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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무조건적인 내 편이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는 순간이 꼭 찾아온다.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내 다친 마음에 공감해줄 사람 단 한 명의 존재가 매우 중하다. 일상에서도 외톨이 된 심정일 때가 잦은데, 이것저것 엮이다 보면 사정은 무척 복잡해진다. 내가 해하지 않은 것마저도 내 잘못이라며 사과와 변상을 요구받는다. 억울하고도 분한 심정이지만 법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건지, 나를 외면한다. 이런 경우 내가 향할 수 있는 곳이 과연 있을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몰려 든다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처음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국가 기관이기에 다가서기가 조심스럽다. 문을 열고 들어간 이들은 진정 용기를 품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저자는 숱한 호소에 익숙한 조사관이다. 2002년부터 조사관으로 일했고, 그에 앞서서는 시민단체에서 유사한 업무를 수행했다. 20년을 훌쩍 넘기는 세월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내기란 무리임을 잘 안다. 그래도 기록은 현장의 생생함을 담고 있었다. 동시에 조사관으로서의 고충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공감도 지능이라던데, 타고난 지능보다는 반복되는 단련 과정에서 오늘날의 그가 탄생했을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해결을 바라고 인권위 문을 두드렸겠지만, 인권위의 역할은 한정적이었다. 직접 사건을 수사하고 잘잘못을 가리는 일은 이 기관에 기대해선 안 됐다. 그들은 인권의 관점에서 전반을 살폈고, 문제를 포착했을 시엔 명령이 아닌 권고를 했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힘이 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성을 갖춘 기관의 권고는 우리가 어쩌면 놓쳤을지도 모를 부분에 대한 재고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 해에 조사관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사건이 200건은 족히 넘는다는 대목을 읽으며 숨이 막혔다. 그들이 하는 건 기록의 검토에만 그치지 않는다. 관계되는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을 살피는 일련의 과정을 치밀하게 수행하고도 자신이 내린 결론이 올바르다는 확신을 갖기가 어렵다. 실제 저자는 프놈펜까지 날아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해당 사건은 다행히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궁에 빠지는 일도 종종 있다. 사람이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의도치 않은 장해물로 등장키도 한다. 직장 내 갑질이나 성희롱 사건 등이 발생했는데, 모두가 가해자에 대해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오히려 피해자의 평소 행실이나 피해자답지 않음을 지적하는 게 대표적이다. 조사관도 사람인지라 이와 같은 진술을 반복해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특정 편을 들게 될 수도 있다. 신고 자체가 거짓인 경우도 저자는 겪었다. 자신을 중국집 주방자으로 소개한 이는, 손님에게 폭행을 당했음에도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가해자로 둔갑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허나 격한 공감은 진술과 정 반대의 주장을 만나면서 무너졌다. 한 개인에 대한 배신감은 물론, 어쩌면 인간에 대한 신의가 완전히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내가 다 아찔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모든 말이 거짓일 거라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들을 순 없는 노릇이다. 인권이라는 단어가 지닌 묵직함에는 어찌 보면 이처럼 소소한 고뇌들도 포함이 됐지 싶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극강의 효율을 강조하는 풍토속에서 오히려 인간의 가치는 깃털 마냥 가벼워졌다. 끊임없이 사람이 다치고 죽지만 그때뿐이요, 근본적인 해결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인간을 넘어선 동물에게까지 관심을 드리운다. 가정 내에서 함께 생활하는 수많은 반려 동물들과 축제 현장에서 인간에게 유희의 대상 마냥 여겨지는 동물들,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기르기 위해 고안된 철창 안에 갇혀 있는 동물들. 이들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길 그는 희망했다. 시인들이 숙식 문제를 걱정 않고 작품 창작 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사회, 달빛을 조명 삼아 자유로이 춤 추는 사람들이 넘치는 사회 또한 언급됐다. 어떠한 형태이건, 나의 목소리가 허공으로 흩어지지 않는 사회이기를. 우리 스스로 인권을 난해한 무언가로 만들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한 뼘 자라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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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한번씩 생각한다. 억울한 사람들의 고통과 용기에 대하여, 진실에 불을 밝히는 낯선 이들의 호의와 선의에 대하여.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바람대로 조사관으로서의 나의 손이 여전히 따뜻한지를. 내가 가는 길이 좋은 선례가 되고 있는지를 말이다. (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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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조사관이라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직업을 가진 저자에게서 새삼 뉴스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특히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는 멋진 모습에 호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캐비넷에 쌓여있을 그 사건들을 생각해보면 고단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이기에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인권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느 곳이나 억울하고 존중받지 못하는 인권이 있을 수 있겠다고 여겨졌다. 