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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로또가 도입되었을 때, 회사에서 동료들끼리 모여 앉아 6개의 번호를 찍으면서 ‘만약 당첨이 된다면 뭘 할까’로 이야기꽃을 피운 적이 있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사람, 회사는 취미삼아 다니겠다는 사람, 회사의 주식을 매집하겠다는 사람 등, 각자 평소에 자신이 꿈꾸던 것 반, 농담 반을 섞어 회사를 다니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한때나마 풀었지 싶다. 다들 그것이 한 낮의 꿈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의 고단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대박을 꿈꾸었던 적이 있다. 소소하게 하고 있던 주식투자로 어느 정도 수익을 보자 욕심이 슬며시 찾아왔다. 거기에 부채질을 한 건 밥벌이에 대한 지겨움과 아이들이 커가면서 들어가는 돈이 많아지자 문득문득 들기 시작한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투자금액을 늘리고 이른바 작전주에 눈길을 주었다. 주식이 오르면서 탐욕은 그때까지 지켜오던 나만의 투자원칙마저 무너뜨렸다. 오르던 주식이 떨어지자 고점에서의 평가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결국 원치 않은 장기투자의 길로 들어섰고 결국은 대박이 아닌 쪽박의 신세로 이어졌다. 빚을 내어 투자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후회와 아쉬움이 교차한다.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를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공감이 갔다. 은상과 지송과 다해는 각기 다른 경력과 사정을 안고 비슷한 시기에 마론제과에 입사했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첫날부터 우리는 우리가 같은 부류라는 걸 직감으로 알았고, 그 느낌을 바탕으로 한 호감으로 자주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완전히 확신’(105쪽)했다. 다들 비공채로 채용되었다는 점과 내세울 것이 아무것도 없는 흙수저라는 사실을. 그녀들은 그렇게 해서 동료이자 친구가 되었다.
은상은 돈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늘 레버리지를 생각했다. 사무실에서 일상용품을 파는 ‘강은상회’를 운영하다 인사팀이 알게 되는 바람에 그만두기도 했고, 주식투자는 물론 친구들과 오피스텔을 매입하여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더리움이란 가상화폐에 투자하여 수익을 많이 보고 있던 그녀는 다해와 지송에게 함께 투자할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지송은 한마디로 싫다고 했고, 다해는 호기심이 있지만 알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해는 살고 있는 원룸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원룸을 얻고자 했지만 집세가 비쌌다. ‘매일매일 모래알처럼 작고 약한 걸 그러모아 알알이 쌓아올리고 있었지만 그걸 쌓고 쌓아서 어딘가에 도달하리라는 기대도 희망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 행위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으러 그런 동작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태껏 쌓은 건 지나가는 누군가의 콧김 같은 것에도 쉽게 부스러져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구태여 직시하지 않을 뿐 이미 잘 알고 있었다.’(95쪽) 은상이 보여준 이더리움의 투자곡선을 보고서 자신이 원한 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음을 깨달은 다해는 적금을 깨고,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고, 대출을 받아 이더리움 투자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더리움으로 수익이 나기 시작하자 늦게 투자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지금도 수익을 많이 낸 편이었지만 여태까지 번 돈에 대해서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돈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더 많이 벌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었다.’(112쪽) 이더리움이 기세를 올리면서 평가익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퇴사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스멀스멀 기어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설로 존버와 엑싯의 기로에 서게 되자 고민에 빠진다. 여기서 손절한다 해도 번 돈이 ‘연봉보다 훨씬 큰 돈이었지만, 원금의 거의 1.5배 가까이를 일하지 않고 번 것이었지만, 지난 반년 간 꿈꿔온 일확천금의 꿈이 여기서, 고작 여기에서 끝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고 싶지 않았다. 분했다. 억울했다. 동시에 그런 감정이 드는 나 자신에게 어쩌면 이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247쪽)
지송은 ‘우리 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묘하게 박탈감이 느껴져서 불쾌하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큰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를 매일 같이 가까이서 듣다 보니 자신은 그냥 평소와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뭔가를 크게 잃은 기분이 든다는 거였다.’(119쪽) 그래서 ‘언니들이 가상으로 얼마를 굴렸건 벌었건, 가상지갑에 얼마가 있건 말건, 여하 간에 관심이 전혀 없고 앞으로도 알고 싶지 않으니 자기 앞에서는 이제 그런 유의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118쪽) 휴가를 내고 함께 놀러 간 제주도에서 지내는 동안 이더리움은 미친 듯이 치솟는다. 은상과 다해의 비밀스러운 눈짓과 메시지에 기분이 상한 지송은 카페를 뛰쳐나가 돌탑을 걷어차다 발목 봉합수술을 받게 된다. 은상과 다해의 설득에 지송이 투자에 합류한다. 지송은 예금통장을 털고, 월세를 올리는 대신 원룸보증금을 빼내어 이더리움에 투자를 시작했지만, 그때부터 자고나면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는 굴하지 않고 내려가는 족족 월급을 헐어 소액으로 추가매수를 이어간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대박을 꿈꾸며 가상화폐 이더리움에 투자한 이들 3인방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최근 현실에서도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주식투자와 롤러코스트를 타는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로 많은 말들이 오간다. 