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을 놓고 서로 비교하지 않을 순 없는 법이야.”
일란성 쌍둥이 릴리와 로즈. 언니인 릴리는 활달한 성격에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빛을 내지만 동생 로즈는 사교적이지 못하고 사람들 눈에 띄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회색빛을 드리운다. 뭐든 잘하는 언니 릴리를 항상 부러워하던 중 자신이 릴리보다 잘할 수 있는 다이어트는 로즈만의 성취물이 된다. 로즈가 최소한의 칼로리만 섭취하면서 먹기를 거부하며 서서히 말라가는 동안 릴리는 폭식을 하며 살을 찌운다. 항상 로즈는 릴리와 자신을 동일시하지만 릴리는 그런 로즈를 두고 대학을 가기 위해 집을 떠나고 불건전한 남자들을 만나며 자신에게 가혹한 선택만을 한다. 로즈의 상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시설에 입소시키지만 시설 안에서 로즈는 단지 몸무게가 더 줄지만 않는 것을 목표로 음식섭취를 하지 않는 각양각색의 방법들을 사용한다. 죽음을 생각하고 그 죽음이 비로소 다이어트의 최종 목표처럼 앙상한 몸을 이끌고 같은 몸을 한 사람들끼리의 유대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릴리가 나쁜 남자인 필을 만나게 되어 파괴되어 가고 있는 모습에 로즈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속임수로 몸무게를 늘려 시설에서 나오게 된다. 시설에서 나왔지만 릴리와 계속해서 부딪히기만 다시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으로 자신을 옭아매려는 로즈의 모습에 릴리는 환멸을 느낀다. 로즈는 자신을 거식증의 길로 안내한 친구 제미마를 다시 만나게 되고 건강해진 그녀의 모습에서 자신도 건강해지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게 된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 #거식증 환자는 극단적인 체중 감소를 경험한다. 그러나 잃어버리는 것은 그 이상이다. 머리카락, 손톱, 치아, 친구, 가족, 자기 자신을 잃는다. 세상에 대한 감각을 잃는다. 먹지 않는 것 외에 중요한 게 뭔지도 잃어버린다. 그러다 결국 모든 것을 잃는다. 목숨까지도. 그는 탐욕스럽다, 거식증 말이다. (p.29)
#인간의 몸이 배부름을 느끼고 선을 사이에 두고 허기와 식탐이 갈린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나는 배가 고파도 먹지 않는다. 릴리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는다. 릴리는 모든 것을 과도하게 욕망한다. 남자, 음식, 사랑, 데이트도 먹을 것에 대하는 방식으로 한다. 게걸스러운 열정으로. (p.107)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일어나는 일들 : 자신의 몸을 의식한다. 모든 사람을 의식한다. 모든 사람의 몸을 의식한다. 모든 사람은 몸이 있고 어디를 가든 자신의 몸을 데리고 다닌다. 뚱뚱한 몸을 의식하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떠올리고, 마른 몸들을 의식하며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인지 떠올리고, 마른 몸들을 의식하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떠올린다. 허벅지 사이의 틈과 배에 생긱 셀룰라이트와 덜덜 떨리는 팔뚝과 툭 튀어나온 무릎을 의식한다. (중략) 모든 사람에게 몸이 있지만, 당신은 자신의 몸안에서 언제나 침입자가 된 기분을 느낄 것이다. (p.138)
#인간은 대부분의 것들을 과도하게 욕망한다. 우리는 소비하는 생물이자 자본주의의 산물이지만, 몸무게는 우리가 결핍을 선호하는 항목이다. (p.149)
#릴리는 자기 앞에 놓인 와플을 먹기 전에 먼저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내가 싸구려 냅킨으로 입을 닦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숨을 쉰 다음 이내 음식을 먹었다. 릴리가 자신을 음식을 채우는 것은 내가 먹지 않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모래시계였다. 한쪽의 내용물을 비워야 다른 쪽이 채워졌다. 우리는 서로 달라지기 전까지만 똑같았다. (p.185)
#우리 자매 관계는 다툼과 용서로 만들어졌다. 다툼은 선택에 의한 것이고, 용서는 우리 혈관에 흐른다. 우리가 가능한 한 멀리 상대방을 밀어낼 수 있다는 건 알지만, 결국 DNA 가닥에 묶여서 상대방이 스스로 다시 끌어당길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p.285)
#내가 엄마를 그리워했을까? 아니, 별로. 원래도 엄마였던 적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아빠에게 분노했을까? 아니, 별로. 우리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감당했다. 먹고, 굶고, 술마시고, 고통이 너무 심해 정신이 감당하지 못 할 때 우리는 그걸 몸에 퍼붓는다. (p.292)
#거식증의 핵심 개념은 모순이다. 우리 마른 여자들은 결핍에 빠져든다. 우리는 죽도록 굶주릴 때 가장 충족감을 느낀다. 우리들만 누리는 느린 죽음을 우리에게 생명을 준다. 우리는 몸을 포기함으로써 정체성으로 찾으려 한다. 우리는 자신을 말살하면서 눈에 띄기를 열망한다. (p.458~459)
