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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간다 이인휘 창비/2017.5.2.
주인공 해운은 아내의 병을 고치기 위해 7년간 병마와 싸운 끝에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그러나 사회화 친구들뿐만 아니라 소설쓰기까지 잃어버렸다. 그동안 진 빚을 갚기 위해 빵공장에 취직하여 일한다. 돈만 아는 사장과 갈등하며 일하던 중에, 전에 쓴 소설로 인해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고 사장은 해고를 통보한다. 그러나 끝까지 버티면서 무당이었던 어머니와 노동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살았던 성장기의 회상하고, 중학교 검정고시로 학업을 다시 시작하고 어찌어찌하여 대학에 진학하지만, 졸업을 못하고 노동판에 뛰어들어 노동운동을 하게 된 사연이 이어진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고교시절 문학 동아리 활동을 할 때 마음에 두었던 청미를 우연히 만나 노동운동을 함께 한다. 가까워진 둘은 결혼을 시도 하지만 부유한 그녀 가족들의 완강한 반대로 헤어진다. 그러다 대학교 동아리 후배인 부인을 만나 결혼하게 되고, 노동운동을 하던 동료들의 죽음, 때로는 함께 운동을 하던 사람들의 변심, 사회로부터의 단절에서 오는 우울증과 방황에서 다시 소설을 쓰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건너간다>의 소설이 나오게 된 건 가수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라는 노래 덕분이춘이 촛불 집회 광장에 나왔다. 나는 그가 나오는 것도 모른 채 텔레비전을 보다가 깜짝 놀랐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설 속에서 정태춘 역할을 했던 하태산이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 앞에서 다시 노래를 부를 거라는 암시를 남겨놓고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정태다.(p.319)”며 그 순간 머릿속에선 광장에 선 정태춘의 모습을 소설에 그리고 있었다고 말하는 자전적 소설이다. 그런데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해 들어간 고등학교 문학 동아리에서 알게 된 청미를 다시 만나고 헤어지게 되는 과정은 개연성이 떨어짐을 느끼게 된다. 한편 자본가와 노동자의 지나친 2분법적인 구조는 주제를 부각시키는 데는 효과 적이지만 거친 표현이 많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하태산의 노래를 요소마다 삽입하거나 서화연(박남준)의 시를 읊조리는 것은 분위기와 상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일제 식민지 때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치안유지법이었다. 해방이 됐으나 남북으로 분단이 되고, 분단 상황 아래서 이승만이 정권을 잡자 일제 청산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들은 치안유지법을 국가보안법으로 계승해 남한 내에 있던 좌익 인사들을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하게 했다. 당시 삼십만 명이나 되던 그 좌익 인사들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다가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무차별 처형되었다. “국가보안법은 4.19 혁명에 의해 일시 폐지되기도 했으나 5.16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반공법으로 명칭을 바꿔 국민의 언론과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김재규의 반란으로 박정희가 죽자 반공법은 폐기되고 다시 국가보안법이 등장했다.(p.154)” 분단국가라는 상황 아래서 국가 권력은 수십 년 동안 민주주의와 자유를 외친 사람들을 그 법으로 다스렸다. 빨갱이! 수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으로 죽고 사라져 갔다. 한동안 숨죽이고 있던 국가보안법 유령이 박근혜정권이 들어서자 다시 시퍼렇게 눈을 뜨고 용트림을 했다. 분단국가의 아픔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병든 모습이기도 했다.
“그는 원래 저런 사람이었을까.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노동운동을 했고 운동을 통해 권력을 가질 수 없자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이 적으로 규정했던 자들에게 기어들어간 건가.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그때 이후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했다가 낯빛을 바꾼 모든 사람에 대한 적의가 내 안에 들어찼다.(p.238)” 함께 노동운동에 헌신하던 동료들이 권력의 앞잡이가 되어 노동자 탄압에 앞장서는 것을 보며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의 표현이다. 이는 현실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며, 80년대의 노동운동가가 이제는 기득권이 되어 노동자 탄압에 앞장서는 현실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라도 화석처럼 굳어버린 자신의 존재를 한순간에 깨고 나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가 칠십년 가까이 자신을 가둔 테두리에서 벗어나 또 다른 눈을 떴다는 게 대단스러웠다. 그녀에게 그건 알을 깨고 나오는 일이었을 것이다.(p,271)” 여러 가지 부당한 대우에도 생활을 위해 꿋꿋하게 버티던 왕언니가 사장의 잘못된 처우에 정면 도전을 한다. 결국 동료들의 동조를 얻어내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에 대한 주인공의 평이다. 동료들을 설득한 배경에는 그녀의 편지가 있었다. “그의 글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혼의 울림을 주었다. 배움도 짧은데 어디에서 사람의 가슴을 흔드는 언어가 나왔을까. 간절함이었을 것이다.(p.275)” 한없는 절망 속에서도 끝내 버릴 수 없는 간절함이 문장에 스며들어 생생하게 전달된 것이다. 문장은 숙련을 통해 멋지게 만들 순 있지만 영혼이 깃든 글은 쉽게 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 이인휘는 1988년 <녹두꽃>에 <우리 억센 주먹>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활화산>, <문밖의 사람들>, <그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 <내 생애 적들>, <날개 달린 물고기>가 있으며 소설집 <폐허를 보다>로 2016년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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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간다 이인휘 창비/2017.5.2. sanbaram