단순한 사건 전달 기사나 보도들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들이 누군가에게 억울한 누명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법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영악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인권을 제대로 존중받고 있지 못하는 수많은 약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에 저자의 기록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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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동안 인권을 뭐라고 생각했을까? TV에 나오는 다 가려진 범죄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우리나라는 범죄자의 인권만 보호할 줄 아는거 아니냐며 화내고 오해했었다. 난 무지했고, 자세히 알지 못했다. 좋은 기회를 통해 읽게 된 '어떤 호소의 말들'은 인권 조사관이 겪은 사건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몰랐던 인권 이야기도 알게되었고, 안타까운 일들도 많았고, 열받는 사건도 많았고 내가 매번 이야기했던 범죄자의 인권에 대한 조사관님의 고민도 들어있다. 다양한 사례등을 통해서 '인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그동안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도 많이 풀렸고 인권 조사관은 어떤 일들을 하는지도 알게되었다. 정말 많은 조사관님들이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발로 뛰고 계셨고 이 일을 통해 많은 고민을 하고 계셨다. 살색 대신 살구색, 학생 대신 청소년, 학부모 대신 보호자. 고정관념의 단어들을 바꿔 사용해야한다는 것도 배웠고 입에 이미 붙어버린 단어들이라 매우 바꾸기 힘들지만 나부터 인식을 전환하고 단어 하나하나도 신경써서 사용한다면 언젠가 그 전파력이 많은 사람들의 의식을 바꿀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편견을 버리고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기 위해서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야 하는 표현도 좋았는데 나도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라 100%편견이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편견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데 뭔가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 얕은 지식으로 너무 인권에 대해 함부로 말한 인간은 아니었을까.. 반성했다. 이 책을 읽으며 더더욱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사관님의 솔직한 표현도 좋았다. 조사관님은 인권의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많은 고민이 든다고 적어주셨는데 정말 흉악하고 악질인 범죄자들을 볼 때, 그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들어줘야 할 때 회의감이 많이 든다고 하셨다. 살아가며 나를 지키고 가족을 지켜야할 순간은 온다. 인권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어떤 사건 사고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내가 지켜야할 보호받아야할 인권에 대해서는 꼭 알고 있어야할 것이다. 잠시 그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여보면 어떨까. 내가 그동안 몰랐던 나에게는 보여지지 않았던 세상이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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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최은숙, <어떤 호소의 말들>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으로 꼽혀 출간된 책인데, 원제는 <우린 조금 슬프고 귀여운 존재>였다. 책에는 프롤로그 제목으로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원제가 이 책과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인권위 조사관으로 오래 근무했다. 인권위에서 일하며 만나 사람들, 그들의 삶, 그로 인해 생각하게 만드는(글을 쓴 사람도, 그 글을 읽는 사람도) 내용이 담겨있다. 어떤 것은 공감이 되고 또 어떤 것은 뜨악스럽다. 인권윙 찾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대부분은 억울한 일을 당해 이를 해소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일을 조사하면서 새로이 만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 모두에게는 각자의 슬프고 아픈 사연이 있고 그 사연 때문에 서로를 다치게 하기도 한다. 그 상처에는 고의성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상처를 낸 지 몰라 사과하지 못하는 사람, 사과하고 싶지만 그것이 내게 불리할까 걱정하는 사람, 심지어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인지하지조차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모든 모습이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인권 침해에 고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말” (50p) 지갑을 깜빡하고 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감금된 찬드라의 이야기는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로 재탄생했다. 저자는 고의적인 인권 침해보다 무관심이나 관행을 빙자한 인권 침해가 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학교폭력 교육을 하다 보면 ‘가해자만큼 방관자도 나쁘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방관자 역시 2차적 가해자, 또는 간접적 가해자라는 것이다. 교육은 이렇게 하면서 나는 방관자이지 않았는가. 당장 나의 편안함을 위해, 수고스러움을 덜기 위해 타인의 피해를 모른 척하고 있지는 않은가.
