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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소설이 읽고 싶어진다. 그럴때면 항상 갈등에 빠진다. 분명 읽고 싶은 것은 맞는데 어떤 소설을 읽을 것인지, 혹은 내가 그 소설을 읽고서 이해할 수 있을지 미리부터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작가들의 단편소설이라면 언제부턴가 이해에 어려움을 겪곤 했다. 난독증은 아닌데, 더군다나 모국어로 된 소설을 읽어가면서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몰라 헤매다보면 책읽기는 즐거움이 아니라 짜증으로 변하곤 한다. 조정래나 박완서와 같은 작가들의 소설에선 느끼지 못하던 것인지라 이것이 바로 세대차이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어쩔 수없이 꼰대(?)가 되어버린 듯한 자괴감도 들곤 한다. 안 읽으면 그만인데 그럼에도 가끔씩은 소설이 읽고 싶어지니 그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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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표제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은 현재를 살아가는 직장인의 삶, 그 단면을 잘 보여주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3가지가 있다. 첫째, 수평적 의사소통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실질적으로 수직적 위계질서를 강조하도록 변질된 부분이다. 기업들이 수평적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이름 사용 혹은 직급 파괴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카카오, W서울 워커힐 호텔(W호텔), 신한은행 등 여러 기업이 그러한 변화를 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판교 테크노밸리의 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영어 이름을 쓸 것을 요구하며,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 스타트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대표부터 직원까지 모두 영어 이름만을 쓰면서 동등하게 소통하는 수평한 업무환경을 만들자는 취지” [p. 37]라고 얘기하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물론 이름만 영어로 바꾸었다고 한 순간에 기업 문화가 바뀔 리 없다. 예를 들면, 주인공 김안나(=Anna, 이하 ‘안나’)가 다니는 회사처럼 “매일, 약속된 시간에, 선 채로, 짧게, 어제는 무슨 일을 했는지 그리고 오늘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각자 이야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지막에 스크럼 마스터가 전체적인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p. 36] ‘스크럼’이라는 프로젝트 관리 기법을 대표가 아침 조회처럼 여긴다. 또, 영어이름을 쓰면서도 “다들 대표나 이사와 이야기할 때는 “저번에 데이빗[대표]께서 요청하신……” 혹은 “앤드류[이사]께서 말씀하신……” ” [p. 37]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이면, 새로운 기법 도입이나 영어이름 사용이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 오히려 기업이 혁신을 추구한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轉落)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둘째,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데 인트라넷에서 업무를 처리하면서 발생한 동료와의 갈등과 이를 해소하는 과정이다. 안나가 다니는 회사는 ‘우리 동네 중고 마켓(이하 ‘우동마켓’)’이라는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앱 서비스를 만드는 곳인데, 그녀는 프로그램 버그 수정 문제로 ‘진짜 막내’인 아이폰 앱 개발자인 케빈과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인트라넷인 트렐로를 통해 대화를 주고 받으며 갈등을 키웠다. 얼굴 마주하지 않고 건조하게 문자만으로 대화하는 것은 감정의 소통이 결여된 만큼 갈등 해소가 어렵다. 그렇기에 이 소설에 나오는 안나와 케빈의 갈등은 바로 옆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더구나 사무실 건물 옥상에서 만나 그 동안의 갈등을 해소하기 까지 하니, 뭔가 의미심장해 보였다.
셋째, 대표의 소위 ‘갑질’이다. 카드회사 공연기획팀 차장이었던 이지혜는 러시아를 세 번이나 들락거리며 루보프 스미르노바의 내한 공연을 성사시키고 회장으로부터 특진을 약속 받았다. 하지만 공연 소식을 개인 SNS에 가장 먼저 올리지 못해 토라진 회장의 심술로 승진을 취소되고 공연기획팀에서 혜택기획팀으로 발령이 났다. 심지어 1년간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받게 된다. 물론 현실에서 직원에게 카드 포인트로 월급을 지급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다만, 2015년 현대카드에서 포인트 담당 임원에게 급여의 일부를 M포인트로 지급한 것처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합법이라고 한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 대해 이지혜 차장은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일반 회사원들과 사고구조가 아예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논리나 행동에 의문을 갖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안 해야 돼요. 그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머리가 이상해져요.” ” [p. 50]라고 하면서 체념하는 듯 보인다. 그렇지만 그녀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굴욕과 절망에 굴하지 않고, 그녀는 직원가로 할인 받아 산 물품을 중고마켓에 팔아 포인트를 현금화해서, 나름대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거북이알’로 변신한다.
이런 일들 모두가 직장인의 일상을 짓누르는 일의 힘겨움이 아닐까? 물론 그런 가운데 소소한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거북이알에게 거북이들[람보(르기니), 마쎄(라티), 페라(리)]이, 안나에게 조성진의 음악이 그런 것처럼.
