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원평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장편만 읽었는데 이번에는 단편이다. 손원평 작가가 쓴 단편은 어떤 느낌일지 기대를 많이 했다. 역시나. 내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왔다. 모두 8편의 단편 중 가장 좋았고 기억에 남는 건 ‘아리아드네 정원’이다.
나이라는 놈은 행동에 깃든 조심성을 앗아간다. (105) 늙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몰라. 변한다는 걸 빼곤 확실한 게 없으니까. (119) 가장 답답한 건 젊다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에요 (124) 늙어간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걸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125) 젊었을 때 짊어졌던 고민들, 절망이 낳은 수많은 포기와 그때의 사회가, 그때 윗세대가 남겼던 자국과 굴레애 대해 얘기하며 해명하고 싶었다. (132)
아리아드네 정원은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SF 소설이다. A등급에서 D등급으로 떨어진 민아는 자신이 그리던 노후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찾아주는 복지 파트너 이민자 청년 유리와 아인의 방문이 즐겁다. 하지만 세금을 좀 먹는 노인만을 위한 유닛이 폐지 될거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머지 않은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 읽는 내내 기분이 묘했다. 저출생과 고령화, 이민자와 코로나로 인해 더 심해진 청년 세대의 박탈감, 그리고 노년 세대에 대한 저항감. 지금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문제점은 아닐까?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 모습이 이런 거라면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꼰대로 늙을 것인지 어른 다운 어른으로 늙을 것인지. 나이를 들면 꽤 괜찮은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다 괜찮은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꽤 괜찮은 어른의 표본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고령화로 인한 진짜 어른의 부재. 어떻게 나이 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하는 단편이다. |
|
허세없는 문체. 오싹하리만큼 건조하게 말려서 펼쳐내려간 스토리 텔링이 참 단단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이의 연령와 환경과 성별과 마음 상태가 어떻든 간에 받아들이는 관점이 왠지 '공감'이라는 매개체로 인해 비슷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책입니다. 줄거리는 쓰지 않아요. 직접 돈 주고 책 사서 직접 시간내셔서 직접 눈으로 읽고 직접 마음으로 느껴보세요. "나와 남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
이 문구, 수첩에 적어놓고 냉장고 자석에 딱 붙혀 오이 썰면서 오늘 저녁 내내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 한명의 좋아하는 국내 작가가 생겼습니다. 살아갈 희망도 더불어 생겨난 기분입니다. 동전 500원 주운 땡 잡은 기분. 하핫. |
|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내가 일기장에 자주 적는 단어다.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에 더해 사랑(愛), 미움(惡), 욕망(欲)까지. 이 '칠정(七情)'은 손원평 작가의 대표작 《아몬드》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가 배우는 것이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우리가 칠정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삶의 다양한 감정을 그린 정밀화’라고 해석하고 싶다.
표제작 〈타인의 집〉은 읽는 내내 웃음이 터져 나왔고 몰입이 크게 되어 아파트 안의 구석에 숨어 보는 느낌이었다. 전세 아파트에 사는 남자가 몰래 월세를 놓고, 그 방에 또다시 세 들어 사는 이중 세입자의 이야기라니. 발칙하고 기발하면서도, 여러 갈등에 화가 나고 현실이라는 벽에 허무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읽지 않고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손원평의 서사는 언제나 우리의 상상보다 한 발짝, 아니 열 발짝? 그 이상 쭉쭉 뻗어 나아가니까.
수록작들을 읽다 보면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연결되는 반가운 지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상자 속의 남자〉는 《아몬드》의 부록으로 실렸던 외전이다. 《아몬드》의 비극적인 사건을 목격했던 ‘그 남자’의 시선을 통해 원작의 여운을 다시 한번 환기한다. 타인을 도와야 할 순간이 온다면, 모른 척 할 것인지, 아니면 두 팔 걷어부치고 나서서 도움을 줄지, 심각하게 고민이 든다. 더 넓게는 존엄과 윤리, 도덕까지 생각하고 나의 인간성과 자아를 살피기까지 한다. 짧은 소설에 번뜩이며 깨어나는 감정의 세포들이 춤을 추는 것 같다.
또한 〈아리아드네 정원〉은 장편 《젊음의 나라》의 프리퀄 혹은 외전 격인 작품이다. 작가가 이 단편 속 세계관과 문제의식을 뿌리 삼아 《젊음의 나라》라는 거대한 숲을 틔워낸 것 같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노인문제, 청년의 일자리 문제를 디스토피아적으로 빚어냈다.
