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입은 엄청 잘된다. 근데, 몰입만 잘된다. 몰입이 잘된다는 장점마저 단편이라는 특성때문에 잘 살리지 못한것 같다. 몰입을 하려하면 이야기가 끝나있다. 내용도 별거 없다. 무슨말을 하고싶은건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추천하는 길티클럽, 혼모노, 구의집 파트만 먼저 읽었는데 그마저도 재미없다. 더 읽을 생각도 없다. 단편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꿔주길바랬지만, 단편에 대한 싫은 마음만 덕욱 굳혀졌다. |
|
진짜란 무엇인가, 진짜와 가짜를 가름하는 시대 속에서 분투하는 화자들! 상충하는 ‘진짜’의 문제들로 들끓는 세계. 이것이 내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쉬이 감별해내기 어려워진 시대, 때로는 진짜가 자신이 진짜임을 보다 치열하게 증명해야만 하는 세계. 진짜란 무엇인가, 진짜와 가짜를 가름하는 시대 속에서 분투하는 화자들을 다룬 성해나의 소설집 『혼모노』를 읽으며 나는 우리 시대에 가장 절실한 이야기가 등장했다고 생각했다.
진짜, 라는 신화
맞은편에 새로운 신당을 차린 신애기가 제 부모와 함께 인사 차 문수의 신당을 방문한 것이 얄궂은 인연의 시작이었다. 올해로 신을 받은 지 삼십년 차가 된 박수무당 문수는 어찌된 영문인지 그간 정성을 다해 모셨던 장수할멈이 최근 들어 좀처럼 화답을 해주지 않아 찜찜하던 차였다. 문수가 건넨 보이차를 시큰둥한 표정으로 밀쳐내기에 신애기의 몸에 애기동자가 들어 섰겠거니 하고 달콤한 사탕 하나 건네려는 찰나에, 신애기가 느닷없이 살기 어린 조소를 날린다. 신빨이 다했다더니 진짠가보네. 할멈이 나한테 온 줄도 모르고.
소설 「혼모노」는 소위 신빨이 다한 박수무당 문수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그저 번아웃이 왔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집에 신당을 차린 신애기에게 할멈이 옮겨가 “흉내만 내는 놈”이란 소릴 듣고 나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더 이상 장수할멈과 접신할 수 없는 이 몸은 ‘가짜’일 뿐이란 말인가. 그럼 여기에 존재하는 나는 누구란 말인가. 마침 문수에게 굿을 부탁한 황보 의원이 이를 철회하고 돌연 신애기에게 맡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문수의 이러한 고뇌는 정점에 달한다. 결국 문수는 신애기가 주도하는 굿판 속으로 걸어 들어가 자신만의 굿판을 펼치기 위해 잔뜩 벼린 칼날 위에 오른다. 더 이상 진짜냐, 가짜냐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곳에 있음을, ‘나’로서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므로.
유튜브를 보며 접신 연습을 한다. 과장되게 눈을 뒤집고 몸을 부르르 떨다 자괴감을 느끼고 그만두길 몇차례. 도대체 그동안은 어떻게 했던 걸까. 신의 출입이 어찌 그리 자연스러울 수 있었던 걸까. 모형 작두와 칼은 주문해놓은 지 오래다. 이제 연습만이 살길이다. 해원경을 크게 틀어두고 주악에 맞춰 칼춤을 춘다. / 「혼모노」 중에서 141p
신애기가 두 손을 입을 틀어막고 웃는다. 큭큭큭큭, 큭큭큭. 손가락 사이로 기분 나쁜 웃음이 새어나온다. 온몸의 피가 머리로 쏠린다. 종아리가 풀리고 손이 저려온다. 모르겠다. 지금 나를 향해 조소하는 것이 할멈인지 저 애인지, 허깨비인지 인간인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 「혼모노」 중에서 145p
‘진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들은 또 다른 작품 속에서도 계속된다. 그 중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의 화자인 ‘나’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김곤 감독의 열렬한 팬으로, 그를 추종하는 팬클럽 길티 클럽의 멤버다. ‘나’는 한순간의 불미스러운 일로 감독이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자, 진짜 팬이라면 당연히 그를 믿어야 한다며 진실을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토록 필사적으로 추앙했던 진짜를 향한 마음이 허무해지는 순간, ‘나’는 깨달았던 것 같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일이 아니라, 진실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겠느냐고.