어쨌든 단편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이런 식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직장인의 일상을 담담히 늘어 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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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편애가 심해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 책을 읽는다. 아무래도 모르는 작가보다는 내가 읽어왔던 작가의 작품에 먼저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독자들에게, 혹은 작가들에게 호평을 받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호기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장류진이라는 작가를 여러 작가들과 함께 엮은 『새벽의 방문자들』이라는 소설로 먼저 만났고, 작가의 소설집으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작가의 느낌이 좋았다. 글도 매끄럽고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아주 깔끔하게 표현해 낸 소설로 작품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평론가들이 좋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의 어두운 내면을 다루는 소설과는 달랐다. 직장인으로서 많은 부분 공감하며 젊은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시선은 한마디로 신선했다.
구입한지 몇 달이 지난 뒤에야 읽게 되었다. 독자들이 왜 장류진의 책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여덟 편의 작품 중 읽은 한 편을 제외하고 일곱 편의 작품은 그야말로 보석이었다. 주인공의 직업에 따라, 나이에 따라 혹은 성별에 따라 보여지는 우리의 내면을 그대로 들여다 본 느낌이랄까. 순간적으로 터져나오는 웃음과 나라면 하지 못했을 행동들을 보며 통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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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3일 앞두고 만난 회사의 동기 빛나 언니와는 개인적으로 연락 한지가 3년 쯤은 된 사이다. 즉 결혼식을 왕래할 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얘기다. 청첩장을 달라며 점심을 함께하자고 해서 만났던 빛나 언니는 역시나 결혼식에 오지도 않았고 자신의 청첩장을 키보드 밑에 넣어두었다. '나'는 빛나 언니와 자신과의 관계를 말하기 위해 청첩장을 줄 때 사주었던 우동 값과 축의금 대신 먹었던 밥 값을 제하고 남은 금액의 선물을 준비했다. 즉 빛나 언니와 자신과의 관계는 기본적인 축의금 5만원 선이었던 것. 빛나 같은 사람이 꽤 있다. 금전적인 면에서 계산이 흐린 사람. 그런 경우 손해보는 셈치고 5만원 정도의 축의금을 할 터인데 소설 속 주인공은 계산이 정확하다. 이런 마인드가 통쾌했다. 「잘 살겠습니다」의 주인공처럼 사는 법을 배워야하지 않을까.
직장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괜찮은 스펙을 가지고 있어도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기는 어려운 법. 더군다나 학자금 대출까지 갖고 있으면 어학연수는 꿈도 꾸지 못한다. 「탐페레 공항」에서는 다큐멘터리 피디가 꿈인 여성이 주인공이다. 다큐멘터리 피디가 되고 싶은 주인공은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다. 저렴한 항공기 편을 찾다보니 핀란드를 경유해 더블린으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핀란드에 도착후 5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옆에서 말을 걸어오는 노인이 있었다. 그와 짧은 산책을 마친후 더블린에서 3개월 간의 워킹 홀리데이를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와 보니 그때 찍어주었던 사진을 짧은 편지와 함께 보내주었다. 그에게 답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미루다가 잊고 있었다. 4대보험이 되는 직장에 들어간 후 피디를 구하는 구인광고를 보고 서류를 작성하면서 탐페레 공항에서 만난 노인을 떠올렸다. 삶이란 그렇다. 어떤 순간마다 공항에서 만난 노인을 떠올렸지만 대부분의 경우 삶에 치여 잊곤 한다. 그리고 문득 어느 순간에 떠올리고 그 시절에 느꼈던 어떤 간절함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1집 음반을 낸 뮤지션이지만 특별한 히트곡이 없는 주인공 장우는 어느날 고장나기 직전의 냉장고를 바라보다가 냉장고 송을 만든다. 유튜브에 올려 조회수가 계속 올라가 덩달아 기분좋아지는 주인공과 음원을 내자는 음반기획자의 권유에 고민하는 이야기 「다소 낮음」. 남편과 사별후 후쿠오카에 사는 지유에게 연락을 했다가 갑자기 후쿠오카행 비행기표를 끊고 일본으로 날아간 지훈의 이야기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는 「다소 낮음」과 함께 남자가 화자인 소설이다. 인디 음악가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의 어려움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살펴볼 수 있었고,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에서의 지훈은 말 잘 통하는 지유와 핑크빛 기류를 기대하고 일본으로 향했으나 자신이 원했던 것처럼 되지 않자 비로소 그의 본성이 나오는 작품이었다. 말이 잘 통하는 것과 이성 간의 관계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은 여자와 남자의 다른 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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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은 아르바이트와 인턴 생활을 전전하다 정규직 첫 출근을 앞둔 사회 초년생의 첫 출근길을 다루고 있다. 연봉 2,600여 만원에서 사용 금액들을 계산하고 블라우스를 입고 걷다가 겨땀이 나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말까 고민한다. 「도움의 손길」에서는 28평의 첫 집을 마련하고 원하는 대로 리모델링후 집을 청소 도우미에게 도움을 손길을 받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사람이란 어쩔 수 없는 건가 싶다. 처음에는 집 전체를 깔끔하게 청소하다가 눈에 보이는 곳만 반들거리게 청소하는 도우미 아주머니와 그것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들을 담고 있다.
