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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소설집 『빛의 호위』(창비, 2022)중 「빛의 호위」를 읽고
조해진 작가는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환한 숨,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완벽한 생애』 등이 있다.
『빛의 호위』 소설집에서 주목할 점은 작가가 말하는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에 ‘살아 있음’에 대한 감각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 살게 하기 위해 고투하면서 그 힘으로 살아가는데, 그 상대는 아주 가까운 사람이기도 하지만 상관없는 이국의 누군가가 되기도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빛의 호위」를 따라가 보자. 주인공은 미국의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면서 눈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일 년 전, 일산에서 이십여 년 만에 권은과 재회했을 때도 눈이 왔다. 시사 잡지사 기자인 주인공은 분쟁지역에서 보도 사진을 찍는 젊은 작가 권은을 인터뷰하려고 만났다. 권은은 친구가 준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다.
주인공은 ‘스노우 볼’ 같은 하나의 세계를, 그 속에 서 있는 것 같은 권은을 생각한다. 그 후, 연락해 온 권은을 서울에서 만난다. 권은은 일주일 수 보도사진을 찍으러 목사와 선교사로 이루어진 봉사 단체를 따라 시리아의 난민캠프를 방문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전쟁에 대해서 전쟁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위험지역에서 사진을 찍는 권은에 대해서 계속 마음에 축적되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권은이 존경한다는 ‘헬게 한센’ 감독의 팔레스타인을 공격했던 사건과 구호품 트럭의 피격이라는 전례 없는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관람한다.
구호품 트럭 피격 사건으로 죽은 노먼의 어머니 알마 마이어는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단원의 도움으로 창문도 없는 지하창고에서 숨어 지내는 생활로 연명했다. 동료인 장이 작곡한 악보들이 자신을 살렸다고 고백한다. 그것이 빛이었고, 삶의 희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권은을 통해 ‘헬게 한센’을 알게 되고 <사람, 사람들>을 통해 사재를 털어 구호품을 싣고 가는 노먼 마이어와 아들의 죽음을 겪은 어머니 알마 마이어를 알게 되고, 다시 권은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주인공이 권은에게 준 것이 빛이었으며, 주인공이 거기에서 빛을 발견하게 하는 순환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권은이 사진을 찍는 현장에서 다리를 다치는 사고가 난다. 다리에 포탄이 박혀 여러 차례 제거 수술을 했지만, 걸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권은은 자신의 블로그에 읽지도 못하고 닳지도 못할 편지를 쓴다. 주인공에게도 이미 자기를 살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편지를 쓴다. 권은의 블로그도 자기를 살게 하는 빛이었고, 누군가 그 글들을 읽고 구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주인공은 13살 때, 반장이라서 권은의 장기 결석 때문에 담임의 부탁으로 권은의 집을 방문한다. 어둡고 추운 집에 ‘스노우 볼’만 반짝이고 있었다. 친구들한테 비밀로 하고 가끔 방문해서 살펴 준다. 권은한테는 친구가 빛이었다. 주인공은 안방 장롱에서 카메라를 발견하고 가난한 권은의 집에 도움이 될지 싶어 가져간다. 권은은 그 카메라를 팔지 않는다.
그 카메라를 준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것이 밝혀져 놀라웠다. 주인공이 권은의 빛이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권은은 친구가 준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 숨어 있던 빛들이 쏟아져 나와 피사체를 감싼다는 표현이 그럴듯하고 멋진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빛은 죽음을 향한 사람들을 살려내는 위대한 일을 해내는 사람들의 상징이기도 한다. 우리는 빛이 될 수 있을까?
권은이 어렸을 때, 어둡고 아무도 없는 방안에 ‘스노우 볼’의 불빛이 어린 권은을 호위해 주었고, 카메라에서 쏟아지는 불빛이 친구의 마음처럼 따스하게 권은을 지켜주었다. 그 소중한 마음을 받은 권은이기에 카메라의 빛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여 세상에 알림으로써 그들에게도 빛이 되고자 위험을 무릅쓴 것으로 생각되었다. 아름답고 절묘한 문장으로 크고 거대한 것이 아니라 작은 선의도 사람들의 희망과 빛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사람을 살리는 위대한 일이 된다는 것을 알려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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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소설집 『빛의 호위』(창비, 2022)중 「사물과 작별」을 읽고
조해진 소설가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아무도 보지 못한 숲』, 『로기완을 만났다』, 『여름은 지나가다』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무영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사물과 작별」은 작가가 일인칭 관찰자 시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개인의 사건으로 사용되고 소설적 의미를 갖는지, 소설 속 아름다운 문장과 절묘한 비유를 찾아가며 읽으면 좋다는 설명을 들었다.
