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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패배의 기록: 일본, 졌는데 왜 안 진 척할까
"어떤 패배의 기록: 일본, 졌는데 왜 안 진 척할까" 내용보기
일본은 전쟁에서 졌다. 완전히 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쟁 이후 일본 사회는 그 ‘패배’를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말은 했지만, 뭔가를 슬쩍 감췄다. 이 책은 그 감춰진 치부를 들춰낸다. 김항 교수의 『어떤 패배의 기록』은 일본이 전쟁 이후 만든 '민주주의', '평화', '비평', '혁명'이라는 말들이 겉보기와는 다르게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보여준다. 듣기엔 다 좋아 보이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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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전쟁에서 졌다. 완전히 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쟁 이후 일본 사회는 그 ‘패배’를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말은 했지만, 뭔가를 슬쩍 감췄다. 이 책은 그 감춰진 치부를 들춰낸다. 김항 교수의 『어떤 패배의 기록』은 일본이 전쟁 이후 만든 '민주주의', '평화', '비평', '혁명'이라는 말들이 겉보기와는 다르게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보여준다. 듣기엔 다 좋아 보이는 단어들이다. 왠지 정의롭고 멋져 보인다. 하지만, 비평은 무뎌졌고, 민주주의는 탈정치화되었으며, 혁명은 범죄가 되었다. 책은 캐낸다. 그 안에 숨어있던 식민주의를. 


1. 비평 – 날카롭지 못한 비평


먼저 고바야시 히데오. 1930~40년대 일본 문예비평계를 대표하는 거물이다. 전쟁 중에도 글을 쓰며 일본인의 정체성을 ‘일상의 실천’ 속에서 찾으려 했다. 하지만 식민지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죽음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생활자’ 속에서 ‘궁극의 일본인’을 발견했다지만, 그 죽음이 강요된 것이었다는 점은 끝내 외면했다. 불편한 진실은 비껴간 거다. 가라타니 고진도 나온다. 현대 일본 사상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하나다. 1970년대에 마르크스를 새롭게 읽자는 글을 연재하며 일본 마르크스주의의 경직된 교조성을 비판했다. 하지만 그 역시 식민주의가 어떻게 일본의 보편주의 속에 숨어 있는지는 파고들지 못했다. 겉만 살짝 긁고 지나간 셈이다.


2. 민주주의 – 겉만 번지르르한 평화


전쟁 후, 일본은 헌법에 “전쟁 안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대신 천황은 평화의 상징으로 남겨뒀다. 책은 말한다. 그게 이상하다고. 전쟁의 책임자가 살아남고, 그걸 덮은 채 평화를 말한다? 평화주의자 난바라 시게루, 사회운동가 와다 하루키. 하지만 '식민주의'에 대해서는 그들이 놓친 것이 있다. 전후 일본의 평화는 '자연스럽게' 온 것이 아니라, 기획된 결과였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착한 나라야”라는 허상 위에 민주주의 탑을 올린 거다. 식민주의적 폭력은 그대로 남았고, 그 위에 헛헛한 말의 성찬만 얹힌 거였다.


3. 혁명 – 사라진 정치, 남은 스펙터클


요도호 납치 사건. 1970년, 신좌파 젊은 운동가들이 비행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향한다.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혁명은 위험하다는 이미지가 퍼졌다. ‘혁명 = 범죄’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이후, 혁명과 혁명가는 사라졌다. 뉴스 속 ‘수배자’만 남았다. 정치적 열망은 사라지고 남은 건 조작된 이미지, 정보전, 그리고 구경거리뿐이었다. 일본 사회가 혁명의 언어를 고의로 제거한 결과라는 게 이 책의 분석이다. 


에필로그는 오늘의 일본으로 시선을 돌린다. 3·11 도호쿠 대지진 이후, 일본은 ‘하나의 일본’을 말한다. 그러나 통합의 언어는 곧 배제의 언어다. 그 ‘하나됨’은 다름을 지우는 방식이었다. 야쿠자 같은 주변부 사회가 사라지고, 다양성 역시 위협 받는다. 모두가 ‘표준 일본인’이 되기를 강요받는다. 보편이라는 이름으로 균질화된 일본. 그곳엔 이견도, 경계도, 다름도 설 자리가 없다.