어떻게 작품을 본 적도 없으면서 ‘안 봐도 비디오’ 따위의 평을 내리는 걸까. 어째서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나락으로 떨구려 그토록 안간힘 쓰는 걸까. 도대체 왜 사실관계도 명확하지 않은 사건을 멋대로 공론화하고 거짓말까지 덧붙여 온갖 데로 퍼 나르는 걸까. /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중에서 14p
실수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인데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면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근데 그래도 되는 건가. 실수라고 해도 일곱 살 난 아이에게 그럴 수 있는 걸까. 친구들의 말처럼 만약 그게 내 아이의 일이었대도 김곤의 영화를 몇 번씩 관람하고 굿즈를 소비할 수 있었을까. /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중에서 28p
이쯤 되면 진짜는 어쩌면 신화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반드시 성취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우리 인생이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될 이상향이기라도 한 것처럼 왜 우리는 이토록 진짜에 진심인 것일까. 때문에 진짜는 무엇인지, 진짜라고 ‘믿는 것’들을 끊임없이 욕망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계속해서 진지한 물음을 건네야만 한다. 성해나의 소설은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
|
단편집인데 5개의 에피소드 정도 된다. 근데 다 지루하고, 무슨 얘길 하고 싶은지도 제대로 와닿지도 않고, 뒤에 해설이 있지만 해설조차 궁금하지 않은 내용들이다. 근데 혼모노 편은 그래도 재미있긴 했다. 그것도 엄청 재밌어서 또 보고싶은 건 아니고, 그냥 그런 정도. 혼모노 빼고는 다른 에피소드들 내용이 별로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
|
앗 구매하다 보니 단편집이다. 나는 단편집과는 잘 안 맞았던 기억들이 있어 조금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재밌고 압도적인 7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작가는 성해나 작가 2024 예스24 선정 올 한해의 젊은 작가 1위를 차지 했다고한다. 내가 느끼는 단편소설의 특징처럼 열린 결말이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지만, 뭔가 궁금증을 만들어주고 내가 결말을 만들어 상상하게 하였다. 배우 박정민이 넷플릿스보다 성해나 소설이라고 했던 멘트의 이유를 알것 같았다.
혼모노는 삼십년을 박수무당으로 산 문수가 모시던 장수할멈이 떠난 것을 알게되고 맞은편에 장수할멈이 자신에게 옮겨왔다고 주장하는 신애기가 등장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이다. 혼모노는 일본어로 진짜를 뜻한다. 작가는 진짜와 가짜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나는 이 단편의 마지막이 가짜가 진짜를 이기는 장면이라고 해석했는데 과연 누가 진짜고 가짜일까? 다른 독자들의 해석도 궁금하다.
잉태기는 임신한 딸의 원정출산을 앞두고 엄마와 할아버지가 벌이는 다툼이 그려져 있는데 나는 임신한 딸의 답답한 마음만 엄청 느꼈다. 그리고 소설이 끝나버렸다. 그 답답함이 과거의 답답함을 생각나게 했고 나에게 여지를 만들어 줄 뻔했으나 나 역시 후회했던 기억들이 생각나 그 여지를 없애주었다.
다른 단편들도 작가는 어떤 경험을 했길래 이런 소재로 이런 소설을 만들었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좋았다. 일단 재미있었고 작가가 멋졌다. 작가의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도 궁금해졌다. 아직은 나는 단편보다는 장편소설이 더 흥미로운것 같다. 열린 결말이 주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혼모노' 같은 진짜이야기가 오랫동안 남아 여운을 남길 것 같다. |
?