표제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스타트업 회사에 다니는 안나는 회사의 막내다. 스마트폰의 위치 기반으로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앱을 만드는 회사의 직원이다. 거의 새 제품을 백 개씩 계속 업로드하는 거북이알이라는 사용자를 만나게 된다. 거북이알은 카드회사의 직원으로 오래도록 공들여왔던 뮤지션의 콘서트를 진행하고 승진을 보장받지만 사장의 인스타그램에 먼저 업로드하기 전에 게시판에 공고했다며 월급을 현금 대신 카드 포인트로 받게 된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포인트를 현금화 하는 노하우를 말해주는데 재미있었다. 말 한마디 또는 글 하나를 잘못 올려 제재를 가하는 대표의 행동은 어느 회사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장류진의 소설이 출판사 서버를 다운시킬 정도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고 한다. 읽어보니 알겠다. 왜 그토록 장류진의 소설을 좋아했는지. 동류의식에서 우러나오는 연대감 혹은 동질감이었던 거다. 자신이 하지 못했던 행동에 대한 쾌감과 자신과 너무 비슷한 경험때문이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을 어서 읽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일의기쁨과슬픔 #장류진 #창비 #소설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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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빨리 읽힌다. 흡사 일본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일상과 굉장히 밀착되어 있다. 힘 빠진 발을 땅에 꽉 딛고 무거운 하늘을 위에 이고 겨우겨우 버티면서 살아가는 인생들의 이야기, 특히 여성의 이야기들
인상에 남는 이야기는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와 '잘 살겠습니다' 이다
'잘 살겠습니다'에서는 사내 비밀연애를 하다 결혼하는 주인공에게 입사동기인 빛나언니가 자기한테는 왜 청첩장을 안주냐면서 만나자고 한다. 빈틈이 많은 사람이라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아, 입사동기임에도 멀어져버린 사이인데 꼭 봐야겠다는 성화에 언니를 만나서 청첩장을 주고 밥을 사준다.
그렇게 시간과 돈을 썼지만 결혼식에 꼭 오겠다는 빛나언니는 오지 않고 축의금도 내지않았다. 내심 괘씸해하면서 언니와 만나면서 들간가 시간과 밥 값을 아까워하는데 빛나 언니는 한술 더 떠 자기의 청첩장을 준다. 언니에게 하려고 했던 축의금을 오만원이라 치고 결혼식 가서 먹을 밥값 25천원 - 청첩장 주면서 산 밥값 13,000원 등 계산해보니 만이천원이 남는다. 만천원짜리 핸드크림을 사고 카드 천원짜리에 축하글을 써서 선물을 한다. 하지만 그 언니는 오히려 손편지를 받았다면서 카드를 카카오프로필에 올린다. "손편지에 담긴 진심.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진부하다고 생각하면서 카드에 썼던 축하글 "우리가 만난 지 벌써 오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삼년 뒤에 우리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는 핸드폰에서 빛나고 ㅎㅎㅎ
관계의 모순이랄까, 진실은 숨겨지고 포장되어 보인다는 것!! 그럼에도 센스 없는 빛나언니를 결국에는 응원하는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마무리된다. "빛나 언니는 잘 살 수 있을까. 부디 잘 살 수 있다면 좋겠는데."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는 남성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순수한 사랑으로 포장했지만 결국은 한번 어떻게 해보려는 욕망이었고, 그 뜻을 이루지 못하자 바로 쌍욕을 하는 남자의 본성이 드러난다. 호의와 사랑으로 포장된 남자의 욕망을 거침없이 까발리는 상쾌한 이야기다. 이건 직접 읽어보시기를 하하하 내용을 알면 읽을 때 재미 없을 것만 같은 이야기다. 자체 스포일러 예방... (근데 리뷰에 내용을 안 써놓으면 나중에 무슨 이야기인지 당췌 생각이 안나는 단점이 있다)
표제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 도 통통 뛰면서 재미있다. 조그만 판교의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하는 주인공 안나, 스타트업 기업인 만큼 합리적인 기업문화일 것 같지만 아니다. 일반 회사와 같다. 그 와중에 상상도 못한 갑질을 당한 다른 회사 직원을 만나면서 울컥하는 이야기들, 세상에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이것도 스포일러 예방. ㅎㅎㅎ
통통 튀고 발랄하고 재밌는 이야기들 장류진 소설가는 이 소설을 직장을 다니면서 썼다고 하는데,, 바쁜 생활 속에서 자기의 꿈을 쫓는 것이 절박함 내지 끈질김을 발휘하게 해주는 것 같다.
