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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결산] 조해진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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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2017년 결산 리뷰대회에 감사하다. 덕분에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으니 말이다. :D작년에 놓친 소설가, 그 중에 단편집이 뭐가 있나 찾다가 두 작가가 떠올랐다. 김애란과 조해진.김애란씨의 소설집은 상당한 리뷰가 올라와 있으니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은 조 작가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조해진의 소설을 두 작품 읽어보았다. 단편집 《목요일에 만나요》, 장편 《로기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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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2017년 결산 리뷰대회에 감사하다. 덕분에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으니 말이다. :D
작년에 놓친 소설가, 그 중에 단편집이 뭐가 있나 찾다가 두 작가가 떠올랐다. 김애란과 조해진.
김애란씨의 소설집은 상당한 리뷰가 올라와 있으니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은 조 작가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조해진의 소설을 두 작품 읽어보았다. 단편집 《목요일에 만나요》, 장편 《로기완을 만났다》.
《로기완을 만났다》는 탈북자를 소재로 벨기에가 배경인 이야기였다.

이 때 받은 느낌은, 작가가 외국에서 한국인이 느끼는 감정을 참 잘 표현한다는 거였다.
이번 소설집에도 외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이 수록되었다.

그 중에 세 작품을 우선 리뷰하고자 한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번역의 시간』.

주인공인 이십대 후반 여성은 미국의 어느 도시에 있다. 여자는 前 애인인 태호의 집 빌라의 문 앞에서 남자를 기다리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남자는 302호에 살고 여자는 열쇠를 얼마전에 잊어버렸다. 그래도 그렇지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잠이 들다니 두 남녀의 사이가 심상치는 않은 것 같다.

여자는 ‘영 레이디!’라고 깨우는 낯선 소리에 깨고, 아파트에 한 주에 한번 청소를 하러 오는 안젤라에 의해서 현관문을 열어서 무사히 집으로 들어갔다.

곧 여자의 사연은 밝혀진다. 한국에 있을 때 태호를 만나서 사귀고 있었는데 태호가 미국 대학 MBA 대학원에 합격을 했는데 등록금이 없어서 포기해야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여자는 한 학기의 등록금을 빌려주었고 태호는 같이 가서 결혼을 하자고 말하고는 돈을 받고 돌아갔다. 그런데 이 놈의 남친이 돈을 가지고 그냥 미국으로 날라 버린 거다. 아무 말도 없이.

여자는 터져나오는 화를 삭이면서 미국행 비행기표를 끊어 태호의 주소지로 찾아갔다. 전 애인을 봤을 때 미안해하면서 쩔쩔매기라도 했다면 그나마 용서를 해줄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먹튀할 때 드러난 파렴치함은 안타깝게도 계속 이어졌다.
태호는 짜증을 내면서 그거 그냥 준 거 인줄 알았단다. 지금 자신도 형편이 빠듯하니 공부를 하면서 가능한대로 일을 찾아서 벌어서 갚겠다고 했다. 다행히 집에서 같이 살게는 해주었다.


한편 이야기의 중간에 갑자기 영수씨 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종종 등장해 삽입된다. 영수 씨라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돈을 벌겠다면서 뉴욕의 플러싱의 친척 슈퍼마켓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3년 후에 변사체로 발견되었고 가족을 찾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한인 사회에서 무연고자를 위한 장례를 치러주었다는 뉴스 기사가 나온다.

어느날 여자에게 안젤라가 찾아와 노크한다. 안젤라는 열쇠를 내밀었는데 그건 여자가 얼마전에 잃어버린 302호 열쇠였다. 태호는 복사해서 주지도 않았고 그래서 은근히 눈치가 보였는데 여자는 반갑기 그지없다. 안젤라가 뒷 뜰을 청소하다가 발견한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여자는 안젤라와 친구가 되었다.

돈을 갚겠다는 태호는 수업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여자의 체류 가능 기간이 다음주면 만료된다. 여자는 결정의 기로에 선다. 불법체류를 감수하면서까지 채무를 받아낼 건가, 아니면 귀국을 할 건가.

예상대로 남자는 뻔뻔하게 돈을 안 갚았다. 기깟 몇백만원 갖고 그러냐는 비웃음까지 날리면서.
결국 여자는 패배를 자인하고 돌아가기로 한다.