#“너무 맘에 들어. 뭔가에 애정을 품는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 꼭 사람을 의미하는 건 아니야. 자신의 내면에 있는 뭔가를 의미하는 거야. 아마도 린의 죽음이 내가 죽어가는 걸 멈춰주었겠지만, 나를 계속 살게 하는 건 결국 나였어. 어느 시점엔가 내가 살아가는 목적은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아.” (p.519)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회복은 해결이 아니라 과정이다. 그러나 몸이 세상과, 질병과, 벌레와, 기새충과 싸움을 벌이는 다른 모든 질병과 달리, 나의 적은 바로 내 마음이다. 거식증에서 회복하는 길은 자신의 뇌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p.608)
자신이 되기보다는 릴리가 되고 싶었던 로즈가 화자로 24살의 그녀가 시설 안에 지낸 지 1년이 좀 지난 시점부터 시작되어 그녀가 왜 거식증을 겪게 된 건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부모에게 안전한 보호도 받지 못했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해 더 극심한 다이어트로 자신을 붙잡은 로즈. 부모님에게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자신의 쌍둥이 언니인 릴리와 자신은 하나이며 진정한 가족이라 생각했고 그런 언니와 비교당하며 항상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되었던 자신이 다이어트를 하면서 인기 여학생 제미마에게 인정받으며 드디어 자신도 릴리보다 나은 사람임을 느낀다. 시설 안의 허술한 관리와 거식증에 걸린 여성들이 선택한 말라가는 것에 대한 집념과 그들만의 동료의식을 보며 안타까움이 앞서지만 스스로 달라져야겠다는 생각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굶어 죽는 것이 목적지임을 말릴 수가 없다. 주변에는 다이어트 제품이 쏟아지고 날씬하지 않으면 게으르고 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은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오고 여성을 미모와 몸매로 평가는 남자들의 시선 속에 여성들도 스스로를 그런 대세에 올라타는 선택을 한다. 건강해지려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병을 고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들이 거식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되니 그 또한 마음이 아팠다. 무언가에 대한 결핍을 음식을 거부하는 자신의 몸으로 대치하며 목숨을 담보로 벌이는 사투를 지켜보며 건강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다 쉬운 일이 아님을 생각해 보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남성들 또한 정상적이지 못하다. 아버지는 자신이 가진 성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해 불행한 삶을 선택하며 아버지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녀들과 얽히는 남성들도 그녀들에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남성들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여성들이 받는 고통에 비해서 그들은 어느 정도 사회에 용인되어 살아간다. 이런 상황이니 그녀들이 처한 상황이 오로지 그녀들의 잘못된 선택이라 할 수 없다.작가의 탁월한 심리 묘사를 통해 나는 로즈를 그리고 거식증을 앓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병만을 보는 것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처절한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나의 기쁨을 통제할 수 있다.”라는 구절이 간간이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부정적인 느낌에서 출발해 마지막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이 구절은 긍정적인 메시지로 변화되었다. 읽는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건강한 삶에 한 발자국씩 내딛는 로즈의 모습에서 그리고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인 여성들과의 유대를 보며 그녀들이 모두 건강한 미래를 살아가길 염원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 와. 너 이뻐졌다. 정말 달라졌다. 다이어트했어? 얼마나 뺐어? 성공했네.... " " 얼굴 좋아 보인다. 요즘 살쪘어? 스트레스 많이 받는구나. 살은 한 번 찌면 잘 안 빠지는데...."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극단적인 폭식증과 거식증에 걸려 있는 쌍둥이 자매 이야기를 보면서 ‘왜 이렇게까지 스스로 망치는 길을 택했을까’라고 그들만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었다.