주식투자든 가상화폐투자든 그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청년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그것에 올인하면서 투자는 자못 투기의 성격마저 띠고 있다. ‘영끌’이라는 말이 유행을 하면서 그 의미를 알지 못하다가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씁쓸해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왜 모두가 어쩌면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일확천금을 꿈꾸게 되었을까? 그것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우리 사회가 처한 독특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어느 경우라도 월급만으로 살아가기에는 현실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나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그러했듯, 다해가 단지 욕실과 방 사이, 현관과 방 사이에 턱이 있는 원룸을 원하는 것이 욕심이었을까? 자신의 처지를 알면서도 이더리움 투자를 권유하는 은상에게 ‘이 언니는 큰 일 날 언니’라고 했던 지송이 왜 이더리움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을까? 작가는 이들을 통해 자신이 속한 사다리의 바로 윗칸에 한 발을 올려놓는 것 자체도 거의 불가능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어쩌면 작가 역시도 주식이든 가상화폐든 투자경험이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물론 작품을 쓰기 위해 많은 조사와 공부가 있었겠지만 시세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혹은 괜히 했다는 후회, 한없이 커져가는 탐욕 등 투자를 하면서 겪게 되는 마음의 갈등을 너무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어서다. 은상과 다해 그리고 지송의 꿈을 읽어가면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To the Moon’을 외치며 그녀들을 응원한다. 한 방이 아니라 학교 다닐 때 배운 대로 성실하고 근면하게 살아간다면 인생역전이 가능한 사회는 이제 다시 오지 않는 것일까? 마치 내가 투자하는 양 가슴 졸이며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은 아마 그런 세상이 다시 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장류진 작가는 [일의 기쁨과 슬픔]이란 소설집으로 처음 만난 작가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올 지, 또 마음속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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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우리는 꿈을 꾸면서 산다. 그런데 그 꿈이 보통은 실제 생활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가령 유명한 스포츠 스타를 보면 내가 그 경기를 아주 좋은 경기력을 가지고 하는 꿈을 꾼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우리가 스포츠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도 그 하나이리라 생각해 본다.
줄거리
작가는 아주 현실적인 꿈을 꾸고 있다. 20대에 100만원만 누가 나를 준다면, 30대에 같이 살아갈 사람과 더불어 할 공간을 가질 1억 정도의 돈을 누가 준다면 좋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그 꿈이 현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소설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 꿈을 소설에서 실현할 수 있는 즐거움을 가졌다. 저자는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말한다. <다해와 친구들에게 3억씩 나눠주는 얘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그것은 작가의 즐거움이다. 작품 속에서는 작가가 꿈을 꾸는 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작가는 작품 안에서는 초인적인 존재다. 절대적인 존재다. 그것이 여러 장치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조금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돈과 나눔, 빈부의 격차, 삶의 힘겨움 등이 한 방에 해소되어질 수 있는 작가의 기발한 능력을 우리는 만날 수 있게 될 듯하다. 흥미로운 글을 읽어나간다.
팀장은 어느 새 회사 출입문을 통과해 로비로 들어가 있었다. 멀찍이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얼른 쫓아들어 가려는데 발걸음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퇴근까지는 아직 다섯 시간이 더 남아 있었다. 옷이 안팎으로 축축해서 간절하게 집에 가고 싶었다. 반차를 낼까? 내일까지 끝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팀장이 하락해줄 것 같지가 않았다.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오겠다고 해볼까? 내가 생각해도 그럴 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어디든 가까운 옷 매장에 가서 니트 하나 사 입고 올까? 하지만 월급날을 일주일 앞둔 내 잔고는 벌써 바닥을 향해 카운트다운 중이었다. 그런 데 쓸 여유가 없었다. 여름이라면 괜찮았겠지만 겨울옷은 꽤나 비싸니까.
회사 생활이 마음대로 안 된다. 갑질하는 상사의 마음도 맞춰야 하고 그러다 보니 입는 피해는 말할 수 없다. 일이 있어 팀장과 같이 나섰는데 팀장의 비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냥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 팀장이 커피를 꼭 사 먹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기다리다 시간이 촉박하여 회의장에 가게 된다. 마음이 바쁜 관계로 커피를 쏟게 되고 옷이 엉망진창이 된다. 가까스로 회의는 마치지만, 버린 옷을 입고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그렇다. 위의 장면은 그래서 고민하는 장면이다. 모든 삶이 그렇다. 직장생활이란 것이 상사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상사가 하는 대로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못하면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 그런 어려운 직장 생활이 다음 삶의 상황을 만들어 간다. 집안 형편도 무척이나 어렵다.