주인공 해운은 아내의 병을 고치기 위해 7년간 병마와 싸운 끝에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그러나 사회화 친구들뿐만 아니라 소설쓰기까지 잃어버렸다. 그동안 진 빚을 갚기 위해 빵공장에 취직하여 일한다. 돈만 아는 사장과 갈등하며 일하던 중에, 전에 쓴 소설로 인해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고 사장은 해고를 통보한다. 그러나 끝까지 버티면서 무당이었던 어머니와 노동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살았던 성장기의 회상하고, 중학교 검정고시로 학업을 다시 시작하고 어찌어찌하여 대학에 진학하지만, 졸업을 못하고 노동판에 뛰어들어 노동운동을 하게 된 사연이 이어진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고교시절 문학 동아리 활동을 할 때 마음에 두었던 청미를 우연히 만나 노동운동을 함께 한다. 가까워진 둘은 결혼을 시도 하지만 부유한 그녀 가족들의 완강한 반대로 헤어진다. 그러다 대학교 동아리 후배인 부인을 만나 결혼하게 되고, 노동운동을 하던 동료들의 죽음, 때로는 함께 운동을 하던 사람들의 변심, 사회로부터의 단절에서 오는 우울증과 방황에서 다시 소설을 쓰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건너간다>의 소설이 나오게 된 건 가수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라는 노래 덕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설 속에서 정태춘 역할을 했던 하태산이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 앞에서 다시 노래를 부를 거라는 암시를 남겨놓고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정태춘이 촛불 집회 광장에 나왔다. 나는 그가 나오는 것도 모른 채 텔레비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p.319)”며 그 순간 머릿속에선 광장에 선 정태춘의 모습을 소설에 그리고 있었다고 말하는 자전적 소설이다. 그런데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해 들어간 고등학교 문학 동아리에서 알게 된 청미를 다시 만나고 헤어지게 되는 과정은 개연성이 떨어짐을 느끼게 된다. 한편 자본가와 노동자의 지나친 2분법적인 구조는 주제를 부각시키는 데는 효과 적이지만 거친 표현이 많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하태산의 노래를 요소마다 삽입하거나 서화연(박남준)의 시를 읊조리는 것은 분위기와 상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일제 식민지 때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치안유지법이었다. 해방이 됐으나 남북으로 분단이 되고, 분단 상황 아래서 이승만이 정권을 잡자 일제 청산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들은 치안유지법을 국가보안법으로 계승해 남한 내에 있던 좌익 인사들을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하게 했다. 당시 삼십만 명이나 되던 그 좌익 인사들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다가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무차별 처형되었다. “국가보안법은 4.19 혁명에 의해 일시 폐지되기도 했으나 5.16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반공법으로 명칭을 바꿔 국민의 언론과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김재규의 반란으로 박정희가 죽자 반공법은 폐기되고 다시 국가보안법이 등장했다.(p.154)” 분단국가라는 상황 아래서 국가 권력은 수십 년 동안 민주주의와 자유를 외친 사람들을 그 법으로 다스렸다. 빨갱이! 수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으로 죽고 사라져 갔다. 한동안 숨죽이고 있던 국가보안법 유령이 박근혜정권이 들어서자 다시 시퍼렇게 눈을 뜨고 용트림을 했다. 분단국가의 아픔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병든 모습이기도 했다.
“그는 원래 저런 사람이었을까.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노동운동을 했고 운동을 통해 권력을 가질 수 없자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이 적으로 규정했던 자들에게 기어들어간 건가.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그때 이후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했다가 낯빛을 바꾼 모든 사람에 대한 적의가 내 안에 들어찼다.(p.238)” 함께 노동운동에 헌신하던 동료들이 권력의 앞잡이가 되어 노동자 탄압에 앞장서는 것을 보며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의 표현이다. 이는 현실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며, 80년대의 노동운동가가 이제는 기득권이 되어 노동자 탄압에 앞장서는 현실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라도 화석처럼 굳어버린 자신의 존재를 한순간에 깨고 나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가 칠십년 가까이 자신을 가둔 테두리에서 벗어나 또 다른 눈을 떴다는 게 대단스러웠다. 그녀에게 그건 알을 깨고 나오는 일이었을 것이다.(p,271)” 여러 가지 부당한 대우에도 생활을 위해 꿋꿋하게 버티던 왕언니가 사장의 잘못된 처우에 정면 도전을 한다. 결국 동료들의 동조를 얻어내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에 대한 주인공의 평이다. 동료들을 설득한 배경에는 그녀의 편지가 있었다. “그의 글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혼의 울림을 주었다. 배움도 짧은데 어디에서 사람의 가슴을 흔드는 언어가 나왔을까. 간절함이었을 것이다.(p.275)” 한없는 절망 속에서도 끝내 버릴 수 없는 간절함이 문장에 스며들어 생생하게 전달된 것이다. 문장은 숙련을 통해 멋지게 만들 순 있지만 영혼이 깃든 글은 쉽게 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 이인휘는 1988년 <녹두꽃>에 <우리 억센 주먹>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활화산>, <문밖의 사람들>, <그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 <내 생애 적들>, <날개 달린 물고기>가 있으며 소설집 <폐허를 보다>로 2016년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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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차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평화를 찾아 떠나는 작은 배의 심정으로 비를 맞거나 소외된 거리를 떠돌며 쉼 없이 흘러왔다. 사람들이 현실의 벽에 갇혀 그 너머를 보지 않으려 해도 자유와 평등을 찾아가는 그의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새로운 작품,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일은 데이트를 앞둔 사람처럼 늘 설렌다.
가을에 읽었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무덥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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