나는 신체가 기능을 완전히 멈출 정도로 마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말라서 진짜 세상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나는 죽어가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생존하는 중이다. 나의 연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나는 로즈다 『마른 여자들』/ 다이애나 클라크/ 창비 19 p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일어나는 일들 : 자신의 몸을 의식한다. 모든 사람을 의식한다. 모든 사람의 몸을 의식한다. 모든 사람은 몸이 있고 어디를 가든 자신의 몸을 데리고 다닌다. 뚱뚱한 몸들을 의식하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떠올리고. 마른 몸들을 의식하며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린다
『마른 여자들』책은 617p의 장편소설이다. 단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거식증으로 치료를 위하여 요양원에 들어온 로즈가 바라본 시선으로, 쌍둥이 언니 릴리와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더 나아가 미래를 표현한다.
장애, 상처, 치유, 생존, 강박, 회복 그리고 사랑!
600장의 책 속에선 다양한 인생을 바라보는 단어를 던져준다. 꽤 두꺼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문장들이지만, 생각은 한 장 한 장 마다, 문장 한 줄 한 줄마다 곱씹게 한다.
내가 배운 것 : 사랑한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걱정하는 것이다.
최근 sns 영상 , 사진을 보면 마치 막대기 같은 여성과 남성들의 패션 스타일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이들은 순간적으로 나의 눈과 뇌를 현혹시키고, 특별한 개념 없이 365일 다이어트를 다짐하도록 만들어버린다. 책을 보며 질문한다.
과연 나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다이어트를 다짐하고 있는가
|
|
[마른 여자들]이란 제목에서 먼저 떠오르는 건 프랑스에서 수시로 열리는 패션쇼에 나오는 모델들이었다. 거식증에 시달리다 목숨까지 잃고 말았던 한 모델에 대한 안타까웠던 사연이 먼저 생각났던 것은 아무래도 그 사건이 내게는 큰 충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도서의 내용 또한 거식증[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될 만큼 충격적인 내용은 담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자들은 외모에 관한스트레스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먹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은 자신의 건강을 타락시킨다는 개념의 가치를 상실하게 만든다. 그 개념은 뇌가 갖는 인지 기능을 상실 시킴으로써 음식물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갖게 한다. 먹고자 하는 욕구에 비해 이미 섭취한 음식물을 토하게 하는 거식증 증상. 또한 이 도서는 여자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발생하는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에 대해서도 평가적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요즘 세계적으로 나오는 도서를 보면 대체적으로 동성연애자들의 대한 이야기를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세계의 흐름과 문화가 점점 변화되어 가고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프로이드가 논했던 리비도는 태어나고 엄마의 젖을 먹으면서부터 발생하는 충족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발동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릴리와 로즈는 쌍둥이 자매로 부모의 손길보다 서로 의지하며 성장하게 된다.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언니 릴리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한 로즈는 제미마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섭식장애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로즈는 릴리와 달리 동성애의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로즈가 음식을 점점 거부하는 동안 릴리는 그 반대로 과식하고 폭식을 하며 정 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점점 살이 빠져 가는 동생과 점점 체중이 늘어가는 언니. 이 이야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섭식장애와 폭식을 하는 자매의 이야기인 듯하나 심리적으로 들어가 보면 이 두 자매에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아픔들이 내재 되어 있었다.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섭식장애로 풀어내는 동생과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에 강간을 당해 그 충격를 먹는 걸로 풀어 냈던 언니에 대한 상처는 우리가 보지 못한 내면의 무거움을 느끼게 해 준다. 그뿐만 아니라 섭식장애를 불러 일으키는 과한 다이어트에 관한 상업적 목적을 갖고 있는 일부 식품회사에 경종을 울리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도서는 어느 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를 다룬 것이 아니라 최빈국(LDCs)을 제외한 국가에 만연되고 있는 건강을 헤치는 다이어트에 대한 심각성을 다루고 있는 도서이다. 읽으면서도 제목에서 비치는 [마른 여자들]이란 타이틀에 숨은 의미를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 단순히 제목에서 보여지는 호기심에 이 도서를 택한 것이 오히려 많은 생각을 갖게 하고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알게 한다. 지상 외모주의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산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세계적인 세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
