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9.0
  • 50대 0.0
리뷰 총점 종이책
자유, 그 이상의 자유
"자유, 그 이상의 자유" 내용보기
시대는 암울했다. 겨우 되찾은 나라에선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헐뜯었다. 급기야 부정부패에 기대어 제 정치적 생명력을 연장시키려는 시도도 자행됐다. 이것을 나라라 칭해도 괜찮을지. 상황에의 대처는 저마다 달랐다. 누군가는 침묵했고, 부패한 권력일지라도 살기 위해 빌붙었던 이들도 있었다. 시인 김수영은 과감히 저항했다. 4.19와 김수영, 독재 정권에 항거한 김
"자유, 그 이상의 자유" 내용보기

시대는 암울했다. 겨우 되찾은 나라에선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헐뜯었다. 급기야 부정부패에 기대어 제 정치적 생명력을 연장시키려는 시도도 자행됐다. 이것을 나라라 칭해도 괜찮을지. 상황에의 대처는 저마다 달랐다. 누군가는 침묵했고, 부패한 권력일지라도 살기 위해 빌붙었던 이들도 있었다. 시인 김수영은 과감히 저항했다. 4.19와 김수영, 독재 정권에 항거한 김수영. 시인의 이름 앞에는 지금도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교과서에서 나는 그의 시를 처음 접했다. 대입 시험을 준비하며 치른 여러 모의고사에서 그의 작품은 단골로 출제됐다. 정답은 정해져 있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업 시간 등을 통해 접한 정보에 가장 가까운 내용을 무조건 고르면 어김없이 정답이었다.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그를 잊었다. 애써 떠올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 몇 해 전 내가 거주하는 지역에 김수영 문학관이 생기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글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힘겨운 일인 건지, 시인은 도봉동 쪽에서 닭을 키웠고, 종종 번역을 하며 먹고 살았다. 보신탕집으로 변해버린 장소에선 시인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시대가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달랐지만, 그래도 나와 완전히 동떨어진 삶을 살지는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시인은 1968년 6월 15일 세상을 떠났다. 아무도 그날 시인이 사망하리라곤 예측 못했다. 교통사고였고, 그 죽음은 과연 시인다웠다. 김수영 50주기 헌정 산문집을 읽으며 나는 인간 김수영에 대해 상상해볼 수 있었다. 내 글에는 내 생활이 드러난다. 평소 내가 품었던 생각들도 알게 모르게 묻어나곤 한다. 시인의 글은 더했다. 많은 이들이 ‘시’라는 장르를 특별히 여기고, 시에만 사용하기 위한 용어가 존재하는 듯 구는데 김수영의 시는 그렇지가 않았다. 일상에서 얼마든지 쓰일 수 있고 실제 쓰이는 용어만을 일부러 고른 건 아닐 테지만, 그의 시에서는 생활이 읽혔다. 매우 투박했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닥친 듯 아프기까지 했다. 강해 보이고자 일부러 그와 같은 용어를 썼던 걸까. 글을 전혀 쓸 줄 모르는 이가 온갖 미사어구를 동원해 제 글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걸 감안한다면, 김수영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그는 글을 통해 진실을 드러내길 바랐다. 시에는 어떠한 말도 쓰일 수 있음을 스스로 입증하면서 그는 시대를 노래했다.

그의 생이 걸친 시기는 암울했다. 1920년대생인 그는 나라가 없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 온몸으로 살아내며 습득했다. 겨우 숨을 돌리려는 찰나에 터진 전쟁의 소용돌이를 시인은 빗겨가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시대를 작품에 담아낼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하지만 모두가 그의 시를 독재에의 저항 즈음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존재와 귀신 그리고 무(巫). 김수영의 작품으로부터 이와 같은 것을 읽어낸 이도 있었다. 귀신이 무엇인가. 인간은 태어나면 무조건 죽는다. 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끝’과 동일하다 여긴다. 하지만 귀신은 종결을 인정하지 않을 때 존재할 수 있다. 인간 육체로서의 삶은 종결됐을지 모르지만 혼은 귀신이 되어 영원히 산다. 인간을 뛰어넘는 정신, 삶 이상의 삶. 김수영의 시는 영원불멸을 노래한다. 리얼리즘, 모더니즘 등의 용어 안에 그를 가두려 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는 떠났지만, 여전히 그의 시는 남았다.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그의 시를 읊을 것이다. 사람들의 목소리 안에서 김수영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직접 김수영과의 조우 기억을 가진 이들도 있었으며, 나처럼 책을 통해 김수영의 존재를 배운 이들도 있었다. 김수영과의 기억을 곱씹으며 사람들은 그가 세상을 떠나던 때의 나이보다 더 늙어버린 자신에 어색함을 느꼈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은 시절에 시인은 진실을 우직하게 노래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왜 그보다 나이가 더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을 피해 드러눕기 바쁜지. 시인의 작품 속 풀은 바람보다 먼저 드러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하였다. 여린 듯 강한 풀이 되고 팠던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이달의 사락 q*****2 2019.05.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