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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적 서사에 충실한 종교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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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적 서사에 충실한 종교동화- 김남중 『기찻길 옆 동네』     동화의 계몽성은 어린이를 ‘성장해야 할 인물’로 정의하는 데서 비롯된다. 김상욱의 지적대로 “계몽성이란 곧 작품에서 형상화하고자 하는 어린이이며, 작가가 발견하고자 하는 어린이”(『어린이문학의 재발견』, 창비, 2006, 24쪽)를 전제한다. 이 말에는 현실 그대로의 어린이가 아니라 작가의 이상으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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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적 서사에 충실한 종교동화

- 김남중 『기찻길 옆 동네』

 

 

동화의 계몽성은 어린이를 성장해야 할 인물로 정의하는 데서 비롯된다. 김상욱의 지적대로 계몽성이란 곧 작품에서 형상화하고자 하는 어린이이며, 작가가 발견하고자 하는 어린이”(『어린이문학의 재발견』, 창비, 2006, 24)를 전제한다. 이 말에는 현실 그대로의 어린이가 아니라 작가의 이상으로 그려진 어린이가 동화 속의 어린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역사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어른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어린이상은 이 세상에서 작가가 발견하고자 하는 아이들을 의미하는바, 그것은 작가가 현실 속에서 살아가길 소망하는 어린이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는 상황이 주어지면 자동적으로 성장하는 완전한(기계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론 속의 어린이는 이론에 맞는 어린이로 성장할 수 있겠지만, 현실 속의 어린이는 현실에 적응하고 현실과 맞서며 자기만의 성장의 길을 밟는다. 동화가 현실과 허구의 중층구조로 이루어지는 어린이의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역사동화의 어린이상에 나타난 문제는 무엇보다도 작가의 계몽적 관념이 어린이상에 지나치게 투영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겠다.

 

김남중의 『기찻길 옆 동네』(창비, 2013)는 작가의 계몽적 목소리가 작품의 구조를 지배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1, 2권 합쳐 400쪽이 넘는 분량의 이 동화는 이리역 폭발사건과 광주민주화운동을 역사적 계기로 연결하여, 다양한 인물들이 겪는 역사적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1권이 선학, 서경, 승제 등 현내 마을 아이들의 삶과 서경의 아버지 이 목사의 삶을 병치시키고 있다면, 2권은 이 목사가 광주민주화운동의 천사 같은 사람이 되는 적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무당집 아들 이오패거리와 싸우다 다리를 다치고, 결국에는 불구가 된 서경을 두고 선학과 승제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갈등은 용기라는 문제와 연관되어 1권의 서사구조를 이끌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나타나는 어린이 서사는 이 내용이 전부인데, 이야기의 대부분은 이 목사가 현내에서 개척교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좌절과, 그 좌절을 극복하고 광주에서 다시 교회(초록빛 교회)를 일으키는 과정에 할애되고 있다. 특히 2권의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서술되는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작가는 시민군의 다양한 모습보다는 영혼의 싸움을 주장하는 이 목사의 헌신적인 행동을 묘사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이 목사에게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은 하나님의 방법을 실천해야 하는 삶의 터전이다. “착하고 굳세긴 하지만 영혼을 보는 눈이 아직 어두운 사람들을 위해 죽음의 길을 선택하는 이 목사의 행동을 묘사하며 작가는 어린 독자들이 걸어가야 할 참다운 싸움(성장)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아빠는 순수하지만 무지한 영혼들에게 가고 있는 거야. 그들은 자기들의 영혼이 얼마나 굶주린지, 얼마나 갈증에 시달리는지 모르고 있어. 어제는 백 년 후의 천국보다 하루 먹을 걸 벌 수 있는 내일이 더 소중하다고 말하더구나. 하지만 말이야, 그런 마음으로는 절대 천국을 보지 못한단다. 백 년 후의 천국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당장 오늘의 천국을 만들 수 있는 거야. 서경아, 아빠를 용서하렴. 아빠는 오늘 그 사람들 곁에 있어야겠다. 아빠가 겁쟁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가는 게 아냐. 다른 길도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가는 거란다.

 

 

이 목사가 생각하는 무지한 사람들은 돌려 말하면 작가가 계몽해야 할 어린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순수하지만 무지한 영혼들을 깨우치기 위해 비장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이 목사의 삶은 위인전 속의 영웅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다. 딸에게 고백하는 형식으로 제시되는 인용문에서 우리는 기찻길 옆 동네아이들의 삶에 하나님의 방법을 심어주려는 작가의 전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나님의 방법은 백 년 후의 천국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타락한 권력의 대척점에 순수한 영혼을 세우고, 그것을 영혼의 싸움이라 부르는 이 목사의 논리를 굳이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작가의 계몽전략과 결합하여 어린이에게 전달될 때, 광주의 주체들은 폭력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무지한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 폭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적인 논리는 배제한 채 전개되는 이러한 서술전략은 실상 이 동화의 구조에 깊이 자리 잡은 종교(기독교)적 세계인식과 맥락을 같이 한다. 백 년 후의 천국을 위해 지금의 삶을 희생해야 한다는 이 목사의 생각은 광주의 주체들이 처한 비극적인 상황과는 본질적인 면에서 어긋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이유 없이 죽어나가는 사람이 보이는데, 폭력을 자제하고 영혼의 싸움을 준비하자는 논리가 과연 통할 수 있겠는가.

 

작가의 종교적 신념(관념)이 문학적 상황을 재단하는 이러한 사례는 이 작품의 곳곳에 나타난다. 이를테면, 무당집 아들이라는 이유로 부정적으로만 묘사되는 이오의 형상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이 목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싫어하는 사람들로 나누고,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철저하게 벌을 주는 이분법적 서사구조는 종교(기독교)의 이분법적 논리(선과 악, 천사와 악마)를 문학적으로 답습한 것에 해당된다. 결국 󰡔기찻길 옆 동네󰡕는 이 목사의 종교적 신념을 광주민주화운동을 빌어 이야기한 종교동화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하겠다.

o*****s 2017.09.0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