무언가를 쓰려고 노력하는 우리 블친님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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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편소설집을 읽은지 얼마나 되었지? 요즘은 잘 안읽게되는 '단편집'. 왠지 잘 손에 잘 안집히는 단편집을 아주 오랜만에 요즘 핫하다는 여류소설가 장류진님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게 되었다. 사실, 이게 단편집인지 모르고 '핫'하다는 말에 무작정 샀던 것인데 사고나서 바로 읽지 못하다고 최근에서야 읽게 되었다.
단편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이거 시시하면 어쩌지? 이런 걱정을 하게 되었는데 읽다보니 그런 우려와는 다르게 너무 재미있게 읽히는게 아닌가? 그래서 아니 핫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글을 잘쓰는거야? 하고 찾아봤더니 너무 예쁜 작가님이 눈에 훅 들어왔다. 미모의 여류작가라...
좋은대학교를 나와 좋은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가 이제는 직업이 되었다는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는 '장류진'소설가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사회생활을 어느정도 하다가 글쓴이가 되어버린 그의 이력때문인지 몰라도 그녀의 단편집에는 '현실반영'이 꽤나 디테일하다.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고 독자들로 하여금 그 상황을 공감하고 그려내게 하는 글솜씨가 좋았다.
단편집 [일의 기쁨과 슬픔]은 8개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이지만, 지금의 청년들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잘 살겠습니다] 아마도 현실고증을 이만큼 제대로 해낸 작품이 있을까? 싶을 만큼 지금의 우리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잘 담아냈다. '얼마짜리 관계'에 집착하고 있는 현대인들. 그런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한 사람. 우리는 어떠한가?
[일의 기쁨과 슬픔]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울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이 '울음'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주어지는 '보상'이라는 기쁨에 우리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게 아닐까?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짝사랑 하던 여자가 있었다. 썸의 기류도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가 결혼했다. 그런 그녀가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아 남편을 사별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버렸다. 그녀를 만나러 후쿠오카에 간다!
남자는 여자와 '원나잇'하기 위해서 일본 여행을 가는 것일까? 아니면 "썸"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가는 것일까?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행동에 따른 남자의 반응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던 단편
[다소 낮음] 현실을 직시하는 여자와 꿈을 바라보는 남자.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으나, 현실에서는 바보소리를 듣게 되는 그 남자는 '꿈'만 남겨진 지금의 상황에 행복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참 씁쓸함을 느끼게 해준 단편
[도움의 손길] 아마도 요즘 말로는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지는 내용. 주부와 가정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재미있게 쓰여졌다. 만렙 가정부에 어떻게 잠식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첫 출근하는 사람의 심리상태가 어떤지를 보여주는 단편. 나도 처음에 어땠지? 이런 추억을 하게 만드는 단편이었다.
[새벽의 방문자들] 이번 단편은 남성작가들이 아마 쓰기 힘든 단편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에 만연한 '성매매' 그 광고글을 삭제하는 업무를 하는 여자. 어느날 그 여자의 집에 낯선 남자들이 초인종을 누르며 방문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대한민국 남성들의 자화상이라고 해야할까. 남자로써 약간은 낯부끄러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탐페레 공항] 이 단편집에 담긴 단편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 그녀는 취직 전 유렵여행지에서 만난 90대의 노인. 같이 사진을 찍고 이야기한 시간은 얼마 안되지만 그 노인이 사진을 동봉해서 보내준다. 답장을 써야 하지만 사회생활에 치여 그때의 꿈도 잊고 현실을 살아가는 그녀는 6년만에 그 편지를 다시 들여다 보게 된다. 그리고 깨닫게 되는 초심.
읽으면서 눈물이 고였다. 나도 뭔가를 잃어버리고 산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뜨거운 어렸을 적 마음이 생각나서 뭉클해지는 무언가도 있었던 것 같다.
장류진 소설의 [일의 기쁨과 슬픔]. 간만에 읽어본 단편집이었는데 후회없었고 때론 웃음이 때론 눈물이 나는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일의 기쁨과 슬픔]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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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으로 장편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가독성도 높고,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심상과 이미지와 묘사로 가득한 글보다 나에게는 읽는 재미가 좋았다. 길지 않은 글들이지만 나름대로 약간의 긴장감을 자아내는 구도가 항상 등장한다. 무엇보다 몇몇 글에서는 부분적으로 언젠가 내가 겪은 상황과 데자뷰를 느끼게 되는 그런 장면이 있다. 마치 헤어진 후에 듣는 유행가 가사는 다 내 절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고 느껴지듯, 저자의 글은 아마도 많은 이에게 자신이 잊고 있던 체험을 상기시키는 그런 기제로 작용할 듯하다.
