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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에 창비 사옥 지하에서 '대학 사용 설명서' 강연이 있어서 나도 듣고 싶은 강연을 신청해서 다녀온 기억이 있다. 나는 강연한다는 소식이 있으면 무조건 들으러 가는 이범 선생님 강연과 저서를 재미있게 읽곤 했던 최재천 교수님 강연을 들었다. 쓸모를 추구하는 시대에 대학이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무엇이며 대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위해 대학을 어떻게 잘 사용해야 하는지 잘 들려주었다고 생각한다. 그 강연을 기반으로 이범, 하지현 저자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동네 도서관에 희망 도서 신청해서 받아 읽었다. 안 그래도 대학원에 다니고 있기는 하지만 올해 휴직 중이라 비교적 자유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불안' 때문에 헤맸던 차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막 새내기가 된 대학생 뿐만 아니라 언제든 현재와 미래에 관해 불안해할 수 있는 현대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어 대학교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데다가 부모님 집에 얹혀 살고 있는 캥거루족이라 이 책 내용 구석구석에서 의미 있는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요즘 청년들 독립이 어려워진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일단 불안한 미래 때문에 스펙을 쌓느라 시간이 없다. 유독 한국 어른들은 청년들을 아이 취급하며 무조건 도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청년들에게 목돈은 없고 빚이 많다. 이러한 요인들이 모여 청년들을 'n포 세대'로 만들었다. 특별히 최근 아는 샘들과 손바닥교육법 소책자를 함께 읽으면서 지금 한국이 보이는 사회 구조 문제 자체에 대해 대화 나눈 기억이 난다. 대학생들은 수천만원 학자금 대출을 떠안고 사회로 나온다, 청년들은 주택을 구할 목돈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 세대는 정의로운 마음으로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저 고성장 시대에 모은 목돈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를 대상으로 금리 장사, 임차료 장사를 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 그리고 그 돈으로 자신의 자식 학비와 결혼 자금을 만들어준다. 지금보다 노력을 덜 해도 비교적 손쉽게 취업할 수 있었던 시절에 고성장을 경험하며 살았던 어른들이, 그때와는 상황이 다른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 '노오력하면 안 될 것이 없다!!'는 말을 하며 사회 구조를 개혁하거나 기득권을 내려놔주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현실은 분명 나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청년들이 특히 시간-여유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호소한다. 20대를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내가 다 해봤어라는 꼰대 같은 느낌이 아니라) 그때 힘들어했던 일들이 지나보니 견딜 만한 일이었다는 사실에 공감을 표할 듯하다. 실타래처럼 엉킨 고민과 어려움들은 때때로 시간이 해결해주기도 하므로 전전긍긍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 사태를 두고 보며 버틸 수 있는 자가 이긴다는 교훈을 저자는 전해준다. 그게 바로 어떤 상황에도 평온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내면의 힘일 테다. 그러므로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은 불안하더라도 스펙 쌓기를 조금은 내려놓고 젊었을 때 하고 싶은 일에 모험해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식상한 표현일 수 있는데 그래도 젊었을 때 실패를 해봐야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테다.
저자는 대학생 시절은 자기 정체성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시기여야 한다고 말한다. 즉, 나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나쁜 구조이긴 하지만 어쨌든 대부분 청년이 어려우면 손 벌릴 부모님을 가지고 있다. 부모님이 밥을 해 주고 내 방이 있는 사람이 나다. 거기 기댈 수 없었다면 박사 과정 밟는다고 휴직하는 선택을 하기는 너무나 어려웠을 테다. 그런 점에서 여러 모로 독립을 하지 않은 내 자신을 돌아보며 뜨끔했다. 한편으로는 결혼 전까지는 부모님 집에서 지내면서 생활비와 집세를 세이브할 수 있다는 점은 쉽사리 포기 하기 어려운 메리트다(하숙생 마냥 부모님께 생활비를 약간 드리기는 하지만). 그런 면에서 저자가 책에서 하고 있는 조언들은 대학생이나 청년들로 하여금 '맞는 말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게 할 만도 하다.
다시 말해 책 후반부 Q&A에서 어떤 대학생이 질문하기도 했듯 요즘 대학생들은 '불안해서 스펙 쌓기를 놓을 수 없는 상태'에 있다. 이런 상황은 현대인이 심리적 마지노선에 처하게 만든다. 마치 압력밥솥처럼 압박감에 눌러 언제든 뻥 터질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아래와 같은 설명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세계에 대해 말하자면, 교사가 되기 위한 임용시험은 한정된 자리를 두고 많은 교대 사대 졸업자들이 경쟁하는 구도이기 때문에 점수에 따라 줄세워서 필요한 인원 만큼만 뽑는다. 상대평가란 무서워서 변별력이 필요하고, 그렇다보면 시험 범위가 넓어지고 임고생에게 원하는 조건도 한없이 늘어난다. 임고생들이 공부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 중 하나는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을 들인다 해도 투입한 노력 만큼의 보상(합격)을 보장 받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이런 불확실함이 청년들을 극도의 불안감과 심리적 마지노선에 처하게 만든다. 열심히 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에 빠지게 한다. 사회 구조가 '나쁘다'고 생각한다. 의지를 내어 사회적 차원에서 각 분야 처우 개선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그렇게 될 듯해 암울하다.
결국 대학 졸업 이후에는 취업을 해야 하므로 이야기는 일 문제로 넘어간다. 저성장, 저출산, 4차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는 현실 속에서 익히 알려졌듯 청년들은 일에 대한 개념 자체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평생 직장이 사라지는 n잡 시대에 자기가 어떤 '일들'을 하는데 적합한 사람인지 자신을 돌아보고 정체성을 발견하면서, 한 가지 일에 목 매는 사람이 아니라 하고 싶은 여러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유연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당면한 현실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은 다소 답답하고 슬프지만, 적응을 위해 좀 더 자세히 자신의 n잡을 탐색해보고자 하는 독자는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 http://blog.yes24.com/document/8510926 를 읽으면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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