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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창비시선 477.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 이설야 시집
"[서평] 창비시선 477.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 이설야 시집" 내용보기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이설야 시인만의 특색 있는 문체로 쓰여있다. 간결해 보이지만 심오한, 울림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시들이 주를 이룬다.     계절을 특히나 사랑하는 듯한 이설야 시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모두를, 또는 일부를 시 속에 녹여내는 방식을 즐겨 쓰신다. 은유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한 번 읽고는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시에 대한 해석은
"[서평] 창비시선 477.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 이설야 시집" 내용보기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이설야 시인만의 특색 있는 문체로 쓰여있다. 간결해 보이지만 심오한, 울림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시들이 주를 이룬다.

 

 

계절을 특히나 사랑하는 듯한 이설야 시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모두를, 또는 일부를 시 속에 녹여내는 방식을 즐겨 쓰신다. 은유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한 번 읽고는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시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지만 시인이 떠올린 지점을 최대한 발견하려 몇 번이고 읽었던 시들도 있다.

여러 편의 시들의 수록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기억에 남고 곱씹어 보게 된 시, '하이드비하인드'.

 

단 한번도 만난 적 없지

당신은 평생 내 뒤에서 나를 벌하는 자

...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결코 바라볼 수 없는 하이드비하인드

한번도 본 적 없는 나의 뒤통수

꼭꼭 숨어 그림자를 다 파먹는

나의 나

나의 애인인 뒤통수들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30쪽

 

우리는 우리의 뒤통수, 등과 같은 우리 몸의 뒷면을 '거울'이라는 매개체의 도움 없이는 정면으로(정확히 말하면 정면도 아니다) 볼 수 없다. 팔을 뻗어 손으로 뒷머리를, 등을 긁을 수는 있어도 그 존재를 우리 몸의 앞면만큼 정확히 파악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일부분만을 응시할 수 있을 뿐. 이런 사실에 늘 나를 좌절하게 만드는 뒤통수. 따라서 우리는 뒤통수에게, 하이드비하인드에게 늘 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미우면서도 뒤통수도 나의 일부이니 어쩔 수 없이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차분해지길 반복한다. 미울 때도 있으면서도 품고 싶은, 품게 되는 존재.

종종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고 자신의 뒷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광활한 풍경 앞에 카메라를 뒤로 한 채 자유를 만끽하듯 '두 팔을 각각 사선으로 들어 올리고는' 촬영한 사진 말이다. 뒷모습이, 뒤통수가 더 아름다워 보일 때도 있다.

도구의 도움 없이 정확히 볼 수 없기에 답답하지만, 또 내가 늘 굴복해야 하는 존재. 그러나 동시에 궁금하면서도 매력적인 존재를 노래한 시, '하이드비하인드'.

'뒤통수 맞다'라는 표현이 워낙 부정적인 어감으로 쓰이기에, 또 우리는 우리의 정면, 즉 앞면이 더 익숙하기에 뒷면을 소홀히 해온 적이 없지 않아 있다. 우리의 뒷모습을 다각도로 분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익숙하지 않았던 것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설야 시인은 화려한 것들보다 우리 주위의 화려하지 않은 것들, 누군가에겐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 대상들을 관찰하고 사색함으로써 시를 쓰시는 듯하다. 과거에 백석 시인은 평범한 대상들을 주목하고 이에 대해 노래했다.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속 수많은 시들을 감상하며 '백석 시인이 현대에 활동하셨다면 그분의 작품들은 이와 정말 유사한 대상을 담고 있을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백석 시인은 평범하고 소박한 것들을 밝고 따스하고 산뜻한 분위기에서 시를 창작했다면 현실을 풍자하고자 하는 면이 강조되는 이설야 시인의 시들은 마냥 밝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 소외된 면을 다루는 시들이 많기에 읽으면서 씁쓸함, 무력감 등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들 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회의 문제가 어떻게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겠는가? 그 매개체가 시가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노래가 되었든 잘못된 사회 풍조를 지적할 수 있는 '예술로서의 의견 표출'은 이 사회가 완벽하지 않는 한 영원히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를 쓸 때 나도 모르게 말이 길어진다, 줄글처럼. 산문시를 쓰는 것이라면 자신 있지만 나도 멋진 시인들처럼 간결한 문장만으로 내 의도, 생각의 핵심만을 녹여내고 싶었다. 문학에 애정이 많은지라 '문학을 즐겨 읽는다'라고 말하긴 하지만 그동안 시집을 가장 손에 덜 쥐었던 것 같다. 한때 릴케의 시들에 몰입하기도 했었지만 적극적으로 시를 탐구하지는 않았다. 특히, 국내 시인들의 작품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생 때 원체 많이 접했지만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닌, 수험생으로서의 사명감으로 공부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창비에서 보내주신 이설야 시인의 시집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덕분에 식어가던 시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되살릴 수 있었다.