“‘말하지 못한 상처’는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우리 몸에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새겨진다고 말한다.” (84p) 사회생활을 하다가, 혹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가 장애물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신체 및 정신적 폭력, 성희롱, 직장 내 왕따, 괴롭힘 등이다. 이런 폭력이 만연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호소하기는 힘든 일이다. 모두 겪는 일인데 나만 예민하게 구는걸까, 이걸 공론화했다가 되려 내가 피해를 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참고 넘어가면 괜찮은 듯 보이고, 심지어는 스스로도 잊어버리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상처가 충분히 깊었다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상으로 새겨질 수 있다. 결국 피해자들 속만 곪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이 참아야하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 그 상처를 같이 치유해주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반말하는 노인과 대단한 변호사 중 누가 더 ‘악당’인가? 나는 진짜 악당하고만 싸우고 싶다.” (178p) 가장 공감 가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이야기였다. 전화를 받았더니 다짜고짜 반말로 소리 지르는 민원인을 보고 우리는 진상이라고 부른다. 무례하게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건성으로 대꾸한 뒤 그 요구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물론 민원인의 행동이 잘못되기는 했지만 그 행동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반면 ‘높으신 분’이나 ‘법’을 들먹이며 큰소리를 내는 사람에게는 뒤에서 욕을 할지언정 고분고분하게 구는 일이 많다. 이것도 분명히 잘못된 행동인데 말이다. 교사 역시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자주 받는다. 상호간에 예의를 지켜 좋게 마무리하는 전화도 많지만, 때로는 좋게 마무리하기 힘든 통화가 있다. 자신의 아이를 과보호하거나,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하는 경우 등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더 강하게 항의하는 학부모의 요구는 그냥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더 편하니까. 괜히 시끄럽게 만들기 싫으니까, 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례하게 구는 것은, 상대가 무례하게 행동했다는 이유 뿐 아니라 그가 만만하다는 이유도 포함된 게 아닐까? 진짜 악당을 구분하고 꼭 싸워야하는 경우에만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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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호소의 말들
현직 인권위 조사관인 저자가 직접 쓴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저자가 만난 우리 사회 약자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아직도 한국 사회 인권감수성의 수준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되고 나의 평소 인권 감수성에 대한 인식도 되돌아 보게 된다.
또한 되도록이면 많이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며 하는 바램이 생겼다. 인권위 조사관은 진정인이 접수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직접 조사하는 일을 담당한다. 조사관들은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매해 수십수백건의 사건을 파헤친다.
말이 통하지 않아 정신병원에 감금된 이주 노동자, 관행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참고 견디는 운동선수 등의 안타까운 사례들과 함께 저자 개인으로서 느끼는 한계도 풀어놓는다.
책의 구성은 저자가 만난 다양한 진정인의 사연을 담은 전반부와 조사관으로 일하며 느낌 생각과 제안들을 담은 후반부로 이어지며 “때론 기가 막혔고, 때론 안타까웠고, 때론 외면하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열정과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해나갈 수 있었던 이유를 썼다.
저자는 억울한 일들을 줄이려면 인권에 관한 지식과 정보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태도라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 분명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절박한 사연을 소개하며 인권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법과 제도는 우리의 기대보다 훨씬 더 무능할 때가 많다. 이미 수천개의 법률이 있고, 앞으로 수천개의 법률을 더 만든다고 해도 법의 무능함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법이란 고기잡이 그물 같아서 아무리 정교하게 만든다고 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반드시 생긴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이 없는 법의 무능을 메꿀 수 있는 것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모든 일이 법과 제도를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누가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해내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인권을 위한 일이라면 더욱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나는 ‘인권의 마음’이라 부르고 싶다. 그 마음이야말로 법의 그물이 구제하지 못하는 억울함이 기댈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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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싫어,라고 말해봤자 나도 사람이고 죽을 때까지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난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끝없이 본다. 영화, 드라마, 책, 기사, 뉴스를 본다. 보다 보면 잠시 숨을 골라야 할 만큼 화가 나는 일이 많다. 특히, 이 책은 인권위 조사관인 저자가 그동안 만난 상황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도대체 매번 한숨이 안 나올 수가 없고, 반성을 안 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부끄러운 마음이 자주 솟아오른다. 그저 미디어로만 접해서 나와는 먼 이야기니까 안타까워하고 끝내는 상황이 많았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조금만 커도 왜 저렇게 목소리가 큰 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은 크게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본인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책을 읽으며 생각나는 사건이 많았다. 이렇게 많은 사건사고를 접하며 자랐었나. 대체 얼마나 모른척하고 살았나 싶다. 그나마 '저마다의 사정'을 직접 나서 들어주는 이들을 통해 조금씩 죄책감이 덜어진다. 참, 이상하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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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중요하며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지만 정작 그 인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최은숙 작가의 『어떤 호소의 말들』을 읽으면서 내가 아는 인권이란 추상적인 도덕 개념이거나 오랜 시간 옳다고 여겨온 막연한 믿음이거나, 떠들썩했던 몇몇 뉴스의 분류명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웅크린 말들’에 작은 스피커 하나 연결해 세상에 조용히 울려 퍼지게 하고 싶었다(11쪽)”던 작가의 심정을 나의 무지함 앞에서 이해한다. 누군가가 스피커를 연결해서 볼륨을 높이는 수고를 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던 말. 세상에 그런 말들이 얼마나 많을까.