첫 번째 작품인 <잘 살겠습니다>는 꼭 같지는 않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별별 사람을 만나며 겪게 되는 사소한 갈등의 표준적인 모델을 잘 표현해 놓았다. 결혼은 아니더라도 밥을 먹거나 술집에 갈 때, 모임에서, 회사에서 처음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약간은 손해 봐도 좋다는 자세를 갖기 마련이다. 어느 수준까지는 말이다. 돈을 좀 더 낸다든가, 아니면 살짝 공격적인 말투도 정색하지 않고 웃어넘기는 정도의 친화적 제스처는 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내가 허용할 수 있는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나는 완전히 다른 태도가 된다. 이미 가졌던 양보하는 마음까지 보상받고자 하는 심리가 된다.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줘야 하고, 너무 계산적이거나 깍쟁이 같은 모습을 덜 보이면서도 그렇다고 순응적 자세는 자칫 쉽게 보일 수 있다. 그 중간의 어느 범위에서 태도를 결정하는 것은 복잡한 계산의 결과이다. 그런데, 그 예상을 한참 벗어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통상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의 감정 상태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종류의 사람들 말이다. 관대함이 미치는 중력의 장을 벗어나면 그 사람에게는 다른 방식의 관계맺음 전략을 찾게 된다. <잘 살겠습니다>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빛나 언니에게 대하는 방식이 바로 그렇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을 더 자세히 알고 보면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난 바로 그 부분이 장점인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드문 그런 성정 말이다. 빛나라는 언니가 그런 축에 드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내가 주인공이라도 처음에는 열이 좀 오를 것 같지만, 그에게 특별한 악의가 없다면, 나의 관계맺음에서 허용의 폭을 좀 넓혀본다면 어떨까? 대부분의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분포는 특별한 힘을 가하지 않는다면 정규분포의 곡선을 띠고, 예외적인 값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게 정상이다. 예기치 않은 의외성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도움의 손길> 이 작품은 나의 경험과 절반 이상 포개진다. 내 경우 청소아주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 네 시간 동안 집안 청소를 하셨는데, 처음과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청소의 완성도가 떨어졌다. 초반에 나는 방을 옮겨가며 청소가 끝날 때까지 집에 있었지만, 내가 더 불편해져서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네 시간 정도 지나서 들어왔다. 나가면서 '제가 좀 늦으면 정리하고 들어가시면 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좀 일찍 집에 들어온 적이 있는데, 세 시간 남짓 되었을까. 아주머니는 이미 다 청소를 끝낸 후 집에 계시지 않았다. 예전에 가지런히 정리돼있었던 작은방은 마무리가 덜 된 듯 보였다.
이사를 앞두고 있어 청소 아주머니께 더는 오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사는 그로부터 한 육 개월 지나고 갔으니, 아주머니의 일 마무리가 마뜩잖았던 게 이유일 거다. 책에 등장하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아주머니의 행동은 두 가지 면에서 잘못된 선택이고 본인에게 이익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요새 세상에 평판이라는 것은 입으로만 전해지지 않는다. 나이가 지긋해서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아파트나 지역 커뮤니티 같은 곳에 정보를 올릴 수도 있고, 파견 업체에 알릴 수도 있다. 아주머니는 눈치 빠르게 조금 적게 일했으니 투자시간 대비 이익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인생은 끝이 정해지지 않은 팃포탯 게임에 가깝다. 상대방이 나에게 하는 행위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나의 태도가 결정된다. 이것이 초기에 잘 형성되면 우리는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가끔은 인생에 있어서 강약 조절을 해야 한다고 여긴 적이 있다. 삶을 구성하는 것 중 소중한 것에는 주의를 좀 더 기울이고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실현하려 애쓴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는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주변 일들에 대해서는 그냥 남들처럼 대세에 편승해서 행동한다. 에너지를 최대한 줄여서 내가 원하는 곳에 쓴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나의 삶은 내 모든 행위와 생각과 내뱉는 말로 구성된다. 내 삶의 태도는 아무리 사소한 것에서라도 일관되어야 하지 않을까. 부엌에서의 민주주의자가 진정한 민주주의자란 말이 있듯이, 앞뒤가 같고 시작과 끝이 일치하고, 언제 어디서든 다른 기준으로 재거나 계산하지 않는 태도가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나이므로.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라는 작품은 남성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인데, 작가가 여자인 것을 고려하면, 작고 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관찰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성에 대한 묘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있을 수도 있는 일과 일반적으로 그런 것'에는 차이가 있다. 주인공인 남성이 여성과의 만남에서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일종의 작업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일반의 범주였으나, 여성과의 하룻밤을 실패한 후에 보이는 반응은 찌질한 남성의 표본이지 평범해 보이지는 않는다. 울고, 욕하고, 증오와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는 모습이 조금은 불편한 느낌이었다.