|
처음 책을 받고는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살짝 놀랐다. 잘 읽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첫장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량에서 멈칫했던 것이 미안할 정도로 소설의 내용은 쉽게 나를 다시 현실로 돌려놓지 못했다. 각 이야기의 구성과 인물 간의 관계가 너무나 잘 짜여져 있어 읽는 내내 흐름을 쫓아가기만 하면 되는 소설이었다. 특히나 두 주인공인 릴리와 로즈의 삶이 그대로 나의 삶과 겹쳐지면서 쉽게 어느 누구에게 치우칠 수 없이 둘 다에게 애정과 동정이 함께 자리하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은 일란성 쌍둥이인 두 인물 중 로즈의 관점으로 전개가 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로즈의 삶을 그대로 따라가며 로즈에게 모든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하지만, 역시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봐야 아는 거라고, 후반부로 가면서 릴리의 마음과 삶이 얼마나 춥고 삭막했을지가 느껴지면서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제목은 마른 여자들이지만, 뚱뚱한 여자들을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소름이 돋으며 소설에 한층 더 빠져들게 했다(사실은 마르고 뚱뚱한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삶에서 상처를 받은, 그래서 그 상처는 보듬어 줄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고 있었을 뿐). 이 소설을 한 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옮긴이의 말에서도 나오듯,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이 소설은 '여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한 가지의 사건이나 문제로서만 소설을 설명하고 이야기할 수 없다. 특히나 그들의 '삶'을, '생명과 목숨'을 전제로 하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무언가로 정의내리거나 답을 찾으려할 수도 없다. 다만, 한 가지 이 소설에서 빠트리지 말고 집중해야 할 것은, 그들 모두가 자신의 삶에 대해 얼마나 가치있고 소중한 것인지를 본인 스스로 찾아나가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통과 슬픔을 감당하고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금 새롭게 자신을 찾아나갈 수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시설에 처음 왔을 때 그룹 리더는 나의 문제점과 그것에 맞서기 위한 마음의 주문이 적힌 종이를 건네주었다. 1. 통제력: 당신은 당신 자신의 기쁨만 통제할 수 있습니다. 2. 의존성: 당신은 당신 자신입니다. 3. 자포자기: 당신은 영원히 당신 소유입니다. 4. 감정 조작: 당신은 당신 자신의 인생에만 책임이 있습니다. 5. 자기파괴: 당신만의 평화를 지키세요. 당신 자신 당신 자신 당신 자신 당신 자신. 그게 무슨 뜻일까? 나 자신? 나는 결코 나 자신인 적이 없다.(97쪽) 로즈는 마음의 주문을 끊임없이 말하면서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스스로 만든 굴레에서 다시 나오기 위한 시간을 들이는 동안, 그 반대편의 릴리는 자신만의 삶을 오롯이 살아내기 위한 시간을 살아내고 있었다. 로즈가 그러했듯이, 릴리 역시 자신을 찾기 위한 과정을 아프게 겪고 있었다. 그리고 이 두 쌍둥이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픔을 겪고 이겨내어 다시 하나가 된다. 두 인물뿐 아니라 그 주변의 다른 여자들도 각자 자기 자신이 되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밈이 라라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끊는다. 그리고 말한다. "됐어요." "됐어요." 라라가 말한다. "됐어." 그레이스가 말한다. "됐어?" 릴리가 나에게 묻는다. "됐어."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615-6쪽) 서로의 감정을 맛으로 느낄 줄 알았던 릴리와 로즈, 아프고도 힘들게 성장기를 지내고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더 아파야 할 일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됐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감정을 맛으로 확인할 줄 아는 그들에게는 이제 지금까지의 불안했던 시간들은 이제 '됐다'. 소설을 읽는 내내 웃고, 울고, 놀라고, 순간 숨이 멎는 경험을 했다. 이런 다양한 감정을 하나의 소설에서 경험하기는 오랜만이었다. 그러면서 내내 마음을 졸이며 읽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이 소설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내 머릿속을 채우게 만든 소설이다. 꼭 한 번은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직도 이 소설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이 남아있다. 끝없는 이야기를 만들고 또 만들어내는 소설이 바로 '마른 여자들'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
'마른 여자들'이라는 장편소설을 읽었습니다. 작가의 데뷔작이라는데, 심리 묘사가 아주 세부적이어서 놀랐습니다. 거식증을 앓은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너무나 디테일하게 묘사되어서 작가 본인의 경험이 녹아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 책은 위에 쓴 대로 '거식증'에 걸린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책 제목인 '마른 여자들'도 말 그대로 막대기처럼 마른 여자들을 의미합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작가가 thin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에 보기 좋게 마른 몸을 가리킬 때는 slender을 써야 한다고 배운 기억이 나네요..