이 책은 일본을 말하지만, 실은 우리를 향하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식민주의의 잔재를 완전히 넘었는가? 우리의 평화는 누구를 침묵시키고 있는가? 우리의 비평은, 아직 살아 있는가? 질문은 날카롭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이 깊어진다. 쉽지 않지만, 꼭 필요한 책이다. 천천히, 꼭꼭 씹어 읽어야 할 책이다. ‘패배’를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사회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패배를 직면하는 용기가 혁신의 출발점이다. (끝)


#일본정치 #김항 #민주주의 #북스타그램

t****n 2025.03.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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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노미와 일본의 패전 이후
"한국의 아노미와 일본의 패전 이후" 내용보기
20년 내 3번째 탄핵, 군부 독재 이후 최초의 계엄령, 정치 성향·젠더·세대 간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AI 산업으로의 전환과 경제 위기 등 대내외적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오늘날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사상 최대의 아노미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보인다.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기초적인 신뢰마저 깨진 사회 구성원들은 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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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내 3번째 탄핵, 군부 독재 이후 최초의 계엄령, 정치 성향·젠더·세대 간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AI 산업으로의 전환과 경제 위기 등 대내외적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오늘날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사상 최대의 아노미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보인다.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기초적인 신뢰마저 깨진 사회 구성원들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오직 자신만이 진실하다는 믿음 아래 정치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절대 풀 수 없을 것 같은 엉킨 실타래를 풀 방법은 있을까?


 이 책에서는 한국의 현 상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일본이 패전 이후 민주주의를 다시 정립하면서 나타난 문제점을 집요하게 분석한다. 일본은 민주주의와 입헌주의를 받아들였지만, 대동아(大東亞) 성전을 꿈꿨던 식민주의를 청산하지 못했다. 저자는 일본 전후 민주주의의 보편주의와 민주주의가 여전히 식민주의를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며,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날 수 없다고 지적한다.

 1부에서는 고바야시 히데오와 가라타니 고진의 비평 작업을 살펴보며, 패전 이후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민한 과정을 따라간다. 고바야시는 전쟁 시기 죽음을 일상처럼 ‘입 닫고’ 받아들이는 일본인이야말로 궁극적인 일본인이라며, 이를 위해 ‘죽음’을 코기토로 삼고 죽음을 향해 가는 일본인들의 삶 자체를 긍정하는 논리를 세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일본인이 ‘일본다움’을 찾기 위해 필연적으로 외부를 상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일본인다움’이 일본군에 지원한 조선인에게서 발견되는 ‘전도’ 현상이 발생한다고 본다.
 패전 이후 일본은 식민주의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려 했던 시도 자체를 망각했고, 전후 일본의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에 의해 마르크스주의적 일본 비평이 시작되었다. 그는 이전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교조적인 마르크스 독해를 했다는 점을 비판하며, ‘주의’와 ‘의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학이나 철학이 모두 언어적 구조에 불과하며, 이를 탈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텍스트 자체를 마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저자는 고바야시와 가라타니의 주장 속에 간접적 성찰은 있을지라도, 보편주의에 내재한 식민주의가 전후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2부에서는 난바라 시게루와 와다 하루키의 논의 한계를 살펴본다. 난바라는 도덕적 고양을 통해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보편적 인류 개념 속에서 ‘비인간’을 적출해내는 섬멸 전쟁을 간과한 행위라고 평가된다. 와다는 일본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비판하면서도,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과정에서 동아시아의 평화보다는 일본의 평화주의로 국한되는 한계를 보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국민들은 국가의 핵 관리에 대한 신뢰를 잃고, 인간 문명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품게 되었다. 전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슬로건 아래 관료-재계-정치가가 협력해 원자력 개발 모델을 추진한 계획 경제 체제의 실패로 인해, 전후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이 다시금 제기되었다. 사카모토 요시카즈는 마루야마 마사오의 현실적 이상주의를 토대로 원자력을 통제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저자는 과학기술 통제 담론이 ‘비민주적 전문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를 비판한다.

 3부에서는 일본의 혁명 세력들이 전후 민주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적 전환의 기점이 되지 못하고 스파이 활동이나 음모론 등에 소비되면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일본 신좌파의 폭력적이고 급진적인 사회운동은 정치적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단순한 폭력과 범죄로 치부되었다.
 저자는 일본의 식민주의 잔재처럼 ‘일본인’이 아닌 모든 존재를 ‘비인간’으로 격하시키는 전후 민주주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정치적 선전과 거리의 시위는 인권과 평화를 수호한다는 명목 아래 진행되지만, 실질적으로 그 대상이 되어야 할 ‘일본인’들을 ‘비인간’으로 만드는 역설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일본이 식민주의와 전후 민주주의를 다시금 돌아보고, ‘늑대 무리’가 사라진 일본 사회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수많은 정치적 논쟁과 시민 사회의 거리 시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논의가 사상적 깊이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해관계자가 구성한 데이터의 모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거리로 나서는 이들은, 자신이 충분히 합리적이며 상대방은 틀렸다는 이성주의적 판단 속에 갇혀 있다. ‘온갖 의장(擬装)’은 오늘날 사상이 아닌 합리성의 가면을 쓰고 있다. 추종자들은 특정한 사회적 맥락에 갇혀 직접 보는 데이터조차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은 엉킨 실타래가 왜 엉켰는지는 대답해 줄 순 없지만 엉킨 부위를 찾아내고 풀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타자’를 인정하지 않고 ‘우리’가 아닌 이들을 모두 ‘반인간’으로 치부하는 사회·정치적 현상은 일본의 식민주의와 다를 바 없다. 전후 일본이 이를 청산하지 못해 80년간 식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처럼, 현재의 아노미 상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z******7 2025.03.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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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후민주주의를 살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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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일본 전후민주주의를 '패배'로 규정한 다음 비평, 민주주의, 혁명 측면에서 살펴보는 책이다.부끄럽지만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았다. 일본의 정치, 경제, 역사에 관해서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있다면 읽는 게 좀 더 수월할 것 같다.나는 일본에 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고, 큰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고 있었구나. 오히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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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 전후민주주의를 '패배'로 규정한 다음 비평, 민주주의, 혁명 측면에서 살펴보는 책이다.

