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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남아공 출신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의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 때부터 영미권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열심히 찾아봤다. 그러다 어느 날 넷플릭스에서 호주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해나 개즈비의 스탠드업 코미디 쇼 <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이 쇼를 처음 보았을 때 받은 충격은 지금도 설명이 잘 안 된다. 그 때까지 내가 알던 코미디는 '방법이 어떻든 결과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었다. 자학을 하든 약자, 소수자를 비하하든 웃기기만 하면 상관없는 것이 코미디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코미디를 잘 안 봤다.
<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는 달랐다. 해나 개즈비는 자신이 여성, 레즈비언, 과체중, 자폐, ADHD, 시골 출신이라는 사실을 당당히 밝히되 그러한 사실을 농담거리로 삼거나 비하하지 않는다. 역으로 그러한 사실을 농담거리로 삼는 (주로 백인 남성) 코미디언들과 그러한 코미디언들의 농담에 아무 생각 없이 웃고, 현실에서 그들의 농담을 모방하고 전파하는 무개념, 무지성 관객들을 세련된 방식으로 조롱한다. 전공인 서양미술사 지식을 활용해 예술과 역사를 지배하는 남성들의 권력 남용을 지적하고, 이를 방치하는 사회 구조와 문화를 비판한다.
그렇다면 해나 개즈비는 어쩌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었고 어떻게 <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그 답은 해나 개즈비의 책 <차이에서 배워라>를 읽으면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해나 개즈비는 호주에서도 벽촌인 태즈메이니아에서 오 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의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으며 자란 어린 시절, 또래 여자 아이들과 친해지지 못해서 힘들었던 유년 시절, 자신이 '벽장'에 갇힌 줄 모르고 동성애 혐오자로 지냈던 청소년기와 장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했던 청년기의 일들을 자세히 들려준다.
해나 개즈비는 삼십 대 중후반까지 번듯한 직업도 없고 집도 없고, 배우자도 애인도 없는 상태였다. 그는 이것이 자신이 레즈비언 여성인 데다가 게으르고 사회성이 부족하고 뚱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히 스탠드업 코미디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그는 자신의 단점이나 약점을 이전까지와 다른 각도로 보기 시작했다.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자기 비하적 농담은 자기 자신을 상처 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상처를 지닌 관객들을 상처 줄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자신과 관객의 상처를 헤집으며 웃길 바엔, 웃기지 않고 상처를 치유하는 코미디를 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는 그동안 해나 개즈비가 살아온 삶과 그 속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이를 통해 얻은 교훈과 깨달음이 집대성된 작품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의 초고를 구상한 계기부터 구체적인 원고 작성 과정, 투어를 돌면서 점차 원고를 발전시킨 과정과 마침내 넷플릭스 방영이 결정되어 최종 녹화를 하기까지의 과정 등을 상세하게 밝힌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 사람의 인생과 하나의 창작물, 예술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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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출판사로 부터 책을 지원 받았습니다 스탠딩 코미디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여러 서구권 문화에서 대세 공연장르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본 하산 미나즈의 'Patriot act'도 그 중 하나지만 사회 고발을 메인으로 하는 이 쇼는 자학과 선을 넘을 듯 말듯한 개그로 점철된 스탱딩 코미디와는 조금은 결을 달리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내가 재미있게 봤던 걸지도) 그래서 해나 개즈비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봤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나네트'(넷플릭스 코리아에는 해나개즈비의 나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공개)라는 스탠딩 코미디 실황으로 대세 코미디언 중 하나라고 하는데 자폐 진단을 받은 레즈비언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 여러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이 책 '차이에서 배워라'는 자신을 유명한 코미디언으로 만들어 준 '나네트'라는 작품이 탄생하기 까지의 여정을 다소 길게 그리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외진 곳에서 자란 유년기 부터 시작해 학교생활과 일용직으로 고생하다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어떨결에 코미디언이 되어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자폐진단을 받은 후 넷플릭스에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다소간 의식의 흐름을 따라 쓰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내가 스탠딩 코미디라는 장르에 대한 애정이 없을 뿐아니라 해나 개즈비의 스탠딩 코미디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 특히 스탱딩 코미디 매니아들이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그녀의 이야기의 위상을 이해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복작 다단한 정체성과 녹녹치 않는 유년기를 지난 그녀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변화하는 모습을 약간의 자학과 농담과 뒤섞어 진솔하게 써낸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관련 코미디 장르와 해나 개즈비에 대한 애정이나 호기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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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 개즈비 지음 / 노지양 옮김 / 창비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 출신의 스탠드 업 코미디언. 넷플릭스 스페셜 「나네트」로 에미상과 피바디상을 받으며 전 세계적 스타가 되었다. 무대에 혼자 서서 오직 말로 사람들의 웃음을 이끌어 내는 직업이라고 하니 언변이 탁월하고 대단한 지적 소유자라 여겼다. 허나 처음의 기대와 너무도 다른 해나 캐즈비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전반적으로 해나 캐즈비는 뭐하나 잘난 것이 없었다.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집안, 오 남매가 북적거리는 집안의 막내딸로 자라났다. 어린 시절부터 해나는 뚱뚱하고 못생긴 외모에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되어 왔고 성적도 낙제에 가깝다. 늘 외톨이에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간신히 졸업 후에도 제대로 된 직장을 얻지도 못한다. 단순직종에서 근근이 먹고사는 정도의 경제 활동을 한다. 그나마 다치고 하는 통에 백수의 기간도 상당하다. 해나의 성장 과정은 덜떨어진 아이의 이야기 같아 웃기다. 거기에 엄마의 매사에 비꼬는 말투는 얄밉지만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하지만 해나의 삶이 코믹하지만은 않았다. 성추행, 강간을 경험하고,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받았다. 거기에 ADHD, 자폐 진단까지.