프리우스를 람로르기니로 바꾸는 법 1. 프리우스를 판다 2. 이더리움을 산다 3. 버틴다 4. 이더리움을 판다. 5. 람보르기니를 산다
은상언니와 함께 꿈을 좇는 이야기다. 실제보다는 환상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 뭔가 하면 금방이라도 될 듯하다. 특히 주식이나 물건 구입 같은 것은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다. 옆에서 보면 불안 불안하다. 넋 놓고 있는 개미들이 어디 한둘인가?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면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꿈을 좇으면서 결국은 빈털터리가 된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그 빈털터리가 갑부가 될 수도 있다. 작가가 적당한 양심으로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슬기롭게 갑부가 될 수 있다. 그것은 꿈을 좇는 확실한 방법이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현실을 상징적으로 극복해 나간다. 소설 속에서는 저자가 절대자다.
바다 전망으로 유명하다는 카페로 향하면서 지송이가 계속 음악을 바꾸어 틀었고 이따금씩 은상 언니가 듣고 싶은 음악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날 제주공항에 내리면서부터 회사 이야기는 안 하기로 약속했지만 수다를 떨다보니 막상 회사 얘기가 제일 재밌었다. 지송이는 마케팅 예산 때문에 브랜드실의 두 팀장이 어떻게 싸웠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VPN까지 접속해서 메일 내용을 읽어줬다. 각 팀장의 성대묘사까지 곁들여가면서, 그렇게 한참을 웃고 떠들다가 어느샌가 조용해서 돌아보면 둘이 고개를 푹 꺾고 잠들어 있었고 얼마간 그렇게 자다가 또 금새 일어나 떠들었다. 그러다 지송이가 뒷자석의 은상언니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소외 받던 비 공채 출신 3명이 뭉쳐 제주 여행을 간 상황의 이야기다. 그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대단하다. 물질적인 곤궁함과 회사에 갑질에 힘겨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3사람에겐 서로가 낙이다. 서로 너무 죽이 잘 맞는다. 위 장면은 회사의 이야기를 안주 삼아 제주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담고 있다. 조금 지나면 비트코인의 투자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투자들 통해서 거금을 손에 쥐게 되는 상황을 눈에 그리는 주인공들의 해맑은 마음들이 비쳐지면서 이야기는 점입가경이다. 힘겨운 울타리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듯도 하다.
한창 가상화폐에 몰두해 있을 때에는, 떼돈을 벌어 퇴사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막상 돈을 벌고 나자 퇴사 생각이 그때만큼 간절하지는 않다. 퇴사를 하고 뭘 할 수 있을까? 내건 지송이 같은 사업 아이디어도 없고, 열렬하게 좋아하는 것도 없다. 이제부터 차차 알아가야 하겠지. 내게 그런 것이 생길까? 아직은 의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세금을 깔고 앉으면 남는 돈이 거의 없을 터였다.
주식을 통해 경제적인 자립은 어느 정도 이루었다. 직장에 연연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까지 갔다. 저자는 주인공에서 마음껏 돈을 퍼부어 준 셈이다. 그것은 가상화폐를 통해서다. 가상화폐가 친정부지로 솟을 때, 그것을 구매하도록 하고 마음껏 동을 벌게 만들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돈을 벌고 나니 직장이 돈 버는 수단으로만 인식되지 않았다. 언제나 나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가는 이상한 현상이 생겨났다. 그렇게 눈치 보지 않고 직장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삶의 날개를 달았다. 이제는 날기만 하면 된다. 이사도 하고, 삶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음을 스스로 느낀다. 경제적 자립, 그것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의 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가기
출근길을 응원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출근길에 보통 발걸음이 무겁다. 그것이 월요일이 되면 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겹다. 하지만 글 속의 주인공들은 경쾌하게 출근을 한다. 그 비결을 저자는 우리들에게 알려 줄 게다. 그 즐거움 소식을 들으면서 3 여인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무척이나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들로 나타난다. 그것은 돈이 있기 때문이리라. 돈이라는 것이 마련하는 마음의 세계, 그 속을 거니는 마음 등을 우리는 즐거움 가득 담은 눈으로 쳐다볼 수 있을 듯하다. 그들의 삶은 직장에서 소외되었지만 오히려 직장이 아름다운 공간이 되는 길을 찾고 있다. 행복한 읽음이 되었던 책이다. 직장 생활을 즐겁게 하는 비공채 출신 3명의 여성들의 행보에 갈채를 보낸다. 내 지난 출근길이,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어떻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도 되어 진다. 지금은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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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가상화폐로 전 세계가 시끄럽게 떠드는 가운데, 한국의 한 젊은 작가가 한 편의 소설로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로 장류진 작가의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이다. 제목 속 ‘가자’에서 많은 이들이 부르짖은 ‘가즈아~’가 들리는 것만 같다. 작가는 요즘의 비트코인 광풍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나는 기대되는 마음을 한아름 품고 첫 페이지를 열었다.