초반 지유와 지훈의 케미가 일치하는 부분을 묘사한 부분은 마음에 든다. 나도 그런 느낌을 가져본 지 꽤 오래되었지만, 그 지적으로 고무되고 화학적으로 고조되는 감정을 한 번쯤은 경험해봤다고 느꼈다.
"지유씨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녀가 내뱉는 말의 호흡과 나의 호흡이 잘 어우러져 특유의 리듬감 같은 게 생겼다. 우리는 존대와 반말, 유쾌와 재치, 다정함과 짓궂음을 카드 패처럼 번갈아 내놓으며놀았다.... 우리는 지적 흥분으로 살짝 들떠 있었고 그건 분명 화학적 교감과 같은 빛을 띠고 있었다."
마지막 작품인 <탐페레 공항>은 저자의 자전적인 경험을 그대로 글로 옮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삶의 궤적이 작품과 크게 차이가 없기도 하다. 성공적인 인생은 끝이 좋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 소설집의 마지막이 따뜻하고 기분 좋은 글로 마무리되어 꽤 성공적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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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띠지 문구대로 '등단작 누적 조회수 40만 건!'이다. 여기서 느낌표에 주의하라. 창비 신인상 수상작, 혹은 다른 문학 출판사 수상작, 혹은 각종 주요 매체 문학상 수상작 중 누적 조회수가 40만 건 이상을 기록할 만한 작품이 다시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한국문학 독자층은 아무리 넓게 잡아도 2만 명이란다. 누적 조회수 40만이라는 숫자는 평소에는 한국문학에 1도 관심 없던 사람까지 봤다는 의미. 실제로, 나 역시 이 당시 지인으로부터 링크를 전해받았는데 그들 모두 한국문학에 별 관심 없는 이들이었다. 나는, 당시에 당연히 링크를 클릭하긴 했으나 읽지 않았다. 남들 다 읽는 작품은 절대 읽지 않겠어, 하는 고질적인 아싸심의 발로였다기보다는 화면으로 긴 글을 못 읽는다. # 1 그리고 장류진의 소설집이 마침내 '종이책'으로 나왔다. 사서 읽었다. 추리소설 읽듯, 앉은 자리에서 쉬지도 않고 다 읽었다. 그만큼 재밌었다. # 2 한국문학에서 소설집이란, 등단하여 문예지에 기고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작가의 작품집인 경우가 대부분.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성과 상품성은 딱 떨어지지 않긴 하다만, 문예지의 '예'라는 표현에서 보듯 이러한 단편은 상품성보다는 예술성을 지향하는 편이다. 나는 누구이며 세계란 무엇이며 삶과 죽음은 어떠해야 하나 등등을 매우 세련되게, 그리고 낯설게 다뤄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이쪽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독자들에게 한국작가들의 소설집은 미분적분만큼이나 느껴지는 게 사실. 하나 장류진의 단편은 그렇지 않다. 우선 등장인물이 동시대인 - 장류진은 1986년생이고, 드미트리는 1984년생 - 이다. 비유하자면, 몇몇 한국작가의 단편집이 전교 1등이 쓴 글짓기 대회 수상작이라면 장류진의 작품은 말뚝이의 언변? 왜 반마다 한 명씩 있지 않나. 달변으로 점심시간마다 자신의 자리로 친구들을 이끄는 친구. 책을 읽는 내내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내 남자 친구가 말이지. 왜, 옆 반에 그 받기만 하고 안 주는 싸가지 있잖아. 헉 대박, 너 그 얘기 들었어, 우리 옆 아파트에 있었던 이야기야... # 3 이번 소설집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실렸다. 잘 살겠습니다 : 결혼 준비하며 청첩장 돌리다 눈치 없는 회사 동기와 얽히며 딥빡하는 이야기. 일의 기쁨과 슬픔 : 중고거래 앱 기획자가 어뷰징이 의심되는 유저와 만나는데, 수많은 중고거래 뒤에 숨겨진 사연.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 썸 타던 여성 - 결혼하자마자 남편을 잃고 일본으로 간 - 을 만나러 후쿠오카 갔다 있는 쪽 없는 쪽 다 팔고 옴. 다소 낮음 : 유튜브로 대박 터뜨린 천재(?) 싱어송라이터. 상품이냐 예술이냐 그게 문제로다. 도움의 손길 : 청소와 정리정돈에 이골이 난 부부, 가사도우미를 불러보는데. 자고로 머리 긴 짐승에게는 잘해주지 말랬다.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 아메리카노 2,000원에 속지 마세요. 아이스는 그보다 비쌀 수 있으니까요. 새벽의 방문자들 : 이사간 오피스텔에 밤만 되면 모르는 남자들이 찾아오는데... 탐페레 공항 : 앞서 실린 작품과는 다소 다른 톤,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친 인연이 몇 년 지나고 떠올려보니 눈물 쏙 콧물 쏙 빼게 만든다. # 4 장류진의 주특기는 등장인물을 찌질하게 만들기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의 주인공 지훈이 그중 압권인데, 그가 원나잇 실패 후 울면서 전화하는 장면. 공항에서 한 노인이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커피잔에 동전을 잔뜩 넣었는데 알고 보니 진짜 커피가 들어있는 잔이었고, 거기에 격분한 남자 - 노인의 지인으로 보이는 - 에 놀라 도망치는 결말로 오랜만에 소설 읽으면서 빵 터졌더랬다. '탐페레 공항'을 제외하면 나머지 단편에서도 저러한 찌질한 장면이 여럿 나오는데, 이 덕분에 장류진 소설을 읽기 위해 심호흡을 해야 한다든지 비장하게 마음을 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책장을 펴서 신나게 읽으면 그뿐. 