브런치북 9회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어떤 호소의 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는 최은숙 조사관이 조사관으로서 일하면서 겪은 일들과 생각, 느낀 점들을 풀어 쓴 이야기다. “검정색 끈 대신 다정한 마음으로” 묶은 “나의 다정 기록(11쪽)”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딱딱한 보고서가 아닌 한 사람의 다정한 시선을 통해서 인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사건과 그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하는 데 일조한 사람, 기관, 사회 구조 등을 돌아보게 한다. “국가권력의 희생자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관인 인권위(76쪽)”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인권위의 권한이 왜 ‘권고’에 그치는지, 인권위의 독립성은 어째서 보장되어야 하는지 등의 심도 있는 질문도 스스로 던져보게 된다. 그것이 곧 나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는 걸 깨달을 때 이 책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인권위 조사관의 일이라면 사실 너머에 있는 다양한 무늬의 진실을 헤아려보는 것이야말로 인권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36쪽 누군가의 억울함을 밝히는 데도 법 지식이나 조사 기술 너머의 용기와 열정, 선의나 정직함 같은 보이지 않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141쪽
『어떤 호소의 말들』이라는 제목 옆에는 “인권위 조사관이 만난 사건 너머의 이야기”라는 문장이 쓰여 있다. “사건 너머의 이야기”라는 건 딱딱한 문장으로 압축된 사건 뒤의 진실과 사람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권고나 호소처럼 들린다. 인권이란 결국 사람의 일이고, 사람에게 가까워지려면 몸을 기울여야 한다. 그건 곧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기 위함이지 않을까.
저자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내가 무상으로 누리고 있는 타인의 애씀과 힘겨움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당연한 듯 누리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여겼던 권리들이 사실은 현장에서 일하고 싸우고 버티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깨달으면 ‘몰랐어’, ‘관심 없어’하는 말은 함부로 뱉지 못하게 된다. 그러한 깨달음에 대해 더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기 위해, 그들의 귀를 거쳐 내 귀로 들어오는 목소리를 듣고 나 또한 잊지 않기 위해.
스물일곱 평범한 직장인에서 시민운동가로, 시민운동가에서 인권위 조사관이 되어 20년 넘게 인권을 수호하는 일을 해온 저자가 여전히 배우는 중이라고 말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사실 이 책은 사건보다 사람이 보이는 이야기다. 긴 세월 일하며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밴 사무적인 태도를 자각하는 사람. 억울한 사람들 모두에게 전력을 다할 수 없다고 말하려다가도 전력을 다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을 고백하며 반복하지 않을 거라는 다짐을 영구적인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무능함과 무심함을 밝히는 사람. 소속 집단의 과오를 자신의 일처럼 부끄러워하는 사람. 선례가 없음이 문제라면 스스로 선례가 되어보겠다고 하는 사람. “조금씩 무심했고 조금씩 무책임했을 뿐(51쪽)”인 우리를 꼬집어 말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끝에는 “아주 옅은 농도의 다정함이나마 꽉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173쪽)”고 말하는 그런 사람.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불행한 일이지만 인권은 언제나 피해자들을 밟고 앞으로 나아간다. 59쪽
※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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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하다 : 억울하거나 딱한 사정을 남에게 간곡히 알리다 책을 덮을 즈음, 사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찾아보게 된다. 힘의 불균형, 소유의 불균형, 권력의 불균형... 이 모든 불균형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억울함과 간절함을 온 마음으로 들어주는 이들이 있다. 먹먹하고 답답하다가도, 어느새 뜨끈함과 뭉클함으로 녹아 귀결되고마는 절절한 이야기들. 마음으로는 늘 따뜻한 세상을 꿈꿔보지만 아이를 기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안 팎으로 매번 강조하는 바는 언제나 마주하는 누군가를 쉽사리 믿지 않아야 한다는 차가운 시선이었던 것 같아 회의감이 들었다. 알지 못했던 누군가를 만나도 거짓말을 일삼는 누군가를 만나도 그 사람을 둘러싼 아픈 환경과, 그 사람 마음 속의 꿈을 가만히 들여다보아주는 따스한 사람. 눈과 귀에 따스한 햇살을 담고 다니는 이가 써내려간 글은 딱 그를 닮아 따스했고, 부드러웠고, 결국은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따뜻한 글이란, 이런 것이구나, 실감하게 된다. 세상의 무수한 억울한 이야기들. 절절한 호소의 말들. 그 모든 작고 낮고 힘없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주는 이들이 있음에 햇살같은 눈과 귀와, 모든 걸 담아내는 마음으로 희망을 노래하며 손길을 내어주는 이들이 있음에 이 세상이 아직은 희망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잊혀지기 쉬운, 묻히기 쉬운 호소의 말들을 꺼내어 소복히 쌓인 먼지를 호호 불어내고 오래된 일기장을 찾아 읽어내는 마음으로 다정하게 어루만져주는 것 같은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따스한 이 글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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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호소의 말들> |