부끄럽지만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았다. 일본의 정치, 경제, 역사에 관해서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있다면 읽는 게 좀 더 수월할 것 같다.

나는 일본에 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고, 큰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고 있었구나. 오히려 그런 반성을 하게 되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1부 비평에서의 '일본인들의 태도'이다.
고바야시가 말하는 리얼리스트 태도, 일본인다운 태도. 아마 그것은 내가  일본인들을 보며 (물론 이렇게 뭉뚱그리면 안 되겠지만...) 느꼈던 위화감을 설명해주는 단어였다.

가능하다면 책을 한번 더 읽고,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들을 다시 이해하고 싶다. 그리고 일본에 대해서 더 알게 된 다음, 또 한 번 책을 읽고 싶다.

#일본정치 #김항 #민주주의 #북스타그램

t******2 2025.03.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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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치]일본의 전후민주주의 비평
"[일본정치]일본의 전후민주주의 비평" 내용보기
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일본의 입헌주의와 민주주의 사이 균열은 본격화했다고 한다. 집권 세력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헌법이라는 근본 규범을 침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개헌을 포함한 여러 정치 의제가 선거에서의 승리를 근거로, 즉 민의라는 미명 아애 규범과 절차를 무시하며 추진되었다. - '책머리에' 중에서(사진, 책표지)책의 저자 김항은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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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일본의 입헌주의와 민주주의 사이 균열은 본격화했다고 한다. 집권 세력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헌법이라는 근본 규범을 침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개헌을 포함한 여러 정치 의제가 선거에서의 승리를 근거로, 즉 민의라는 미명 아애 규범과 절차를 무시하며 추진되었다. - '책머리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항은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와 표상문화론 과정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일본문화연구, 탈식민지론, 문화정치, 문화이론을 연구하고 가르친다.저서로는 <제국일본의 사상>와 다수를 출간했다.


총 3부에 걸쳐 7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1부(비평)에선 '말기의 눈과 변경의 땅', '현대 일본의 비평과 그 임계점'을, 2부(민주주의)에선 '보편주의와 식민주의', '평화, 천황 그리고 한반도', '핵의 현전과 일본의 전후민주주의'를, 3부(혁명)에선 '혁명을 팔아넘긴 남자', '요도호 납치 사건과 혁명의 황혼녘' 순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비평


고바야시 히데오를 근대 일본 문학비평계에서 하나의 전설이라 부르는 데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전후 일본의 저명한 비평가 에토 준도 고바야시를 근대 일본 문학비평의 정점으로 평가한다. 무엇이 고바야시를 이토록 전설적인 존재로 만든 걸까?


고바야시를 전설로 만든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다. 당시는 대공황이라는 글로벌한 위기에 과잉규정당한 뒤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으로 국면을 타개하려 했던 일본 정부의 폭주가 가속화한 시기였고, 이에 맞추어 메이지유신 이래의 서구화와 근대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일본회귀'라는 사상적 전희가 일어나던 시기였다. 고바야시는 서구화와 일본회귀 사이에서 '근대 일본'의 고유성을 붙잡으려 했던 인물인 것이다.


1937년 일본은 중국 대륙의 전선을 전면전으로 확대시킨다. 동북부에 국한되었던 병력 전개를 중국 전체로 확장시킨 것이다. 전투는 이제 중국 동북부의 초원을 벗어나 남쪽으로 번져갔으며 한반도와 대만을 포함하여 제국일본의 판도에 있던 모든 일상세계가 전장戰場이 되었다. 고바야시의 만주 방문은 이런 상황에서 실현되었다.


가라타니 고진에게 마르크스를 읽는다는 것은 , 마르크스의 텍스트를 마르크스의 방식으로 읽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교의를 전제하거나 교의를 증명하거나 새로운 교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비롯한 마르크스의 방대한 텍스트를 마르크스가 고전 경제학 텍스트를 읽었던 방법으로 읽는 일이었다. 가라타니의 기획은 다름 아닌 비평이다.