 

※ 이 리뷰는 출판사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내얼굴이도착하지않았다 #이설야 #창비 #창비시선 #시집

v*******8 2022.06.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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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내용보기
'돌아오지 않는 것들의 이름을 지우'는 세상이고, '배가 터지도록 무한증식'하는 데만 관심이 치우쳐진 세상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심야에도 꺼지지 않는 눈'을 가지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수많은 얼굴들이 '물풀처럼 서서히 떠오를' 수 있도록, 그들의 곁에서 절망과 고통을 함께하겠다고 말한다.   이제는 내가 누구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지..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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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것들의 이름을 지우'는 세상이고, '배가 터지도록 무한증식'하는 데만 관심이 치우쳐진 세상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심야에도 꺼지지 않는 눈'을 가지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수많은 얼굴들이 '물풀처럼 서서히 떠오를' 수 있도록, 그들의 곁에서 절망과 고통을 함께하겠다고 말한다.

 

이제는 내가 누구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이다. 기초적인 공감이나 연대의식조차 사라져가는 요즘, 처음부터 끝까지 타인만을 말하는 이 시집같은 사람들이 절실하다. 나를 둘러싼 세계의 안위보다 '타인'의 세계는 무사히 지켜지고 있는가, 울타리가 무너지지는 않았는가, 올해도 내후년에도 얼굴을 맞댈 수 있는가를 걱정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부디. 도착하지 않은 얼굴들을 기다리며.

 

*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q*********7 2022.06.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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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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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설야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시집은 폭력의 순간을 기록하여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는 그 순간을 엿보거나, 당사자가 되는 체험을 제공한다. <공중>에서는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전화를 걸며 오열하는 여자를 바라보고 <심지음악감상실>에서는 상점의 좁은 계단 아래에서 폭력의 순간을 엿보고 있는 상황으로 이동한다. <도마뱀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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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설야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시집은 폭력의 순간을 기록하여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는 그 순간을 엿보거나, 당사자가 되는 체험을 제공한다. <공중>에서는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전화를 걸며 오열하는 여자를 바라보고 <심지음악감상실>에서는 상점의 좁은 계단 아래에서 폭력의 순간을 엿보고 있는 상황으로 이동한다. <도마뱀의 고백>에서는 피해자 모임의 일원이 된듯한 기분이 든다. 이들과 비밀 하나씩을 엿듣고 있는 체험과 더불어 나 또한 말하고 싶은 욕망을 준다.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비밀을 고백하면 폭력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심지음악감상실>은 이 시집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였다. '입속으로만 미친 개자식아! 그만해! 외치며 덜덜덜 떨고' 있는 화자는 나와 동일시하게 된다. 음악감상실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은 음악으로 비유된다. '세상의 모든 음을 다 삼켜버리고 있었다 음이 음을 버리고 있었다' 폭력에 멜로디와 리듬감이 부여되는 상상을 하게 되어 더욱 참혹하고 끔찍하게 다가온다. '달력을 너무 많이 삼킨 여자들'은 시간이 흘러도 참는, 폭력에 익숙해진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심지음악감상실 아래에서 벌어지는 한 폭력에서 시작하여 지금도 폭력을 당하고 있는 무수한 여자아이들을 환기시키며 시는 마무리된다.

 

<심지음악감상실>에서 음악이 간접적으로 등장한다면 <가족 모임>에서는 음악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음식을 나눠 먹으며 말을 많이 하는 모습은 가족처럼 보인다. 그러다 언성이 높아지고 삿대질을 하며 소음이 발생한다. 너덜너덜한 말을 '크레셴도! 크레셴도!' 주고받고 나는 '데크레셴도, 데크레션도' 상태로 이 상황을 숨죽여 지켜본다. 이들이 흩어지는 모습은 '스타카토! 스타카토!'로 표현된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시는 음악을 활용하여 다툼과 폭력의 순간이 유쾌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 그들은 등을 보이며 나갔다 가족처럼'이라는 마지막 연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가족이라면 상처를 주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싶다.

