 것이 과연 유명세일까. 골목 곳곳을 누비고 다닌 이 책에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유머로 감칠맛을 더한다. “술이란 지집이 따러야 맛이제.” 그러나 책의 기획에 억지로 끼운 듯한 글들이 많다. 다시 말하자면 함량 미달이면서 구색만 맞춘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너무나 기억력에 의존했나. 표현의 맛은 ‘변산반도 쭈꾸미 통신’(박형진) 못 미치고, 진득한 인간의 이야기는 ‘마음이 배부른 식당’(김형민)에 이르지 못한다. 성석제의 입담에 기대를 했건만 그것마저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중간 중간에 삽입된 별쭝맞은 만화들이 신경 쓰인다. 재미도 없고,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않은데 왜 그랬는지 의도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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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얘기까지 다양하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 이긴 하지만, 음식을 통해 사람과 세상에 관해 썼다고 작가는 말한다. 책을 다 읽고나니, 한 사람의 식습관을 내 가족처럼 알아버린 기분이다. 고기는 그다지 별로 안 좋아하고, 냉면 엄청 좋아하고, 맛있는 곳이라 하면 어디든 꼭 가서 먹어보고 기다리는 거 딱 질색하고, 술 좋아하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는 않고... 음식에 대한 얘기지만, 어렷을때 맛있게 먹었던 그 분위기와 맛을 잊지 못해 추억여행을 하는 것도 같다. 아련한 그리움의 갱죽이라던지, 바로 무친 겉절이에 참기름 두르고 썩썩 비벼먹는 비빔밥..(썩썩이 중요하다.. 쓱쓱 안된다. 꼭 썩썩 비벼야 한단다.. ^^) 내기에 져서 서리를 하다가 들킬새라 몰래 먹던 김장김치의 시원하고 칼칼한 맛... 음식이라는게 음식 고유의 맛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더불어 누구와 함께 먹느냐, 언제 먹느냐(배고플때와 배부를때..), 종업원들의 친절도, 가게의 위생상태 등 분위기와 사람과 공복과의 복잡미묘한 관계가 모두 딱 맞아 떨어졌을때 우리는 뿅~ 가서 정말 맛있다.. 감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미식가가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위해 몇시간 이동해서 먹고 그냥 다시 집에 오고.. 그런 짓은 절대 안한다. 개인적으로 고기를 좋아하지만 어떤 부위가 맛있고, 어느 집 고기가 신선하고..사실 잘 모른다. 그냥 맛있으면 다음에 또 오고, 몇 번 와서 먹어보니 처음엔 맛있었는데, 맛이 없네.. 그럼.. 다시 안가고.. 그럭저럭 대충 산다.. ㅠㅠ 작가는 미식가여서, 일부러 차로 몇시간 걸리는 곳이라도 기꺼이 찾아가서 먹고 다시 몇시간 되돌아오고 아무리 비싸도 먹어보고,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서는 '거기에 육수는 꼭 닭을 써야만 한다~' 하면서 철학에 가깝게 자기주관도 뚜렷하다. 많이 먹어보고 관심 가지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요리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나는 도저히 그런 열정은 내 생애 없을거 같다.. 이름은 익히 들어봤으나, 한번도 성석제 작가 책을 안 읽어봐서... 이번에 일부러 찾아 처음 읽었는데, 문장 문장이 위트가 있고 참 재밌다. 구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그래서 과감히 별 다섯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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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 이야기에다 작가의 인생살이를 양념처럼 버무린 이번 산문집은 만화가 김경호의 삽화를 곁들여 보는 즐거움을 더 하고 있다. 저자는 음식이란 추억의 예술이며 오감이 총동원되는 총체 예술이라고 말하며 갖가지 맛들 속에 녹아 있는 사람과 세상의 온갖 이야기들을 성석재 특유의 능청맞은 입담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우리 윗세대 어른들처럼 6.25를 겪고 굶주림에 지쳐 쓰러져 잠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요즘처럼 풍성한 간식들과 패스트푸드는 없었던 시대였다. 물론 요즘도 세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논할 일도 아니긴 하지만, 다시 한번 우리 일상의 여러가지 음식을 접하면서 나 또한 내 인생의 여러 음식들을 이리저리 떠올려 보는 재미기 있다. 이 책 속에는 여러 가지 음식이 등장한다. 또한 글을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한 작가의 인생 삽화와 만화까지 있다. |
| 성석제라는 작가는 매우 화려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소설보다는 수필이 더 맛깔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그런 작가이다. 자신의 신변잡기를 화려한 말투로(문체가 아니라 말투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글이다) 표현하기 때문에 생활자체가 작은 꽁트 한 토막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소풍』은 성석제 작가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은 것이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먹어 본 음식, 자신의 음식 편력, 그리고 그 음식에 얽힌 일화 등을 재미있게 엮어 놓았다.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하자면, 석화젓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석화젓은 첫눈이 온 바로 다음 장에 가야지만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석화젓을 첫눈이 온 바로 다음 장터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이유는, 그때가 가장 맛이 좋아서도 아니고 첫눈의 설경과 함께 먹어야 운치가 있기 때문에도 아니다. 첫눈이 내리면 겨우내 먹거리를 걱정하던 가장이 집에 팔것이 없나 뒤져보다가 부엌에서 삭아가고 있는 석화젓이라도 들고 나와 팔기 때문이란다. 이런 재미난 이야기가 가득 차 있으니 수필이지만 소설보다도 재미있고, 또한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음식 이야기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허영만의 식객이 한국 음식만화의 최고봉이라면 소풍은 한국 음식수필의 최고봉이 아닐까? 아니면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