어쨌든, 소설을 읽으며 또 인상적이었던 점은 문장도 대부분 짤막짤막하고, 문단 단위로 끊어진 글 중간 중간에 현재와 과거, 혹은 뭔가 시사점이 있는 동물 행동학 내용이라든가, 역사적 사실 등이 나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동물행동학' 책을 읽는 것으로 나와 있고, 당시 주인공의 상황이나 심리와 관련이 있는 동물들의 행동을 적절하게 인용합니다. (예를 들면, 앞에 주인공의 에피소드를 쓰다가 문단을 바꿔서 '뻐꾸기는 나쁜 어미다~' 라고 하며 동물의 행동을 써 나가는 식입니다.) 이게 전혀 뜬금없이 나온다면 독서 흐름을 방해할 만한 내용이겠지만, 다 관련이 있고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적절한 사실들을 딱딱 발견해 냈을까' 하고 감탄하며 보게 됩니다.
소설의 주인공 '로즈'는 쌍둥이 동생으로, 언니인 '릴리'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그러나 학창 시절 여왕 노릇을 하던 한 아이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그 아이가 원하는 대로 다이어트를 시작한 로즈는 그 길로 거식증을 앓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언니 릴리는 동생과는 정 반대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폭식을 합니다.
주인공이 과거 회상을 하는 문단 첫머리에는 날짜와 둘의 몸무게가 적혀 있는데, 처음엔 둘의 몸무게가 항상 같지만 어느 순간부터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릴리는 100키로가 넘고 로즈는 30키로도 안될 정도로 차이가 벌어집니다.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며 다이어트를 시도한 릴리를 보고, 로즈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쌍둥이 자매는 항상 자신보다도 상대를 더 걱정합니다. 로즈는 거식증 환자이며, 릴리는 학대와 사랑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애정결핍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로즈는 동성애자이나 릴리는 이성애자입니다. 책 중간에도 나오지만, 보통 쌍둥이의 성적 지향은 동일하기 때문에 이 쌍둥이는 매우 흥미로운 케이스라고 합니다.
이렇게 쌍둥이이면서도 릴리와 로즈는 '겉모습만 같고(그마저도 나중에는 극과 극이 되지만) 성격도 전혀 다른' 자매입니다. 보통 제가 읽은 소설에 등장하는 쌍둥이는 겉모습이 거의 끝까지 동일했기 때문에, 겉모습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이 쌍둥이 설정이 신선했던 것 같습니다.
가끔 '프로아나'라는 말이 뉴스에 나오면, 미국 드라마에나 나오는 용어 아닌가 하고 지나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우리나라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프로아나가 점점 흔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제 아이는 아직 어리지만, 나중에 아이도 그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또래 집단의 영향을 받기 쉬운 청소년들이(이 책의 주인공도 친구의 영향으로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했듯이) 프로아나의 세계로 더욱 깊이 접어들기 전에, 거식증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구절 몇 가지를 인용합니다.
이 부분은 주인공 로즈를 회복 시설로 보내겠다는 가족들의 결정에 로즈가 반발하면서 하는 생각입니다. 여기서 '그 여자'는 물론 거식증이죠.
거식증을 동물 행동에 비유한 구절도 있어서 인용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거식증이 그렇게 심각한 심리적 질병인 줄 몰랐습니다. 제가 너무 무지했다는 걸 이 소설 곳곳의 심리 묘사를 보고 알게 되었네요..
이 부분은 회복 시설에 들어간 로즈가 시설에서의 생활을 인생 전체에 비유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시설에서의 생활이 매우 단조롭고, 시설에 아주 오래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보여주네요.