그렇다고 마냥 이야기가 가볍지만은 않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스타트업 기획자, 인디 밴드 뮤지션, PD를 꿈꿨으나 포기하고 중소기업에 입사한 신입 사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권력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주류라기보다는 비주류이고, 이들의 미래가 밝다기보다는 불투명하다. 문학이란 가진 자가 아니라 가지지 못한 자의 이야기라는 관점에 동의하는 편이라, 그런 맥락에서 장류진의 작품에 매료됐고 앞으로 작품도 기대하겠다. # 5 늘 그러하듯, 소설집에 실린 해설은 읽지 않았다. 필요한 누군가는 읽어보겠지. # 6 기시감이 들었다. 정이현의 2003년인가 2004년에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읽었을 때, 이런 기분을 느꼈다. 단편집도 재밌을 수 있다! ---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원을 내야 오만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천원을 내면 만이천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에비동에 새우가 빼곡하게 들어 있는 건 가게 주인이 착해서가 아니라 특 에비동을 주문했기 때문인 거고, 특 에비동은 일반 에비동보다 사천원이 더 비싸다는 거. 월세가 싼 방에는 다 이유가 있고, 칠억짜리 아파트를 받았다면 칠억원치의 김장, 설거지, 전 부치기, 그밖의 종종거림을 평생 갖다바쳐야 한다는 거. (중략)" (「잘 살겠습니다」, 28쪽) "돈이 뭐 별건가요? 돈도 결국 이 세계,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의 포인트인 거잖아요." (「일의 기쁨과 슬픔」, 52쪽) 세상 질척거리는 통화였다. 심지어 나는 울고 있었다. 최악이었다. 휴대폰을 침대 위에 던져버리고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뚜껑을 닫지 않은 채로 올려놨던 작은 생수병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고 바닥에 두었던 백팩 위로 물이 쏟아졌다. 나는 황급히 백팩을 집어 들었다. 백팩의 앞주머니 지퍼가 활짝 열려 있었다. 이 씨발년이. 열엇으면 닫아놔야 할 거 아냐.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97쪽) "이 친구 타이밍 참 못 잡네." (「다소 낮음」, 122쪽)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아이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것이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아주 고귀한 소리가 날 것이다. 그 소리를 한번 들어보면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혹될 것이다. 너무 매혹된 나머지 그 소리를 알기 이전의 내가 없다는 착각까지 하게 될지 모른다. 당연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걸 놓을 충분한 공간이 주어져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집 안에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기 전에 그것을 놓을 각이 나오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부족해도 어떻게든 욱여놓고 살면 살아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물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집이 아니라 피아노 보관소 같은 느낌으로 살면 될 것이다. 그랜드 피아노가 거실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테고 패브릭 소파와 소파스툴, 원목 거실장과 몬스테라 화분은 둘 엄두도 못 낼 것이다. (「도움의 손길」, 14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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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하며 읽는데 , 알랭드보통의 제목과 같다는 걸 보고 살짝 반감이 들었다. 소설에 나오는 제목 모두가 다른책의 제목이거나, 음악 제목이 한걸 보고 이것 또한 소설의 컨셉이며 작가의 영감 또한 포함된 것임을 알고 작가를 심하게 창조적이야 하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보았나 싶었다.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것이고 내용도 짧다보니 줄거리만 살짝 쓰려고해도 스포라서 소개하기 어려운데, 일의 기쁨과 슬픔 하나만 읽어보길 강추한다. 소설 배경이 판교이고, 스타트업에서 일어난 일을 소재로 삼았는데, 내용도 참신한데 결말과, 그리고 연달아 나오는 내용의 결말 또한 색다르다. 그동안 한국 소설이 갖고 있던 전쟁 그전의 식민지, 민주화 운동, 근 현대사적 사건을 통한 인물의 내적 변화, 책임 등 비범한 자아를 그렸다면 이 책은 앞에 모든 걸 겪지 않은 세대가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고 공감을 이끌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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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올해 최고의 소설. 