어느날 집을 누군가 두드려서 나가보니 안젤라가 있었는데 얼굴이 피투성이고 몸에 멍자국이 있는 채로였다. 여자는 놀라서 얼른 안젤라를 들여와서 쉬게 해준다. 집에는 비상약이 없어서 병원에를 가라고 했다. 그런데 안젤라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그녀는 예전에 남친인 벤지 이야기를 흐믓하게 한적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벤지는 나쁜 애인이었고 마약을 하고 걸핏하면 안젤라를 팼다. 지금 멍투성이로 여자에게 피난한 안젤라도 아마도 마약을 한 듯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당일에 여자는 일부러 오후 비행기편을 잡았다. 매주 수요일 오전에 안젤라를 만났기 때문에 안부인사를 전하고 가고 싶어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녀는 그날따라 오지 않았다.
여자는 안젤라가 일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까지 캐리어를 끌고 찾아가서 안젤라의 집주소를 물었다. 사실 앞에서 얘기한 안젤라의 형편은 레스토랑 친구가 알려준 거였다.

여자는 미국을 떠나기 전의 마지막을 안젤라의 집으로 향하는 길을 걸으면서 상념에 빠진다. 작가는 이제 비로소 영수씨의 정체를 드러낸다. 영수씨는 아내와 딸을 두고 미국에 건너갔던 거였다. 그리고 영수씨의 딸이 바로 지금 거리를 쓸쓸히 걷고 있는 주인공 여자였다.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 현실에 불쑥 개입하는 과거의 이야기 그런 것들을 작가는 유려하게 펼쳐놓는다. 일종의 연애 사기를 당해서 미국까지 찾아갔지만 본전도 못 건지고 온 여자의 몇 개월.
그리고 그녀에게 숨겨진 아빠의 충격적인 사연. 웃을 때 얼굴이 환했던 안젤라라는 아르헨티나 여성의 사연까지 정교하게 이어진다.



『사물과의 작별』.

주인공 여자는 지하철 유실물 보관센터에서 일한다. 그녀의 고모가 어느날 가족 모임에서 갑작스런 발표를 했다. 자신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는데 그것을 알고 나서 직장인 학교를 그만두고 연금과 저축금으로 신변을 다 정리했다고 청산유수로 말을 이었다.
앞으로 여생을 보낼 요양원 수속을 다 마쳤으며 비용도 전액 자신이 부담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부모님과 가족은 탄식을 했다.

이전까지 주인공 여자와 고모는 각별한 사이였기에 여자는 안타깝고 슬펐다.


아직 병세가 깊지는 않은 고모는 아끼는 조카에게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비밀 하나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서군’에 관한 추억이었다. 고모는 현재까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그것이 서군 이라 불리는 남자분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을까? 주인공 여자는 만감이 교차한다.

가끔은 정신을 잃고 가끔은 온전한 고모. 다행히 조카를 알아볼 때 그녀는 한 가지씩 서군과 얽힌 70년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자는 슬프고 애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가진 채 고모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독자인 나도 주인공의 마음에 동화되어 고모의 한마디 한마디를 집중하게 됐다.


그러다가 나는 어떤 이야기에 짧게 탄성을 내질렀다. 고모가 평생동안 품었던 연애담의 주인공은 재일조선인 이었다는 대목에서였다. 나는 재일조선인의 역사나 이야기에 환장한다.
그래서 어지간한 다큐와 중요한 자료들은 감상했었다. 그런데 전혀 정보가 없다가 읽고 있는 소설의 한복판에서 그 주제가 나와서 반가움에 헉 소리까지 냈다.

아무튼 그런데 이어지는 사연들은 장편 소설의 임팩트 못지 않은 드라마틱한 이야기였다.

이 부분들은 알고 읽으면 재미나 감동이 반감되기에 밝히지 않는다.

짧은 단편속에서 재일조선인 유학생과, 그를 사랑했던 장태영이라는 육십세의 여성의 일화가 감동적으로 다가온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보는 『잘 가, 언니』.
우선 문체가 눈에 띄는데 경어체인 ~입니다 체이다.
그리고 이는 편지라는 걸 곧 알 수 있다.