로즈네 가족들 이야기입니다. 굶는 사람들은 로즈와 엄마, 먹는 사람은 릴리, 술 마시는 사람은 아빠. 각종 섭식장애를 치유하는 데에는 가족들의 관심과 의지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히 '프로아나'와 '거식증' 만으로 요약될 수는 없는 소설입니다. 옮긴이의 말 첫 구절에 나오듯이, 원서는 "몸의 이미지, 퀴어, 유해한 다이어트 문화, 그리고 자매애, 사랑, 우정의 힘을 탐구하는 어둡고도 예리한 소설"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 문장도 이 소설을 제대로 다 표현해내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줄거리도 줄거리이지만, 탁월한 심리묘사와 중간 중간 등장하는 토막지식 같은 문단들이 이 소설의 매력을 더해줍니다. (이런 부분은 책을 직접 읽는 독자들만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마른 여자들'은 재미는 물론, 제가 모르던 사실도 많이 알게 해 준 소설이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퀴어, 거식증을 말하는 프로아나. 여성.
이 책을 줄거리를 구성하는 단어지만, 묘하게 저 단어로만 떨어지는 소설은 아니다. 제목에 끌려서 보기 시작했다. "마른 여자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마른 여자를 동경한다. 나는 가질 수 없기에. 그렇지만 TV에 나오는 여성들은, 누군가에게 아름답다 말을 듣는 사람들은 마른 여자들이니까. 그런 여자들을 만들어낸 것은 누구일까?
주인공 로즈와 릴리는 일란성 쌍둥이다. 언니 릴리의 그림자를 자처하는 동생 로즈는 언니와 모든 것을 함께한다. 언니는 늘 인기가 많고 밝은 사람인 반면 동생 로즈는 언제나 언니의 뒤에 서있다. 그런 언니 릴리가 학교에서 인기그룹인 제미마의 눈에 들게 되고, 로즈는 언제나 그렇듯 언니와 비교당한다. 그러다 제미마의 제안으로 시작된 사과다이어트. 그 시발점으로 외모는 물론 몸무게 까지 같았던 릴리와 로즈는 사과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릴리와, 사과다이어트로 살이 빠지기 시작하는 릴리. 점차 다른 길을 간다. 몸에서 살이 빠짐으로써 릴리의 동생이 아닌 로즈 그 자첼 봐주는 제미마. 나로 인정받는 것을 처음 느껴보는 로즈는 더 더 굶기시작하고,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릴리는 괴로움을 음식으로 보상받는다. 로즈는 극단적 거식증 환자, 릴리는 폭식과 비정상적인 이성관계로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녀의 부모는 그들의 문제로 그녀들을 전혀 돌보지 않았고, 제미마는 로즈와 다른 친구들과 프로아나 조직을 결성 그녀들 스스로를 죽음의 직전까지 몰고 간다. 그녀들은 20살도 되지 않은 나이였다.
책은 로즈와 릴리의 하루 보고서(?)같은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고간다. 그 안에는 자신을 통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점차 죽어가는 이들도, 스스로도 타인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이들, 그래서 그 극단적 선택을 알고 있으면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책은 스스로 몸을 깍아나가면서 스스로 세상에서 몸을 지워가면서 만족을 얻는 사람이라 말한다. "마른 여자들"이라는 의미는 지금 우리가 동경하는 모습이면서도, 스스로를 세상에서 아예 지워버림으로써 만족을 얻는 모순적 의미를 보여주는 제목이였음을 알 수 있었다. 불안을 기반으로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고 있다는 믿음. 그래서 이것이 옳다는 신념.
로라와 필은 그런 미디어를 기반으로 건강이라는 명목하에 건강에 좋지 않은 그렇지만 0칼로리인 다이어트바로 돈을 벌었고, 로즈의 마른 몸을 건강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릴리의 몸은 아름답지 않으니 다이어트바를 권하는 인물이다.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그들의 자식에게도 그 음식을 먹이는.
인생에서 다이어트를 한번도 안해본적이 없다고, 웃으면서 말하지만, 우리는 왜 몸에 대해 강박을 갖고 살아야 하는것일까?! 이제와서 마른 몸은 건강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모든 미디어는 그토록 사람의 몸에 강박적으로 살이 찌는 것을 두려운 것 마냥 마른 사람들이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일까. 책은 이런 현대의 병든모습을 가감없이 소설속 이야기로 풀고 있지만, 이것이 소설 속 허구가 아니라 현실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두려움과 욕망이 계속해서 섞이는 느낌이였다. 모든 병은 스스로의 노력이 없다면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스스로 더이상 숨지 않고, 건강해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은 결국 다시 사람으로 귀결된다. 사람들로 인해 숨었고, 사람들로 인해 나오는 세상이라. 하지만 그녀들은 결코 그 상황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중독이란 평생을 참아내야 하기에 말이다. 책을 읽으며, 내내 얼마전 읽었던 캐럴라인냅의 에세이가 생각났다. 그녀가 그 지옥을 어떻게 버텨냈는지를.