 

<감열지>에서 생각을 분리배출한다는 발상과 <증상들>에서 '공중은 한숨을 걸어놓기 좋은 장소', '한 숨이 한 숨에게 전염된다'며 코로나 시대에 전염되는 우울감을 표현한 부분들이 독특하고 신선했다. <상자>에서 나를 상자 안에 구겨 넣어 상자만큼만 기쁘고 슬프기로 하는 모습은 정량만큼 감정을 느낀다면 힘들지 않을 텐데, 기복이 없을 텐데. 감정의 과잉이 인간을 괴롭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스틱 아일랜드>를 읽을 땐 환경에 관한 시는 처음 접해 새로웠다. 후반부 행갈이를 하는 부분은 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에는 숨, 눈송이처럼 가볍고 공중에 날아다니는 오브제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비유는 이설야 시인이 주목하고자 하는 폭력과 착취가 우리 사회 곳곳에 공기처럼 만연하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k*****8 2022.06.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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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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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때라면 아래와 같은 시를 크게 잘라서 이곳저곳 이어붙이고 싶어요 아주 평범한 일상을 지켜볼 수 있어 친숙하고 편했고요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이란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이겠죠소개플라스틱 아일랜드검은 눈송이들너는 녹고 있었다빙하 조각에 간신히 매달린 앙상한 곰 한마리북극 섬까지 간 오뚜기 마요네즈 통과 함께내 손바닥으로 흘러내리는,너는 아침이라고 말하고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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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때라면 아래와 같은 시를 크게 잘라서 이곳저곳 이어붙이고 싶어요 아주 평범한 일상을 지켜볼 수 있어 친숙하고 편했고요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이란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이겠죠




소개

플라스틱 아일랜드
검은 눈송이들


너는 녹고 있었다

빙하 조각에 간신히 매달린 앙상한 곰 한마리
북극 섬까지 간 오뚜기 마요네즈 통과 함께
내 손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너는 아침이라고 말하고
나는 저녁이라고 말하는
날들이 또 지나간다

그래 지나간 것은 아름답지
아름답다고 믿어야 아름다워지는 우리는
문 열린 냉장고가 쇄빙선처럼 지나가는
플라스틱 섬과 섬 사이
검정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채
매일 떠다닌다

동굴 속에서 인간을 꿈꾸던 곰의 얼굴
창을 열면 눈사람처럼 내려온다

어제의 눈송이들과 내일의 눈송이들 함께 흩날리고

너는 녹고 있었다

빙하처럼

검은 눈송이처럼

84-85
m******0 2025.07.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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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시를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세상의 모든 시를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내용보기
창비시선 477권이다.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나는 처음 이설야 시인의 시집을 만났다. 첫 인상을 간단하게 말하면 어둡고 무겁다. 책소개에 의하면 “독자에게 강렬한 희망의 이미지를 발신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 느낌을 받지 못했다. 나의 오독일까? 아니면 나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간 것일까? 이 시집도 단숨에 읽지 못했다. 일정이 꼬이고, 생각보다 무거워 늦어졌다. 시
"세상의 모든 시를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내용보기

창비시선 477권이다.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나는 처음 이설야 시인의 시집을 만났다. 첫 인상을 간단하게 말하면 어둡고 무겁다.

책소개에 의하면 “독자에게 강렬한 희망의 이미지를 발신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 느낌을 받지 못했다.

나의 오독일까? 아니면 나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간 것일까?

이 시집도 단숨에 읽지 못했다. 일정이 꼬이고, 생각보다 무거워 늦어졌다.

시인의 말을 읽으면서 “세상의 모든 시를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란 문장에 눈길이 간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 노력과 열정은 사실일 테니까.

나도 한때 세상의 모든 책을 읽고 싶지 않았던가. 지금은 포기한 일이지만.

 

시집을 읽을 때면 시어들이 머릿속에서 쉽게 휘발해버린다.

가슴에 강하게 남는 시는 작은 표시를 한다.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지만 흔치 않다.

점점 게을러지는 나에게 시집은 아주 잠깐 숨을 쉴 틈을 준다.

<붉은 달>에서 “달력을 찢다가 알았죠 / 내 얼굴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란 시어를 발견한다.

이 느낌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왠지 모르게 무섭다.

<밑>이란 시에서 “내가 먹던 알약들이 쏟아지는 밤”이란 문장을 보고 시인의 배경이 궁금해졌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니 인천의 배경으로 한 시들이 많은 이유를 알겠다.

하지만 “나는 안녕해 / 네 슬픔의 밑바닥을 천천히 답사하는 중이야”(<밑>부분)를 읽으면서 다시 복잡해졌다.

