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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이 500번을 맞아 출간한 기념시선집이다. 특이한 점은 그동안 출간된 시들을 기획위원 등이 임의로 선정해서 고른 게 아니라, 시인들이 본인이 읽은 시 중 직접 고른 것들을 모았다는 점이다. 창비시선에서 400번대로 시집을 냈던 시인들이 그동안 출간된 창비 시선들 중 '애송시'을 선정했다는 점에서, 독자 입장에선 좀더 특별하고 선물같은 시집이다. 창비시선 500권을 맞이한 창비의 역사를 기념하며 함께 축하하는 동시에 시인들이 사적으로 선물하는 시들을 소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시집은 매우 특별하다. 책날개에 가나다 순으로 시인들의 이름이 실려 있는데, 일흔 세 명의 시인들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 후, 일흔 세 편의 시들을 읽는다. 시선집의 제목인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은 창비시선 1권으로 출간된 신경림 시인의『농무』에 수록된「그 여름」의 시구에서 따왔다는데, 처음의 그 마음이 50년간 이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쭈욱 지속되며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를 이어주길 바란다. 덧. 궁금해서 내가 소장하고 있는 시집 목록을 찾아보니, 나는 '창비시선'을 175권 가지고 있고, 그밖에 '선집'이나 '전집'이란 이름을 달고 나온 단행본과 시조집, 한시집까지 포함하면, 그동안 창비에서 출간된 시집류 중 총 195권을 소장하고 있다. 나의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함께 했던 것처럼, 나의 중년과 노년도 이 시집들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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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500을 기념하는 특별시선집 내 책장에 꽂혀 있던 창비의 시집들을 정리해 봤다 019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020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033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040 곽재구 사평역에서 046 김용택 섬진강 104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112 박노해 참된 시작 121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128 김남주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173 김용택 그 여자네 집 194 김선우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229 김선우 도화 아래 잠들다 349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482 정호승 슬픔이 택배로 왔다 한국의 시문학을 굳건히 지켜온 문지와 창비 벌써 50년이라는 세월에서 그 힘을 느끼게 해준다. 문지의 김현 선생은 이미 작고하셨으나 창비의 백낙청 선생은 아직 강건하셔서 다행일 뿐이다. 지난 50년의 세월처럼 앞으로 올 50년, 100년 그 이후의 세월도 한국 시문학의 중심에서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로 불려지기를 기대한다.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과 함께 500호를 기념하여 만든 본 시선집은 창비의 시인들이 직접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시를 고르고 골라 내놓은 특별 시선집이라 하니 더욱 소중하다. 늘 곁에 두고 부르고 또 부르고 불러야겠다. 어떤 이야기가, 어떤 인생이, 어떤 시작이 아름답게 시작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쓰러진 흰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생각해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 진은영의 <아름답게 시작되는 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