가라타니가 말하는 비평은 문예비평임과 동시에 철학적 비평이기도 하다. 근대 일본 지성사에서 비평과 비판은 문예비평과 철학에서 구분되었지만, 크리틱Kritik은 용어에서뿐만 아니라 내실에서도 구분 불가능한 지적 활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지적 활동의 범례를 칸트 비판기획의 여가적 맥락에서 도출한다.


민주주의


안보법제 반대를 외친 시민들에게 아베 정권의 무리수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었음과 동시에 전후 일본이 걸어온 길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전후 일본은 입헌주의와 민주주의를 두 축으로 하여 개인의 자유나 권리의 존중을 반드시 실현해야 할 이념으로 추구해왔다.


'평화에 대한 범죄'라는 법규범은 일본과 독일이 일으킨 전쟁을 국가 간 전쟁이 아니라 범죄행위로 다루었다. 그 범죄가 처벌되는 법규는 특정 국가의 것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것이었다. 이렇듯 인류를 전제로 한 보편주의는 적을 범죄자로 취급하여 비인간으로서 추방하는 근원적인 '섬멸전쟁'으로 성립한다.


혁명


카를 슈미트는 혁명정치의 진수를 마르크스주의의 자연과학성이 아니라 볼셰비키의 정치적 행동으로 이해함으로써, 합리주의와 계몽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18세기 이래의 보편주의에 대항시키려 했던 것이다.


전후 일본의 신좌파 조직 공산주의자동맹 내 적군파는 세계동시혁명론과 국제근거지론을 바탕으로 무장봉기를 준비한다. 이런 전략 아애 북한에 근거지를 마련하여 훈련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 요됴호 납치 사건의 목적이었다.


1951년 10월, 일본공산당은 제5회 전국협의회에서 군사 무장혁명 노선을 결정한다. 농촌에서 전력을 길러 농촌 게릴라로서 봉기하여 도시를 포위한다는 중국공산당 혁명 모델에 따른 것이다.그리하여 산촌 지주의 타도를 목적으로 하는 '산촌공작대山村工作隊, 대중운동을 방어하는 '중핵자위대中核自衛隊', 군사행동에 전념하는 '독립유격대獨立遊擊隊' 등 군사조직이 활동을 개시한다. 하지만 1952년 센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로 일본 정부는 확고한 반공 노선을 전면에 내세워 공산당이 주도한 무장투쟁노선을 철저히 탄압했다.


이제 보편주의와 식민주의의 중첩을 문제화하는 정치는 파도의 풍랑을 헤치며 인민의 바다를 항해하는 혁명의 선박으로는 수행 불가능하다. 그 정치는 바다에 빠진 채로, 난파당한 채로, 산산조각 난 선박의 파편을 붙잡고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에 가까울 것이다.


포스트 3.11의 사회 풍경


결정적 국면이란 그 이전과 이후의 사회제도 및 관습을 판이하게 변화시킨 역사의 변곡점을 뜻한다. 2011년 3월 11일의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결정적 국면임에 틀림없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현재, 반성을 토애 비롯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징후는 좀처럼 감지하기 힘들다. 하지만 인권과 평화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이 전후민주주의를 수호하려고 거리로 나선다. 포스트 3.11의 사회 풍경이다.


#일본정치 #김항 #민주주의 #북스타그램

이달의 사락 5****0 2025.03.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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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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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책은 아니다, 근대사, 전쟁사, 철학 그 중에서도 자유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민주주의에 대해 우리는 이미 정해진 규칙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이에 맞서 자신들만의 자유를 주장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충돌하며 살아오고 있다. 일본은 모든 분야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천황을 중심으로 상당히 전체주의적, 다시 말하면 획일적인 삶을 지향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천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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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책은 아니다, 근대사, 전쟁사, 철학 그 중에서도 자유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는 이미 정해진 규칙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이에 맞서 자신들만의 자유를 주장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충돌하며 살아오고 있다. 일본은 모든 분야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천황을 중심으로 상당히 전체주의적, 다시 말하면 획일적인 삶을 지향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천황이라는 존재가 기준과 정의가 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이에 대항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는 태평양 전쟁의 아픔이자 현재까지 남아있는 상흔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사회가 일본에만 남아있는가? 책을 읽으면서 한국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가 만들어낸 구조와 정의들은 보편 질서, 상식과 상반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는 현재 과연 우리가 이루고, 만들어낸 이 사회는 완전한 승리라고 할 수 있는가?
l********2 2025.03.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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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스트 국가에서 고찰하는, 전후 일본 민주주의의 패착과 활로.
"파시스트 국가에서 고찰하는, 전후 일본 민주주의의 패착과 활로." 내용보기
일본의 전후민주주의는 군국주의의 폐허에서 시작한 민주주의다. 저자는 이렇게 평했다. "하나의 패배"라고. 어째서인가? 천황제 군국주의, 군신 천황 권력 아래 통솔되는 전체주의 식민제국에서 상징적 의미만을 지닌 입헌군주식 민주주의로 전환된 사회가 어째서 패배로 갈음된다는 말인가? 게다가, 패배면 패배지 하나의 패배란 또 무엇인가? 그 까닭은 전후 일본 사회는 급격한 민주
"파시스트 국가에서 고찰하는, 전후 일본 민주주의의 패착과 활로." 내용보기