누구의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기가 언제부터 이토록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걸까.
"모든 기사의 하단에 적힌 말 : 섭식장애가 있는 분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면, www. eatingdisorderhelp.com을 방문하세요. 기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말 : 여성의 몸에 대한 언급을 중단하라" p.545
|
|
어릴 때 부터 똑닮아온 일란성 쌍둥이 릴리와 로즈. 이들은 고등학생 때 사춘기를 겪으며 서로 다른 길을 걷게된다. 칼로리를 중요시하며 식습관을 감시하던 엄마. 그리고 반에서 형성된 ‘인기 있는 아이는 말라야한다’는 분위기의 속에서 로즈는 다이어트를 하게 된다. 그녀는 언니 릴리와 달리 마른 모습으로 엄마에게 칭찬을 듣고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던 로즈는 점점 거식증의 길에 접어들게 되고, 반면에 릴리는 동생이 남긴 음식을 먹으며 점점 폭식증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여자 등장인물들이 안쓰러웠다. 마른 여자들뿐만 아니라 폭식증 릴리도 마찬가지다. 남자친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이 망가지는 걸 주저하지 않은 릴리. 그러나 남자친구에게 학대를 당하면서도 릴리 본인은 자신이 행복하다며 남자를 포기하지 못한다. 로즈도 남자친구를 사귀어 보려고 노력하는데, 그에게 성적으로 만족을 시켜준다는 생각에 ‘여자된 느낌’을 느꼈다. 이 대목에서 너무 화가 났다. 어떤 틀에 갇혀서 그 틀에 요구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게. 그리고 여자친구를 수단으로만 간주하는 남자 등장인물들에게도 너무 화가 났다. 심지어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던 로즈는 딱히 연애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냥 남들처럼 ‘정상’으로 보이고 싶어서, 그 ‘정상’의 범주에 들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어떤게 정상이고 어떤게 비정상적이라고 규정짓는 이 편협한 고정관념이 사회 주류의 관념이라는 것도 너무 안타까운 사실인 것 같다. 단순히 섭식장애를 다룬 책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젠더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게 만든 책이다. 또, 소설적인 면에서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어릴 때의 이야기와 중심 스토리가 번갈아 나오고 복선이 드러나는데, 아주 잘 짜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나쁜 페미니스트’와 ‘헝거’로 유명한 ‘룩산 게이’가 학과장으로 있는 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작가에게 이 책이 첫번째 소설이라고 하는데 정말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생각해봐야할 문제도 담겨있고, 소설 구성이 잘 짜여 있는데 이 두 가지를 이렇게나 잘 갖춘 소설은 흔치 않은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
언젠가 극단적일 정도로 음식물 섭취를 제한했던 한 모델의 안타까운 소식을 뉴스기사로 접했던 기억이 있다. 비쩍 마른 몸에 대한 동경과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을 당연시하며 날씬한 몸매를 취향의 기준이 아닌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이 기이한 사회에서 섭식장애를 비단 한 사람만의 비극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은 ‘Thin girls’라는 제목에서 예상되는 것처럼 섭식장애를 앓는 여성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지 않다. 내가 느끼기에,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다. 주인공들을 변화하게 하고 변화를 거부하게 하였으며 위기를 극복하게 한 것은 모두 ‘사랑’이거나 사랑에 대한 갈망이었다. 사랑이 없는 곳에서는 진정한 변화도 없다. ?? “그래, 음, 너도 여자가 되는 거야.” 아침 식탁에서 릴리가 소식을 전하자 엄마가 했던 말이다. “먹는 걸 조심하렴. 사춘기는 몸무게가 늘기 시작하는 시기야.” 릴리는 눈물을 흘렸다. “나는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 (p.187) ?? 우린 그냥 오랜 세월 진실처럼 느껴진 생각에 둘러싸여 살았을 뿐이었어. 사실처럼 받아들이면서.” (p.278) ?? 사랑한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걱정하는 것이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나를 걱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p.614) 전체 625페이지로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가독성 있게 잘 읽힌다. 그런데 왜 항상 이런 책은 정작 읽어야할 사람이 읽지 않는 것일까? 미스터리다. 창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토마토를 써는 기계식 칼에 엄지손가락을 베인 적이 있다.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해서 피가 철철 나는 손가락을 휴지로 감싸고, 몇 차례 휴지와 데일밴드를 바꿔가며 할당량의 근무를 마무리했다.깊게 베인 자리는 2주 정도가 지나자 완전히 아물었다,고 생각했다. 다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는데, 베인 살은 붙었는데도 그 자리는 콕콕 쑤시고 안에 물이 들어찬 것처럼 말랑했다. 병원에서 붙은 살을 다시 째고 치료했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참 미련하다는 말도 들었다ㅋㅋ 상처가 제대로 아물지 않으면 또 다른 상처가 난다. 대개 더 깊고 아프게 난다.