안녕한 나와 슬픔의 밑바닥을 보여준 너의 관계가 궁금하다.

 

이 시집에는 <마트료시카>란 제목의 시가 두 편 있다.

처음 나온 시에서는 “죽은 지 오래된 얼굴들은 더 안쪽 깊은 곳에 있다”란 시어에 눈을 멈춘다.

한 번도 마트료시카를 보면서 해보지 못한 생각이다.

마지막 시에서는 “나는 문의 문을 계속 열고 나갔지만 // 어제의 얼굴을 다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에 멈춘다.

왠지 악몽이나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아득한 과거의 어둠과 죽음.

“매일 다른 밤이 / 같은 내일을 데려온다”(<자세> 부분)에서 아득함이 먼저 다가온다.

매일 새로운 하루하루가 같은 결과라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삶에 지친, 희망이 사라진, 폭력과 죽음에 노출된 사람들이 조금씩 보인다.

“시를 쓴다는 것이 어쩐지 죄를 짓는 것만 같구나”(<웅덩이, 여자> 부분)할 때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해설을 읽으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을까?

어쩌면 단숨에 읽지 않고 긴 시간을 들여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내가 많은 것을 놓쳤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시집을 펼쳤을 때는 내일까지 다 읽겠다고 다짐했는데.

<봄의 감정>중에서도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과 달리 ‘죽은 등’, ‘검은 나뭇잎’ 같은 단어와 “언젠가 당신의 장례식 같은 / 봄의 감정들”이란 시어가 “꽃이 피지 않는다”로 이어진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이미지와 다른 곳에 눈길을 주고, 어둠을 들여다본다.

언젠가 다시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이 표현도 늘 하는 것 같다.

이달의 사락 f***2 2022.12.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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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246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노래책시렁 246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내용보기
숲노래 시읽기 2022.9.24. 노래책시렁 246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이설야  창비  2022.5.27.       스스로 안 겪으면, 말하거나 느낄 수 없습니다. 누가 남긴 글·책이나 그림·빛꽃(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꾸리는 분이 부쩍 늘어나는데, 글이나 그림만으로도 그곳에 마음으로 날아가서 겪을 수 있겠지요. 다만, 마음으로 날아가지 않고서 그냥 따오기만 하거나, 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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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2.9.24.

노래책시렁 246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이설야

 창비

 2022.5.27.

 

 

  스스로 안 겪으면, 말하거나 느낄 수 없습니다. 누가 남긴 글·책이나 그림·빛꽃(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꾸리는 분이 부쩍 늘어나는데, 글이나 그림만으로도 그곳에 마음으로 날아가서 겪을 수 있겠지요. 다만, 마음으로 날아가지 않고서 그냥 따오기만 하거나, 몸으로 겪지 않은 삶을 문득 옮기려 한다면, 자꾸 꾸밈말을 하게 마련입니다. 마음에 피어나기에 생각이고, 생각을 소리로 옮기기에 말이고, 말을 누구나 눈으로 읽도록 그렸기에 글입니다. 말을 옮겨 글이고, 생각을 옮겨 말이고, 마음을 옮겨 생각인데, 마음에 피어나는 생각은 저마다 스스로 겪는 삶에서 태어납니다. 그러니까 글을 쓰고 싶다면 스스로 삶을 지으면 됩니다. 대단한 삶이나 초라한 삶은 없어요. 놀라운 삶도 덧없는 삶도 없습니다. 그저 오늘 이 삶을 스스로 고스란히 받아들여 사랑하면, 누구나 글님이요 노래님입니다.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를 읽으며 글님 하루를 그립니다. 어린 날 언니가 다니던 ‘심지 음악감상실’을 저도 열일고여덟 살에 가 보았습니다. 내가 듣고 싶은 노래 한 자락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그곳에 띄엄띄엄 앉은 사람들하고 함께 들으니 며칠 동안 온몸이 지잉 울리더군요. 모든 하루는 언제나 노래입니다. 노래이기에 삶입니다. 

 

ㅅㄴㄹ

 

공실이 많은 빌딩과 빌딩 사이 어두운 골목길 / 바람도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 달빛이 찢어지고 있었다 / 유리창이 깨지고 있었다 (심지음악감상실/17쪽)

 

영수증을 재활용 종이로 알았다 / 내가 분류하고 나열한 생의 종목들 / 하나같이 구질구질한 쓰레기였다 (감열지/5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이달의 사락 h*******e 2022.09.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