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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달님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사람이 말했다. 너는 가을과 닮은 사람이라고. 이 책을 쓰는 봄과 여름 동안 줄곧 가을을 생각했다. 앞으로도 가을 같은 글을 쓰며 살고 싶다." _ 책 앞날개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는 김달님의 산문집이에요. 저자는 기억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마다 작고 귀한 것을 손에 쥔 기분으로 노트에 옮겨 적었다고 해요.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말은 눈이 내리던 1월의 밤에 막내 고모가 해주었던 말이라고 하네요. 지난 겨울에 연이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고, 할머니 유골함을 땅에 묻던 날 밤에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고모들과 함께 보냈는데, 거실에서 산소에 가져갈 조화를 손질하던 막내 고모가 말했대요. "달님아. 자?" "아니. 왜?" "밖에 눈 와. 나가서 눈 구경해. 눈이 내리면 하늘에 있는 사람이 행복한 거랬어." (11p) 겨울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뀐 지난밤에 노트에 적힌 말들을 읽다가 어느새 그 밤으로부터 조금씩 떠나왔다는 걸 깨달았다는 저자는, "오직 나만이 알아볼 수 있을지라도 내 안에서 조금씩 자라난 마음 덕분이었다. 슬픈이 긴 날들에도 다시 기쁠 수 있다고 믿는 마음. 지금 여기에서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조용히 희망하는 마음. 그러니 하루하루 다가오는 삶을 기꺼이 사랑해보자는 마음. 마음이 자라는 방향은 사람들이 내게 들려준 말들이 가리키는 곳이기도 했다. "라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은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로 채워져 있어요. 김달님 작가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랑하고, 떠나고, 슬퍼하고, 기억하며, 다시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저자의 말처럼 우리 마음이 조금씩 자라기 때문이겠죠. 사랑하는 이들이 떠나간 빈 자리는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기에 우리는 마냥 그리워하네요. 눈이 내리면 하늘에 있는 사람이 행복한 거라고, 행복하기를 바라네요. "할아버지. 그럼 저는 어떤 계절 같아요?" 아마도 내가 태어난 여름이라고 말씀하실 줄 알았지만, 할아버지 대답은 달랐어요. "너는 가을이다." "제가 왜 가을 같나요?" "너는 조용하면서도······ 꼭 끌어안고 있으니까." "무엇을요?" "살아있는 것들을." (270-271p)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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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알려주었다. 사는 일이 무섭고 허무하게 느껴질 때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나올 수 있는지. 사람이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의지와 위로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의 포옹, 사람들의 말, 사람들의 마음이 향하는 곳이 결국엔 상실 이후에도 살아가야 할 나의 삶이라는 것을. #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한동안은 세상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간다는 게 너무 이상하더라. 얼마 전까지 여기에 살아 있던 사람이 사라졌는데 꽃이 피고 계절도 지나간다는 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화도 났어. 그런데 있잖아. 10년이 흐르니까 이제는 할머니를 생각하지 않고 사는 날들도 있어. 어떨 땐 할머니랑 지냈던 시간이 오래전 내가 꾼 꿈 같아. 그러다 어느 날에는 할머니가 보고싶어서 불쑥 눈물이 나지. 그렇게 살아지는 거더라. 그러니까 마음 잘 다독이면서 이 시간을 같이 잘 보내자. 할머니 할아버지는 무엇보다 네가 잘 살아가기를, 평안하기를 바라실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