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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국립외교원장으로 재직한 김준형 교수(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과)가 내놓은 책이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는 국립외교원장이 된 이후에도 저술 활동을 이어왔다. 해당 서적은 한미관계를 중심으로 동북아 관계를 잘 살필 수 있다. 조미수호통상조약(1882)이 체결된 이후 양국의 관계를 시간 순에 따라 살펴볼 수 있으며, 당연히 당시 정세를 읽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근래 한미관계를 중심으로 남북관계와 동북아 외교의 현실을 잘 짚어내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미국의 민낯을 확실하게 상술했다. 미국은 여태껏 한국보다 일본의 가치를 우선시 했다. 현재도 미일동맹이 한미동맹의 위에 있다. 다만, 현재는 외교 국면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전혀 밀리지 않고 있으며, 한국이 우려를 뒤로 하고 한미일 구도에 크게 종속되지 않은 부분은 당연히 돋보인다. 이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엿볼 수 있다. 한미관계에 관한 여러 학술 논문을 저술한 바 있는 그는 근래 한미관계를 자신의 논문을 보강 및 인용해 상황 설명을 잘 거론하고 있다. 또한, 정치학자답게 책의 요소요소에 여러 선학들의 이론과 견해를 잘 빗대 현재으의 관계와 정세를 해석했다. 외교가와 국제정치는 국익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그러지 못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앞의 두 부분은 조선시대부터 참여정부 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최근 한미관계를 중심으로 동북아 외교가 궁금하다면, 3부만 읽더라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개 한국에서는 미국을 외교적 신줏단지처럼 이해하고 있는 곳이 많은 만큼, 미국의 이익에 한국이 늘 종속되어야 했으며, 피해를 본 부분도 적지 않았다. 물론, 국가의 태동이 미국과 함께 했던 만큼, 한국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랬기에 미국은 늘 한국 외교의 절대적인 상수여야 했다. 이에 미국과의 관계는 늘 절대적이었으며, 보수라 불리나 보수와 거리가 먼 정당에서 집권할 때가 아닌 시기에는 반미를 고집하지 않았음에도 정치권과 언론이 늘 '실질적인 외교 다변화'를 '절대적인 반미'로 귀결해 지지율 당락에 늘 영향을 미쳤다.
또한 현재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국가 중 전시작전권과 자주 국방이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지 않은 나라는 일본, 독일, 한국까지 세 나라가 전부다. 그러나 일본과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었던 것과 달리 한국은 무조건적인 피해자였음에도 분단을 피하지 못한 유일한 국가였다. 정작 일본이 분단되는 것이 맞으나 일본이 아닌 한국이 분단되는 아주 요상한 상황에 직면했으며, 이에 한국은 식민지배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분단까지 떠안아야 했다. 즉, 태생적으로 한국은 현 위치까지 자리한 것이 말 그대로 '기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민족반역자가 광복 이후 국정을 주도했고, 이들은 종미와 친일을 고집했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 역내 문제에 지나치게 갖혀야 했고, 이로 인해 한국의 외교적 접근은 늘 제한되어 있었다. 저자도 이 부분에 대해 통렬하게 꼬집으면서 한미동맹과 한미관계의 분리를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내 구조에서 한미동맹과 한미관계를 구분하긴 쉽지 않다. 미국과의 관계가 반드시 필요한 가운데 이를 토대로 다른 국가와 관계를 개진해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반대로, 한국이 늘 미국의 종속변수였기에 그간 미국의 외교전략에 늘 부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했다. 전임 정부에서는 대대적인 종미를 고수했음에도 정작 한국은 미국의 동아시아 외교 전략에 상수가 되지 못했다. 일본은 절대적 종미를 고수하고 엄청난 자본력을 갖고 있기에 늘 미국의 전진기지이자 외교적 거점으로 역할을 했다. 그 사이 한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 한미일 구도에 불필요하게 빨려들어가 외교적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기득권은 미국과 한미동맹을 (저자의 표현을 빌어) 신화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력의 한계와 외교 역량의 한계로 인해 이전에는 미국과 동행이 무조건적인 상수였으나 이제는 자주성을 찾을 필요가 있다. 또 이렇게 이야기하면, 친중, 친북, 종북, 반미까지 온갖 이념딱지를 갖다붙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득권이나 외교관이 이와 같은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면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이가 맞는 지 의심스럽다. 물론, 미국은 한국에 반드시 필요한 나라다. 그러나 한국도 친구지만 미국이 함부러 대한다면 우리도 자주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할 경우, 미국도 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나라 정치권과 외교가는 이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이에 저자도 한국의 대미관계에 대해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후술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정부의 성향을 떠나 쉽지 않겠지만, 미국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경도된 나머지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해쳐서는 안 된다. 이를 또 불필요하게 이분법적으로 해석해 이념공세를 할 여지가 차고 넘친다는 것도 알고 있으나 한국의 미래지향적인 외교전략과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외교정세를 보면, 저자의 말처럼 자주성을 갖추긴 쉽지 않다. 군사적인 한미동맹을 토대로 자주성을 갖추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고 안보 부담을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이에 현 정부도 미국과 방위비협정(SMA)을 적지 않은 지출을 감행해 다년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무장화가 진행되고 있는 여지가 많은 만큼, 한국도 미국을 지렛대로 삼는 것이 당연하다. 한미 양국이 서로가 전략적 가치를 상호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대미관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남북관계에서 떠안는 부담이나 손해가 많긴 하나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이래서 한국의 외교가 어렵고 전략적인 접근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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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이야기를 해나가면서 이 책의 저자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기대와 의견이 있는 것 같다. 1. 북한은 선하고 순수하다. 그래서 우리가 달래고 받아줘야 하는 대상이다. 2. 미국은 민주주의의 모범국으로써 한국을 이끌어주었어야 한다. 3. 근데 "국제정치란 우정이나 혈맹의 의리가 버틸 공간은 없는 곳이며, 국익을 확보하려는 처절한 경쟁의 마당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했다."(p.371) 얼마나 모순적인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