|
|
진짜와 가짜. ‘혼모노’란 일본어로 ‘진짜’를 뜻하는 단어 ‘본물本物’의 음차 표기라고 한다.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진상’이나 ‘오타쿠’를 조롱하는 신조어로 사용되며 널리 알려졌다고 하고. 진짜가 무엇이고, 그것은 정말 가짜와 구분된 곳에 따로 존재하는가? 진짜는 무엇이고 또 가짜란 무엇인가? 표제작 ‘혼모노’는 진짜와 가짜를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이다. ‘장수할멈’을 모시는, 화자인 나는 30년이 박수무당으로 현역을 뛰고 있는 문수라는 남성이다. 신당에 차례차례 옥수를 올린다. 옥황상제, 칠성, 그리고 장수할멈. 장수할멈 앞에는 일부러 목단 한 단을 더 놓아둔다. 나의 앞집에 신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무당 ‘신애기’가 이사를 오면서 뭔가 굿판이 엉클어진다. 신령님을 극진히 모시고 장수할멈의 비위를 맞추고자 애를 써봐도 요 근래 나의 영험한 능력은 사라지고 없다. “장수할멈이 점지해 줬어. 네놈 앞집에 들어가라고.”라며 신애기가 조소한다. “신빨이 다 했다더니 진짠가 보네. 할멈이 나한테 온 줄도 모르고.” 세상에나! ‘장수할멈’이 자신에게서 떠나갔다니…… 그럼 나는 가짜 무당이란 말인가? 할멈이 넌 너무 늙었다고 하다니, 자신의 신앙이 ‘진짜’라고 믿고 있던 문수 에게 믿음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다가온다.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이라는 조소까지 듣게 되다니. 더구나 이제 누구를 위해 기도를 드리느냔 말이다. 신이…… 죄다 떠났는데. 그러니 의심스러워지는 것이다. 정말 신애기에게 할멈이 옮겨간 것은 아닌지. 신이며 운이며 죄 저 것에게 빼앗긴 것은 아닌지. 나는 신애기를 찾아가지만, 화가 난 나머지 지금 내가 만나는 존재가 신애기 인지 자신이 모셨던 할멈인지도 헷갈릴 뿐이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알아. 너 분해서 온 거잖아. 내가 너 대신 황보 그놈 굿을 맡게 돼서.“ 그 애는 한 마디도 지지 않는다. 나는 진짜가 무엇이고, 정말 가짜와 분리된 다른 자리에 따로 존재하는지를 자꾸 자문하게 된다. 나는 신애기가 벌인 황보의원의 굿판으로 나가 다른 이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나 혼자의 굿판을 벌인다. 신령 근처에라도 가닿은 것처럼 몸이 가뿐하고 신명이 난다. 장단이 빨라질수록 나는 고조된다. 삼십 년 박수 인생에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이 소설집의 작품 중 ‘구의 집:갈월동 98번지‘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한국 근대 건축사를 심도 있게 탐구한 건축학도라면 ’구의 집‘을 익히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그 땅은 일본 회사의 소유지였다. 대한민국 내무부로 소유권이 이전되고, 내무부 장관 김치열의 이름으로 건물 공사가 발주된다. 이 명당엔 도대체 어떤 건물이 지어질까. ’국제해양연구소‘였다. 한동안 주민들 사이에서 흉물로 불렸다. 삼 년 뒤 500 미터 떨어진 부지에 지상 삼 층 규모의 ’경동수련원‘이 세워지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일에 싸인 구의 집의 설계자 구보승은 과연 누구인가. 그의 스승 여재화는 내무부 장관으로부터 석 달 내로 설계를 마무리 지으라 요구했다. 동시에 수주받았던 대통령 사저 개축까지 맡게 된 여재화에게 석 달은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으나, 둘 중 하나도 놓고 싶지가 않았다. 건축학부에서 퍼뜩 떠올려진 이름, 가장 중요한 야망이 늘 부족했던, 구보승. 상상력을 보태자면, 아니 평론가의 말을 빌린다는 게 진짜겠지. ‘남영동 대공분실’을 바탕으로 그토록 잔악무도한 건물을 설계한 이는 누구 인가를 일종의 추적 다큐멘터리처럼 다뤄낸 작품이란다. 막 설계를 시작할 때의 구보승, ‘제 생각에, 이 공간에 창을 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피조사자가 유리를 깨고 밖으로 나갈 가능성도 있고 자칫 비명이 새어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이 생기잖습니까.’ 설계 마감이 일주일 남았을 무렵의 구보승, 설계도는 구조와 자재, 설비까지 완벽히 짜여 있었다. 취조실의 구조도 전과 비슷했으나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창문이었다. 취조실마다 폭이 좁은 수직창이 배치되어 있었다. ‘선생님,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인간에게는 희망이 필요합니다.’ ‘네. 제가 선생님의 뜻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빛이 인간에게 희망뿐 아니라 두려움과 무력감을 안길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창이 필요했던 건데…… 저는 완전히 반대로 생각했으니까요.’ 이렇게 고백하는 구보승의 마음을 읽는 순간, 나는 전율 아니 강렬한 슬픔을 만질 수밖에 없어서 정말 슬퍼진다. 희망을 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절망에 내던지며 쉽게 무기력해질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점을 이용하다니. 사람이 어찌 이래야 하는지. 이게 사람의 진짜 모습이었다는 건지. 그렇다면 차라리 가짜 모습을 연출할 것이지. 긴 시간 책을 덮은 채 창밖을 바라보아야 했다. 그나마 위로받는 시점은, 마지막 부분이 된다. 