‘마론 제과’의 비공채 출신 3인방 ‘은상’, ‘지송’, ‘다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나이도 연차도 부서도 달랐지만,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다는 이유로 그들은 ‘동기’가 되었고 금세 친구가 되었다. 그들은 근무평가에서 4년 연속 받은 M등급에 ‘무난’이란 별명을 붙였고, 그들의 채팅방 이름도 ‘비공채 3인 M등급’이란 뜻의 ‘B03_무난이들’로 달았다.
더 열심히 일해도 여전히 M등급 이상을 받을 수 없었던 그녀들을 보며,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계급 속에서 속칭 흙수저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을 보았다. 요즘 사회는 물려받은 재산 없이 바닥에서 시작해 부를 쌓아가는 것을 더이상 허락하고 싶지 않은 듯 보인다. 소설 속 마론제과에서도 공채와 비공채, 대졸과 고졸 등의 차이로 은밀히 선을 그어 두고는 올라가기 어려운 높은 계단을 만들었다. 웬만한 노력으로는 올라가기 힘든 그 계단 앞에서 주인공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계단 옆 아직 길이 나지 않은 가파른 산길 쪽으로 말이다. 그녀들은 풀과 나무가 우거져 앞이 잘 보이진 않지만 성공만 한다면 더 빨리, 그리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가기로 한다.
3인방 중 가장 언니이자 돈에 밝았던 은상은 ‘무난이들’에게 가상화폐 이더리움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그녀의 제안에 고만 고만한 월급으로 더 나아지리라는 확신 없이 살아가던 다해는 전 재산을 몰빵하여 투자해보기로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가상화폐 투자를 지금이라도 시작해볼까 하다가도 왠지 도박을 하는 것 같은 기분에 멈칫하게 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더리움에 투자한 은상과 다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큰 수익을 내고 경제독립을 이룰 것인가, 아니면 재산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질 것인가? 그녀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고, 소설 밖의 또 다른 ‘무난이’였던 나는 주인공들의 밝은 미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내가 가상화폐라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투자하는 사람들이 큰돈을 벌어갈 때, 그리고 그들이 돈을 잃어갈 때 각각 떠올랐던 생각들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분위기의 소설이어서, 읽으면서 마치 내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주인공의 오르락내리락 하는 마음은 롤러코스터 열차로 변해 소설을 읽고 있는 나를 싣고 함께 내달렸다.
소설 속 내용은 말 그대로 ‘소설 같은 이야기’라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뉴스에서 가상화폐가 가져온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인생 역전 사례를 보아왔기에, 책 속 주인공들의 변화가 극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책을 덮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다해의 밝은 미래를 응원했던 이유는 사실 소설 밖의 ‘나의 삶’을 응원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동안 나는 별일 없이 흘러가는 내 삶도 괜찮다고 여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 마음속 욕망을 주인공에게 덧씌우며, 다해가 맞이하게 될 밝은 미래가 마치 나에게도 다가올 미래일 거라 믿었던 것 같다. <달까지 가자>는 내가 겉으로 꺼내 보이지 않았던 가려진 욕망을 확인시켜준 소설이었다.
전 세계를 들썩거리게 만든 ‘가상화폐’를 소재로 한 소설을 한 편 읽어보고 싶다면,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나와 비슷한 소설 속 주인공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달까지 가자>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너무나 공감 가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그때의 우리를 설명해 주는 소설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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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하는 사람들이 자주 해보았을 생각. 로또라도 당첨이 되어 지긋지긋한 직장 때려치우고 싶다 라는 거다. 남들 직장에 있을 때, 어딘가를 여행하거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미래를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여건이 되어야 한다. 십 대에 우리 집이 부자였으면 하고 바랐던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한달 한달 버티기 위해 월급을 쪼개 쓰고, 급여일이 다가오면 현금이 없어 쩔쩔매는 생활을 한다. 이럴 때 단돈 몇십만원 이라도 누군가 준다면 정말 좋을 텐데. 하는 간절함을 아는 사람은 안다.
사람들은 투자를 한다. 월급을 쪼개 돈을 모아 적금을 하던가 주식에 투자하게 된다. 그로 인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드물다. 은행 직원의 요청으로 외환 적금과 적립식 펀드를 시작했었다. 주가가 계속 내려가 투자했던 원금이 계속 빠지자 굉장히 불안했다. 주식이나 투자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투자방법이란 걸 알았다. 그 불안함이 싫어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는 생각지도 못한다.