1인칭 화자인 정희는 로스엔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중이다. 비행기를 타면 견디지 못하는 공포증 비슷한 게 있어서 부득불 장거리 버스를 타고 가고 있다. 사람들은 멋대로 오해를 하고 한마디 하곤 했다. 심각하게 정서가 불안한 사람이라고 정상이 아닌 듯이 낙인을 찍기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쩌겠는가. 비행기를 타면 호흡이 곤란하니까 정희는 다른 교통수단만 이용한다. 사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심장이 약했고 수술을 여러차례 했다. 그래서 되도록 장거리 여행은 하지 않아 왔다. 지금 50대의 중년인 정희는 아주 어린 여덟살 때부터 서른 여덟의 시절까지 회상한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띄우는 이 이야기에서 정희는 7시간의 버스 여행을 하면서 자유롭게 생각을 펼쳐간다.


생각의 흐름이 관념적이지 않고,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 구성도 전혀 번잡하지 않다. 오히려 매력적이고 문학적이다. 미국이나 유럽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능숙한 조해진의 솜씨가 이 단편에서 그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차에서 주인공 여성은 책 한권을 가끔 펼쳐 읽는다. 차학경이라는 한국 여성이 쓴 <딕테>라는 소설이다. 그녀는 열두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성장했고 설치예술가이자 영화, 사진 분야에서도 활약한 재원이었다. 그런데 1982년에 뉴욕에서 건물 관리인에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비극으로 생을 마친 사람이다. 차학경의 나이는 서른한살이었다.



읽으면서 제목이 잘가 언니, 이고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편지를 띄우는 형식이기에 차학경이 주인공의 언니인가 잠시 추측해보기도 했다. 그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정희에게도 정아라는 언니가 있었다. 그리고 정아씨도 충격적이게도 미국 생활 중에 노상강도에게 총을 맞아 서른살에 생을 마감했다.



이 비보를 접한 동생 정희가 언니가 살았던 로스엔젤레스 한인타운을 가게 된다. 거기서 언니가 홀로 이혼을 하고 홀로 억척스레 살았던 스물일곱에서 서른까지의 삶과 마주한다.

자매의 비밀이 있었고 그것은 각자의 내면의 트라우마였다.

어려서부터 심장병으로 큰 비용이 들었던 정희로 인하여 언니 정아의 절실한 꿈이 파괴되었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 언니는 부모가 화를 내며 반대해서 미대를 포기하고 다른 과를 진학했다. 그리고 조용한 듯이 지내다가 어느날 결혼을 발표했다. 남편이 될 남자는 곧 미국으로 떠날거여서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간다고 했다. 부모와 정희는 모두 언니가 도피한다는 것을 알았으나 미안한 마음에 정아를 배웅했다.

《잘 가, 언니》는 언니의 죽음으로 인해서 미국에 왔다가 계속 살게된 중년의 정희가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이다. 왜 그렇게 신산한 삶을 한 여자가 서른까지 보내야만 했는지 읽으면서 내내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주인공과 언니의 이야기는 차학경이라는 또 다른 여성의 비극과 서로 교차되면서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다. 나중에 저자의 주석에서 보니까 차학경이라는 분이 실제했던 분이라고 해서 더욱 놀랐다.

세 편의 단편 소설들.

조해진 작가가 성장하고 깊어졌음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게 한 작품들이었다.

남은 다른 이야기들은
또 어떤 아픔을, 슬픔을, 그리고 치유와 소망을 그려냈을지 기대된다.

YES마니아 : 로얄 b********5 2018.01.23. 신고 공감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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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빛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빛이 될 수 있을까?" 내용보기
조해진 소설집 『빛의 호위』(창비, 2022)중 「빛의 호위」를 읽고   조해진 작가는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환한 숨,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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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소설집 『빛의 호위』(창비, 2022)중 「빛의 호위」를 읽고

 

조해진 작가는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환한 숨,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완벽한 생애』 등이 있다.     

 

『빛의 호위』

소설집에서 주목할 점은 작가가 말하는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에 ‘살아 있음’에 대한 감각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 살게 하기 위해 고투하면서 그 힘으로 살아가는데, 그 상대는 아주 가까운 사람이기도 하지만 상관없는 이국의 누군가가 되기도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빛의 호위」를 따라가 보자.     

주인공은 미국의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면서 눈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일 년 전, 일산에서 이십여 년 만에 권은과 재회했을 때도 눈이 왔다. 시사 잡지사 기자인 주인공은 분쟁지역에서 보도 사진을 찍는 젊은 작가 권은을 인터뷰하려고 만났다. 권은은 친구가 준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다.   