오랜 세월이 지나 노쇠해진 구보승이, 자신이 한때 그 건축물에 몰입했던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채, 갈월동을 천천히 누비며, 간밤에 좋은 꿈을 꾸었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즉석 복권을 한 장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결말이 있어서다. 물론 초라하게 느껴지지만 훨씬 사람답다는 냄새가 다가온다. 이 소설집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진짜’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친근한 얼굴로 진실한 가짜 맛을 퍼뜨리는 시대, 진실을 허위로 가리는 데 능란한 이들이 목청을 높이는 가운데 진짜 그 자체를 감별하기 어려운 시대, 학습을 통해서라도 ‘의심’을 늦추지 말고 진짜와 가짜를 분별해야만 하는 시대에 소설이라는 허구의 형식을 빌려 ‘참’으로 존재한다는 게 무엇인지, 진실을 중시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작품들이다. 소설은 진실이 어딘가에 외따로 있는 것이라 말한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게 작가의 시선이다. 제각기 독창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각각의 작품들은 박정민 배우의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추천사에 응답할 수밖에 없게 한다. 더군다나 작가의 말은 그녀의 말마따나 충분히 자극적이다. 진짜일 수밖에 없는 진심을 담았기에 그렇겠지. ‘부엉이는 성급히 날아오르지 않는다. 날갯짓을 하기 전 충분히 주변을 살피고, 신중히 방향을 정한 뒤 착지한다. 나 역시 예리한 발톱으로 문장을 낚고, 너른 시선으로 사회의 아픔을 포착 하며 열린 귀로 멀리 떨어진 이들의 이야기까지 경청하고 싶다. 지금보다 묵직한 숨을 내쉴 때까지. 가까이서, 먼 곳에서 지켜봐 주시길 바라며.’
|
|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이만큼 혹하는 표지글을 본 적 있는가. 박정민 배우의 추천사 이 한 문장에 이 책을 택했다. 배우가 직접 넷플릭스와 비교하는 책이라니. 아무런 정보도 없이 한 문장으로 접하게 된 작가님.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진짜 오랜만에 쉽게 넘길 단편이 없는 소설집을 만났다. 소설집을 읽다보면 너무 좋은 단편들도 있고 쉬이쉬이 넘기는 단편들도 있는데, 이 책엔 쉬이 넘길 소설이 없다. 하나같이 소재들이 독특하다. 흠집이 생긴 영화감독에 대한 덕질 이야기. 미국에서만 지내다 처음 한국에 온 주인공이 극우집회에 간 이야기. 자신의 할매가 새로 이사 온 옆집 새 무당에게 옮겨진 무당 이야기. 고문시설을 설계한 건축가 이야기. 임신한 딸에 대한 엄마와 할아버지의 집착, 그리고 다툼. 메탈을 사랑한 세 고등학생의 성장 이야기. 하나같이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사실 읽으면서 작가의 용기가 멋져보인 건 오랜만이다.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일텐데 글 속에 멋진 생명력을 준 작가님에게 박수를. 가장 흥미롭게 읽은 소설은 <혼모노>. 신령이 떠난 무당. 그 신령이 새롭게 이사 온 새애기에게 갔다. 접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본 적은 더욱 없는 무당의 직업 생명력을 다뤘다. 갑자기 생겨난 자신의 능력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사람이 얼마나 무력해질까. 심지어 사람의 과거, 미래를 다루는 자가 자신의 미래는 정작 보지 못했다. 새 무당에게 밀려나지 않기 위한 무당의 마지막 굿판. 그것이 너무나 처절하고 끔찍했다. - 결핍이 집착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애정도 적절히 내어줄 줄 알아야 해. <잉태기>의 이 문장이 이 책을 아우르는 작가의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7편의 소설에는 결핍이, 집착이 담겨 있다. 애정이라고 말하지만 바라보는 사람은 안다. 그것이 집착이고 그 원인은 자신의 결핍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성해나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되어 반갑다. 다음에는 어떤 세계로 독자들을 놀라게 해 주실지 기대와 기대를 가지게 된다. |
| 오랜만에 나를 잡아 세우는 소설을 읽었다. 묶인 일곱 편 중 절반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하나의 집으로 묶여서 다시 읽으니 더 재미있고 짜릿하고 소름끼친다. 첫 번째 소설집이 나와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임(혹은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의 이해)을 보여준다면, 두 번째 소설집인 혼모노는 완벽한 오해(몰이해?)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좋아요, 원래 이런 것이 맛도리 아니겠어요.. |
|
2024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중 단연코 눈에 띄었던 작품이 「혼모노」였다. 마치 실제 무속인을 보는 듯 사실적으로 그린 소설이었다. 젊은작가상 수상작 중에서 이런 소재의 글을 쓴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새로운 소재의 새로운 발상의 작품으로 ‘성해나’라는 작가의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이기도 했다. 출판사 <무제>의 대표 박정민의 추천사로 더 인기를 끈 작품이지만, 수록된 작품들도 만만치 않았다. 재미있고, 소설을 읽는 게 즐거운 시간이란 걸 깨닫게 해주었다. 소설이야말로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하지 않겠나.