모든 작품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게 좋다. 젊은 세대의 삶과 고민이 뭔지 정확하게 포착하고 반영한 작품. 요새 단편소설들은 작가들이 일반 사람들의 삶을 모르면서 흉내내보려한다는 생각을 많이 받았는데 장류진 작가는 뭘 알고 쓴다. 흉내내는게 아니라 진짜. 진짜 작품을 쓴다. 게다가 명언 제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줄치며 읽다보면 책이 다 줄쳐져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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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정말 강력한 단편소설을 만났다. 어찌가 공감이 되고 피식 웃게 되고, 캐릭터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된다. 장류진 소설의 <일의 기쁨과 슬픔>에 수록된 하나의 단편소설이다. 책 제목만 보고, 왜 알랭 드 보통 작가의 책 제목과 동일하게 했을까? 란 의문이 처음 들었는데, 알고 보니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에서 착안해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도 우리 집에 있는데, 읽다가 만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가물가물... 장류진 저자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월급쟁이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정말 격하게 공감할 이야기가 담겨있다. 제목 그대로 일이 주는 기쁨과 슬픔에 대해 어딘가 진짜 있을법한 이야기. 소설 첫 장면부터 빵 터졌다. 애자일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스크럼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려는 노력을 깡그리 무시한테 대표는 회의를 무슨 조회시간인 것처럼 금쪽같은 시간을 갉아먹는 장면부터 시작이 된다. 그리고 소통하는 수평한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위계 있는 직급체계를 없애기 위해 영어 이름을 부른다니!!! 그냥 상상만도 왜 이렇게 코미디인지. 물론 실제 회사 내에서 수평한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들을 한다. 내가 몸담았던 회사도 일부터 파티션을 낮게 만들고, 상무, 대표들의 책상을 사원들과 아주 가까이, 그리고 심지어 방도 없고 당연히 문도 없다. 헐~ 즉, 우리 사원 나부랭이들이 뭘 하는지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다~~~ 모니터링이 가능한 회사 구조가 되어버려서 우리만의 아지트를 만들어서 담소를 나누어야 했던 기억이 소록소록 났다. 컴퓨터 모니터도 너무 시원하게 노출, 오우 노우 부담 백배. 비싼 컴퓨터 스크린 커버(정면으로만 봐야 스크린이 보이고, 옆에서는 볼 수 없게 만드는 커버)를 사비 털어 구매했던 기억이. ㅋ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바탕으로 각자 등장인물들이 회사를 다니며 임하는 태도의 묘사가 짧지만 매우 강렬하다. 한참 슬럼프, 매너리즘에 빠져 회사를 다니면서 나를 다독였던 건, 회사에서 행복을 찾지 말고, 행복한 일을 더 즐기기 위해 회사의 힘을 빌리자. 회사 문을 나오면 전기코드 뽑듯, 회사일은 잊자! 였지만, 이 둘 다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 오피스 허즈번드(office husband), 오피스 와이프(office wife), 오피스 컴패년(office companion) 을 만들어 마음의 위로를 했던 것이 일반적인 추세였으며 이런 대화를 동료들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마음에 맞는 사람 하나 없으면, 무슨 재미로 회사가누~~ 이런 식으로. 하지만, 불륜은 오우 노우~ 이런 거 하지 맙시다! "회사에서 울어본적 있어요?" 이란 질문을 한다. 그럼 회사에서 안 울어본 사람도 있을까?가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이 책, 우리가 속해 일하는 환경, 내가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을 하게 한다. 더이상 월급쟁이 회사원이 아니더라도. 직장인이라면 내가 하루를 살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회사에서 지내는지, 사실 가족보다 친구보다 더 오래 보고 마주하는 이들이 회사 동료라,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최대한 잘 지내보려 노력한다면, 죽도록 가기 싫은 회사가 슬픔보다 기쁨으로 더 와닿지 않을까? 취업이 어려운 요즘이다. 회사 가면 힘든 건 알지만, 그래도 갈 회사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등장하는 '안나', 아마 같이 회사를 다녔으면, 내가 무척 좋아했을 것 같은 류의 사람이다. 재미있다. 우선 읽어보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