물론, 『마른 여자들』 속 로즈와 릴리는 내 손가락의 상처보다 훨씬,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안고 있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에는 이렇게 직관적인 제목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정말 말 그대로, '마른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 도서 소개글 중 "느리지만 용감하게 치유를 위해 나아가는 감동적 여정" 이 대목을 보자마자 인상깊게 읽었던 『유원』이라는 소설이 떠올라서 서평단을 신청했는데, 이 책도 『유원』의 주인공과 비슷한 결의 느낌일까 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생각 외로 더 무거운 소재들을 많이 다루기도 하고, 책도 두꺼워서 조금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빨리 읽었다. 작중 쌍둥이 자매인 로즈와 릴리는 '같지만 다른'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준다. 꾸준히 서로를 닮아 왔던 이 자매가, 무슨 이유로 거식증과 폭식증에 고통받게 된 걸까? 다이어트가 떠오르지만 단순히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생존을 위해 마른 몸을 선택했던 로즈는 역설적이게도 생존하기 위해 마른 몸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야 했다. 폭식증에 시달리는 릴리에게도 역시, 먹는다는 건 생존의 문제였다. 마른 몸에 대한, 그리고 음식에 대한 집착은 상처와 아픔에 의해 발생한 또다른 상처였다. 나 역시 맛있고 살 찌는 음식을 먹을 때 습관적으로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을 한다. 여자들은 매일 다이어트 중이라는 말도 있다. 나는 마르지 않았지만 뚱뚱하지도 않다. 사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중 나 같은 이들이 많다. 그래, 난 정상 체중이야 라고 생각하며 그냥 행복하게 맛있는 걸 먹으려고도 하지만, 길거리와 미디어에는, 44사이즈에 대한 욕망에 불을 붙이는 이른바 슬렌더들이 넘쳐난다. 『마른 여자들』은 소설임이 분명하지만, 작중 로즈와 릴리의 이야기가 픽션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낳는다. 그래서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무서운 것이다. 다양한 소재가 담겨있는 만큼 생각할 거리도 넘쳐나는 책이다. 무거운 느낌의 책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과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만 이렇게 한 글에 모든 걸 쏟아내기보다는 누군가가 직접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내 얼굴, 몸매를 비롯해 얼마나 많은 신체부위를 조각내 평가당하고 평가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나를 옥죄는지를 너무나도 잘 묘사한 책이기에 읽는 내내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고 정서적으로 동질감을 느꼈다. 당장 집 밖을 나가 서울의 번화가만 가더라도 지하철 역사 안에는 성형과 다이어트 광고를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조차 유명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법을 공유하며 어떤 것이 더 효과가 있는지 어떤 것이 더 빠른 시간 내에 살을 뺄 수 있는지 열띤 토론을 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 다이어트법의 당사자는 그 당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말하며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데도 말이다. 학교에서 어떤 특정한 사회적 현상이나 사건이 발생할 때 그 원인이나 이유를 딱 한 가지로만 규정할 수 없다고 배웠다.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친 사람이 알고 보니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 극심한 가난의 배경에는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는 등 많은 다른 사연들도 함께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외모에 대한 부러움, 갈망, 선망에는 다양한 이유와 다양한 사연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삶도 너무나 가지각색의 고통을 수반한다. 루키즘과 외모 지상주의를 둘러싸고 비단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이들을이 보다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그 노력이 모여 한 개인의 건강한 사고나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해진 것이 될 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