먼저 표제작이기도 한 「혼모노」를 보자. 30년 경력을 가진 무속인의 앞집에 신애기가 새로 오며 소설이 시작된다. 소위 신발이 떨어지고 있는 지금, 몸주로 모셨던 장수할멈을 위해 생화를 바치는 등 최선을 다하지만 장수할멈은 감감무소식이다. 그런데 신애기가 하는 말마다 장수할멈의 말투가 배어난다. 즉 장수할멈이 자신에게서 떠나 신애기한테 옮겨간 것이다. 신애기의 집 앞은 신점을 보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그걸 지켜봐야 하는 무력감이 곳곳에 드러났다. 늙은 무속인이 벼린 칼날 위에서 작두춤을 춘다. 피인지 땀인지 모를 것들이 뚝뚝 떨어지며 무속인은 비로소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마치 가짜가 진짜가 된 것처럼 그렇게 신명을 다한다.
남영동 대공분실과 오버랩되는 소설을 읽었다.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는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을 다룬 게 아닌, 표면적으로는 건축물을 설계한 이들의 이야기다. 인간을 생각하는 건축물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인간을 위한 공간이란 생각하는 바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된다. 어떤 인간이냐에 따라 그 공간은 지옥이 될 수도, 누군가의 권력을 위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공교롭게 이 책을 읽은 후 인터넷에서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한 건축가에 관련된 기사가 있었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고통과 치욕의 건축물이 될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스무드」를 읽고 실소를 터트렸다. 일명 ‘태극기 부대’가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예술가 제프의 방한에 맞춰 한국에 오게 된 미국인 듀이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핸드폰 배터리마저 나가자 성조기와 타이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무리를 따라갔다. 성조기를 따라가면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설픈 영어를 사용하는 친절한 할아버지가 여러 사람을 소개해주고 배터리도 충전해주었다. 친절한 사람들이라 여기며 비로소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걸 느낀다. 공동체의 힘은 노선을 떠나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매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영화감독을 덕질하는 여자가 느끼는 가짜와 진짜 사이에서 혼란을 말한 소설이며, 「우호적 감정」은 스타트업 직원들이 소서리 마을 사업을 컨설팅하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다룬 소설이다. 나이, 성격 혹은 공동의 이익이 미치는 영향을 말했다. 우호적인 감정이라는 것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 한낱 물거품이 될 뿐이다. 「메탈」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시우와 조현, 우림의 변해가는 것들을 담은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메탈 밴드를 꿈꾸고 음악을 만들었던 나날들. 별 뜻 없이 내뱉었던 말 한마디에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은 것처럼. 관계는 되돌릴 수는 있지만, 또 되돌릴 수 없는 거라는 걸 보여준다.
부모는 자식에게 좋은 것만 보게 하고, 좋은 것만 먹이고, 좋은 시간, 좋은 장소에서 태어나게 하고 싶은 건 당연할 것이다. 해주고 싶은 것도 많다. 그래서 「잉태기」의 엄마 마음에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물론 소설에서는 엄마인 화자가 아이를 가진 딸을 쟁취하기 위하여 시부와 경쟁이 벌어지는데 한편의 블랙코미디 같다. 딸의 마음 같은 건 중요하지 않고, 딸이 하는 말도 들리지 않을뿐더러 그저 상대방에게서 딸을 뺏어오고 싶을 뿐이다. 아이러니다. 딸은 또 이것들을 얼마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는가 말이다. 가진 자의 이면에 깃든 복잡한 감정을 보며 쉬운 건 없는 거 같다.
성해나의 소설은 다양한 주제뿐 아니라 나타내고자 하는 내용도 다채롭다. 물론 전체의 주제는 가짜의 진짜 사이에서 진짜를 가려내는 작업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악의와 정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진심을 말하는 듯했다. 성해나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혼모노 #성해나 #창비 #책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문학 #한국소설 #단편소설 #단편소설추천 #소설집 #한국단편소설 #배우박정민추천 #진짜의의미 #젊은작가 |
|
단편을 싫어하는 이유를 또 한 번 더 느낀다. 넷플릭스 드립치면서 바이럴 할 때, 조금 싸하긴했다. 박정민에게 미안하지만, 사냥의시간 같은 작품에 비교해서 재밌다는건가? 어쩌라는거야? 글을 쓰다 만 느낌인데.. 작품성은 충분하다만 도파민이 부족하다.. 혼모노 까지 읽고 포기 나중에 다시 나머지 읽고 별점 수정해야겠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