문장은 쉽고 매끄럽게 읽히고, 책장을 덮은 뒤에는 긴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강렬한 흡입력과 휘황찬란한 어휘의 향연에 경탄이 절로 나온다! OTT를 왜 보나. 손원평 책이 훨씬 재밌는데~ |
|
창비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소개 이미지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사게 되었다. 그게 아니어도 <아몬드>의 손원평 작가님 작품이라 궁금하긴 했다. 아몬드를 읽은 후 저자의 <서른의 반격>과 <프리즘>도 읽었던 터라 신작이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했다. 워낙 이야기를 탄탄하게 끌고 가는 작가님인 만큼 타인의 집에 수록된 단편들도 다 좋았다. <아리아드네 정원>은 이미 엔솔로지 책인 <나의 할머니에게>에서 읽었던지라 더욱 반가웠고, 표제작인 <타인의 집>은 인스타 소개이미지처럼 마냥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라서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상자 속의 남자>였다. 정말이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이라 더욱 그랬다. 위험한 상황에 처한 아이를 구하고 불구가 되어 살아가는 형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마음은 감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나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만약 내가 그런 위험한 상황을 목격한다면 그의 형처럼 내 몸을 던질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주인공이라면 가족 중 누군가 그런 모습이 된 것을 견딜 수 있을까. 아몬드에서도 느꼈지만 손원평 작가님은 인간 심리를 바닥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글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래서 나는 이 저자의 책들이 좋다. |
|
타인의 집 :: 손원평 소설집
아몬드 작가 손원평 작가님의 소설집으로 타인의 집을 포함해 8개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표지를 보면 왠지 모르게 영화 기생충이 생각나는 건 저뿐일까요, 제목과 정원 위의 집이 기생충을 떠올리게 하는 거 같아요 수록된 소설의 제목은 4월의 눈, 괴물들, zip, 아리아드네 정원, 타인의 집, 상자 속의 남자, 문학이란 무엇인가, 열리지 않는 책방입니다. 가장 마음에 든 이야기는 상자 속의 남자입니다. 책 아몬드와 살짝 연결된 부분도 있고, ‘정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제가 느끼기에 평범했습니다. 타인의 집은 너무 기대를 했기 때문일까요, 깔세로 사는 ‘나’가 자신의 권리를 위해 냉정하게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고, 막막한 현실을 그래도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은 보통 평범한 청년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똑 부러지고 단단함이 느껴졌습니다. 대부분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라면 아리아드네 정원은 조금 시간이 지난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노인이 인구의 절대다수가 되었을 때, 멀지 않았겠죠. 손원평 작가의 책은 미스터리한 것도 아니고, 로맨스가 넘쳐흐르지도 않지만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
이 작가도 처음 접했던 아몬드가 너무 좋아서 책이 나오면 계속 바로 사고 있는 작가 중 하나인데, 아무래도 아몬드가 제일 좋은 건 사실이다ㅠㅠ 서른의 반격도 무난했고 프리즘도 무난했고... 아몬드만큼의 임팩트가 없는 게 아쉬웠는데 모처럼 단편으로 만나니 또 새로운 기분이라 재미있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씩 완성한 단편집이라고 하기에는 결이 비슷해 또 신기한 구석도 있었다. |
|
아직 완독하지 못하고 평부터 남기네요 우선 손원평이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그냥 꺼리낌없이 구매하게 만든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듭니다 작가님 책은 아몬드,프리즘 즐독했구요 당연 연출하신 영화도 재밌게 봤어요 타인의 집도 엄청 기대감이 있어 스케줄 바쁜중에 짬짬이 읽고있구요 맛있는 밥상을 차려놓고 한숟갈,한숟갈 음미하며 먹는 글맛이 요즘 낙입니다. 툭던지듯 하며 섬세한 감정선..그리고 맛깔나는 표현들이 더 빠져들게 하는 작품입니다
|
|
'아몬드'라는 책으로 손원평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아몬드는 책을 덮고 나서부터 왠지 아련해지는 책이었다. 맘에 들었다는 거겠지. 중고서적으로 판매하고 나서, 어찌나 눈에 밟히던지.. 그렇게 마음앓이를 꽤 하던 중 '타인의 집'을 발견. 구매후 한참이 지나서야 읽게 되었다. 타인의 집. 이란 단편이 나 역시 제일 끌렸던 것 같다. 무척 좋은 조건인데, 집세가 저렴한 이유를 듣고 찝찝했지만, 이만한 집을 찾을 수 없었기에 기거하게 되었고. 그 곳은 쉐어룸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중 제일 좋은 방을 차지하게 되었다.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조금만 넓게 보면 우리 사회생활을 비추는 면이기도 했다. 내 방 욕실을 탐내는 1인. 뇌물을 주면서 사용할 수 있길 요구하지만, 그 요구는 한 번 들어주기 시작하면 앞으론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린다. 고로 첫 거절이 중요하고. 그로 인해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더라도 오히려 그게 낫다. 나중에 혼자 맘앓이 하는 것보다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방에 딸려 있는 욕실 사용을 허락한다면, 수시로 내 방을 들락거릴 것이고, 내 공간 자체를 침범당하게 되는 것이기에. 힘들더라도 거절은 당연한 것 같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혼자 이리저리 계속 생각했던게 생각나 잠시 웃었다. |
|
'아몬드'작가 손원평이 낸 단편집인 줄 모르고 주문했다가 엇 단편이었구나 라고 알아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