주변에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망한 사람도 보았고, 가진 것을 털어 가상화폐에 투자하여 엄청난 이익을 얻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한순간에 가상화폐가 휴지조각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던 우려를 하게 되는데 소설 속에서는 가상화폐로 어마어마한 부를 이루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지금이라도 투자를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게 된다.
마론제과에서 근무하는 B03, 즉 ‘무난이들’ 3인방은 기업에 입사했으나 5평, 6평, 9평의 원룸을 벗어나지 못하고 학자금 대출까지 가지고 있는 사원들이다. 올해의 야근 직원으로 부상까지 받았지만, 근무평가는 이들의 말로 무난이다. 무난이들 3인방은 함께 모여 밥도 먹고 몰래 만나서 회사 사람들 흉도 보는 등 아주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스낵팀의 정다해, 경영지원실 구매팀의 강은상, 회계팀의 김지송은 비슷한 사정을 안고 있어 서로를 친자매처럼 여겼다.
회사에서 ‘강은상회 ’라는 이름을 걸고 직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팔았던 은상 언니는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서 돈을 굴리고 싶어했다. 셋이 함께 점심을 먹은 날 입가에 비식비식 배어나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은상 언니를 보고 무엇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가상화폐라고 했다. 가상화폐에 투자한 돈이 계속 올라 저도 모르게 미소가 배어난 것이었다.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지송과는 달리 다해는 가상화폐 투자가 궁금했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비트코인이 아닌 이더리움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것이. 지지부진한 회사 생활에서 활력소가 될 것 같았다. 물론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 일확천금을 노렸다. 비록 검색 사이트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내심 불안했다. 가상화폐라는 게 등락을 넘나드는데 전 재산을 털어 채굴해서 만약 실패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우려를 했던 것 같다. 투자했던 가상화폐가 휴지조각이 되어 다해와 은상 언니를 힘겹게 할 거라는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다해가 은상 언니를 따라 투자한 순수익이 1억이 넘은 날, 부정적이었던 지송이까지 투자에 뛰어들어 우려를 가중시켰다.
취직하기도 힘든 요즘, 하루하루가 버거운 청춘들을 위한 소설 같았다. 비록 가상의 상황이지만 3억이 넘는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 혹은 즐거움이었다. 물론 가상화폐의 그래프가 등락할 때 투자한 사람들의 마음은 널뛰기했을 것이다. 떡락을 할 때는 죽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고, 떡상을 할 때는 온 세상을 가진듯했을 것이다. 다소 위험하지만 투자한 가상화폐가 올랐을 때의 그 희열은 경험한 자만이 가질 수 있을 것이었다.
친한 친구들이 여행을 갈 때 대부분 차 한 대에 함께 타고 다닌다. ‘각자의 핸들에 각자의 엑셀을 밟는다.’ 라는 표현은 각자의 차를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 문장만 보아도 이들이 어떤 결과를 가졌는지 예상할 수 있다 . 마치 한바탕 꿈을 꾼 것처럼 즐거웠다.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는 일확천금을 가졌다는 쾌감 같은 게 느껴졌다. 결말이 좋았다. 특히 정다해가 선택한 결정이 좋았다. 다해가 가진 돈은 비록 힘든 직장생활이어도 이제는 즐거움의 원천이 될 것이다. 삶의 즐거움이자 기쁨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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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애들'의 성공기 - 소설 <달까지 가자> 리뷰 “1ETH(이더리움)이 150만원을 돌파했다. 깔끔하게 200에 전부 매도 걸어놓자. 심장이 쿵쿵 뛴다.”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이더리움이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가상화폐가 폭락하여 비극적 결말이 되고 투기하면 인생 망한다는 교훈을 주는 줄거리가 예상되었지만, 나는 소설을 읽는 내내 그러지 않았으면 했다. 돈은 결국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온다고 하더니, 다해를 비롯한 셋은 주식투자의 오래된 격언과 같이 딱 자기 그릇만큼 현금을 챙겼다. 은상은 건물주가 될 정도로 모았고 지송은 창업을 꿈꾸었으며 다해는 남들 모르는 곳에 금두꺼비 한 마리 둔 것과 같은 든든한 마음을 챙겼다. 이재에 밝았던 맏언니의 투지와 분석이 놀라웠고, 추운 바람이 부는 곳에 사는 남자가 좋다는 어느 점쟁이의 말이 너무도 절묘한 시기에 등장해서 독자들에게는 재미를, 소설 속 다해들에게는 버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이 책의 다해 삼인방의 성공이 사촌이 땅 산 것처럼 배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이 땅의 흙수저 누군가는 어릴 적 보던 만화 속 돈데크만의 주전자가 여는 차원 구멍이 더 작아지기 전에 새로운 세상으로 뛰어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 사람들은 지송이 말했던 것처럼, 차라리 실체라도 있는 주식을 하라고, 가상화폐는 투기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 병원에서 극적인 화해를 한 우리의 주인공들은 그 투기에 뛰어들어서 결국 결과물을 챙겼다. 