 일본의 전후민주주의는 군국주의의 폐허에서 시작한 민주주의다. 저자는 이렇게 평했다. "하나의 패배"라고. 어째서인가? 천황제 군국주의, 군신 천황 권력 아래 통솔되는 전체주의 식민제국에서 상징적 의미만을 지닌 입헌군주식 민주주의로 전환된 사회가 어째서 패배로 갈음된다는 말인가? 게다가, 패배면 패배지 하나의 패배란 또 무엇인가? 그 까닭은 전후 일본 사회는 급격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되었으나, 우경화된 집권당의 '평화헌법 개헌'이 좌절된 연유에 있다.


 방어를 제외한 군사력과 전쟁을 금하는 평화헙법의 무력화를 저지한 것은 평화운동을 추진한 시민사회도, 패전 후의 뼈저린 반성도 아닌 천황제였다. 폭주하는 우경화 권력을 막아낸 것은 주권자로서의 시민이 아니라는 것은, 여전히 권력으로서의 천황이 살아있다는 반증이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참패다. 전후 일본사회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무력하다. 아니. 패배했다.


 p.7 천황 없이 전후 헌법의 평화주의는 지탱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나의 패배다.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즉 광신적 천황제 전체주의에 대한 반성을 주창하며 출발한 전후민주주의가 결국 국민이 아니라 천황의 의지로 지탱되었기 때문이다.


 p.9 섬멸전쟁은 보편주의와 식민주의를 통해 수행된다. 인류를 유일한 주체로 삼는 보편주의는 비인간을 배제하고 말살하는 전쟁을 수행하면서 성립한다. 그리고 비인간은 항시 식민주의를 통해 식별되고 지시된다. 전후민주주의는 그렇게 보편주의와 식민주의의 굳건한 결합 위에서 평화를 지켜낸 셈이다.



 패배했다. 실패했다. 그것은 끝이 아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가. 그것이 문제이다. 정치체제가, 주권자로 역동하는 시민사회가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이끌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전사회적 영역에서 분석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비평, 민주주의, 혁명으로 나누어 그 원인을 탐색하고자 한다. 어째서 전후 일본 사회의 지식인들과 혁명가들은 전체주의와 식민제국주의를 벗어나 사고할 토대를 구축하는 일에 실패했는가? 그들이 지닌 한계는 무엇이었는가?


 약 80년,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보편주의, 세계와의 화합으로 나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환상에 불과했다. 여전히 문인들과 철학자들은 그들 자신과 사회에 내재된 식민주의를 극복하지 못했고, 충돌하는 가치와 자기모순 속에 길을 잃었다. 식민주의의 잔재는 통합과 회복으로의 약진 앞에 은폐되고, 보편주의는 근원적 모순을 극복하지 못한 채 힘없는 이상으로 남았다.


 p.11 민주주의와 입헌주의 사이의 긴장과 갈등은 현대의 정치생활을 전체주의로부터 방어하는 유일한 조건일 것이다. 결정이 국민의 의지로부터 비롯하되 헌법 가치를 존중하고 실현시켜야 한다는 조건. (...) 저 패배는 의지와 가치가 분리되어 공허와 맹목이 정치생활을 형해화한 결과이며, 천황은 분리와 형해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p.95 이 물음은 전후 일본을 만들어온 보편주의와 식민주의의 중첩을 추적함으로써 검토되어야 한다. 물론 묶인 채로 신음해온 이들에 주목하면서 가라타니와는 상이한 비평의 계보를 상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유로이 이동하는 가라타니의 투명한 보편적 주체에 맞서 구체적인 실존의 모습을 제시하는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 주체가 저 구체적 실존들을 배제하고 말소하면서 성립해온 경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인간존재의 보편성이라는 기치 아래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보편주의는 어째서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힘없는 이상에 그쳤는가? 어쩌면 그것은, 순진성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극히 고상하게 보이는 난바라 시게루의 전인류 도덕 고양의 꿈에도, 동북아 공생을 주창한 와다 하루키의 평화주의에도, 도호쿠 대지진 후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상-시민 민주주의와 그에 기반한 현실적 이상주의에도 그 한계를 직시하지 못하고 정신과 이상으로 회귀하는 순진함이 있었다.