무관심, 무능, 거기에 아픈 기억까지 그 과정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아니 농담을 하듯 툭툭 말한다. 해나는 분명 평범하지 않는다. 어쩌면 사회의 낙오자라고 본인이 생각했을 정도로 사회의 부적응했다.
이런 흐름으로 보아 이제 열악한 과거를 딛고 해나의 성공담을 이야기하리라 짐작하게 된다. 분명 해나는 찌질한 과거를 벗어나게 된다. 어느 날 친구의 제안으로 코미디 대회에 참가해 수상함으로 자기에게 그나마 소질이 있다고 여기는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코미디언의 길은 해나에게 온 행운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해나의 이야기는 성공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해나를 세계적 스타로 만든 「나네트」는 어둡고 트라우마로 가득 찬 해나 캐즈비의 이야기이다. 자기의 투라우마를 자신의 스탠드업 코미디에 넣어 보여주었다. 못생기고, 뚱뚱하고, 사회성 떨어지고, 성추행과 폭행, 강간, 레즈비언이라는 사실까지. 자신의 이야기에서 비겁한 백인 남성 우월적인 사회를 폭로하고 비판한다.
분명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해나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털어놓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또한 해나의 이야기는 웃음을 만드는 코미디가 아니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나네트」 공연이다.
「나네트」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트라우마와 만나는 과정은 힘들었다. 하지만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여 치유의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내고자 한 것이다. 그 공연을 통해 해나 스스로 상처의 치유를 경험한다.
해나의 「나네트」 공연의 대목을 읽으면서 억압된 분노의 폭발을 느끼게 했다. 그 폭로와 폭발은 정말 속을 시원하게 만든다. 이 책 『차이에서 배워라』는 「나네트」의 공연인 해나 캐즈비의 이야기를 전한다. 공연에서 느끼는 치유의 카타르시스를 이 책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해나 캐즈비의 신랄한 농담 속에서 억압된 분노를 폭발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어 보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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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이 찻잔 받침에 들어맞는 소리'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저자는 호주 시골마을인 태즈메이니아 출신입니다. 태즈메이니아에서는 1997년까지 동성애가 불법으로 처벌 대상이었다고 하니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죠. 자폐와 ADHD를 가졌으나 진단을 받지 못한 채, 그리고 동성애 혐오가 공기처럼 떠도는 곳에서 자라난 아이는 어떤 정서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568페이지나 되는 벽돌책을 읽으면서 뭐 이런 이야기까지 하지? 싶을 정도의 저자의 인생 이야기를 읽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쾅! 촌철살인 문장이 있고 삶의 정수를 꿰뚫는 기가 막힌 통찰이 있더라고요. 사실 저는 이 책으로 접하기 전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해나 개즈비의 존재를 몰랐는데요. 이 책을 읽으며 점점 더 관심이 생겨서 인스타에서도 팔로우를 하고 넷플릭스 <나의 이야기>도 찜을 해두었어요. 자기 삶을 낱낱이 파헤치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단단한 힘. 이 책을 통해서 확실히 느꼈습니다. ? 이 책을 읽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려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분명 후회하지 않을 거라 장담합니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는 것! 자기 비하에서 벗어나서 진짜 ‘나의 이야기’를 하는 해나 개즈비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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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머리에 너무 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쏟아져 통제를 벗어나버린다. 작가의 경험이다. 이 책은 어지간한 위인전만큼이나 두꺼운 두께를 갖고 있다.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일에 웃을 수 있다는 건 특권입니다. 다양성은 우리의 힘입니다. 차이는 우리의 선생님입니다. 작가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다. 뒤표지 날개단에도 쓰여있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겪은 작가는... 