한편으로는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 같은 애들'이라는 말이 계속 생각났다. 글쓴이의 표현처럼 ‘이상하게 마음이 쓰라리면서도 좋았던 말이고, 내 몸에 멍든 곳을 괜히 한번 꾹 눌러볼 때랑 비슷한 마음’이 들게 하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 같은 애들'은 그저 환기가 잘 되고 나무 두어 그루 정도 있는 풍경 속의 집에서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힘들게 취업해서 능력 발휘하며 성실하게 직장을 다녀도 서울에서 집 한 채 사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모처럼 고급스러운 호텔에서 가서 마음껏 놀려다가도 마음 한구석에 이래도 될까 하는 걱정이 드는 사람들이다. 다해의 엄마는 마을버스 운전을 하며 생계를 꾸렸고 다치면 먼저 병원비 걱정을 해야 했으며, 다시 생활을 위해서 마트 계산원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저금리 시대, 열심히 일해도 직장에서 쫓겨나면 은행 이자로 연금 혜택을 누리기도 어려운 사람들은 앞날이 어렵고 두렵기만 하다. 그렇지만 누구든 좋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고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제 다해는 가상화폐에서 얻은 자산을 든든하게 품어두고 직장인이라는 제자리를 지키며 주말에 회사를 나간다. 주말에 아무도 없는 회사는 원룸보다 쾌적하다. 회사라는 공간이 싫은 건 사무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 탓이라는 말은 오늘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하며, 아랫사람이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자신의 권위를 세워주지 않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팀장 같은 사람들. 회사를 그만두면 동해 바닷가 어느 커피가게에서 만난 것처럼 어떻게 마주칠지 모르는 것을 그렇게 살았을까. 무기계약직인 지송을 정규직인 직장 동료들이 따돌리는 것은 또 무슨 속내일까. 그렇지만 혼밥을 하면서도 SNS에 올려서 공유하는 우리 현대 직장인들처럼, 우리는 혼자이면서도 사람들 속에서 홀로 살 수가 없다. 결국 다해는 아무도 없는 쾌적한 회사에서 ‘일단은 계속 다니자.”라고 적어둔다. 글쓴이의 글은 톡톡 튀며 때로는 섬세하고 보통은 자연스럽다. 90년생 30대 바라보는 직장인의 시선은 학자금 대출 알림에 겁먹고, 권위를 내세우는 직장 상사에게 시달리는 흙수저 직장인의 마음을 잘 대변해준다. 좁은 원룸에 살면서 학자금 대출을 걱정하며 월급을 많이 주지 않는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현실 모습과 그들의 고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나 2017년부터 이어온 코인 열풍에 잘 스며든 '우리 같은 애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서글프면서도 가끔은 익살스럽게 이어지면서 섬세한 묘사로 소설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소설 속 다해들처럼 우리 시대 흙수저 직장인들이 설령 돈 많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포털에 뛰어들지 못했어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직장에서 힘내서 버텨내어 새로운 기회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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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책이 나에게 주는 유익함을 깨달아 알기 때문에 책을 놓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아니, 그게 가장 커다란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어렸을 때는 선생님이나 아버지가 '책은 좋은 것이고 너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읽어라'라고 말해서 마지못해 읽었다면, 지금은 '결과적으로 책이 너에게 도움이 되는 거 알잖아. 책 말고 달리 뭐가 있겠어'라고 내가 나 자신에게 채근하면서 책을 읽게 된다. 대개는 말이다.
책을 읽는 게 아주 즐거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마음먹고 책을 읽어보려고 넉넉히 시간을 미리 준비하고 본격적으로 읽으려 할 때, 종종 채 몇 분이 지나지도 않아 스르르 잠에 빠져버리고 만다. 자기 전에 침대 머리맡에서 그날 못 채운 독서를 보충하려고 책을 펼쳐들면 예열이 되기도 전에 내려오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금세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지식을 캐거나 인식의 지평을 조금, 아주 조금 늘이고자 읽는 책은 거의 예외 없이 즐거움보다는 밀린 숙제를 하는 느낌이 들곤 한다. 감각은 던져버리라고 하지만, 의지로 하게 되는 독서라고나 할까.
아카데믹한 텍스트라고 해서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관심이 있거나 좋아하는 분야는 누구나 있게 마련이다. 정보의 양 측면에서 보자면 포기를 유발할 정도로 넘쳐서는 안되고, 이미 다 알고 있는 뻔한 내용이어서도 안된다. 그 중간에서 팽팽한 지적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책이라도 누가 읽고, 언제 읽느냐에 따라서 그 감상과 재미가 달리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자신과 궁합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책을 찾기가 그래서 어려운 것 아닐까.