 도덕도, 평화도, 현실도 '현실'의 턱을 넘지 못하고 그저 불순물을 제거한, 하나로 뭉뚱그려지는, 무력(無力)을 인정하지 못한 무력한 이상은 혁명정치에도 다름아니다. 가장 날카롭고 급진적이어야 했을 그것은 결국 체제의 일부가 되어 일종의 스펙터클로 소비되며 명제와 명제의 대립으로 소멸대로를 걷지 않는가.


 p.104 신안보법제는 보편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뿌리내리던 '섬멸전쟁'을 체현하고 실현한다. 이런 사정에 비춰보면 전후 헌법과 민주주의를 저버렸다는 저항과 비판의 목소리는 보편주의가 뿌리내리고 있는 '섬멸전쟁'에 무지했다. 그래서 신안보 법제를 근본적으로 비판하기 위해서는 보편주의의 옹호가 아니라 전후민주주의가 전제로 해온 보편주의가 전쟁포기와 평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 간 전쟁과 전혀 다른 전쟁을 상정하고 전개해온 점에 눈을 돌려야만 한다.


 p.262 그러나 중요한 것은 주권적 통치(마찬가지로 혁명도)의 본질이 빛이냐 어둠이냐, 공공성이냐 비밀이냐를 결정하는 일이 아니다. 문제는 공공성의 원리가 공적 정치의 전면을 장악하면서, 비밀과 음모가 대중 미디어의 스펙터클 속에서 소비된다는 점이다. 즉 여전히 주권과 혁명의 한가운데에 자리하면서도 비밀과 음모는 점점 스스로의 좌표를 대중 미디어의 스펙터클 속으로 전이시키는 것이다.



 저자 김항의 글은 항상 뜨끈뜨끈하게 맥동한다. 그만큼 필사적이고 절실하다. 어느정도는 지나간 시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다소간 냉소적이어도 탓할 이 없으련만 매번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처럼, 무엇을 얼마나 놓치고 망쳐놓고 있는지 모두가 알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외치고 또 외친다. 통합과 올해로 꼭 10년이 지난 신안보법제 투쟁의 한계, 전후민주주의의 패배는 "정치화 금지"을 내거는 작금의 우리 사회와 맞닿아있다.


 폭주하는 극우-민주주의에 맞서 탈정치를 내건 순진하고 무력한 "양 떼 시민사회"는 어디로 가는가. 결코 낙관적이라 말할 수 없는 그 길에서 저자는 "철학자가 패배했다는 그 싸움에서 이긴 자들의 승전보는 이렇듯 오래된 혐오를 타고 끝을 모른 채 울려퍼지는 중"이라 말한다. 언제나 도래하지 않을 정답을 다시금 묻는다. 국민통합, 하나의 정의, 우리와 그들의 사회에서 여전히 전후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느냐고.


 p.296 내란상태와 제도라는 이중의 이미지, 이것이 마루야마가 말하는 정치와 민주주의의 요체이다. 자연권과 자연상태를 원천으로 상정하고(내란상태라는 픽션), 그로부터 부단히 질서와 규범을 만들어나가는 실천(제도라는 픽션)이야말로 정치과정이자 민주주의인 것이다. (...) 시민의 민주주의는 실제 내란이나 혁명과 같은 예외적 상황이라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이뤄져야만 한다.


 p.309 포스트 3•11의 사회 풍경은 이들로부터 그 '회색의자'까지 박탈하려 한다. 인권과 평화와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양심적 일본 시민들이 전후민주주의를 수호하려 거리로 나서는 한편, 정작 그 거리로부터는 인권과 평화와 자유민주주의로부터 가장 먼 곳에 있는 이들의 자리가 말소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양들의 투쟁이 전후민주주의를 결단코 지켜내리라 거리로 나선 포스트 3•11의 사회 풍경이다.



*도서제공: 창비

s*****7 2025.03.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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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패배의 기록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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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패배의 기록: 전후 일본의 비평, 민주주의, 혁명』은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김항 교수가 전후 일본 사상사를 ‘비평’, ‘민주주의’, ‘혁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한 연구서다. 전후 일본의 보편주의가 식민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한계를 지적하며, 이를 통해 일본 사회에 내재된 문제를 탐구한다.현재 한국 정치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굳이 다른 나라의 정치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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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패배의 기록: 전후 일본의 비평, 민주주의, 혁명』은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김항 교수가 전후 일본 사상사를 ‘비평’, ‘민주주의’, ‘혁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한 연구서다. 전후 일본의 보편주의가 식민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한계를 지적하며, 이를 통해 일본 사회에 내재된 문제를 탐구한다.


현재 한국 정치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굳이 다른 나라의 정치에 대해 알아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나라의 정치 형태를 살펴보는 것은 유의미한 비교와 통찰을 가능하게 한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를 재조명하고 미래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부 ‘비평’에서는 고바야시 히데오와 가라타니 고진의 비평 작업을 다룬다. 고바야시는 일본의 정체성을 일상생활에서 찾았지만, 식민지와 변방에서의 죽음의 정치적 의미를 끝내 추궁하지 못했다. 가라타니는 마르크스론을 통해 일본 비평을 성찰했으나, 전후 민주주의가 내재한 식민주의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2부 ‘민주주의’에서는 난바라 시게루와 와다 하루키의 평화주의를 분석하며, 이들의 보편주의가 식민주의 비판을 간과했음을 지적한다. 또한, 3·11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담론이 오히려 내재된 식민주의를 은폐하는 방식으로 작동했음을 비판한다.