   

주인공은 ‘스노우 볼’ 같은 하나의 세계를, 그 속에 서 있는 것 같은 권은을 생각한다. 그 후, 연락해 온 권은을 서울에서 만난다. 권은은 일주일 수 보도사진을 찍으러 목사와 선교사로 이루어진 봉사 단체를 따라 시리아의 난민캠프를 방문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전쟁에 대해서 전쟁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위험지역에서  사진을 찍는 권은에 대해서 계속 마음에 축적되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권은이 존경한다는 ‘헬게 한센’ 감독의 팔레스타인을 공격했던 사건과 구호품 트럭의 피격이라는 전례 없는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관람한다.   

 


   

구호품 트럭 피격 사건으로 죽은 노먼의 어머니 알마 마이어는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단원의 도움으로 창문도 없는 지하창고에서 숨어 지내는 생활로 연명했다. 동료인 장이 작곡한 악보들이 자신을 살렸다고 고백한다. 그것이 빛이었고, 삶의 희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권은을 통해 ‘헬게 한센’을 알게 되고 <사람, 사람들>을 통해 사재를 털어 구호품을 싣고 가는 노먼 마이어와 아들의 죽음을 겪은 어머니 알마 마이어를 알게 되고, 다시 권은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주인공이 권은에게 준 것이 빛이었으며, 주인공이 거기에서 빛을 발견하게 하는 순환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권은이 사진을 찍는 현장에서 다리를 다치는 사고가 난다. 다리에 포탄이 박혀 여러 차례 제거 수술을 했지만, 걸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권은은 자신의 블로그에 읽지도 못하고 닳지도 못할 편지를 쓴다. 주인공에게도 이미 자기를 살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편지를 쓴다. 권은의 블로그도 자기를 살게 하는 빛이었고, 누군가 그 글들을 읽고 구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주인공은 13살 때, 반장이라서 권은의 장기 결석 때문에 담임의 부탁으로 권은의 집을 방문한다. 어둡고 추운 집에 ‘스노우 볼’만 반짝이고 있었다. 친구들한테 비밀로 하고 가끔 방문해서 살펴 준다. 권은한테는 친구가 빛이었다. 주인공은 안방 장롱에서 카메라를 발견하고 가난한 권은의 집에 도움이 될지 싶어 가져간다. 권은은 그 카메라를 팔지 않는다.  

 

    

그 카메라를 준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것이 밝혀져 놀라웠다. 주인공이 권은의 빛이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권은은 친구가 준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 숨어 있던 빛들이 쏟아져 나와 피사체를 감싼다는 표현이 그럴듯하고 멋진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빛은 죽음을 향한 사람들을 살려내는 위대한 일을 해내는 사람들의 상징이기도 한다. 우리는 빛이 될 수 있을까?  

 


   

권은이 어렸을 때, 어둡고 아무도 없는 방안에 ‘스노우 볼’의 불빛이 어린 권은을 호위해 주었고, 카메라에서 쏟아지는 불빛이 친구의 마음처럼 따스하게 권은을 지켜주었다. 그 소중한 마음을 받은 권은이기에 카메라의 빛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여 세상에 알림으로써 그들에게도 빛이 되고자 위험을 무릅쓴 것으로 생각되었다. 아름답고 절묘한 문장으로 크고 거대한 것이 아니라 작은 선의도 사람들의 희망과 빛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사람을 살리는 위대한 일이 된다는 것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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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놓지 못하는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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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소설집 『빛의 호위』(창비, 2022)중 「사물과 작별」을 읽고   조해진 소설가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아무도 보지 못한 숲』, 『로기완을 만났다』, 『여름은 지나가다』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무영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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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소설집 『빛의 호위』(창비, 2022)중 「사물과 작별」을 읽고

 

조해진 소설가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아무도 보지 못한 숲』, 『로기완을 만났다』, 『여름은 지나가다』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무영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사물과 작별」은 

작가가 일인칭 관찰자 시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개인의 사건으로 사용되고 소설적 의미를 갖는지, 소설 속 아름다운 문장과 절묘한 비유를 찾아가며 읽으면 좋다는 설명을 들었다.    