고모는 다른 형제들 모르게 주인공에게만 이야기해 준다. 자식이 없는 고모와 주인공의 친밀함의 정도를 나타내기도 하고, 소설 속 여정을 다음 세대의 사람이 끌어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로 엿보인다. 기억이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를 망각과 기억을 오가며 서사가 이어진다.
소설의 중심 서사는 고모가 현재에 서군을 만나러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던 인물, 관계, 물건을 떠나보내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만나야 비로소 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이 소설은 사물과 유실물, 소재를 반복해서 사용함으로써 사유와 깊이를 더한다.
주인공은 유실물센터에 근무한다. 사람도 사물처럼 생각한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된 고모는 과감하게 일상생활을 정리하고 요양원에 들어가기로 담담하게 결정한다. 고모는 자식이 없는 예순 살이었다. 결혼을 안 했기 때문이다. 고모의 아버지는 청계천 평화시장 골목에 레코드 상점을 연다. 고모는 레코드 상점에서 서군을 만난다. 서군은 고모보다 여섯 살 연상이다.
서군은 1971년에 한국에 왔다. “재일조선인이었던 그에게 국적은 무력하게 당하기만 해야 하는 폭력이자 치유가 불가능한 상처였다. 폭력도 상처도 없는 고국을 막연히 동경해 보던 서군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서울의 K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유학을 왔다.” (p67)
한 노동자의 분신자살 이후, 당시 청계천은 학생들 사이에서 언제나 화재의 중심에 있던 공간이었다. 고모는 서군을 만났던 이야기를 해준다. “늙고 병들었는데도,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있는 곳은 여전히 그 봄밤의 태영음반사야!”라고 고모는 회상한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고모를 모시고 서군을 만나러 간다. 겨울방학이 되기 직전, 서군은 일본어 원고 뭉치를 고모에게 맡긴다. 고모는 방학이 끝나고 원고 뭉치를 K 대학에 가져다준다. 서군의 원고는 불온 문서로 간주하여 ‘일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둔갑하여 서군은 죄인이 된다. 고모는 그렇게 자책했지만, 그 일이 있기 전 이미 서군은 납치되었다.
“고모와 서군을 한 번만, 딱 한 번만 다시 만나게 해 주기로 결심한 건 내게는 고모의 삶 전체가 마지막 조난신호 같았다.” (p77)
서 군은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병을 앓고 있다. 고문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이 오랜 기간 잠복해 있다가 차츰 치명적인 병으로 발전했을 거라는 진단을 듣는다.
“서 군에게 잘못을 고해야 한다는 강박증과 그가 자신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 사이를 유령처럼 오갔을 것이다.” (p83)
고모를 요양원에 도로 데려다주고 유실물센터로 왔다. 고모는 서 군을 보고 싶은 마음에 태영음반사에서 서 군을 기다리다 방학이 끝나고도 오지 않는 서 군이 궁금하고 걱정되어 원고 뭉치를 핑계로 K 대학에 가져다주었다가 오히려 서 군을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으로 평생을 불안하게 살아간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평생토록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고모의 삶은 기억이 돌아온 순간마다 죄에 대한 사죄를 생각했고, 행동으로 옮겼다. 요양원에서 쇠약해지면서도 끝까지 놓지 못하는 기억을 마무리 짓고자 하는 고모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삶에서 후회스럽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어떻게 이겨나가고 평생 마음속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로 공감될 것 같다.
작가의 좋은 문장으로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에 감동하며 읽으면서 마음도 서사를 따라간다. 유실물센터에 우리는 과거에 무엇을 잃어버렸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에게 받았던 소중한 마음이나 사람은 아니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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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작가님 소설집 “빛의 호위” 수록된 모든 작품을 거듭거듭 천천히 읽게 되는 것 같다. 오독은 피할 수 없지만, 조금이나마 작가님의 생각에 가닿기를 바라며 한편 한편 천천히 읽어 나간다. 조해진 작가님의 문체로 생을 이야기 하는 단편 소설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