책을 읽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해나개즈비 #노지양 #차이에서배워라 #창비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스탠딩코미디 #창비스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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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을 받고 566쪽이라는 두께 한번 놀랐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해나 개즈비의 신랄한 농담, 차원이 다른 코미디에 놀랐다. ▶ 해나 개즈비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넷플릭스 스페셜 <나테트>로 에미상과 피바디상을 받았다. 코미디 아트 투어를 진행하고, 다큐멘터리, 라디오 쇼 등의 작가이자 진행자로도 활동하였다. 그녀는 ADHD, 자폐진단을 받은 젠더퀴어로 소수자성이야말로 자신의 힘이리고 믿으며 자신만의 코미디를 보여주었다. ▶ 이 책은 해나 개즈비가 코미디언으로 인정받기까지의 여정을 자서전 형식으로 써내려간 것이다. 그녀만의 쇼 <나네트>가 있기까지 탄생 신화, 성장기 , 방랑의 세월을 거쳐 롤러코스터를 타듯 코미디 업계에서 경험한 것들을 적었고, 진단 이후의 자유, 수치심, 농담, 자폐 등을 자신만의 코미디로 풀어나갔다. 그녀는 "어떤 사람들은 코미디란 상처에 시간을 더하면 완성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시간은 필요 없었다. 나는 수치심이 자존감을 짓밟아 가루로 만들어놓은 바로 그때 남을 웃기는 글을 쓰곤 했다. 신들린 재주가 아닐 수 없다.(348쪽)"라고 자기비하가 섞인, 하지만 진지함과 솔직함을 동반한 코미디 여정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을 중심을 정리해 보았다. 해나 개즈비는 '비극'을 발굴하여 코미디로 창작하였다. 개인적이고 사소하지만 그녀에게 큰 충격 혹은 울림을 준 것들 중에서 비극을 발굴하여 코미디로 창작해나갔다. 그녀는 '자기비하'라는 늪에 빠져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고 하였다. 몸에 대한 수치심조차도 코미디로 승화하였다. 해나 재즈비는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자부심이 큰 것 같다. 그녀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면서 남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기쁨으로 돌아왔다고 하였다.
해나 개즈비는 '무표정 진지' 유머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겸손형' 코미디를 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농담은 어떻게 소리를 감싸고 생기를 불어넣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하였다. 그의 코미디 여정은 끊임없는 창작, 연구가 이끌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생활 속에서 만난 혹은 겪은 우스꽝스럽고, 수치스럽고, 비참한 요소들을 잘 버무려 코미디를 쓰고 공연을 하는 그의 진지함이 글에서 생생히 느껴진다. 관객 혹은 독자들이 농담 뒤에 숨은 진실을 마주하게끔 이끌며 웃음과 분노를 활용해서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책을 차원이 다른 코미디의 세계를 맛보고 싶은 사람, 솔직한 글을 좋아하는 사람, 놀랍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폭넓은 주제의 코미디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창비 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솔직 서평입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낯설다. 하지만 OTT라는 플랫폼을 타고 다양한 문화와 예술,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오늘날에 약간의 생경함은 오히려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그렇게 넷플릭스에서 해나 개즈비의 <나네트>를 만났다. 쇼 내내 그가 말한 대로 긴장감을 조였다 풀었다 강약 조절하면서 분위기를 압도했다. 강렬한 조우만큼 아쉬움이 큰 짧은 쇼 타임이었다. 그 아쉬움을 달래줄 두툼한 책을 마주했다.
선천적 기질과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해안에 있는 작은 섬 태즈메이니아의 문화와 정치와 사회 그리고 관습 안에서 형성된 후천적 성격이 '해나 개즈비'로 발현되는 여정을 담고 있었다.
"액체가 분필에 스며들듯 자연스럽게"
코미디쇼에서도 느꼈지만, 활자로 만나는 그는 한층 더 독특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다층적인 면모를 보였다.
첫 번째 책 시핀 소폰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이층 침대에서 자는 언니의 발이 달랑거리며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이야기는 그가 세상을 만나고 바라보는 방법을 보여주는 듯 여겨졌다. 이 세상 어떤 사람에게 한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이 발꾸러기에게 했다. 그래서 이 발이 더 이상 밤에 자신을 찾아오지 않게 되자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실감에 빠졌다고 한다. 저런, 발꾸러기가 이렇게나 부러울 수가.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그 발꾸러기는 맞장구치면서 잘 들었겠지.
"괜찮았다. 나는 언제나 한참 있다 보면 괜찮아진다. 변화에 적응하는 일이 남들보다 훨씬 더 어려웠을 뿐이다."
1998년 웨스턴의 커밍아웃 생뚱맞았지만 왠지 해나 개츠비 다웠다. "너는 레즈비언" 평소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풍경에 더해진 한 문장의 무게가 고스란히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70세 이하의 첫 성인 친구에게 커밍아웃할 기회를 안전한 장소에서 선물 받았지만 해나는 받지 않았다.