3부 ‘혁명’에서는 이토 리츠와 요도호 납치 사건을 통해 일본 혁명정치의 딜레마를 탐구한다. 혁명가들이 범죄자로 전락하고, 혁명정치가 점차 스펙터클화되는 현실을 분석하며, 체제 내에서 혁명이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이 책이 쉽게 읽히는 대중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생소한 개념과 표현이 많아, 문장을 곱씹으며 읽어야 하는 순간이 자주 등장한다. 당장의 한국 사회 문제도 복잡한데 다른 나라의 사례를 분석하는 것이 유의미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전후 일본 사회의 복잡한 사상적 흐름과 그 한계를 조망함으로써, 보편주의와 식민주의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 사회의 민주주의와 평화주의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으며, 혁명과 정치의 관계를 성찰하면서 사회 변혁의 어려움과 그 한계를 인식하게 만든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를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본 연구를 넘어 보다 넓은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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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k****3 2025.03.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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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의 가면 아래 감춰진 식민주의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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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치#김항#민주주의#북스타그램일본의 전후사상에 낯선 독자로서 마주한, 쉬운 듯 어렵고, 어렵지만 꼭 짚어야 할 질문들사실 고백하자면, 이 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본의 전후민주주의, 식민주의 비판, 전후 비평 담론, 혁명정치까지… 익숙하지 않은 개념과 역사적 맥락이 촘촘히 얽혀 있어 초반에는 단순한 ‘역사서’로 접근했다가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이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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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치
#김항
#민주주의
#북스타그램

일본의 전후사상에 낯선 독자로서 마주한, 쉬운 듯 어렵고, 어렵지만 꼭 짚어야 할 질문들


사실 고백하자면, 이 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본의 전후민주주의, 식민주의 비판, 전후 비평 담론, 혁명정치까지… 익숙하지 않은 개념과 역사적 맥락이 촘촘히 얽혀 있어 초반에는 단순한 ‘역사서’로 접근했다가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이 책은 단지 일본에 대한 분석이 아닌,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동아시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배'는 단지 전쟁의 결과인가, 혹은 정치적 상상의 실패인가?

김항 교수는 이 책에서 일본의 '전후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일본은 패전 이후 미국의 점령과 개헌, 평화헌법이라는 외형적 변화를 겪었지만, 그 내면에는 여전히 식민주의의 유산이 은밀히 작동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패배’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쓰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쟁에는 졌지만, 전후를 살아가는 방식까지 바뀌었느냐는 물음에 일본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는 것. 

보편주의, 평화주의, 민주주의라는 아름다운 말들로 포장된 전후 일본의 담론들은 실은 ‘제국 일본’의 유산과 모순적으로 공존하고 있으며, 이 점을 간과할 때 평화도, 민주주의도, 비평도 공허해진다는 것이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와다 하루키, 가라타니 고진까지 비판의 대상이 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일본의 대표적 평화주의자이자,

한국에 잘 알려진 와다 하루키까지 저자의 비판에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저자는 와다가 한일 관계 개선에 기여한 공로에도 불구하고, 

점점 ‘자연스러운 평화 감각’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식민주의 비판에서 후퇴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이 책은 특정 인물이나 담론에 대한 찬사보다는, 그들이 놓친 것들에 더 주목한다. 

그것이 이 책을 ‘학문적 비판서’로서 돋보이게 만드는 동시에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가라타니 고진의 비평 작업 역시 마르크스주의의 교조성 탈피라는 큰 성과에도 불구하고 ‘식민주의에 대한 구조적 통찰’은 결여되었다고 분석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그렇다면 어떤 비평이 제대로 된 비평인가”라는 질문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전후 일본을 보며, 우리는 우리 사회를 본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반복해서 떠오른 건 "우리는 일본과 다른가?"라는 질문이었다.

일본 전후 민주주의의 문제점—겉은 평화와 보편을 말하면서도 내부엔 식민주의적 위계와 권력이 살아 있는 구조—는 우리 사회에도 낯설지 않다. 

저자가 반복해서 지적하는 "권위주의적 유산을 벗어났다고 믿는 사회가 실은 그 유산을 재생산하고 있는 역설"은, 어쩌면 동아시아 전체의 과제일지도 모른다.




란스럽지만, 반드시 필요한 책

정치학도도 아니고 일본 전공자도 아닌 내게 이 책은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읽고 나니 확실히 ‘생각의 깊이’를 확장시켜준 책이었다. 