 


  

고모는 다른 형제들 모르게 주인공에게만 이야기해 준다. 자식이 없는 고모와 주인공의 친밀함의 정도를 나타내기도 하고, 소설 속 여정을 다음 세대의 사람이 끌어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로 엿보인다. 기억이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를 망각과 기억을 오가며 서사가 이어진다.   

 

소설의 중심 서사는 고모가 현재에 서군을 만나러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던 인물, 관계, 물건을 떠나보내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만나야 비로소 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이 소설은 사물과 유실물, 소재를 반복해서 사용함으로써 사유와 깊이를 더한다.    

 

  

주인공은 유실물센터에 근무한다. 사람도 사물처럼 생각한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된 고모는 과감하게 일상생활을 정리하고 요양원에 들어가기로 담담하게 결정한다. 고모는 자식이 없는 예순 살이었다. 결혼을 안 했기 때문이다. 고모의 아버지는 청계천 평화시장 골목에 레코드 상점을 연다. 고모는 레코드 상점에서 서군을 만난다. 서군은 고모보다 여섯 살 연상이다.   

 


   

서군은 1971년에 한국에 왔다. 

“재일조선인이었던 그에게 국적은 무력하게 당하기만 해야 하는 폭력이자 치유가 불가능한 상처였다. 폭력도 상처도 없는 고국을 막연히 동경해 보던 서군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서울의 K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유학을 왔다.” (p67)   

  

한 노동자의 분신자살 이후, 당시 청계천은 학생들 사이에서 언제나 화재의 중심에 있던 공간이었다. 고모는 서군을 만났던 이야기를 해준다. “늙고 병들었는데도,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있는 곳은 여전히 그 봄밤의 태영음반사야!”라고 고모는 회상한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고모를 모시고 서군을 만나러 간다. 겨울방학이 되기 직전, 서군은 일본어 원고 뭉치를 고모에게 맡긴다. 고모는 방학이 끝나고 원고 뭉치를 K 대학에 가져다준다. 서군의 원고는 불온 문서로 간주하여 ‘일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둔갑하여 서군은 죄인이 된다. 고모는 그렇게 자책했지만, 그 일이 있기 전 이미 서군은 납치되었다.  

    

“고모와 서군을 한 번만, 딱 한 번만 다시 만나게 해 주기로 결심한 건 내게는 고모의 삶 전체가 마지막 조난신호 같았다.” (p77)   

  


 

서 군은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병을 앓고 있다. 고문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이 오랜 기간 잠복해 있다가 차츰 치명적인 병으로 발전했을 거라는 진단을 듣는다. 

     

“서 군에게 잘못을 고해야 한다는 강박증과 그가 자신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 사이를 유령처럼 오갔을 것이다.” (p83)    

 

 

고모를 요양원에 도로 데려다주고 유실물센터로 왔다. 고모는 서 군을 보고 싶은 마음에 태영음반사에서 서 군을 기다리다 방학이 끝나고도 오지 않는 서 군이 궁금하고 걱정되어 원고 뭉치를 핑계로 K 대학에 가져다주었다가 오히려 서 군을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으로 평생을 불안하게 살아간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평생토록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고모의 삶은 기억이 돌아온 순간마다 죄에 대한 사죄를 생각했고, 행동으로 옮겼다. 요양원에서 쇠약해지면서도 끝까지 놓지 못하는 기억을 마무리 짓고자 하는 고모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삶에서 후회스럽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어떻게 이겨나가고 평생 마음속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로 공감될 것 같다.   

   

작가의 좋은 문장으로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에 감동하며 읽으면서 마음도 서사를 따라간다. 유실물센터에 우리는 과거에 무엇을 잃어버렸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에게 받았던 소중한 마음이나 사람은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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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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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작가님 소설집 “빛의 호위”수록된 모든 작품을 거듭거듭 천천히 읽게 되는 것 같다. 오독은 피할 수 없지만, 조금이나마 작가님의 생각에 가닿기를 바라며 한편 한편 천천히 읽어 나간다. 조해진 작가님의 문체로 생을 이야기 하는 단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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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작가님 소설집 “빛의 호위”


수록된 모든 작품을 거듭거듭 천천히 읽게 되는 것 같다. 

오독은 피할 수 없지만, 조금이나마 작가님의 생각에 가닿기를 바라며 한편 한편 천천히 읽어 나간다. 


조해진 작가님의 문체로 생을 이야기 하는 단편 소설집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y*********4 2026.07.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