해나 개즈비는 자신의 정체성을 태즈메이니아 출신과 뚱뚱한 몸 그리고 레즈비언으로 드러냈다. 그렇게 스스로를 비하하면서 웃음을 주던 그는 이제 코미디를 그만둬야 되겠다고 했다. 반의적인 표현으로 달라진 그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여자들은 안 웃겨. 하지만 당신은 예외야! 당신은 웃겨, 그러니까 당신은 괴짜야.
태즈메이니아를 떠나고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기까지 7여 년의 방랑 시절도,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주최한 신인 코미디언 대회인 로 코미디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어서도, 경력의 정점에 있을 때조차 충만한 행복감과 안정감을 누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대에서 타인에게 펀치라인을 날리며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자신은 연애도 잘 안 풀리고, 즐겁게 쇼를 마치고 만족감과 자신감에 도취된 상태에서 피드백을 받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으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그가 언어로 표현하기 싫어하는, 수치심의 밑바닥에 파묻혀 열심히 휘저어야 들출 수 있는 성추행, 강간의 트라우마도 있다.
감정을 정제한 듯 최대한 절제한 표현에서도 해나의 내밀한 상처와 고통이 느껴져서 울컥하면서 읽고, 같이 분노하면서 읽었다. 그러다가도 피식 웃어버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는 천상 코미디언이다. 코미디 동료에게도, 다른 레즈비언에게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 부모에게도 그리고 엄마에게도 피드백을 받거나 부정 받는 상황에서도 해나는 자신이 제일 잘하는 일에 열심이다. 바로 농담이다. 이 지치지 않고 뿜어내는 생명력에 압도당한다. 멋지다!
"내가 제일 후회하는 게 뭔지 아니? 내가 널 이성애자처럼 키운 거야. 네가 바뀌길 바란 거 같아. 세상은 바뀌지 않을 테니까. 엄마가 네 친구가 되어줬어야 했는데 못 했지. 나를 용서 못 할 것 같다." 해나 개즈비의 엄마의 말
<차이에서 배워라> 그가 코미디 페스티벌 무대에서 항의 시위 이벤트로 벌이는 동료들의 결혼식 축사에서 쓴 것처럼 배제의 부당함에 깊이 공감한다. 배제가 개인에게 가져온 파장을 조근조근 짚어주는 그의 섬세한 통찰력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인간이 동료 인간을 배제할 권리가 있는가?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본다. 힘들고 어려울 수도 혹은 거북하고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찍어내는 인형이 아닌 이상 우리 인간은 다 다르고 다양하다. 반려견 더글라스가 전하는 온기뿐 아니라 우리가 발휘하는 인간애에 녹아들었으면 좋겠다.
"다양성은 우리의 힘입니다. 차이는 우리의 선생님입니다." 해나 개즈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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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해나 개즈비의 화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말에 뼈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그의 코미디 쇼 <나네트>를 보면서 웃다가 우느라 엉덩이에 털이 나는 줄 알았다. 개즈비였다면 이 말을 조금 더 재밌게 했을텐데, 나에게는 그가 가진 최고급 유머 기술이 부족하다. <차이에서 배워라>는 그의 유머 기술과 솔직함을 집약한 책이다.
한국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소수자 집단이나 희극인이 가진 단점을 희화화하는 방식에 사람들이 지친 것도 한 몫 할 것이다. 웃기위해 보다가도 그런 내용을 접하고나면 힘이 빠진다. 개즈비의 코미디는 완벽히 다른 결을 한다. 그가 담담하면서도 뼈있게 써내려간 글을 읽다보면 ‘이런 말까지 해준다고?’ 하다가도 뒤에 나온 펀치라인과 에피소드가 맞물리면서 통쾌한 마음으로 웃게 된다. 개즈비가 진지하게 자신의 치부를 털어놓을 때 나의 치부도 돌아본다. 그렇게 비슷한 점을 찾으면서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아픈 위로를 얻는다.
<차이에서 배워라>를 읽을 예정이라면, 티슈를 가져다 놓길 바란다. 웃다가 눈물이 나오든 울다가 눈물이 나오든 눈물을 닦을 일이 분명 생길 것이다. 그리고, 엉덩이에 털이 나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 |
| 호주 태즈메이니아 출신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해나 개즈비의 쇼 ‘나네트(Nanette)’에 나오는 말이다. 그는 쇼에서 서구의 백인 중심주의·남성 중심적 사회와 문화, 예술과 문화, 동성애 혐오를 비판한다. 특히 백인 이성애자 남성을 향해 그는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가볍고 유쾌하기만 한 쇼는 아니다. 보고 나면 얼이 빠질 정도로 묵직한 한 방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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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에서 배워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