누가 읽어도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책도 물론 있다. 장류진의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가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젊은 세 직장인의 '좌충우돌 가상화폐 실전 투자 성공기'를 그리고 있다. 누구나 관심이 있는 소재, 스피드감 있는 전개, 롤러코스터를 타듯 잽싸게 올라갔다 한순간 덜컥 떨어져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이야기 구조, 이런 것들이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TV 드라마 한 편을 본 듯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무엇보다 '욕심부리다가 큰코다치고 괘씸죄로 천벌을 받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좋았다. 현실은 대개 그렇게 끝나곤 하지만, 소설에서까지 안타까운 청년 현실의 일반을 그대로 재현할 필요는 없으니까.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한영인은 '주로 세계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현상의 단순한 관찰에 머무른다'는 세태소설의 일부 부정적인 관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좋은 르포 기사의 덕목이 반드시 좋은 소설의 덕목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좋은 소설은 선택한다'라고 쓰고 있다. 독자는 때로 잠자리맡에서 애써 졸음을 참지 않아도 새벽을 넘어 동터오는 줄도 모르고 푹 빠진 채 읽고 싶은 책이 있는 것이다. 힘들고 버텨내야 하는 일상의 끝에 맛있는 음식과 친구와 축구 경기처럼. 우리의 본성에게도 가끔은 먹이를 주어야 삶을 이어나갈 수 있으니까.
[책을 읽고 문득 든 생각들]
물질적 풍요와 경제적 안정감은 사람을 생기넘치게 한다. 그게 디폴트 값이 되어야 하는 세상의 조건이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회사에 다니는 게 싫지는 않게 될 수 있다.
현실에 그 어떠한 것도 길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블랙홀처럼 나타난 환상과 환영과도 같은 꿈을 쫓는 것은 어쩌면 그리 특별한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다. 도약 상실의 시대
벼랑의 끄트머리에 있다지만, 벼랑에 한 손을 얹고 공중에 매달려 있거나 나뭇가지에 옷 한자락 걸려 있는 이들도 있다.
돈은 어디로 가는가 자기 좋다는 사람에게로 간다. 불안, 불안정, 두려움이 삶을 고통스럽고 일상을 메마르게 한다. 풍성한 삶의 가능성을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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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있으나 작가의 시각과 사유가 없다. 장면을 감각적이고 명랑하게 그리는 능력은 뛰어나나 인물 간의 갈등이 없으므로 스토리 또한 없다(특히 후반부). 이 소설에서 제일 갈등이 고조되는 장면은 은상언니와 그 대척점에 있는 지송이가 제주도에서 다투는 장면일 것이다. 그런데 그 갈등이 해소되는 방식이 황당하다. 지송이의 치부까지 꺼내어 심한 말을 한 은상언니에게 도리어 지송이가 사과하며 갈등은 영영 자취를 감춘다. 지송이가 코인 시장에 합류한 후, 코인이 급락하며 하락세가 이어져도 그저 '은상언니 킹왕짱 장군님 믿습니다'로 대동단결. 셋 다 존버해서 고점에서 다같이 손 털고 소설은 끝이 난다. 그럴 거면 뭐하러 인물을 셋이나 뒀는지 작가에게 묻고 싶다. 지송이가 코인 시장에 들어오고 상황이 급변할 때, 작가는 세 인물의 다른 감정, 판단, 선택, 그에서 비롯된 갈등 같은 것들을 세세히 그렸어야 한다. 그랬다면 그저 '흙수저들에게 3억씩 주는 소설'로 끝나진 않았을 것이다. 대충 읽으면 잘 쓴 소설처럼 보여서 더욱 불쾌하다. 독자는 바보가 아니다. 빈 핫도그에 설탕만 굴려서 주는 건 기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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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론제과라는 과자 회사에 다니는 다해, 은상, 지송이 비트코인이라는 매체에 속한 이더리움이라는 코인을 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험담을 풀어가는 소설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저자는 독자들에게 비트코인의 위험성을 알리는 동시에 비트코인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윤과 교훈을 독자들에게 서술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과 비슷한 매체에 금전적인 유혹에 빠진 사람들이 어떻게 빠져드는가. 또 돈이 부족한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막무가내로 돈을 투자하는 행위에 대해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다. 비트코인의 중독성을 예로 들어보자면, 비트코인 같은 걸 할 때 보통 어느 정도 선에서 팔자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그 목표 금액을 100만 원으로 잡았어도 결국에는 그 100만 원의 선을 넘으면 150만 원으로 목표를 바꾸게 되고···. 이런 식으로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서 지속해서 기대 가치가 높게 부여된다.
