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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중 시크릿 도서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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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1930년대 초반부터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기 전에 베를린을 배경으로 장대한 작품을 기획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원래 구상했던 작품들을 완성하지 못하고 남은 일부분의 이야기가 베를린 이야기 시리즈라고 한다.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가 베를린 이야기의 1권에 해당된다면 <베를린이여 안녕>은 바로 2권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사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세기말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던 바이마르 공화국의 말기부터 나찌 정권의 수립 직전을 배경으로 발자크풍의 작품을 기획하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을 통하여 그들의 각각의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 인간사의 모든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발자크를 떠올려 본다면 그러한 시도가 전편인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보다는 <베를린이여 안녕>에서 드러나는 듯 하다. 실제 이 작품에서는 6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으며, 각 에피소드별로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하면서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나는 카메라다. 셔터를 열어놓고, 생각하지 않으며, 수동적으로, 기록만 하는, 건너편 창에서 면도하는 사내, 키모노를 입고 머리를 감고 있는 여인을 기록한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을 현상하고 조심스럽게 인화하여 고정시켜둘 날이 있을 것이다. - p. 12 : [베를린 일기:1930년 가을] - <베를린이여 안녕>에 첫 작품으로 등장하는 [베를린 일기:1930년 가을]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이 글은 아마도 저자의 집필 의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 저자는 분명 작품 속에서 본명인 크리스토퍼 또는 이시부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편에서도 작가의 개입을 어느 정도 자제하였지만, 자신의 동성애적인 취향을 노리스의 계획과 연관짓게 되는 상황이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작품 속에서 자신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2편인 <베를린이여 안녕>에서는 철저한 관찰자의 모습으로 자신을 묘사하고 있다. 심지어 2편의 본인의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작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편에 비하여 자신을 철저히 감추고 있는 것이다. 그저 카메라처럼 보이는 내용을 기록하는 존재로서 말이다. 이러한 저자의 의도는 아마도 1편에 비하여 다양한 인물들이 이 작품에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터는 저자의 동성애적인 취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노바크가 사람들은 당시 독일의 하층민의 비참한 삶을 보여주기 위하여, 그리고, 란다우어가 사람들은 거꾸로 유대인 출신의 상류층의 모습을 대변하는 존재로 등장시키고 있다. 이 밖에도 슈뢰더 부인과 코스트 양, 마이어 양, 보비와 같이 크리스토퍼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인물들도 다수 등장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크리스토퍼가 발자크의 이야기 방식을 자신의 방식으로 변형시켜 도입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러한 인물에 대한 묘사를 통하여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대변하듯이 이 작품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온전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작가인 크리스토퍼 역시 베를린의 상류층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빠듯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철저한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기에 그에 대한 감흥은 그다지 생기지 않는다. 오로지 그의 눈에 비춰진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될 뿐이다. 영국 출신인 피터를 통하여 당시 사회적 금기인 동성애가 바이마르 공화국에서는 허용되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매춘과 절도를 통하여 가난에 허덕이는 모습을 오토와 코스트 양을 통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비록 란다우어가의 이야기가 상류층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그들이 유대인 출신이었기에 결국 나찌 정권의 등장과 함께 몰락하게되는 비참한 상황을 동시에 보게 된다. "당신들은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거예요."(중략) "실례지만," 한 청년이 반박한다. "그건 틀렸어요. 지도자께서는 전쟁을 원하지 않아요. 우리의 프로그램은 명예로운 평화를 위한 거예요. 그래도 ......"그는 얼굴이 환해지며 동경하듯 덧붙인다. "전쟁도 괜찮으 거예요! 고대 그리스인들을 생각해봐요!" "고대 그리스인들은," 내가 반박한다. "독가스를 쓰지는 않았죠." 청년들은 이런 사소한 트집을 비웃는다. 그들 중 하나가 고자세로 대답한다. "그거야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죠." - p. 149 : [뤼겐 섬에서:1931년 여름] - 뤼겐 섬이라는 휴양지에서 평범한 독일 청년과의 대화는 곧 벌어질 2차 세계대전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독가스 사용을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죠'라고 답변한 부분은 전쟁 중 벌어지는 유대인 학살에 대한 암시가 아닐까 생각된다.(실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장에서는 독가스가 사용되지 않았다.) 이처럼 인물의 묘사와 행동, 그리고, 위와 같이 짧은 대화를 통하여 우리는 당시 베를린의 상황을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또한 [쌜리 볼스]편에 등장하는 그녀의 모습은 좀더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세기말적인 분위기의 베를린에서 영국 출신의 여배우로 등장하는 쌜리 볼스는 가난한 피아니스트와 사랑에 빠졌다가도 부유한 남자와의 정사를 통하여 한 몫을 잡으려고 하거나, 심지어 주인공인 크리스토퍼에게도 다가오는 인물이다. 그런데, 오히려 쌜리 볼스는 다른 등장인물에 비하여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면서 살아간다. 가장 온전치 못한 것처럼 보여지는 쌜리 볼스가 오히려 당시의 사회에 제대로 적응을 한다는 자체가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영국에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인 탄압을 피하여 베를린으로 떠난 크리스토퍼. 그러나, 나찌 정권 수립을 눈앞에 둔 시기에 동성애에 대해서도 관대한 모습을 보여주던 바이마르 공화국의 몰락은 크리스토퍼에게 어쩌면 충격적인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모두 퀴어죠." 프리츠는 엄숙하게 느릿느릿, 애처로운 어조로 말했다. (중략) "이봐요, 당신도 퀴어예요?" 작은 미국인이 갑자기 내게로 돌아서며 물었다. "네." 내가 말했다. "정말 너무나 퀴어죠." - p. 249 : [베를린 일기:1932~33년 겨울] - 마지막 작품에 실려 있는 이들의 대화에 등장하는 '퀴어'는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를 대표하는 단어이면서 동시에 이 작품에서는 모두가 '퀴어'라고 말하면서 당시의 모든 것들이 이상한 상황임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2권의 베를린 이야기 시리즈를 통하여 나는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를 만나게 되었다. 영미문학의 한 장르를 그를 통하여 접할 수 있었으며, 또한 그의 작품을 통하여 1930년대 초반의 혼란스러운 베를린의 모습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수확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작가와 작품들을 통하여 다시금 독서에 대한 이유를 되새겨볼 수 있었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