특히 전후 일본의 비평과 민주주의를 거론하며, 단순히 정치사적 흐름이 아니라 ‘사유의 실패’를 이야기하는 지점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지금껏 ‘평화’나 ‘보편’을 당연시했던 사람이라면, 

혹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은 전혀 다른 관점을 열어줄 것이다.


머리가 복잡해지는 책이었지만, 그만큼 생각할 거리를 오래 남긴다.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다음엔 조금 더 천천히, 다시 한번 펼쳐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읽은 후 작성 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a***3 2025.03.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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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후민주주의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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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민주주의'와 평화헌법, 그리고 전후(일본 근현대사에서 '전후'란 태평양전쟁 이후, 1945년을 의미)에 형성된 사상을 비평, 민주주의, 혁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한다. 단순한 교양서라기보다는 본격적인 연구서에 가깝다. 사상가나 비평가들의 이론뿐만 아니라, 카를 슈미트, 마르크스, 홉스, 루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해서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렇게 방
"일본 전후민주주의의 분석" 내용보기
이 책은 일본의 '민주주의'와 평화헌법, 그리고 전후(일본 근현대사에서 '전후'란 태평양전쟁 이후, 1945년을 의미)에 형성된 사상을 비평, 민주주의, 혁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한다. 단순한 교양서라기보다는 본격적인 연구서에 가깝다. 사상가나 비평가들의 이론뿐만 아니라, 카를 슈미트, 마르크스, 홉스, 루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해서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렇게 방대한 연구를 한 권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게 행운이었다.

'하나의 패배'.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가 패배한 이유는 1945년 이후 다양하게 겹친 여러 장치가 근대 일본을 존립 가능케 했던 근원적 폭력을 잔존시켰고, 이 장치들이 여러 겹으로 얽히며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작동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사 기반 통치 체제를 유지하던 근세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정권을 천황에게 이양한다. 또 한 번 20세기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주의의 이념은 천황을 중심으로 집약되는데, 메이지 정부가 천황을 내세워 정권을 다지는 와중에 <대일본제국헌법>의 반포로 아시아 최초 헌법 국가로 거듭나게 되지만, 헌법은 국가 주권을 국민이 아닌 신성불가침한 천황에 있다고 규정하였다.
1945년 8월 15일 패전 후, 천황은 '평화'와 '인권'을 위한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는 전쟁에 대한 반성을 희석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국민이 아닌 천황제 자체가 일본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 지점에서 전후 민주주의는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고바야시 히데오의 비평론
만주 사변에서부터 태평양 전쟁에 이르기까지 일본인이란, 급변하는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일상의 죽음을 그저 죽음으로 받아들이는 리얼리스트. 고바야시는 그것이 예술성이라 보았다. 죽는 것이 일본인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

'명작'인 태평양 전쟁은 필연이며, 인간은 그것과 마주했을 때 입 다물고 조용히 대처하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고바야시는 전쟁 속에서 전쟁을 묵묵히 견뎌내는 국민의 태도야말로 '아름답다'라고 보면서, 죽는다는 일회적인 사실을 궁극의 아름다움으로 간주하였다. 그것이 궁극의 일본이라는 것. (어휴)
그가 조선에서 본 조선의 육군병의 모습은 일본인이면서도 일본인이 아닌 조선인이 완전한 일본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생각은 전쟁 중 신민으로서 죽은(어휴..) 조선인 전사자는 '일본인으로서 죽었다'는 야스쿠니 신사의 논리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평화, 천황, 그리고 한반도
난바라 시게루의 보편주의와 식민주의에 관한 논의와,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인 와다 하루키의 한반도 연구를 다루고 있다. 어떻게 보편주의가 식민주의와 맞닿아 있는지, 종전 이후에도 어떻게 이어지는지 분석한다.
와다 하루키는 태평양 전쟁 이후 일련의 한국전쟁, 민주화 운동, 한반도의 정세를 연구하였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항한 것으로 분석한 점이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저자는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은 결여되어 있으나, 전쟁 반대/평화 사상은 어떻게 '자연스럽게' 일본인에게 내재되어 있는지. 평화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반성은 과제로써 내세우고 있다는 점을 와다의 분석의 한계로 보고 있다. 일본인들은 평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전쟁에 대한 반성은 여전히 ‘과제’로만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이후로 일본은 국제 무대에 복귀하게 된다. 와다는 한국전쟁이 이념 대립의 문제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식민주의, 제국주의의 연장선이라고 보았다.

주된 주제가 태평양전쟁이다 보니, 예전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피해자로서의 역사 서술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본이 전범국이라는 인식은커녕 반성의 기미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이지만, 동시에 광복 80주년이기도 하다. 일본이 8월 15일을 '종전 기념일'로 기념하는 것을 보며, 다시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어떻게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하는 책이다. 결코 쉽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일본 근현대사를 깊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다.
#일본정치 #김항 #민주주의 #북스타그램 #창비

s****9 2025.03.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