하지만 결국에는 얼마 못 가서 비트코인이 대폭 하락하게 되면, 우리는 흔히 손절이라고 부르는 것을 하게 된다. 이처럼 많은 문제점들이 있지만 정작 실제로는 비트코인으로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것만 듣게 된다. 비트코인으로 빈털터리가 된 사례가 더 많지만 우리는 그것을 귀 기울여 들으려 하지 않는다. 99개의 안 좋은 사례가 있고, 1개의 좋은 사례가 있다면 아마도 그 1개의 좋은 사례만 보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점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3명의 주인공이 어떻게 비트코인에 속하는 이더리움이라는 코인을 접하게 되면서 어떤 위기를 겪게 되었는가. 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저자 장류진의 말로는 소설 속의 시간에 맞춰 그 시간대 차트를 보면서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지만 읽은 후에는 그 점이 신의한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시간에 맞춰서 정확한 코인의 흐름으로 책의 내용을 좀 더 흥미진진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직장인의 생활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직장인 동료의 조언을 받았다고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언을 받은 것도 있지만 장류진 작가의 현실적인 표현과 생각으로 이렇게 생동감 있게 표현이 되지 않았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직장이 받는 차별을 특히 잘 표현한 것 같다. 나로서도 직장인이다 보니 이 점에서 매우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차별을 받는가. 어떤 이유로 직장인의 삶이 이토록 힘들어질 수 있는 것일까. 이 모든 일들과 직장인이 비트코인이라는 매체를 접하면서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벌기 위해 벌어지는 소동극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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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기대하며 주문했다. 일의 고통과 기쁨 단편집을 넘나 재미나게 읽은터였다. 작년 먼 타국에서 코로나로 하루하루 긴장하며 보내고 있을때, 지인이 건내 준 책이었다. 한 숨에 읽어낼 수 있는 흡인력이 매력이었다. 귀국하는 비행기에 챙겼다. 설레는 귀국길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촉망받는 신예작가. IT업계의 디테일한 묘사,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아주 쉽게 그려내는 신선함...신문기사에서 그녀의 신간이 2021년 출간된다는 글을 읽고 너무나 기다렸다. 이책을 읽고는 조금 우울해졌다. 이유가 뭘까 생각했는데, 그녀가 그리는 하이퍼리얼리즘 사회속에 내가 어느정도는 발을 담그고 있다는 느낌과, 온전하게 그런 삶을 살지도 않고 있는, 이도저도 아닌 그런 상황인데, 주인공들이 벌었다는 코인의 값. 33억. 3억. 1억이라는 숫자가 나만 빼놓고 다들 가파른 j곡선에 올라타 있는것 같은 느낌을...책에서 받을줄이야! 보통의 작품은 가상화폐에 뛰어들어 패가망신하며 다시는 도박을 하지말아야지..라는 교훈을 남기게 마련인데. 이 소설은 전형적 공식을 깨고, 그 성공했다는 파이어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단기간 벼락 부자, 퇴사, 건물주, 재투자... 시기어린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일의 기쁨과 슬픔의 단편은 내가 잘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가 꽤나 신선해서 좋았는데.. 나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코인을 해야하나? 라는 고민과 도박의 끝은 패가 망신이라는 역사가 증명하는 교훈앞에 잠시 갈등을 일으켰다. 하이퍼리얼리즘의 장인답다. 뒤끝이 찜찜한걸보니 잘 쓴 소설인가보다. 완전히 공감하며 이입했나보다. 주인공은 3억이라는 떡두꺼비같은 자산을 얻었지만 조금 여유로워진 마음 뿐, 크게 삶이 달라지진않았다. 하긴, 그 조금의 차이를 얻기위해 뼈와 살과 시간을 갈아넣으며 근로하고 있는 것이니. 곰곰 생각해본다. 나에게 얼만큼 돈이 더 있으면, 아주 살짝 삶이 여유로워지며 현재의 행로를 이어갈 수 있을까. 돈도 지 좋다는 사람을 쫓아간다는데, 돈을 아주 아주 좋아하는 인간이 돼야하나. 사고 싶은거 사고, 비싼건 욕심내지않으며 적당히 소비생활을 영유하고 있으니 나쁘진 않은거 같은데...왜, 남들의 돈 번 이야기는 이렇게 배가 아플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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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흙수저인 다해, 지송, 은상은 큰 제과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월세 원룸에 살고 있고 박봉에 시달린다.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도 간혹 났지만 이제 개천에서 용나기는 힘들다. 가난은 가난을 대물림하고 부자는 부를 대물림한다. 다해,지송,은상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일확천금이 필요했고, 은상을 필두로 코인열차에 탑승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롤러코스터에 탄 기분이었다. 코인가격이 올라가고 내려감에 따라 손에 땀을 쥐며 내가 마치 다해가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3장에서 주인공들이 코인을 모두 매도하기 전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이지만 다해는 그렇게 그만두고 싶어하던 회사를 계속 다닌다. 예전에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회사생활을 했다면 이제는 떡뚜꺼비가 밑빠진 독을 막아주고 있다는 안도감이 있다.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이라는 말에 딱 걸맞는 결말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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